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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후위기, 바이러스, 생명, 진화

(4)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럼 어울려라

by 바이오스토리 2022. 11. 7.

https://www.cbck.or.kr/Documents/Zine/1856

경향잡지 2022.11월호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럼 어울려라

 

가족들과 용평 나들이를 갔다. 스키장이 있는 발왕산 정상에는 주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주목은 장수 상징이다. 이 나무는 항암제도 만들어 낸다. 그래서일까. 한 시간 둘레길을 걷고 나니 몸도 가벼워진다. 정상 부근 약수터에는 약수가 4개 있다. 이름이 각각 ‘재물, 장수, 지혜, 사랑’이다. 나이 든 축은 ‘장수’로, 아이와 같이 온 엄마들은 ‘지혜’ 샘에 줄을 선다. ‘저 4개를 모으면 무슨 단어가 될까?’ ‘돈은 웬만큼 있고 몸은 튼튼하고 머리는 나쁜 축은 아니고, 게다가 사랑이 넘치는 심장까지 가졌다면? 그래, 그게 행복한 사람이지. 우리는 모두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지‘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는 행복할까‘.

누가 행복한 사람이지? 그걸 아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는 거다. 4개 샘 중 첫 번째 샘이 ’재물‘이다. 그 약수에 그 이름을 붙인 사람은 그래도 솔직한 편이다. ‘성경 말씀대로라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데? 그건 소가 웃을 소리여. 돈 없어서 배 한번 쫄쫄 굶어봐. 그 소리가 나오나‘ 정말로 돈이 행복의 조건일까. 지금까지 연구 결과로는 맞다. 돈은 어느 정도 있어야 행복하다. 즉 어느 선까지는 소득이 올라갈수록 행복감은 비례 증가한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돈이 더 많아진다고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최근 연구 결과는 좀 더 구체적이다. 같은 수입이라도 어떤 환경에 있는가가 행복을 결정한다. 

캐나다 맥길 대학 연구진은 소득이 낮은 두 지역, 즉 태평양 솔로몬제도와 방글라데시 성인들 행복도를 조사했다. 방글라데시 국민 연평균소득은 우리나라 1/15이다. 돈이 없는 그곳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느낄까? 연구 결과 그곳 사람 행복도는 세계 최고 행복 국가인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람들과 비슷하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사는 곳의 차이가 행복도에 가장 중요했다. 같은 소득의 방글라데시 사람이라도 ’농촌‘사람이 ’도시‘사람보다 더 행복했다. 농촌은 적은 돈이라도 기본생활이 되고 그만큼 돈에 덜 민감하다. 돈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농촌에는 있다. 방글라데시 농촌은 옛날 우리 농촌을 연상케 한다. 더우면 개울가에 몰려가서 멱을 감고 저녁이면 모깃불 둘레에 모여서 감자를 구워 먹는다. 급하면 이웃집에 그릇을 빌리러 가는 그들에게 마을은 안전하고 맘 놓고 지내는 곳이다. 비록 소득이 낮을지라도 먹고 살기에는 지장이 없고 서로 알고 지내는 곳, 그곳이 행복 마을이다. 돈이 행복의 전제조건이 아니면 무엇이 제일 중요할까. 방글라데시 농촌이나 세계장수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서로 연결되어 있고, 소통한다. 자주 어울린다. 하나의 공동체다.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다
코로나로 방문이 힘들었던 어르신에게 전화한다. 온종일 내 전화를 기다렸던 것처럼 반가워하신다. 그분은 얼마 전 지방으로 이사하고 부인까지 사별했다. 평소 활달하던 그분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외로움이다. 매일 도우미가 먹고 입을 걸 챙기고 쓸 용돈도 넉넉하지만, 그 어르신은 뼛속까지 외롭다. 오랫동안 다니던 서울 소재 교회를 떠나 친구들마저 없는 지방으로 내려온 것이 후회스럽다고 한다. 외로움은 마음과 몸까지 멍들게 했다. 부인을 사별하고 바로 그분도 돌아가셨다. 외로움은 사람을 바닥으로 내리 몬다. 실제 외로우면 단명한다. 미 노화연구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다. 수명을 15년이나 단축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외로운 경우 운동을 못하고 잠을 잘못 자게 된다. 그 결과는  직격탄이다. 심장병 32%, 정신질환 26%, 치매 50% 증가한다. 그래서 외로움을 타게 되면 26% 조기 사망하게 된다. 이는 비단 나이 든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층의 경우 외로움은 우울증과 연결된다. 우울증은 자살의 제1 원인이다.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OECD 국가 자살률 1위가 한국이란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외로운 것도 서러운데 수명까지 단축하고 자살까지 이르게 한다니 외로움은 가장 두려운 병이다. 이제 과학은 외로움, 우울증을 DNA 수준에서 분석하고 있다. 즉 사람에게는 외로움, 우울증 DNA가 있다는 말이다. 외로움이 인간 진화에 어떤 영향을 주어서 DNA에 프린트되어 있을까. 

인류가 농업으로 정착해서 먹고살기 시작한 것이 불과 1만 년 전이다. 그러니 인류가 태어난 600만 년 이래 인류는 야생에서 생존하여 번식해야 했다. 포식자들이 우글거리는 야생에서 특별한 신체적 능력이 없는 인류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끼리끼리 뭉치는 거다. 즉 공동체를 만들면서 나누어 먹고 서로 도우면서 그래서 인류는 살아남았다. 공동체가 아니면 존재가 사라진다. 실제로 아프리카에 남아있는 구석기시대 부족들을 조사해보면 강한 부족일수록 고기를 서로 나누어 먹는 횟수가 많다. 내 것을 나누어주는 것은 당장은 아깝지만 그래야 나중에 내 고기가 떨어졌을 때 다른 사람이 주는 고기로 살아남을 수 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어울려야 살아남는다. 그렇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기쁜 일‘이 되어야 한다. 

 

 

고기를 나누어 먹는 아프리카 구석기시대 종족: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돕는것이 인류진화의 원동력이다


우리 뇌에는 기쁘면 반응하는 부위가 있다. 소위 ’보상회로‘다. 이 부위는 짝짓기할 때 반응한다. 짝짓기가 즐거워야 많이 하고 그래야 인류가 번식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이루는 일은, 짝짓기처럼,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절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그 일을 하면 기쁘게 되도록 두뇌가 만들어졌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남을 도와주면 두뇌에서는 도파민이 만들어져 ’우리는 기쁘다‘고 느낀다. 정리해보자. 공동체는 인류 진화에 필수여서 서로 도와주면 짝짓기할 때처럼 즐겁게 두뇌가 만들어졌다. 그럼 답이 간단해진다.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럼 공동체를 만들어라, 서로 어울려라.

그룹으로 봉사하면 장수한다.
공동체를 만들고 서로 고기를 나누며 도와주는 생활방식이 인류 DNA에 프린팅되어 있다면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진짜로 장수할까. 하버드대학이 13,000명 대상으로 조사했다. 주당 2시간 남을 도와주는 50세 남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률이 22% 줄고 체력적으로 2배 좋아졌다. 물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 비율도 높아졌다. 다른 연구에서는 개인보다는 그룹 단위의 자원봉사가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교회나 봉사단체를 통한 참여가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봉사로 인한 행복감을 배로 증가시킨다는 이야기다. 초대교회 같은 완벽한 공동체에서 그들은 아마 최고의 행복을 누렸으리라.

오늘날 공동체는 여러 모습이다. 운동동아리, 교회 모임, 고교동창회 등이다. 행복해지려면 공동체에 참가하라. 더 행복해지려면 봉사하는 공동체에 들어가라. 그게 우리 몸에 새겨진 행복의 열쇠다. 아무도 혼자서는 삶에 균형을 잡을 수 없다. 우리를 지탱하고 도와줄 공동체가 필요하다.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함께 꿈꾸고 불을 밝힌다. 서로를 화롯불 삼아 지금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행복해진다.

 


 

(참고문헌)남을 돕는 사람이 염증, 콜레스테롤, 스트레스 낮춰
https://www.biocnc.com/469

 

[중앙SUNDAY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76> 남을 돕는 사람이 장수 염증·콜레스테롤·스트레스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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