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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후위기, 바이러스, 생명, 진화

(4)유전병 고쳐 드립니다

by 바이오스토리 2022. 7. 3.

https://www.cbck.or.kr/Documents/Zine (경향잡지)

(2022.7월호)

 

맞춤형 아기 논란

2002년 영국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마이시스터즈 키퍼(My sister’s Keeper, 2009, 미국)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속 엄마는 첫 아이가 백혈병에 걸린 것을 안다.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골수, 혈액 등을 계속 공급할 수 있는 누군가를 구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누군가는 태어날 동생이다. 엄마는 동생을 시험관아이로 낳기로 한다. 시험관아이 방법은 임신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엄마 난자를 사용한다. 이때 유전자 검사를 하면 백혈병유전자가 없는 난자를 고를 수 있다. 동생을 골라내는 샘이다.

영화 속에서 언니와 동생은 찰떡이다. 동생은 언니를 살리려 계속해서 골수와 혈액을 채취해서 언니에게 준다. 그러던 동생이 어느 날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동생이 골수 제공을 그만 하겠다는 거다. 소송을 제기한 진짜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더 이상 치료희망이 보이지 않자 언니가 가족을 위해 치료를 그만두게 하려고 동생에게 부탁한 거다. 영화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족드라마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맞춤형 아기논런을 일으켰다. 언니에게 맞는 골수를 가진 동생을 맞춤형으로 골랐다는 비난이다. 반면 그게 무슨 소리냐, ‘그건 언니의 목숨을 구하는 의술이다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이 방법을 시술했던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와그너교수는 언론의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신 놀음을 했다는 거다. 하지만 언니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 동생의 골수이고 동생도 백혈병유전자를 가지지 않아도 되니 무슨 윤리문제가 있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둘 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윤리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백혈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바로 유전자 가위기술이다.

초정밀유전자가위기술(CRISPR/cas9)은 세포내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수정, 편집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유전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

 

유전자가위기술

최근 과학은 백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서 그곳을 정상으로 만들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유전자가위기술로 비정상DNA싹둑잘라내고 정상DNA찰싹붙인 것이다. 백혈병 같은 유전병은 엄마나 아버지의 비정상 유전자가 자식에게 전달되어 생긴다. 이른바 대물림병이다. 백혈병, 헌팅턴무도병 등 이름도 생소한 병들이 있다. 이런 자식을 보는 부모의 가슴은 글자그대로 갈가리 찢어진다. 병이 진행함에 따라 점점 죽음으로 내몰리는 자식을 눈앞에서 매일 지켜봐야 한다. 더구나 그것이 자신의 비정상 유전자 때문이라니 내가 자식을 죽인다라는 대못을 매일 가슴에 박으며 사는 셈이다. 이런 십자가를 안겨준 하느님을 원망한다. 그것도 창조주의 사랑이라면 난 안 받겠다고 돌아선다. 이제는 이런 형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하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없다.

 

유전자가위기술은 초정밀기술이다. 우리 몸에는 30억 개의 DNA글자가 있다. 성경 총 글자 수가 133만개 정도이니 약 2300권의 성경을 쌓아놓은 셈이다. 만약 666권 째 성경의 창세기 6장의 글자하나가 틀렸으면 유전병이 생긴다. 유전자가위기술은 2300권에서 이 틀린 글자 하나를 찾아내서 정상글자로 만들어 놓는다. 놀랍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영화 속 언니의 백혈병도 고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언니의 백혈병이 생기는 이유는 언니의 뼈 속 세포, 즉 골수세포 속 DNA하나가 비정상이라 그렇다. 이 비정상 DNA를 유전자가위 주사 한방이면 골수 세포는 정상으로 된다. 백혈병이 치료된다. 지금까지의 치료방법은 비정상골수세포를 다른 사람의 정상 골수세포로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제는 골수가 맞는 사람을 안 찾아도 된다. 본인의 비정상 골수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면 된다. 불치의 유전병을 가진 자식, 그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타들어가는 가슴을 치유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 이제 모든 유전병에 치료의 희망이 보인다. 더 이상 마이시스터즈 키퍼같은 영화는 나오지 않아도 될까. 이런 기술로 불치의 병을 고치게 해줌에 감사하고 더 이상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신 놀이의 유혹

유전병 치료는 치명적인 유혹이 있다. 지금 앓고 있는 자식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손주들도 유전병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유혹이다. 즉 현재 개발되고 있는 방법은 백혈병 환자 본인의 골수세포만을 정상으로 바꾼다. 몸의 다른 곳, 예를 들면 난자, 정자는 비정상 백혈병 유전자가 그대로 있다. 이런 경우 태어나는 손주는 백혈병 유전자를 가지게 되고 그래서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 완벽하게 백혈병을 그 집안에서 대대손손 뿌리 뽑으려면 난자와 정자 속 비정상 DNA를 바꾸어야 한다. 즉 고환이나 난소에 유전자가위주사를 놓아야 한다. 그러면 되지, 왜 뭐가 문제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여기, 즉 고환, 난소 부분은 넘지 말아야 할, 이른 바 마지노선이다. 성역이다. 여기를 건드리기 시작하면 속칭 신 놀음이 시작된다. 맞춤형 인간이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난자, 정자의 유전자가위 연구는 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생명윤리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은 과학이다라고 반발한다. 그걸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지 학문자체를 막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잘못 쓰는 걸 막아야 한다. 실제로 중국의 한 과학자가 이 합의와 법을 어기면서 난자유전자를 변화시킨 쌍둥이를 만들었고 결국 수갑을 찼다. 하지만 코로나사태이후로 질병치료를 위한 배아연구가 일부 허용될 예정이다. 어디까지가 인간영역이고 어디부터가 의 영역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더 불분명한 게 있다. ‘질병 치료건강 개선의 차이가 모호하다는 거다. 치매를 막는 건 치료고 머리가 좋아지게 만들면 그건 개선이다. 더 모호한 건 무엇을 개선하는가 하는 점이다.

 

얼마 전 생명공학 교양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내 아이의 인공수정 시 여러 개의 난자 중에서 키가 훤칠한 유전자의 배아를 고를 수 있다면 사용하겠는가답변 중 그렇게 하겠다는 비율이 70%였다. 어느 부모가 훤칠한 아이, 머리 좋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겠는가. 예전 부모들은 삼신할머니나 성모마리아에게 빌었다. 지금 MZ세대는 기도하는 대신 병원 문을 두들기려는 걸까. 고속으로 달리는 과학에게 종교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언니는 가족에게 이야기한다. ‘이 정도면 내 인생도 괜찮았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삶을 만드는 과학이고 종교라면 그런대로 쓸 만하지 않을까.

 

난자에 '유전자가위물질'을 만들어서 주입할 경우 난자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다. 맞춤형 아기 논란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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