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교수의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3-기후위기, 바이러스, 생명, 진화

(3)코로나와 하늘의 쓰나미; 두장의 옐로우카드

by 바이오스토리 2022. 3. 12.

경향잡지 2022-3월호 (과학과 신앙):https://cbck.or.kr/Documents/Zine/1848

 

경향잡지 경향잡지 2022년 3월호 |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cbck.or.kr

 

캐나다 여행의 백미는 밴프국립공원이다. 남북으로 쭉 뻗은 230킬로미터 드라이브 코스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이 압권이다. 최고는 따로 있다. 산꼭대기 만년설이다. 7월에 방문한 밴프 만년설은 여기가 히말라야인가 착각케 한다. 하지만 밴프가 기억에 남는 건 만년설이 아니라 동행한 J사장 때문이다. J는 시골태생으로 독학했고 기술을 배워 중소기업사장까지 되었다. 그는 과학의 힘을 믿는다. 그의 해박한 과학지식은 우리를 지루하지 않게 했다. 하지만 사소한 의견충돌은 여행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그와 처음 부딪친 건 에볼라 바이러스때문이다

 

에볼라 사태는 서아프리카에서 2014년 발발했다. 당시 J사장과 아프리카 에볼라 사태를 다룬 영화 아웃 브레이크를 보고 난 후 우리는 맥주를 한잔 하러 갔었다. 영화를 보기만 할 때까지만 해도 에볼라는 강 건너 불이었다. 하지만 서아프리카에서 발발한 에볼라 환자가 미국까지 넘어오자 돌연 세계는 에볼라 공포에 휩싸였다. 우리는 맥주를 하면서 에볼라가 치사율이 90%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사진: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사태에 참여한 의료진. 근본원인은 인간들이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밀림을 훼손하는, 지구환경변화가 원인이다: 사진:flickr)

 

 

밴프 여행에서 에볼라가 생각난 건 사우디 발 메르스로 한국이 곤욕을 치루었기 때문이었다. 밴프의 원시상태 자연을 보자 아프리카 밀림이 생각났다. 밀림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에 세 들어 살고 있는 바이러스들이 심심챦게 튀어나온다. 그 원인에 대해 J사장과 의견이 엇갈렸다. 필자는 개발목적으로 밀림을 훼손하면서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것이 주요인이라 했다. J사장은 그곳 아프리카 사람들이 미개하고 위생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이라 했다.

 

논쟁이 있을 때는 전문가를 내세우는 것이 상책이다. ‘바이러스 폭풍저자 네이션 울프 박사는 평생 야생 바이러스를 쫒아 다녔다. 그는 밀림 속으로 사람들이 들어가서 야생동물과 접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했다. 실제 태국에서도 나무를 밀어내고 돼지농장을 지었다. 야생박쥐가 그 돼지 위에 분변을 떨어뜨리고 돼지를 접한 주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그 때문에 태국에 돼지 독감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구생태훼손이 바이러스 대폭풍의 한 원인이라는 내 설명에 J사장은 마지못해 긍정하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경제성장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다. 동행한 집사람 둘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더니 J사장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는 관전평과 함께 승패를 심사결과를 발표한다.

 

그렇지요. 경제성장은 결국 자원개발에서 시작하지 않아요? 바이러스는 그 과정에서 어쩌다 나온 거지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요

 

그렇게 J사장과의 1차전 토론은 필자의 패배로 끝이 났다. 논쟁은 여행 따라 계속 되었다. 그와 두 번째 부딪친 건 만년설에서다.

 

인간이 빙하를 녹이고 있다

밴프 중간 만년설에 연결된 빙하들이 있다. 그 빙하들이 녹고 있다는 가이드 말이었다. 한 곳 빙하는 불과 1세기만에 3.5킬로미터나 뒤로 후퇴했다. 이곳 빙하 300개가 그런 식으로 모두 사라졌다. 최근 50년간 녹는 속도가 10배 빨라졌다. 그날 저녁 J부부와의 식사자리에서다. 가이드가 무식하다고 J가 말을 꺼냈다. “지구는 수억 년 동안 빙하기를 반복하면서 온도가 오르내린다. 빙하도 녹았다 얼었다 반복한다. 지구온난화는 일부 환경론자 주장이다. 미 대통령 트럼프도 그런 생각이다. 그래서 지구온난화를 줄이자는 국제기후협약에서도 미국이 탈퇴한 거다”. J사장의 해박한 설명에 다른 일행은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내가 알던 바와는 달랐다.

 

그동안의 모든 과학적 데이터는 지구온난화가 인간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1백만년간 일정수준(200-300ppm)을 유지하더니 급격하게 늘어 지금은 407ppm이다. 흥미로운 건 이산화탄소가 늘어난 시점과 지구평균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 시점이 정확히일치한다. , 18세기, 바로 산업혁명이 일어난 시기다. 석탄을 때서 기관차를 움직이고 공장이 돌아가고 석유를 뽑아내 자동차를 굴리기 시작해서 부터다. 지구온난화 원인이 산업화, 즉 에너지를 많이 써댔기 때문이다. 온난화를 믿지 않는 J사장과의 설전을 각오하고 이런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J 사장의 거친 반격을 예상했건만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한마디 한다. “정치가는 믿을 놈이 한 놈도 없어그는 과학을 믿고 있었다. 정작 그와 부딪힌 건 히말라야 이야기에서다.

 

 

(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의 빙하 :  빙하녹아내리는 속도가 최근  10 년 급증했다 .  기후변화가 직접적 원인이다 ;  사진 :flickr)

 

 

히말라야 하늘의 쓰나미가 초읽기다

두 남편들이 아슬아슬한 설전 끝에 합의점에 이르자 두 아내들이 안심한다. 이제 그런 골치 아픈 이야기 그만하고 내년에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자고 한다. ‘히말라야라는 말에 K가 떠올랐다. 부탄을 자주 가는 K가 그곳 환경담당자 말을 전했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계곡에 호수들이 급격히 생겨났다. 이것들이 쓰나미처럼 부탄을 덮칠 거다‘. 담당자 이야기는 섬뜩했다. 실제로 지난 40년간 히말라야 아래 호수가 2배 가까이 새로 생겼다. 이 호수들은 댐이 없다. 물이 조금 더 불면, 그래서 둑 위로 넘어오기 시작하면 둑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하늘의 쓰나미. 부탄인구 70%는 강가에 살고 있다. 예전에도 홍수가 나면 강가 집들은 쓸려갔다. 이제는 저 높은 하늘에 거대한 물 폭탄들이 설치된 셈이다.

 

부탄은 국민소득이 한국의 10분의 1이지만 행복지수1위 국가다. 지구환경에서는 최고다. , 이산화탄소 발생량보다 숲에 의한 이산화탄소 제거량이 더 많은 탄소 마이너스국가다. 그 반대급부로 받는 것이 하늘의 쓰나미라는 내 설명에 J사장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잠시였다. 그리고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도 세계 경제는 굴러가야하고 누군가 뒤에 쳐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약육강식 아니냐. 냉혹한 현실이다. 트럼프를 봐라. 미국우선주의 아니냐?” J사장다운 말이다. “우리는 아시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경제순위10위가 되었다. 노력해서다. 부탄 같은 후진국은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맞는 말이지만 뭔가 불편하다. 불편함을 말로 내뱉는다. “그래도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되지. 사람이 먼저지. 에어컨 펑펑 쓰는 부자들 때문에 지구 다른 편에서는 홍수로 살 곳이 없어진다면 그건 좀 아니잖아

 

( 히말라야 눈들이 녹아내리면서 부탄국가 산높은 곳에 비정상적인 호수들이 생겼다 .  댐이 없는 저수지형태다 .  하늘 높은 곳에 쓰나미 물폭탄이 설치된 셈이다 . flickr)

 

2의 노아 홍수는 내 탓입니다.

다시 분위기가 불편해졌다. 듣고 있던 두 여자가 수습에 나섰다. “아니, 두 분 다 공학도 아녜요? 첨단과학이 해결할 수 있잖아요?” J사장이 고개를 끄떡인다. “과학은 온난화를 해결 할 것이다. 화력대신 태양열, 풍력, 안전한 원자력을 써야한다. 원자력 폐기물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고 인공태양인 핵융합이 가능해 질 것이다지구위기를 걱정하는 빌게이츠 재단이 연구하고 있는 내용이라니 더욱 신뢰가 간다. 미국도 기후협약에 다시 참가하고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나오는 만큼 제거하기)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지구촌에 희망이 보인다는 내 말에 J사장도, 오랜만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이제 지구촌은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는 걸모처럼의 의견통일에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내일 목적지는 밴프 여행 하이라이트인 모레인호수다. 달력에서만 보던 절경을 볼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모레인 호수는 사방이 깎아지른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산 아래 짙은 녹색의 나무들이 푸른색 물을 만난다. 캐나다 20달러 주인공이었던 모레인 호수의 최고는 일출이다. 세상의 모든 빛이 모인다. 창세기 모습이 이러 했으리라. 정상의 만년설을 보면서 어제 저녁 히말라야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곳 만년설은 남아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방지는 한 가지에 달려있다. 청정에너지 확보보다도 그걸 쓰는 지구촌민, 바로 우리들 마음가짐이다.

 

호모사피엔스는 도구와 기술을 앞세워 지구를 점령하고 지난 200년간 땅속 에너지를 끝도 없이 뽑아 써댔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50년 전에는 한 달 한번 물을 데워 모든 식구가 차례로 목욕을 했다. 지금은 아침저녁 온수 샤워를 한다. 인구는 늘고 개인당 에너지가 급증하면 전체 에너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런 눈덩이는 어떤 에너지라도 감당 못한다. 우리 하나하나가 에너지를 줄여 써야 한다. 온난화를 반전시킬 마지노선이 향후 10년이다. 지금 상태라면 빙하가 없었던 300만 년 전으로 돌아간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없어지면 그 물로 먹고살던 부탄국민은 물 없는 강가에 내몰린다. ‘하늘의 쓰나미로 시작된 재앙은 2의 노아의 홍수처럼 지구생태계를 완전히 망가트릴 것이다. 온 세계가 대응방안을 찾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우리들 마음가짐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부탄 하늘의 쓰나미를 막기 위해 아침저녁 뜨거운 물 샤워를 일주일에 한번, 아니 이틀 한번으로라도 줄일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안락함을 양보할 수 있을까

 

창세기 노아 홍수 이전에도 경고는 있었다. ‘같이 잘 살라고 했지, 그렇게 누군가를 짓밟고서 부를 누리라고 했어?’   코로나와 하늘의 쓰나미, 두 장의 옐로우카드를 받은 지구촌이다. 지구촌민중에 이런 경고를 미리 알아들은 더 많은 ‘노아’가 생기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김은기 리노 인하대학교 생명공학과 명예교수이며 바이오융합연구소장이다. 「미래의 최고 직업 바이오가 답이다」 등 11권의 교양 도서를 출판했다. 7년 동안 중앙일보(선데이)에 ‘김은기 바이오토크’ 칼럼을 연재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