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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후위기, 바이러스, 생명, 진화

(5)키 큰 아이 만들어드립니다

by 바이오스토리 2022. 7. 3.

 

2030, 중국 난팡대학 바이오 연구소 앞. 유난히 키가 작은 남녀가 눈에 띈다.

 

여보, 그만둘까?.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냥 돌아가자

 

묵주를 만지작거리던 여자의 손이 떨린다.

중국 교수는 생각보다 젊었다. 이건 아주 간단한 과정이고 부작용도 전혀 없는 시술인데 뭘 망설이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이곳 바이오연구소에서 유전병을 고친다는 TV보도를 보자 부부는 부랴부랴 중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부부가 첫째 아이를 잃은 것은 3살 때다.

 

부부는 지금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넘어진 아이 무릎에 생긴 멍이 며칠이 가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아이는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주저앉았다. 급성백혈병이었다. 뼈 속 에서 적혈구를 잘 만들어내지 못해서 생기는 유전병이라 했다. 의사는 급성 환자도 80% 이상 완치되니 걱정하지 말라했다.

 

부부는 80보다는 20 숫자가 더 무섭다. 무엇보다 그 독한 항암제를 3살 난 아이가 견디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왜 이런 불행이 그들 부부에게 닥쳤는지, 매달 고해성사를 거른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한 것도 아닌 그들이다. 하지만 이런 원망을 할 틈도 없이 아이 병세는 급격히 나빠졌다. 항암제인 글리벡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이 단계를 넘어서야 골수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건만 아이는 첫 번째 언덕을 넘지 못했다. 아이를 바다에 뿌렸다.

 

둘째 아이를 다시 가져야 하나. 남자가 백혈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서울병원의사는 부부를 안심시킨다. 최신 연구는 비정상유전자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했다. ‘유전자치료라 불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외부에서 해당 유전자를 정상으로 바꿀 주사를 아이 골수에 놓으면 된다 했다. 그러면 아이 골수세포가 정상으로 바뀐다는 거다.

 

최근 국내대학에서 골수유전자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본다. 상대방의 미소를 본 것은 첫째 아이가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은 이후 처음이다. 그날 저녁이다.

 

여보, 이것 좀 봐. 유전자치료 이야기야. 서울병원 의사가 말 안 해 준 게 있네

TV에서는 중국대학의 한 교수가 부모의 난자, 정자의 유전자를 편집했고 그래서 맞춤형 베이비가 태어났다는 걱정스런 아나운서 멘트가 나온다. 국내전문가가 말한다.

 

현재 허용되고 있는 백혈병유전자치료는 그 아이의 골수세포만을 바꿉니다. 즉 그 아이의 아들 유전자는 그대로 입니다. 다시 유전병에 걸릴 수 있지요. 만약 정자나 난자를 고치면 완벽하게, 즉 대대손손 정상유전자가 전달되지요. 하지만 정자 난자 유전자를 편집하는 건 바로 맞춤형 아기가 되는 첫 단계지요. 유혹도 있지요. 정자난자를 편집하다보면 키가 큰 아이도 쉽게 만들 수 있지요

 

TV를 보던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그럼 우리 둘째 아이가 커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태어나는 손주는 다시 백혈병 유전자를 가진다는 이야기네

그렇지. 그렇다고 정자난자를 편집하는 건 국내에서는 불법이야. 중국에서는 그냥 해버렸다는 이야기쟎아. 중국은 윤리고 뭐고 막 나간다고 하더니 생명에서도 막 나가네

그러니까 둘째 아이를 가지려면, 합법이던 불법이던, 유전자치료는 하기는 해야겠네

 

부부는 탁자위의 큰 아이 사진을 만지작거린다. 미처 손을 쓰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보낸 첫째 아이다. 둘째에게 그런 위험을 남겨줄 수는 없다. 국내에서 할까, 불법이라도 중국을 갈까.

 

한달 뒤 그들은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그들 손에는 키가 큰 아이를 만들었다는 중국연구소기사가 실린 최근 신문이 들려있었다.

 

TV에서 보던 중국교수는 키가 훤칠했다. 그는 두들기던 자판을 멈추고 한마디 한다.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다녀갔어요. 정자가 만들어지는 고환에 정상유전자로 만드는 주사를 놓으면 간단히 끝나는 일입니다

 

왜 그리 간단한 걸 가지고 한국은 고민하는 줄 모르겠어요. 치명적인 백혈병을 완벽하게, 대대손손, 치료하는 게 의술 아니예요? 무슨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윤리를 들먹이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자기들은 정상이니까 그런 편한 소리하고 있겠지요

 

교수는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의 작은 키를 유심히 쳐다본다.

 

저희 연구소가 보유한 또 다른 기술은 작은 키를 크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유전자치료는 백혈병 유전자치료 할 때 같이 하기만 하면 되요, 간단하지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겁니다

 

요즘 중국 신혼부부들은 다른 건 몰라도 키 큰 아이를 갖는 게 1순위예요. 어디, 같이 해보실래요? 먼 길 온 김에 아이 장래를 위해 투자하시지요. 하하

 

1년 뒤인 20311, 부부는 막 태어난 둘째 아이를 안고 서울병원을 나왔다. 조금 전 그 의사가 한 말이 귀에 남는다.

 

남편분이 중국에서 1년 전에 백혈병 유전자치료를 고환에 하셨다구 했지요?. 당시 고환치료는 윤리문제 때문에 몰래 중국으로 가서 하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이제는 한국에서도 치명적인 유전병은 정자난자 수준까지 치료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해졌지요

 

화면을 확인하던 서울병원 의사가 갸우뚱한다.

그런데 두 분은 모두 키성장호르몬 유전가가 비정상이네요

의사는 난장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는 않고 '비정상유전자'라며 돌려 말했다.

 

그런데 태어난 아이는 키성장유전자가 정상이네요. 두 비정상유전가가 합해져서 정상으로 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지요. 평상시 덕을 많이 쌓으셨나봐요

 

부부는 1년전 키 큰 아이로 만들어주겠다는 중국교수의 제안을 놓고 고민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 당신이 그때 말했지. 이렇게 까지 해서 키 큰 아이를 가지는 건 아닌 건 같다고 했지. 그런데도 둘째 아이가 훤칠한 키를 가지고 태어났네. 하느님이 첫째 때문에 고생했으니 둘째에게는 건강과 함께 큰 키도 주셨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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