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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바이오화장품이야기/(1)뷰티누리연재 컬럼

[뷰티누리]삭힌 홍어와 발효화장품

by 바이오스토리 2014. 2. 18.
삭힌 홍어와 발효화장품
김은기의 바이오토크토크(23)


요즘 발효화장품이 상한가다. 하지만 발효가 그리 녹녹치 않음을 알려준 사건이 있었다. 교대 사거리의 K한정식 집은 지하지만 저녁에는 빈 방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음식이 특별히 맛있었다’라는 기억이 없는걸 보면, ‘저렴한 가격이 그나마 손님을 유지하는구나’하고 짐작하게 하는 보통 한식집이었다. 하지만 이 집 음식에 대한 나의 저평가를 한 번에 뒤집는 사건이 있었다.

그날따라 여주인이 튀김 한 접시를 직접 들고 왔다. ‘원-샷’ 하라는 주인장의 익살에 일행 중의 한 사람이 튀김을 입에 가벼이 넣었다. 다음 순간, 뜨거운 감자를 입에 문 사람처럼 뱉지도, 먹지도 못하고 숨만 헉헉거리는 안타까운 모습이 되었다. 그 광경에 ‘멍’하고 있는 사이, 남자의 승부욕을 부추기는 듯, 여주인의 날렵한 손이 문제의 튀김과 함께 나에게로 왔다. 생선전 정도의 크기이지만 무엇이 안에 있는지는 모르는 튀김을 입에 덥석 물었다. 뜨거웠다. 동시에 전기처럼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혀에는 뜨거운 철판이 달라붙고, 코에는 고춧물이 흘러넘치듯, 정신이 아득했다. 하지만 호기심어린 일행들의 눈앞에서 차마 뱉지는 못하고 숨만 겨우겨우 내몰았다.

튀김은 삭힌 홍어였다. 돼지고기, 쉰 김치와 함께 먹는 삼합의 메인요리인 삭힌 홍어이다. 하지만, 밀가루 튀김으로 겉모습을 감추고 뜨거움마저 그 속에 숨겨놓았으니 멋모르고 삼킨 사람들은 삭힌 홍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암모니아의 호된 맛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삭힌 홍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분명하다. 삼키거나 뱉거나 이다. 하지만 그 묘한 감칠맛에 다시금 손이 가게 하는 별미가 삭힌 홍어이다. 내장을 떼 낸 홍어를 한 달 정도 서늘한 독 안에 묻어 두면 홍어가 삭는다. 이른 바 발효가 된다. 어떤 식품이 발효식품인가 아닌가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삭힌 홍어를 뱉어 낸 사람에게는 그 홍어는 발효제품이 아닌 부패식품이다. 발효는 삭히데 먹을 수 있고 또 몸에 좋아야 한다. 예를 들어 김치는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많은 건강식품이고 된장은 콩을 변화된 항암물질도 들어있는 건강발효식품이다. 이런 발효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참여한다. 그런데 이 미생물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들은 배추에, 양념 젓갈에, 메주를 매어 단 지푸라기에, 그리고 홍어의 살갗에 붙어있다. 홍어는 요소성분이 암모니아로 변하는 것이고 김치는 배추내의 당이 젖산으로 바뀌고 콩은 속의 기다란 단백질이 잘게 잘려서 된장의 구수한 성분이 된다. 모두 미생물들이 한 일이다. 하지만 미생물은 사람을 위해 이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본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일뿐이다. 따라서 어떤 음식 재료인가, 그리고 무슨 미생물이 관여하는가에 따라 발효도, 부패도 된다. 하지만 전통 발효 식품들은 오랫동안 문제없이 먹던 것들이 대부분이라 일단 안전성은 검증이 된 셈이다.

반면 새롭게 시도하는 발효제품은, 따라서, 먹어도 괜찮은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발효가 몸에 좋다고 하니 발효물질에서 새로운 소재를 찾아서 기능성 식품,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려는 연구가 곳곳에서 붐이다. 발효 화장품소재가 좋은 이유는 발효식품이 몸에 좋은 이유와 일치한다. 분해효소에 의해 잘게 부셔져서 원재료는 사이즈가 작은 물질로 변한다. 덕분에 피부 흡수율이 늘어난다. 통상 분자량 500이하면 피부를 잘 통과하는데 이는 아미노산 3개정도에 해당한다. 콩의 단백질은 크기가 커서 곤란하지만 잘게 잘린 단백질은 통과될 수가 있다.

하지만 미생물이 만드는 것이라고 모두 좋은 것이라 생각해선 곤란하다. 메주의 표면에 붙어있는 푸른 색 곰팡이는 독소를 만든다. 발효화장품도 마찬가지다. 몸에 좋다는 발효식품을 소재로 사용한다고 해도, 피부는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 교대사거리 한정식집의 삭힌 홍어튀김은 그냥 꾹 참고 삼키면 되는 발효식품이다. 하지만 이 홍어 삭힌 것을 피부에 그냥 바르면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직 모른다. 전통을 이용한 발효화장품에도 첨단 과학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출처: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0/03/Wye_Valley_fermenter.jpg>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
www.biocnc.com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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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chic@beautynu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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