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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바이오화장품이야기/(1)뷰티누리연재 컬럼

[뷰티누리]인간을 닮은 미백화장품

by 바이오스토리 2014. 2. 4.
인간을 닮은 미백화장품
[컬럼] 김은기의 바이오토크토크 (22)

“곰과 호랑이를 동굴에서 100일간 쑥과 마늘을 주고나면 무엇이 태어나지요?” 주부들은  “웅녀가 아닌가?”하며 너무 쉬운 문제에 의아해 한다. “답은 미백화장품입니다.”

주부 대상의 화장품 강의에서 사용했던 난센스 퀴즈이다. 햇빛을 못 보는 상황에서 항산화성분이 풍부한 쑥과 마늘을 먹으니 얼굴이 검던 곰이 하얀 피부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실제로 백 일간 동굴에서 마늘만 먹으면 당연히 흰 얼굴이, 아니 눈부시게 하얀 얼굴이 된다. 그만큼 햇빛은 피부색을 검게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원인이다.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세계 각국으로 이주를 했다. 당시 아프리카에 살던 조상은 지금처럼 흑인이었다. 이는 강렬한 태양아래서 유전자를 보호해서 살아남는 방법이 검은 색의 피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으로 이주한 흑인들은 더 이상 검은 피부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태양이 강하지도 않고 일 년에 해가 쨍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당연히 피부는 검정 멜라닌을 안 만들어도 되었다. 결국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이주한 조상들은 약한 태양 덕에 흰 피부가 되었다. 반면 남아있는 흑인들은 그대로 검은 피부이고 아시아로 이주한 호모사피엔스는 중간인 갈색이 되었다. 장기간에 걸친 진화의 결과가 세계 사람들의 피부색을 달리 만들었다. 피부색은 이런 의미에서 자연적이다.

검은 피부가 자연에서 살아남기는 더욱 유리한 피부이다. 하지만 피부색은 사람들에게, 특히 흑인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흑백 갈등의 원인은 단순 피부색만이 아니다. 산업혁명으로 먹고 살기가 좋아진 유럽 사람이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들여오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검은 색 피부가 멸시와 천대를 받는 원인이 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계속되던 이 비틀림 현상은 흰 피부를 동경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민족이 백의민족이라서 흰 피부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잘 살던 유럽인이 흰 얼굴이어서 하얀 피부를 좋아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중국미인의 기준은 흑안세요설부(黑顔細腰雪膚), 즉 검은 눈, 가는 허리, 눈 같이 흰 피부이다. 15세기에 유럽에 흑인노예가 들어왔으니 이보다 훨씬 전부터 중국인들은 미인은 백색피부라고 했다.

흰 피부를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미백화장품을 여인들의 쇼핑리스트 맨 위에 올려놓았다. 미백화장품의 원리는 간단하다. 멜라닌색소가 만들어지고 피부에 퍼지는 과정을 막으면 된다. 지금껏 가장 많이 연구된 부분은 색소를 만드는 일꾼인 타이로시네이즈 효소를 스톱시키는 방법이다. 버섯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효소를 사용해서 어떤 소재가 멜라닌 생성을 방해하는지 간단히 보면 된다. 이렇게 쉬운 실험덕분에 이 방법이 대표적인 스크리닝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미백제가 개발되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도 미백소재를 찾는다. 미백제의 문제는 새로운 소재가 몸에 나쁜 영향을 줄 지 모른다는 점이다. 또한 실험실에서의 효과가 언제나 피부색을 흰 톤으로 바꾸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좀 더 안전한, 그러나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요즘 자연의 기술을 그대로 모방하는 연구가 한참이다. 흑인은 무엇을 모방하면 백인과 가까운 피부가 될 수 있을까? 등잔 밑이 늘 어둡다. 답은 백인이다. 백인은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잘 지내왔다. 백인의 흰 피부를 타깃으로 하는 미백제가 안전하고 효과적이 아닐까? 어떤 효과가 생길지 모르는 미지의 소재보다는 적어도 확실한 증거, 즉 백인이 있다. 그런데 백인과 흑인의 피부색 차이는 무엇일까?  멜라닌 만드는 세포수가 다른 것도 아니다. 차이는 ‘멜라노솜’ 이라는 색소공장 주머니이다. 즉 백인은 작은 주머니에, 갈색계열의 멜라닌이 차 있고 널리 퍼지지 않는다. 이 주머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히 두 인종의 유전자 차이를 보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수 십 만년의 인류 피부색 진화의 비밀을 풀어서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미백화장품을 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
www.biocnc.com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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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chic@beautynu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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