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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바이오화장품이야기/(1)뷰티누리연재 컬럼

[뷰티누리]스토리가 있는 화장품

by 바이오스토리 2013. 12. 24.



일본에는 ‘합격사과’가 있다. 입시 때만 되면 이 사과는 없어서 못 판다. 이 사과를 먹으면 붙는다고 하니 사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불안할 지경이다. 머리가 좋아지는 성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사과는 태풍이 몰아쳤을 때에도 나무에 ‘붙어’ 있었다는 ‘스토리’가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사과의 품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산다. 

스토리에 사람이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것 같은 ‘공감’이 들기 때문이다.  즉,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나의 뇌는 마치 그것을 한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이른바 대리만족이고 간접경험이다. 특히 여성들이 ‘공감’을 잘 하고 ‘스토리’에 맞장구친다. 

실제로 강남 지역 주부들 중심으로 11시경에 시작된 점심모임은 2시나 되어서야 끝이 난다. 그렇다고 모두 뿔뿔이 흩어지는 것도 아니다. 둘 셋으로 다시 나누어서 뭔가를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공감의 능력이 높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증명이 된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속담은 요즘 ‘여자 셋이 모이면 막장 드라마 대본이 나온다’로 바뀔 정도이다. 실제로 사회이슈를 다룬 영화 ‘도가니’가 책으로 나오자 이를 구입한 사람의 70%가 여성이라는 데이터는 이런 이슈에 공감하는 정도가 여성이 강함을 알 수 있다. 

이런 공감이 과학에 근거함도 밝혀졌다. 원숭이가 남이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본인이 했을 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부위, 소위 거울뉴런(Mirror neuron)세포가 뇌에 존재함을 밝혔다. 이후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 이외에도 듣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이유로 공감력이 사회생활과 인성발달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공감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은 전염된다. 

전염을 일으키는 매개체는 바로 ‘스토리’이다. 흰 피부를 가진 백설공주의 스토리는 흰 피부를 동경하는 ‘공감’을 자아낸다. 이런 공감의 기술은 마케팅에서 가장 기본이다. 기술적인 내용을 잔뜩 설명하는 광고보다는 나에게 느낌을 전달하는 광고가 와 닿고 기억에 남는다. 박카스의 성분이 이러이러하다는 광고보다는 아파트 계단을 힘들게 올라온 택배기사에게 슬그머니 쥐어주는 할머니의 박카스 한 병이 ‘위로받고 인정받고 싶은’ 감정을 대신 느끼게 한다. 

이런 스토리가 가장 필요한 제품은 두말할 것 없이 화장품분야이다. SK-II의 피테라는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성공사례다. 일본 사케를 만든 공장에 있는 70세 작업자의 손이 20대 손처럼 보드랍다는 것을 유심히 관찰한 연구자가 있었다. 그는 사케를 만드는 효모를 350종이나 분리해서 어떤 균이 그런 물질을 만드는 가를 찾아냈고 십년 후 드디어 그 물질을 만들었다. 그 이름을 ‘피테라’라 명했다. 이런 개발 스토리를 접한 소비자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 70세 노인의 20세 피부를 연상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집념의’ 연구자의 기술력이 그 피테라에 모두 담겨 있을 것이라는 ‘감정이입’을 한다. SK-II 피테라는 이 스토리 하나로 중국에서 구글 검색순위 5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효모의 발효액에서 나오는 퀴퀴한 발효냄새를 ‘진정한 효모 발효액’만이 낼 수 있는 냄새로 오히려 광고해 주가를 높였다. 정확한 성분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주로 아미노산과 짧은 펩타이드가 주원료인 전형적인 효모발효액에 다른 성분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SK-II 피테라의 원료의 ‘모두’이다. 

이젠 스토리텔링을 화장품개발 초기부터 접목시켜야한다. 아니 아예 회사의 이미지에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똑똑하지만 그들은 감성에 예민한 사람들이다. 차별성을 갖기 위한 핵심스토리를 아예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원료도 찾고, 이에 맞는 제법도 찾아야 한다. 1965년 베트남 전쟁터에서 가슴의 총알을 대신 막아주었다는 지포라이터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스토리로 인해 세계 최고 브랜드 자리를 지킨다. 국내 화장품의 최고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보자.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
www.biocnc.com (블로그)
김재련 (chic@beautynu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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