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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바이오화장품이야기/(1)뷰티누리연재 컬럼

[뷰티누리] 주부습진, 남편은 무죄

by 바이오스토리 2013. 11. 22.

[컬럼] 주부습진, 남편은 무죄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토크(17)


주부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의 일이다. 손가락의 피부가 갈라지는 소위 주부습진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편이라는 답이 등장했다. 순간 깔깔’, 웃음소리가 튀어 올랐다. 더불어 유일한 남자인 필자는 가슴이 뜨끔 했다. 그 말이 맞기도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남편이 부인대신 설거지를 자주 해주었으면 주부의 손가락 피부가 갈라지는 일이 안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방세제의 주성분은 비누성분, 즉 계면활성제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이 주부피부를 갈라놓지 사실 남편은 죄가 없다. 비누는 빨래를 할 때 쓴다. 주방세제는 물론 접시에 뭍은 기름을 물에 녹여서 접시로부터 떼어내는 일을 한다. 문제는 맨손으로 주방세제를 만지는 경우, 이 세제가 접시 기름뿐만 아니라 손의 피부 속 기름도 같이 빼 내는 것이다. 손 피부를 자세히 보면 마치 성벽처럼 벽돌과 시멘트의 벽돌담처럼 이루어졌다. 시멘트는 다시 얇은 기름 층과 물기 있는 층으로 겹겹이 되어있다. 그래서 바깥으로부터 들어오는 병원균을 막는 방벽역할을 한다. 이 시멘트에서 주방세제의 비누성분인 계면활성제가 기름을 빼내면 시멘트가 없어지고 벽돌만 있는 피부가 된다. 당연히 벽돌사이로 피부속의 수분이 날라 간다. 피부의 정교한 성벽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성벽 안에서 잘 지내던 세포들이 물이 필요하다고 경종을 울린다.

 

신경세포가 성질이 나기 시작하면서 가려워진다. 벅벅 긁으면 이제 손가락은 붉어져서 온통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주방세제속의 계면활성제로 부터 시작되어 무너진 피부성벽은 드디어 주부의 인내심을 무너뜨린다. 마침 기분 좋게 한잔 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그 화살이 돌아간다. “, 물 묻히지 않고 살게 해주겠다며?” 갈라진 손바닥을 눈앞에 들이대며 소리치는 아내의 항의에 남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지만 의구심은 든다. ‘계면활성제 없는 세제는 없는 거야?’

 

계면활성제는 화장품의 중요한 성분이다. 물과 기름이 화장품의 두 기둥이라면 계면활성제는 두 기둥을 섞어주는 역할을 한다. 잘 섞어져서 크림 같은 형태가 되어야 피부에 기분 좋게 바를 수도 있고, 또 피부에 효과를 내는 물질들이 잘 퍼져서 피부침투도 쉬워진다. 문제는 이 물질의 자극성이다. 맹물로 세수하면 괜찮지만 비눗물이면 눈이 따갑다. 계면활성제의 특성상 모든 세포의 막에 쉽게 끼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종류에 따라 피부자극이 적은 것들도 있다. 인삼엑기스를 물에 흔들면 거품이 생기는 이유는 인삼사포닌이 일종의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극성이 적은 천연물질유래의 계면활성제를 쓰려는 노력들이 화장품회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천연물질이 우수한 것은 아니다. 종류가 많지 않고 가격이 비싸서 선택의 폭이 좁다. 그래도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방부제 free, 합성계면활성제 free인 화장품이라면 연구자들은 대안을 찾는다.

 

예전에 단오가 되면 아낙네들은 창포에 머리를 감았다. 피부건강에도 좋아서 머리를 잘 나게 해주기도 하지만 식물에는 물과 기름 모두에 잘 녹는 계면활성제성분들이 많이 있다. 천연비누이기도 하다. 하지만 창포를 모두 화장품에 사용한다면 그나마 얼마 안 남아있는 창포는 사라진다. 무조건 천연이 좋다고 산과 들에서 채취할 수는 없다. 또 천연물질 중에서 좋은 것을 찾아내 같은 모양으로 화합 합성하면 합성계면활성제가 된다. 다시 말하면 천연, 합성의 문제가 아니고 실제 인체 적용 시 자극성이다.

 

요즘은 맥주를 만드는 효모도 계면활성제를 만든다. 이른바 생물 계면활성제이다. 성분도 당과 지질로 된 독성이 적은 모양이다. 가격이나 효능이 괜찮다면 저자극성 비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제 조금 더 좋은 주방세제가 나와서 '주부습진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갈라진 손바닥을 남편 탓으로 돌리는, 일면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
www.biocnc.com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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