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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바이오화장품이야기/(1)뷰티누리연재 컬럼

[뷰티누리]방부제 없는 화장품을 꿈꾸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10.

[컬럼] 방부제 없는 화장품을 꿈꾸며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토크(18)


아침 세면대 한쪽 벽에 검은 점들이 보인다. 곰팡이다. 얼마 전에 깨끗이 닦아내고 그것도 모자라 락스로 씻어낸 곳인데 그새 또 자라는 것을 보니 부아도 나지만 그 질긴 생명력에 감탄한다. 아마도 말랑말랑한 접착제사이에 아예 뿌리를 내리고 살림을 차린 모양이다. 이쯤이면 접착제를 모두 떼어낸다고 해도 곰팡이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는 듯하다. 그러기에는 곰팡이는 인류보다도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살고 있는 대단한 생존의 고수이기 때문이다. 그 증거는 세면대가 아니라 발가락에 있다. 아무리 좋다는 무좀약이 나와도, 그래서 맘먹고 모두 없앴다고 해도 매년 다시 생기는 무좀이 인류보다 고수인 증거이다.
                                                                                                            <사진출처:http://en.wikipedia.org/wiki/Butylparaben>
무좀인 곰팡이뿐만이 아니라 같은 동료인 세균도 끈질기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은 이미 이런 미생물, 즉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물들이 뒤덮고 있다. 세면대뿐만 아니라 발가락에도 입속에도 대장에도 그리고 먹는 김치에도 있다. 그런데 요즘 화장품은 금지구역이라는 팻말이라도 세워 놓았는지 검은 곰팡이, 붉은 색 세균의 흔적이 없다.

화장품은 물과 기름이 주성분이다. 두 개가 잘 섞여서 살갗에 기분 좋게 발라지는 크림형태가 된다. 피부에 자극이 적은 식물성기름, 예를 들면 올리브오일을 사용하게 되면 여기는 곰팡이가 자라기에 최고의 조건이다. 물도 적당히 있고 먹고 살 올리브오일도 있다. 그렇다고 찬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세면대벽에서도 습기와 실리콘 접착제만을 먹고 자라는 놈들에게 화장품 속은 더 없는 천국이다. 게다가 손이나 얼굴에 찍어 바르니 손, 얼굴에 묻어있는 미생물 놈들이 자연히 화장품에 묻게 된다. 뭐, 김치에도 있고 된장에도 있는 미생물이 화장 크림 속에 묻어있은들 어떠랴. 하지만 이놈들이 오일을 먹고 자라면서 고약한 냄새를 내고 색깔도 변하고 때로는 잘 만들어진 크림형태가 깨져버려 쓰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화장품의 ‘공공의 적’이다.

곰팡이나 세균 등이 못 자라게 하는 물질 중 상대를 죽이기 위해 자기들 스스로 만들어내 놓는 것이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이다. 또 화학적으로 만들거나 식물에서 추출한 것 등 다른 물질들을 통틀어서 항균제, 식품, 화장품 등에 첨가해서 균이 못 자라게 하는 것을 방부제라 부르나 모두 역할은 비슷하다. 화장품에는 물론 이런 방부제를 첨가한다. 약과 달리 멸균된 용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냉장보관 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매일 열고 닫으면서 손에서 묻는 세균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방부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이런 방부물질들의 부작용, 즉 피부자극성이나 독성여부이다. 모든 일반인이 쓰는 상황이니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약은 부작용을 최소로 허용하지만 화장품은 부작용의 ‘ㅂ’자만 보여도 문을 닫을 만큼 그 여파가 심각하다. 화장품 제조가 보기와 달리 만만치 않는 이유이다.

‘방부제 없는 화장품’은 가능할까? 답은 ‘가능하지만 팔 수 있을까?’이다. 우선 제일 쉬운 방법은 화장품을 멸균상태에서 만드는 것이다. 마치 약을 만들 듯이 모든 내용물을 고온에서 멸균하고 그것을 역시 멸균된 용기에 담고 마치 치약을 짜 내듯 손이 전혀 닿지 않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기술적으로는 전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물론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자극이 전혀 없는 방부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건 기술적으로 좀 어렵다.

방부제는 어떤 형태로던 세포에 영향을 준다. 천연물질이라고 자극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독이 있는 식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자극이 적은 물질을 찾아도 농도가 낮아서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결국 과학의 측면에서는 세상에 만능은 없다. 지금 상태에서는 화장품이 허용될 수 있는 가격범위, 자극이 허용 될 수 있는 정도를 모두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방부제를 찾는 것이 현실적인 답안이다. 물론 소비자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100% 알려서 선택의 여지를 주어야 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까다롭고 야무지지만, 그들은 과학을 이해한다.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
www.biocnc.com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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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chic@beautynu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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