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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41)-미물의 싸움을 모방하다- 초정밀유전자 가위기술

by 바이오스토리 2023. 7. 25.

(본 내용은 출판된 서적 (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 39)의 처음 일부입니다.

 

한강 산책길에 꼬마들이 몰려있다. 개미와 사마귀의 싸움 구경 때문이다. 덩치 큰 사마귀를 상대하기 위해 개미가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이보다 더 처절한 싸움이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박테리아와 천적인 바이러스 간의 싸움이다. 그 싸움을 구경하던 두 여성 과학자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대박을 넘어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 하고 있다. 그 싸움을 들여다보자. 

박테리아와 천적 바이러스는 치고받는다
박테리아는 100마리를 한 줄로 세워놔도 머리카락 굵기도 안 되는 그야말로 미물(微物)이다. 이놈들은 지구의 블랙 물질이다. 즉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생태계의 가장 밑바닥을 받치고 있다. 내 손에도, 내 장 속에도, 나무에도, 땅속에도, 그리고 바닷속에도 있다. 바닷물 한 방울에는 약 백만 마리 정도의 박테리아가 있다. 이놈들이 없으면 지구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 산속에 버려진 나무를 이놈들이 분해하지 않으면 그대로 쌓여서 산에 들어가지도 못할 것이다. 박테리아들은 스스로 성장한다. 대장균은 20분에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럼 이놈들의 천적이 있을까.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놈들이 며칠 새 지구를 덮어버릴 수도 있다. 다행히 지구는 스스로 조절하는 완벽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박테리아의 천적은 박테리아 파지(Bactriophage:파지)다. 이놈들은 박테리아만 공격하는 바이러스다. 즉 박테리아 전문 킬러다. 이놈들 싸움은 싸움 구경 중 최고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어떻게 파지가 박테리아의 견고한 성을 뚫고 들어가 수를 불려 터트려 나오는지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다. 이걸 실험실에서 뚫어지게 쳐다보던 두 여성 과학자, 미국의 두드나 교수와 독일의 카펜터 박사가 무릎을 쳤다. 2011년 푸에토리코 학회에서 만난 두 과학자는 학회장 옆 해변을 두 시간 걸으며 어떻게 이걸 응용할까 이야기를 했다. 9년 뒤 두 사람은 나란히 노벨상 수상대에 섰다. 파지의 공격을 막아내는 박테리아 방어작용을 모방한 ‘초정밀 유전자가위 기술’ (CRISPR/Cas9)이 탄생한 순간이다. 노벨상을 안겨준 싸움을 다시 들여다보자.

사진: 박테리아의 방어면역: 외부바이러스 침입 시 (1) 바이러스 DNA를 잘라서 저장하고 (2)그 DNA에 달라붙는 가이드 RNA와 가위 세트(3)를 준비해놓는다 (4) 재침입시 해당 가위 세트가 달라붙어 잘라낸다.





박테리아는 천적인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면역이 있다.
개미와 사마귀의 싸움에서 누가 유리할까. 새까맣게 달라붙는 개미를 사마귀가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고사성어도 있다. ‘당량거철(螳螂拒轍)’, 즉 사마귀(螳螂)가 앞발로 수레바퀴를 가로막는다(拒轍)‘라는 고사성어처럼 사마귀는 수레처럼 밀려오는 개미에 속절없이 당할 것 같다. 하지만 개미와 사마귀가 천적이란 말은 싸움이 일방적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장군멍군 식으로 계속 주고받으면서 싸움이 계속된다. 계속되는 두뇌 싸움 덕에 양쪽은 공진화(Co-evolution)한다. ‘싸우면서 서로 큰다’라는 이야기다. 박테리아와 파지도 싸움 덕에 공진화한다. 바다, 강, 사람의 대장 등 박테리아가 사는 곳에는 약 10배 정도의 킬러 바이러스, 즉 파지가 살고 있다. 따라서 이 비율이 유지되는 것이 파지생존에 중요하다. 무조건 죽여버리면 파지 생존 자체가 위험해진다. 먹을 것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먹을 박테리아가 많으면 죽이고, 박테리아가 줄어들면 기다린다. 즉 파지는 박테리아와의 비율을 고려할 정도로 똑똑하다. 

그럼 박테리아는 무슨 전략으로 파지의 공격을 막을까. 간단하다. 면역이다, 즉 한번 침입했던 파지를 기억했다가 다음에 똑같은 놈이 들어오면 사정없이 잘라버리는 박테리아의 면역을 모방한 것이 2020년 노벨상이다. 100마리가 줄을 서야 머리카락 굵기가 되는 놈들이 한번 침입해 들어온 파지를 기억했다가 재침입 때 기억을 살려 즉각 조각내 버린다니 그 정교함에 혀가 내둘러진다. 그 정교한 기억-확인-절단 방어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해서 ’초정밀 유전자 가위기술‘(CRISPR/cas9)이 만들어졌다. 노벨상 기술을 좀 더 들여다보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요구르트 공장이다.

 

사진:유전자가위: 주사로 세포핵에 주입되면 목표 DNA를 절단, 교체한다(목표 DNA에 달라붙는 가이드 RNA(CRISPR)로 달라붙어 목표 DNA를 자르고 교정된 DNA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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