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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30) 사막안개 마시는 딱정벌레등을 모방한 물모으기 기술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지리산 종주는 고난이었다. 초등학생이 포함된 등산초보 가족들에게 40키로의 지리산은 아무리 능선길이라해도 일생의 기억에 남을 대단한 일이다. 더구나 새벽, 천왕봉의 웅장한 산 사이로 담요를 뒤집어쓰고 바라보던 태양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장관이었다. 하지만 기억은 거기까지이다. 기억을 되살린만한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움이다. 사진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진기를 휴대품 목록에서 뺀 것이고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출발점인 노고단과 종착지인 장터목산장까지 2박3일의 여정중에 우선 순위는 먹고 살아남는 일이다. 중간 산장이 있다지만 쌀도 지고가고 옷가지, 비옷등을 챙기다보니 남자어른의 배낭은 점점 무거워졌다. 사진기와 물이 남은 선택사항이었다. 불행히도 중간의 약수터는 능선길을 벗어난 지역, 게다가 8월 한 여름길이었다. 훗날 추억을 살릴 사진을 선택했어야만 했지만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사진 한 장 없이 지리산 종주는 지금도 기억속에만 남아있다. 또 다시 종주를 한다해도 결국 물이 배낭에 들어가야 할 첫째 품목인 것은 분명하다.

 

물, 인간을 살게하다

 

사람이 물을 마시지 않고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삼품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16일간 물을 먹지 않고 살아남은 소녀가 있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당시 소녀 주위에는 물통이 넘어져있었고 닫힌 공간에서 습기가 충분해서 가능한 일이었다는 분석이다. 보통의 상황에서 하루 물 없이 지내면 고통이고 3일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한다. 소변,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을 보충하려면 하루 2.5리터의 물이 성인에게 필요하다. 사람의 2/3가 물로 채워져 있으니 60킬로 성인은 40키로가 물이다. 신선한 물이 공급이 안 되면 이 물에 있는 이온 및 노페물들이 점점 농도가 높아진다. 이 물과 함께 살고 있는 세포는 점점 짙어지는 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른바 삼투압이 높아지는 결과이다. 배추를 소금물에 담구어 놓으면 물이 점점 빠져나와서 시들시들 절여진다. 세포도 물의 노페물 농도가 높아지면 시들시들해지고 절여진다. 배추보다도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10%만 수분이 줄어도, 즉 2일만 물을 못 먹어도 의식이 흐려지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뇌는 수분함량이 85%나 된다. 이곳이 수분의 변화에 직격탄을 받는다. 소변의 색이 노래지면 물을 많이 먹어서 다시 맑은 색이 되도록 하는 일이 최선의 방법이다. 외부의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은 사막에서는 증발속도가 더 빠르다. 체온보다 높은 40도 기온에서는 시간당 1리터의 물이 증발된다. 따라서 하루만 지나도 몸의 수분은 반이 날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정도면 죽음이 눈 앞에서 왔다 갔다한다.

 

사막은 물이 없다.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이 1245mm인데 사막의 경우는 250mm 미만이다. 문제는 이 물이 금방 증발되어 버린다는데 있다. 낮의 기온이 40-45도를 오르는 곳에서 물이 남아있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물이 열을 보관해서 기온이 크게 변하는 것을 막는데 사막에는이런 기능이 없다. 당연히 새벽에는 0도까지 떨어지게 된다. 요즘 아프리카의 사막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막 사파리 여행이 인기이다. 여름에도 추워지는 새벽기온으로 여행자들은 이를 덜덜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는 냄새나는 침낭 속으로 코를 막고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사막의 밤을 가득채운 별의 기억은 짙은 땀냄새와 함께 오래오래 기억된다.

 

새벽안개에서 물을 마시는 딱정벌레

 

이런 혹독한 사막에도 생물은 잘 살고 있다. 낙타는 며칠간 물을 먹지않고도 달리는 장거리 여행의 선수이다. 한번 물을 먹을 때 80리터를 채운다. 이 정도면 열흘 정도는 견딘다. 80리터면 웬만한 중형차의 연료통보다 크다. 사람도 그런 저장능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 몸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수시로 화장실을, 그리고 자주자주 물을 먹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한다. 낙타는 또한 물을 찾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마치 수맥을 찾는 사람처럼. 그러니 낙타만 있다면 사막에서 목말라 죽을 염려는 없을 지도 모른다.

 

사막의 선인장은 기회가 있을 때 물을 저장해 놓는다. 선인장속에는 물을 잘 붙들어 놓을 수 있는 물질이 있다. 트리할로스라는 당은 물을 함유하는 능력이 좋아서 화장품의 보습성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잎이 가시로 변하면서 물의 증발량을 줄일수 있게 진화했다. 이런 이유로 선인장은 물을 주지 않아도 오래 산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는 딱 맞는 화초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선인장의 꽃도 오래간다. 한번 꽃이 핀 선인장을 가져다 놓으면 족히 한 달은 그 상태를 유지한다. 매일 물을 뿌려주지 않으면 금새 시들어버리는, 연약한 여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선인장이 맘에 든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몸속에 물을 담는 충실한 내공을 쌓는 것 같아 보이니 말이다.

 

낙타나 선인장보다도 한 수 위인 녀석이 있다. 다름 아닌 딱정벌레이다. 딱딱한 등을 갑옷처럼 입고 다니는 이 녀석이 발견된 곳은 다름아닌 새벽의 사막. 모래톱의 끝에서 새벽의 서늘한 바람을 마주하고 엉덩이를 높이든 모습으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진을 사로 잡았다. '네이쳐‘ 잡지에 이 작은 동물이 어떻게 아프리카의 나미브 사막에서 살아가는 지를 보고했다.

 

새벽의 사막은 온도가 떨어지면서 공기 중의 수분의 농도가 높아진다. 이른 바 상대습도가 높아지고 이는 안개형태로 발견되다. 공기 중에는 물론 늘 습기가 있다. 비가 오는 날은 축축한 습기는 빨래가 마르지 않게 하기도 한다. 습기의 정체는 물론 물 분자이다. 이 습기를 모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물방울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안개를 마시고 살 수도 있다. 안개속의 물방울을 모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만약 안개 속에서 마른 종이를 흔들면 어떻게 되나? 물론 종이가 축축해진다. 거기까지이다. 더 이상 물방울이 되지는 않는다.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 살고 있는 스테노카라 라는 이 딱정벌레는 목이 마르다. 물방울이 목으로 들어와야 산다. 비법은 등에 있었다. 등에는 1mm 간격으로 0.5mm의 돌기가 촘촘히 튀어나와 있었다(사진 참조). 이 작은 돌기에 공기 중의 습기가 달라붙는 것이다. 공기 중의 물분자가 물과 친한 물질인 이 돌기에 붙게 된다. 이 돌기에 물분자가 하나하나 달라붙으면서 이것이 물방울 형태가 된다. 또 하나의 비결은 바닥에 있다. 바닥은 왁스로 덮여있다. 물과 친하지 않은 왁스바닥에 친수성 돌기가 있고 그 위에 물방울이 매달려 있다. 이 물방울이 점점 무거워지다가 떨어지면 왁스바닥위를 동글동글 구르게 된다. 이 바닥에 고랑이 나있다. 이 딱정벌레는 동글동글 굴러 내려오는 물방울이 입에 닿도록 엉덩이만 들고 있으면 된다. 사막의 새벽에 딱정벌레가 우아한 자세로 서있는 이유는

사실은 하늘의 우물에서 물을 마시기 위함이다.

(사진;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의 스테노카라 딱정벌레)
(사진; 딱정벌레의 등에는 많은 돌기가 있다)

 

(사진; 돌 기에 물자가 모여서 물방울이 되면 고랑을 타고 입으로 흘러간다)
(사진; 돌기에 물분자(작은 청색)가 모여서 물방울(큰 청색)이 되어 흐른다)

안개에서 물을 뽑는 기술 

 

이제 딱정벌레가 길을 보여 주었다. 피뢰침같은 돌기에 물분자가 하나둘 달라붙고 이것이 무거워져서 바닥으로 흘러내리면 물에 젖지 않는 바닥의 골을 따라 물방울이 조르르 흐르면서 입으로 들어가게 된다. MIT 교수들이 이런 구조를 모방하여 등을 닮은 판을 만들었다. 고분자물질로 물이 극히 잘 달라붙는 돌기와 물이 전혀 묻지 않는 고랑을 만든 것이다. 물이 잘 붙지 않는 면을 소수성이라 부르고 잘 붙는 부분을 친수성이라 부른다. 어떤 물질이 얼마나 물과 친한가 친하지 않은 가를 보는 방법은 그 표면에 물방울을 놓고 얼마나 동그랗게 서 있는 가를 보는 것이다. 

 

연꽃잎위의 물방울이 동그랗게 있는 것은 연꽃잎이 지극한 소수성이기 때문이다. 나무판위 물방울을 놓으면 좀 더 납작하게된다. 물방울과 바닥이 만나는 각도, 소위 접촉각을 측정하면 바닥의 친수성, 소수성여부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 MIT 연구팀들은 소수성을 최대한 올리기위해서 여러 물질을 테스트하였다. 그 중 소수성이 높은 재료들을 이번에는 층층이 쌓는 방법을 시도하였다. 시도는 성공이었다. 초소수성 물질위에 물방울은 거의 원형에 가까웠다. 거의 곧추서다시피 한 것이다. 접촉각이 170도를 넘어섰다. 바닥을 초소수성으로 만든 후에 거기에 친수성 돌기를 만드는 일은 좀 쉬웠다. 바닥에 점 형태로 떨어뜨리면 되었다. 이렇게 만든 판위에 안개를 피면 물방울이 형성되는 것이 관측되었다 (사진)

 

이제는 이것을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일이 남아있다. 유리에다 코팅하는 것은 쉽지만 유리자체가 무게가 나가서 어디에나 쉽게 설치하기는 힘들다. 제일 좋기로는 손수건이나 비닐 조각에 아예 이런 모양을 프린트하는 것이다.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또한 접히기도 하니 휴대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딱정벌레의 물방울을 모으는 방법을 모방하여 만든 것의 용도는 다양하다. 습기가 있는 지역에서 물을 모을 수가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설치만 하면 물방울을 모을 수 있다. 사진에서처럼 안개가 있는 산 능선에 설치한 경우도 있다. 물이 부족한 곳은 많이 있다. 물 한 통을 가지러 수 킬로를 다녀야 하는 아프리카 지역이 있다. 또한 사막을 다니는 여행자도 필수품이 될 것이다. 군인들이 비상휴대품목중에는 물을 정화하는 약품이 있다. 이건 여하튼 물이 있을 경우이다. 이것 대신에 딱정벌레등을 모방한 ‘안개-물 만들기’ 천만 있다면 언제라도 물은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다시 지리산 종주를 할 계획을 세워야겠다. 지금도 물론 약수터는 능선길에서 한참 아래에 있어서 물을 가지고 가야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배낭의 대부분은 물로 채울 필요는 없는지 모른다. 그 대신 손수건만한 ‘안개에서 물 만드는 천’을 한 구석에 접어서 가져가면 되지 않을까.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의 딱정벌레처럼 엉덩이를 하늘로 들고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근처에서 해돋이를 보기만 하면 될 것이다. 새벽의 붉은 해가 산을 넘어설 때 쯤이면 그 천에는 물 한 줌이 약수처럼 모여 있을 것이다. 지리산 맑은 공기를 가득 담은 물, 그것은 하늘이 준 물이다.

 

(사진; 초소수성 표면바닥의 친수성돌기(a). 돌기에 모였던 물분자가 모여서 물방울이 되었다 (b). MIT)
(사진; 산 능선에 설치된 안개에서 물 모으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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