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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바이오(28) 개미가 발견한 당뇨, 도마뱀이 고친다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개미가 발견한 당뇨, 도마뱀이 고친다.

 

 

개미가 소변에 모이는 병

 

집안의 그 어른은 아주 여위었었다. 너무 여위어서 바람이 좀 세게 불면 날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의문이 어린 나에게도 들 정도였다. 당뇨였다.  당뇨로 인하여 그 어른은 먹은 것이 살로 가지 않는 것이다. 실컷 먹고 살도 찌지 않으니 좋겠다 라는 농담을 주위에서 건네지만 하루라도 몸 컨디션이 좋을 날이 없었다. 몸은 이미 지쳐서 다시 일어설 기력도 없이 망가져 있었다.

 

길을 가는 성인 10명중에 1.5명이 당뇨병이다. 4번째로 흔한 질병이지만 흔한 것에 반하여 뇨는 참으로 무서운 병이다. 오죽하면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큰 증상 없이 시작되지만 조금 씩 조금 씩 몸의 모든 장기를 못 쓰게 만드는 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별명만큼 당뇨로 인해 생기는 다른 장기의 합병증이 무섭다. 합병증의 원인은 간단하다. 혈관에 당이 많아지면서 혈액이 끈끈해지고 잘 흐르지 않는 것이다. 몸 구석구석을 흐르는 모세혈관이 서서히 피가 안 흐르면서 주의의 조직들이, 장기들이 죽어나간다.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하고 발에 피가 안 흘러 썩어나가 잘라내야 한다. 조용히 몸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 병에 걸리면 땀이 많아지고 (다한), 갈증이 많이 생기고 (다갈), 많이 먹고 (다식), 많이 배출하고(다뇨) 그리고 많이 마신다(다음). 당뇨병과 함께 생기는 5다 현상이다.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20세의 나는 대학교 보건소 문을 두들겼다. 물을 많이 마시고 또 땀을 많이 흘린다고 했더니 의사가 물었다. 무슨 운동을 얼마나 자주하냐고. 매일 축구한다고 대답한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의사를 뒤로 도망치듯 돌아 나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 현상이,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생긴다면, 의사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혈액검사를 권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도 물론 이런 병을 알고 있었다. 소갈병 이라고도 불렀던 당뇨병을 스스로 진단하는 재미있는 방법이 지금도 쓰이고 있다. 소변을 보고 거기에 개미가 모이는 가를 보는 것이다. 소변에 당이 나오면 개미나 파리 등의 곤충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장진단법이 알려질 만큼 당뇨병은 옛날에도 있었다.

 

Diabete(당뇨병)의 어원은 사이펀, 즉 물을 그릇에서 흘러내리게 하는 관을 의미한다. 즉, 몸에 있는 물을 빼내어서 바싹 마르게 한다는 의미이다. 이미 BC 1500년 전에도 당뇨증세를 적은 문헌이 있었다니 당뇨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는, 사람과 아주 가까운 병임에 틀림없다.

 

마른 당뇨, 살찐 당뇨

 

당뇨는 두 가지의 형태가 있다. 어린 시기부터 병이 생기는 것이 1형 당뇨이고 몸이 마른 경우가 많다. 이 당뇨는 혈관속의 당의 흡수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 경우이다. 선천적으로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세포가 파괴된 경우이다. 췌장세포가 파괴되는 이유는 췌장세포를 외부에서 들어온 침입자로 잘못 알아 차려서 파괴해 버리는 소위 ‘자가 면역질환’ 인 경우가 많다. 1형 당뇨의 경우, 인슐린이 부족하고 따라서 혈관속의 당이 근처의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니 몸에 에너지원이 공급 안 되고 밥을 못 먹은 세포는 살이 찌지 않는다. 먹어도 살로 가지 않고 소변으로 나오게 된다. 당연히 몸은 마르게 된다. 이 경우는 인슐린을 공급하면 된다. 물론 적정량을 유지하도록 늘 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당뇨환자의 90%를 차지하는 것은 2형 당뇨이다. 췌장세포에서 인슐린을 만들지만 인슐린이 역할을 하지 못해 당이 흡수되지 않는 경우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방을 만드는 세포가 당의 흡수를 방해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몸에 지방세포가 많이 있는, 즉 뚱뚱한 사람이 주로 2형 당뇨가 많다. 비만과 당뇨는 바늘과 실이다. 비만인 사람이 당뇨가 되는 것은 이런 이유로, 시간문제이다. 게다가 비만인 사람은 고혈압이 되기도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비만, 고혈압, 당뇨의 3박자가 되어 성인병 및 만성질환의 질곡으로 떨어지게 된다.

 

비만이 모든 병의 시작인 셈이다. 고혈압은 선천성인 경우 60%가 비만이다. 우리 몸에는 지구와 달 사이의 1/4인 9만km의 혈관이 있다. 몸무게가 1kg늘어나면 혈관이 3km 늘어난다. 그만한 핏줄에 피를 돌리려면 당연히 높은 압력이 필요하고 고혈압이 된다. 결국 살을 빼면 이런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풀린다. 현대 의사들만 비만의 위험성을 경고한 게 아니고 조선시대의 세종대왕의 선친도 이런 경고를 아들에게 한다.

“ 주상은 사냥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몸이 비중하지 않소? 마땅히 때때로 나와 놀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뱃살 좀 빼라”이다.

 

한글을 만들만큼 똑똑하고 백성에게 태평성대를 만들어준 훌륭한 임금이었던 세종대왕은 35세에 이미 갈증과 눈이 잘 안 보이는 전형적인 당뇨증세를 보였다. 백성을 돌보느라 정작 본인의 몸은 신경을 쓸 틈이 없었나보다. 게다가 고기를 즐겨먹고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 편식으로 몸이 전형적인 비만의 코스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몸이 뚱뚱했던 세종은 다이어트를 실시하여 건강을 유지하려 했다. 또한 음식섭취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국 최초의 식이요법서인 ‘식료찬요’를 편찬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소식과 균형 잡힌 식사는 중요하다. 이미 5세기에 인도의사는 당뇨에 두 종류가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상위계층의 사람에게 뚱뚱해지면 당뇨에 걸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 후 천년이 지난 1481년, 세종대왕에게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이었다. 지금 2012년도, 게으른 부자들이 당뇨의 대상임을 알리는 경고이다.

 

당뇨로 부터의 해방

 

천천히, 그러나 완벽하게 몸을 망치는 당뇨를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 방법은 원인, 즉 당의 섭취에 필요한 호르몬인 인슐린을 못 만드는 1형인가 아니면 인슐린이 있어도 말을 안듣는 2형인가에 따라 다르다. 인슐린이 없는 1형의 경우 외부에서 주사 등으로 공급한다. 예전에 인슐린은 동물, 즉 양, 돼지 등의 췌장에서 만들었다. 그 후 유전공학의 발달로 이제는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박테리아에서 만들고 있다. 덕분에 많이 만들 수도 있지만 돼지 인슐린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없앨 수 있게 되었다. 주사를 매번 맞는 일은 실은 괴로운 일이다. 따끔한 주사대신 살에 패치를 붙여서 피부를 통해서 인슐린이 스며 들어가는 새로운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운동 후에 팔다리에 붙이는 파스와도 같은 원리이다. 좀 더 정교하게 인슐린을 공급하기 위해서 아예 자동 펌프를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혈액내의 인슐린 량을 자동센서로 측정해서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을 피부에 붙인 패드로 공급한다. 따라서 매일 한 번씩 주사 할 때 보다 훨씬 정확하게 혈액내의 인슐린 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주사나 펌프로 공급하는 것보다 좀 더 완전한 방법은 고장 난 췌장세포를 고치는 일이다. 물론 있는 상태로 고쳐지면 좋지만 부품을 교체하듯 췌장을 몸 밖에서 만들어서 집어넣는 것이다. 이른 바 재생 인공췌장이다. 췌장을 만드는 원리는 간단하다. 원래의 췌장의 골격과 유사한 골격물질(scaffold), 예를 들면 몸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에 췌장세포를 줕여서 키워서 어느 정도 자라면 몸에 집어넣는 것이다. 물론 플라스틱은 서서히 분해되고 췌장세포는 골격을 이루어서 췌장이 된다. 다른 사람의 췌장세포를 사용하는 경우에 생기는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해서 공급하는 췌장세포를 막으로 둘러싸기도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물론 본인의 췌장세포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본인의 줄기세포를 췌장세포로 변환시켜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사람의 장기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공상과학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재생 인공 췌장)

(사진; 인슐린 자동공급장치)
(사진; 인슐린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는 도마뱀, 갈라몬스터)
(사진; 재생인공췌장을 외부에서 췌장세포를 키워서 만든다)

 
 

도마뱀의 기술을 배우다

 

인슐린을 외부에서 공급하거나 아예 췌장을 새로운 세포로 재생하는 방법은 1형 당뇨, 즉 인슐린을 못 만드는 경우에 쓸 수 있다. 문제는 인슐린이 있어도 당이 흡수되지 않는 2형 당뇨의 경우이다. 주로 뚱뚱한 비만 환자에게 나타나는 이런 당뇨의 원인으로는 뚱뚱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비만세포에서 어떤 물질이 나와 인슐린이 세포내로 당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결국 세포는 소위 인슐린 저항성을 가지게 되어서 좀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매번 이런 일이 장기간 발생하다보면 췌장도 지치는 법. 드디어 혈관에 당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2형 당뇨의 시작이다. 1형 당뇨는 인슐린이 부족해서 공급해주면 되지만 2형 당뇨는 있어도 말을 듣지 않으니 치료가 더욱 힘들다.

 

이런 골치아픈 2형 당뇨를 치료하는 데에 도마뱀이 사람들에게 한 수를 가르치고 있다. 길라몬스터라는 이 도마뱀은 크기가 60cm 정도 되는, 도마뱀 중에서는 유일하게 독이 있는 종류이다.(사진; 길라몬스터 도마뱀) 이 놈은 식성이 고약해서 몇 개월에 한 번씩 음식을 폭식하는데 그럼에도 소화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식사를 통해 당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췌장의 인슐린 생산세포는 문을 닫고 휴점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음식의 당이 들어오면 재빨리 인슐린 생산세포에 신호를 보내 인슐린을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또한 2형 당뇨의 경우 췌장내의 중요한 세포인 베타세포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고 있다. 이 도마뱀은 이런 핵심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능력도 있다. 이는 도마뱀 침 속에 들어있는 ‘엑세딘4’ 라는 물질덕분이다. 이 물질은 인슐린 생산능력이외에도 배속이 비어있는 것을 감지하는 것을 늦추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사람은 배속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면 끊임없이 먹어서 결국 비만으로 직행한다. 이 물질은 이걸 막는다. 이런 식욕을 낮추는 효과덕분에 비만치료 효과도 우수하게 된다. 따라서 비만, 당뇨를 모두 가진 2형 당뇨의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인슐린이 있어도 말을 잘 안 듣는, 즉 치료가 쉽지 않은 2형 당뇨의 치료에 도마뱀이 한수를 가르쳐준 셈이다. 역시 먹고 살아남는 문제에서는 야생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이 사람들보다 한 수 위 인가보다. 하지만 이러한 뛰어난 물질과 새로운 기술로 당뇨의 치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당뇨가 정복된 것은 전혀 아니다. 당뇨의 복잡한 발병과정이나 진행을 모두 이해하고 완전히 치유하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이는 아마도 사람들이 식욕을 완전히 정복해서 식탐에서 벗어 날 때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가장 중요한 본능인 식욕이 과연 이성으로 조절 될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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