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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29) 인체피부의 완벽한 방어기능-이를 모방한 보습화장품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아토피를 겪어본 사람은 이를 '전쟁'이라고 부른다. 특히 갓 태어난 아기가 아토피가 심한 경우 밤낮으로 긁어대면, 밤새 울어대는 아기나 이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엄마, 모두 지옥이다. 붉은 반점이 조금씩 커지고 가려워 긁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악화된다. 특히 손발의 살갗이 접히는 부분은 여름철이면 짓무르기도 한다. 병원에 다니지만 금방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를 않는다. 엄마와 아이, 모두 건강한 피부를 가진 젊은이들이 부럽다. 하지만 젊은이라고 모두 건강한 피부를 가진 것은 아니다. 건성피부에다 거칠기까지 한 살갗을 가진 사람은 촉촉하고 탄력 있는 얼굴을 보여주는 화장품 광고 모델을 보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천성적으로 좋은 피부인가 아니면 그런 피부의 기능을 닮은 화장품을 써서 인가? 피부가 가지고 있는 수분 보유기능을 모방한 보습화장품을 만드는 원리는 무엇인가?

 

**주부습진, 피부의 장벽을 주방세제로 깨뜨리다

 

남자가 여자에게 프로포즈하면서 쓰는 말 중에서 ‘평생 물 묻히지 않고 살게 해 주마’ 라는 달콤한 약속을 한다고 한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부엌일을 하지 않는 ‘사모님’으로 살게 해 주겠다는 이야기이다. ‘사모님’의 손은 설거지 등을 하지 않아서 매끈매끈하다. 반면 사모님이 아닌 우리들의 ‘평범한 주부’의 손은 거칠다. 거칠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엌에서 고무장갑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콩나물을 다듬어본 사람은 고무장갑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운지 잘 안다. 장기간 주방에서 일을 하는 주부들은 필수코스로 주부습진을 경험한다. 주부습진은 주부들의 손이 갈라지고 가려워지는 피부병을 말한다(사진1; 아토피 피부). 이 피부병은 매일 사용하는 세제가 범인이다. 설거지, 빨래에 사용하는 비누와 세제 성분이 피부속의 지방 성분들을 녹여내고 이로 인해 피부에 문제가 발생한다.

 

세제성분이 피부 지방성분을 녹여내서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마치 성벽을 허무는 것과 같은 피부 건강상 대단히 중대한 일이다. 피부는 인체의 성벽이다. 성벽은 전투에서 중요한 1차 저지선이다. 피부장벽은 외부에서 침투하는 병원균등이 주 저지 대상이지만 일단 모든 입자를 저지하는 두터운, 물리적인 장벽이다(사진2; 피부장벽). 건물을 둘러싼 담벽은 벽돌과 시멘트로 만들어진다. 칸칸이 벽돌을 쌓고 그 사이를 시멘트로 바른다. 현대에는 시멘트를 접착제로 사용했지만 옛날의 조상들은 돌을 쌓고 그 사이를 짚이 섞인 흙으로 반죽을 해서 발랐다. 성벽인 피부장벽은 생각보다 치밀하다. 피부의 접착제는 단순 접착제가 아닌 여러 겹의 층층으로 되어 있어서 여간해서는 외부의 물질이 들어올 수 없다. 이러한 정교한 접착제는 실은 피부장벽의 중요한 핵심이다.

(사진;아토피피부. 긁으면 긁을수록 악화되는 악순환)
(사진; 피부장벽은 견고하다)

    

  

피부는 표피, 진피 그리고 피하지방층의 3층으로 구분된다 (사진3; 피부구조). 표피는 1mm 도 안될 정도로 가장 얇지만 가장 정교하다. 이는 피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피부장벽이 만들어지는 곳이 표피이기 때문이다. 피부는 표면에 치밀한 장벽을 만들 목적으로 표피에 수십 층의 세포를 만든다. 그 중 제일 바닥에 있는 세포는 계속 분열을 해서 세포를 만들어낸다. 만들어진 세포는 위로 밀고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세포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면서 장벽을 만들 준비를 한다. 먼저 시멘트 역할을 하는 접착제를 만든다. 알갱이 형태로 만들어진 접착제의 주성분은 세라마이드라는 오일형태의 물질이다. 이 물질들이 세포에서 만들어져 세포 사이를 메꾸기 시작한다. 접착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또한 벽돌성분인 케라틴이라는 튼튼한 단백질을 만든다. 케라틴은 머리카락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즉, 머리카락같은 물질들이 피부표면세포에 꽉 차 있는 것이다. 이제 자라던 세포는 더 이상 살아있는 세포가 아니고 머리카락 같은 밧줄들이 가득 들어찬 질긴 벽돌로 바뀌었다. 벽돌과 이를 붙여줄 접착제가 만들어져서 피부의 장벽이 완성 된 것이다. 장벽을 이룬 벽돌세포들은 표면에서 비늘처럼 떨어져 나간다. 태어나서 30일 정도 후에 ‘때’가 되면 떨어져나가 우리 몸의 ‘때’가 되는 것이 표피에 있는 세포들의 일생이다. 결국 피부세포들은 평생 계속 자라면서 장벽을 만드는 일을 한다. 

 

 

피부장벽은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세균등을 막아주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이 역할이 잘못되면 아토피같은 피부트러블과의 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다름 아닌 습기를 유지하는 보습기능이다.

 

아토피 환자는 정상인보다 장벽기능이 약해서 피부를 통해서 많은 수분이 날아간다. 실제로는 정상인의 2배가량의 물이 피부에서 증발되고 있다. 피부는 물이 있어야 정상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물이 계속 증발이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거칠어지고 건조해지면서 두터워진다. 피부는 이런 수분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피부표면에서 기름으로 표면을 덮어 수분의 증발을 억제하고 또 하나는 장벽의 벽돌 내에 수분을 잡아주는 천연보습인자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피부의 수분 유지 전략은 대단히 정교하다. 이런 정교한 기술을 화장품에 적용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보습용 화장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보습 화장품, 피부를 닮다.

 

한 겨울, 건조한 방안에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일은 건강에 중요하다. 물론 가습기가 있으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수건을 물에 적셔서 걸어두는 일이다. 둘째는 문에 비닐을 치는 것이다. 비닐은 물론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방법이 그대로 피부에도 적용된다. 증발을 막는 방법은 먼저 얇은 오일차단막을 표면에 치는 것이다. 이 오일차단막은 두 군데에서 이루어진다. 하나는 벽돌사이를 채우고 붙이는 접착제 오일 성분들이고 또 하나는 피부에 있는 모발을 통해 나오는 피지 오일 성분들이다. 이 두 종류의 오일 차단막 덕분에 수분의 증발은 억제된다. 두 번째 보습 작용은 수분을 잡아두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 이는 세포내에서 만들어지는 천연보습인자가 그 역할을 한다. 천연보습인자는 케라틴 단백질이 분해, 변형되면서 만들어진다. 또 하나는 히아론산이라는 인체의 고분자물질로 강력한 피부 보습역할을 한다.

 

그러면 이런 피부의 보습 작용을 본 따서 화장품을 만들면 어떤가?

 

우선 피부 표면에 비닐처럼 장막을 치는 일은 주로 오일 성분들이 한다. 화장품의 중요한 원료인 오일들은 주로 천연오일, 예를 들면 동백꽃에서 얻은 동백유, 장미꽃에서 추출한 장미유등을 사용한다. 물론 오일을 직접 바르면 끈끈한 기름을 얼굴에 바르는 것 같아서 감촉이 별로 좋지 않다. 따라서 다른 성분, 즉 오일을 물에 녹이는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여 피부에 널리 퍼지도록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크림이나 로션의 형태로 만든다는 의미이다. 이런 형태가 되어야만 피부에 발랐을 때의 촉감도, 퍼짐도, 그리고 다른 물질이 피부속으로 침투도 쉽게 된다. 또 이런 계면활성제가 없으면 화장품은 로션형태가 아닌 물과 기름형태가 되어버린다. 물 따로 기름 따로의 화장품은 사용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것 같고 발랐을 때 즐겁지도 않을 것이다.

 

피부보습을 위해서 화장품에 식물성 오일을 첨가한 후에는 두 번째 단계인 수분을 잡아주는 수건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 즉 보습제가 필요하다.

 

인체에는 두 종류의 보습제가 만들어진다. 하나는 최외곽의 성벽을 이루는 벽돌속에 들어있는 인체천연보습인자와 피부의 지하층에 있는 히아론산이란 물질이다. 천연보습인자는 크기가 작은 물질로 이를 닮은 인공보습제는 글리세롤을 사용한다. 담배에도 사용되는 이 물질 덕분에 담배가 연기가 잘 난다. 만약 이 글리세롤이 없으면 담배는 바싹 말라서 성냥불을 그어대면 아마도 종이처럼 불이 붙을 것이다. 연기대신 불이 붙은 담배는 이미 담배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피부내의 두 번째 보습제는 히아론산이다. 이 물질은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대단해서 자기 무게의 1000배 정도 물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물을 가지고 있어야 할 기저귀 혹은 여성 위생용품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히아론산은 피부 내에서 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위의 세포에 생명줄인 수분을 공급하고 또한 성벽 같은 피부장벽내의 벽돌에도 수분을 유지한다. 문제는 이것을 어디에서 만들어서 화장품속에 넣느냐이다. 사람의 피부에서 얻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히아론산은 닭의 벼슬에 있다. 닭의 벼슬을 만져보면 말캉말캉하면서도 단단한 것을 알 수 있다. 찰고무같은 탱탱함, 이것은 히아론산이다. 지금도 닭의 벼슬에서 추출해서 관절치료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중국등에서 닭의 부산물에서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한 군데는 동물의 피부속에 살고 있는 균에서 이다. 인간피부속에 있는 것이 히아론산이니 코끼리 같은 동물도 이를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힌트는 이곳에 진을 치고 살고 있는 병원성균이 히아론산이란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서 자기 몸을 감싸는 코트처럼 사용한다는 것이다. (사진 4).  코트로 감싸고 있으면 코끼리의 면역경비병들은 이를 자기편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남의 피부속에서도 잘도 살아간다. 살아가고 있는 병원균을 커다란 반응기에서 키워서 히아론산 물질을 만들어낸다. 물론 실제로는 병원성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이상없다.

 

보습 화장품에는 인체를 닮은 두 가지 물질이 들어간다. 즉 식물성 오일과 히아론산 이다. 즉 비닐장막과 물을 적실 수건을 가진 셈이다. 습기가 가득한 온실처럼 피부가 촉촉이 젖어있을때 피부세포들은 행복하다. 물먹은 버들강아지처럼 부드러움과 찰랑거림이 유지된다. 

(사진; 표피, 진피, 피하지방의 3개층으로 이루어진 피부)
(사진; 동물의 피부에서 히아론산이라는 변장코트를 뒤집어 쓰고 있는 병원균)
(사진; 달팽이의 촉촉한 피부)



** 생체를 닮은 완벽한 보습제를 기대한다 

 

인체의 방호막인 피부는 정교하다. 아주 미세한 장벽이 계속 만들어지고 공급되면서 이 장벽이 유지된다. 이에 비해 인간이 만든 북한산의 성벽은 시간이 지나면 허물어진다. 계속적이 보수 및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인간의 피부장벽을 따라갈 수 있는 인공적인 제품은 없다. 왜냐면 생체만이 계속 장벽의 기초를 이루는 세포들을 분열시켜 생성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도 피부를 촉촉이 적시는 일은 중요하다. 물가에 사는 개구리는 피부가 늘 촉촉하다. 피부를 통하여 물을 흡수하고 촉촉한 물에 녹아든 산소를 몸에 공급하여 살아간다. 건조한 피부의 개구리는, 따라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서 질식한다. 개구리들은 또한 끈끈한 점액질을 내서 피부를 늘 촉촉하게 유지한다. 마치 인체에서 나오는 히아론산과 같은 역할을 한다. 달팽이의 몸에서 나오는 촉촉한 물질도 같은 기능을 한다. 개구리나 달팽이의 이런 전략을 이용한다면 인간의 피부는 습기를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완벽한 보습제품이 나와서 아토피와 전쟁을 치루고 있는 아이와 엄마들을 해방시킬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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