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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32) 촉감, 미래를 만진다;인공피부촉감 이야기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촉감, 마음전달의 일인자

 

 피부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장기는 없을 것이다. 생활은 곧 말로 표현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춥다’란 표현대신 살의 고통을 표현한 셈이다. ‘너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라든가 ‘저 둘은 닭살 커플이다’ 등등 마음에서 나오는 표현이 살갗으로, 피부로 표현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늘 볼 수 있는 것이 피부이기 때문 일것이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심장으로 비유해서 ‘뜨거운 심장이 뛴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나나 상대방이 직접 볼 수 있는 피부로의 표현이 가장 강렬하다. 예를 들면 ‘그를 바라본 그녀의 얼굴은 석류처럼 붉어졌다’ 등등의 로맨틱한 표현이 더 직접적이고 잘 어울린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로 피부가 많이 사용되었다면 실생활에서의 감정전달에는 역시 촉감이 가장 으뜸이다. ‘Love is touching’ 이란 노래가사처럼 아이들은 엄마와의 접촉으로 세상을 만나고 안정감을 찾는다. 이때의 접촉은 살과 살이 맞닿는 행위로 오감 중 가장 강력한 촉감이 서로에게 더없이 귀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아이는 물론 이때의 촉감이 평생의 지지대로서, 안정된 마음의 튼튼한 기초로 자리잡게 된다. 게다가 모유수유 등을 통하여 엄마젖에서 오는 포만감과 같이 결부된다면 그 아이는 아마도 세상이 살만한 곳이고 모든 사람은 엄마처럼 믿을 만하고 선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힐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만날 확률을 반대의 경우에 비하여 상당히 낮다.

 

*Love is touching 

 

피부의 접촉에 의한 아이들의 안정감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1950년대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해리할로는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촉감이 정상적인 성장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증명했다. 어린 새끼 원숭이들에게 두 종류의 가짜 어미 원숭이를 만들어주었다. 하나는 철망으로 만 만들고, 또 하나는 철망에 두툼한 천으로 둘러싸서 만들었다. 철망만으로 된 가짜 어미에는 우유를 같이 놓아두어서 그곳에 가면 언제라도 우유를 먹을 수 있게 하였다. 놀랍게도 새끼 원숭이들은 배고플 때 에만 철망 어미에게 가서 우유를 먹을 뿐 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헝겁으로 만든 가짜 어미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이었다, 새끼들에게는 우유보다도 따뜻한 촉감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동물들의 성장에 촉감이 주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 주는 실험이었다. 이런 접촉에 의한 촉감이 없이 자란 아이들이 따뜻한 가슴보다는 겨울날 같은 삭막한 심정으로 자라날것을 생각하니 새삼 촉감이 있는 가정, 만지고 안아주는 행위가 중요함을 알려준다. 외부와의 사회적 접촉이 차단된, 그래서 혼자만의 건조한 세상에 살고 있는 자폐아들이 있다. 이들 자폐아의 치료에 마사지가 효험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외국의 인터넷에서 ‘Podaegi’ 라는 단어가 인기이다. 또한 유투브에서는 ‘Podaegi’라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Podaegi’란 글자 그대로 아이를 업는 천을 말한다. 예전의 어머니들이, 할머니가 아이들을 업어서 키우는 포대기는 어머니의 따뜻한 등과 아이의 가슴이 만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 체온의 유지효과도 있지만 피부에 의한 접촉은 아이들의 뇌성장과 인성발달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이다. 미국식으로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고 홀로 재우고, 울더라도 앉아주지 않는 육아법보다 포대기로 업어주며 늘 접촉을 가지는 한국의 전통육아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혼자 있어도 안 우는 것은 독립심이 생겨서가 아니고 울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서 성숙한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독립심이 진정한 독립심이라는 것이다. 한 대에 백만원을 넘는 고급 유모차보다도 간단한 헝겊의 포대기가 우수하다는 사실이 알려 진 것이다. 뉴욕의 똑똑한 엄마들이 포대기로 아이를 업고 집에서 일을 하는 동영상이 인기이다.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의 방식에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늘 있다. 이제 비싼 유모차보다 포대기로 아이를 업은 엄마를 많이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는 엄마와의 피부접촉이 평생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podaegi; 포대기는 뉴욕엄마들에게 한국의 전통육아의 힘을 가르쳐준다)
(원숭이의 털고르기는 접촉에 의한 신뢰형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촉감이 주는 안정감은 이처럼 아이들의 자아형성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도움을 준다. 신체의 접촉이 많은 부부 일수록 둘 사이의 관계가 좋다. 새벽 약수터에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부부는 일단 금실이 좋은 부부라고 볼 수 있다. 최소한 상대방의 신체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신뢰가 이미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악수를 하는 이유가 나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상대방을 타치하면서 최소한의 호의를 서로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동물원의 원숭이는 자주 상대방의 털을 골라준다. 혹자는 이를 잡는다고도 하지만 어떤 목적의 행위이기보다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는 접촉의 행위이다. 엄마가 딸의 머리를 빗어주는 행위도 이와 비슷하여 상당한 안정감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물론 만져주면서 둘 사이의 관계도 원할해질 터이니 가장 좋은 소통기술이다. 모녀는 이런 접촉행위가 있는데 부자의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른이 되면 모녀는 친구가 되는 반면 부자는 데면데면한 경우가 다반이다. 그나마 한국의 부자 사이에 가끔 하는 운동은 야구이다. 멀리서 서로 공을 주고받으니 접촉의 기회는 없다. 부자간에는 , 따라서, 야구처럼 비접촉형 운동보다는 레슬링처럼 접촉형 운동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람간의 끈끈한 정으로, 소통수단으로서의 접촉은 어떤 사회를 접촉형인가 아닌가로 구분하게 한다. 가까운 사람끼리 만나면 껴 앉는 것도 모자라 양 뺨에 번갈아 키스를 하는 많은 민족들은 그만큼 끈끈한 정이 흐른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신체접촉을 비교적 꺼리는 편이다. 한국 할아버지가 미국 어린 아이가 예쁘다고 만졌다가는 당장 성추행범으로 몰린다. 우리나라는 가족이건 회사 내에서 이건 모두 끈끈한 정으로 뭉쳐서 살지만 접촉의 면에서는 인색한 편이다.

      

*촉감의 전달자, 피부의 신경

 

신체적 접촉에서의 감정전달의 역할을 하는 것은 피부의 촉감이다. 즉 피부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생기면 피부내의 촉감센서가 이를 뇌에 전달하게된다. 만져지는 것이 따스한지, 날카로운지를 알게된다. 피부의 이런 감각은 동물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수단이다. 뜨거운 냄비를 손으로 덥석 잡아서 화상을 입을 수는 없다. 날카로운 칼의 날을 만졌으면 얼른 놓아야 다치지 않는다. 피부의 촉감은 압력, 열, 통증, 자기위치의 4종류의 센서가 보내는 신호로 전달된다.

  기계적 센서는 피부에 전달되는 기계적인 힘을 느낀다. 즉 피부가 눌리는 압력, 작은 진동, 물체 표면의 매끄러움등이 기계적인 센서에 전달된다. 피부아래에도 있지만 모발의 아래에도 있어서 모발을 만지면 쉽게 움직임이 전달된다. 어쩌면 원숭이들이 털을 고르는 것은 기계적인 촉감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 털부분을 자극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피부와 달리 인체 내부의 근육부분에도 기계적 센서가 있다. 이들의 역할은 나의 손의 지금 당겨지고 있는지, 나의 다리근육이 늘려져 있는지를 알아챈다. 그래야 걸을 수 있고 공을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열센서는 열기와 냉기센서가 구분이 되어있다. 열기를 느끼는 신경은 몸 전체에 주로 퍼져있다. 하지만 차가움의 신경은 몰려있는 곳이 있다. 바로 얼굴, 특히 코와 귀부분에 많이 몰려있어서 코나 귀가 제일 먼저 차가움을 느낀다. 얼굴 중에서 튀어나온 부분에 있어서 이곳이 외부 온도를 제일 먼저 감지해서 인체를 냉해로 부터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열기센서는 고온과 저온에 따라 반응하는 신경이 다르다. 즉 여러 범위의 온도센서가 있는 것이다. 고온센서는 30-45도 사이에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45이상에서는 통증센서와 연결된다. 이 이상의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면 뜨겁다는 감각이 전달되기보다는 아프다는 감이 전달되어서 금방 발을 빼내서 화상을 입지 않게된다. 냉기센서는 25도 부근에서 가장 예민하게 온도를 전달한다. 5도 아래로 떨어지면 전달속도가 느려진다.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 처음에는 손이 얼얼해지지만 오래 지나면 피부온도가 5도 이하로 떨어지고 더 이상 감각이 없어지는 이유이다.

  통증은 압력과 열센서와 같이 반응한다. 압력이 높은 바늘이나 뜨거운 바늘은 통증도 같이 전달된다는 이야기이다. 마치 매운 고추를 먹으면 맵다는 미각과 동시에 혀끝의 아픔도 같이 오는 것과 같다. 통증센서는 인체를 위험에 빨리 대처하도록 한다. 손이 날카로운 면에 닿으면 재빨리 빼서 다치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수용기란 몸의 구석, 특히 팔, 다리의 근육부근에 위치해서 팔 다리등의 상대적인 위치를 알게 해 준다. 눈을 감고도 바지속으로 다리를 집어 넣을 수 있고 손으로 발가락을 잡게 할 수 있는 감각이다. 이것이 없으면 옷을 입을 수도 벗을 수도 없게된다. 또한 깜깜한 밤에도 밥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센서이다. 

   촉각신경세포는 길게 늘어진 오징어다리같이 피부의 바로 아래에 있다. 사방 1cm에 50개의 촘촘한 촉각센서는 어떤 물건을 만지면 동시에 여러 신호를 보낸다. 만약 시원한 맥주캔을 냉장고에서 꺼내면 기계센서는 캔의 매끄러움을, 냉기센서는 차가움을 느낄 것이다. 또한 손을 들고 있는 위치가 자기위치센서에 알려져서 눈을 감고도 다른 손으로 캔을 열수 있다. 동시에 전달된 신호를 받은 뇌는 이것이 주는 촉감으로 맥주캔의 시원함, 그리고 손에 느끼는 맥주의 무게로 행복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피부의 촉감은 사람에게 살아있다는 느낌,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로봇, 인공피부를 입다 

      

사람은 외부세상과 오감으로 대화한다. 눈의 시각, 귀의 청각, 냄새의 후각, 맛의 미각 그리고 피부의 촉각이다. 시각, 청각을 포함한 다른 감각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중 촉각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하지만 촉각은 외부와의 만남에서 중요한 소통의 감각이다. 로봇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제 인공지능의 시대가 곧 다가올 것임을 알린다. 아니 우리 주위에는 인공지능이 이미 들어와 있다.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로봇이 선을 보인 것도 오래이다. 로봇연구자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은 바로 피부의 촉각이다. 로봇은 힘이 세다. 숟갈 정도는 손가락으로 간단히 구부릴 수 있다. 하지만 달걀을 집어서 올리는 것은 로봇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달걀은 살짝 잡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로봇의 손이 촉감을 느낄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손은 아주 가벼운 것도 느낀다. 손에 모래 한 알이 올라가도, 모기가 올라서도 심지어는 머리카락이 올라서도 느낀다. 사람이 느낄수 있는 피부위의 압력은 1파스칼(압력단위, 백만분의 일 기압). 최근 이를 능가하는 인공압력센서가 개발되었다.  

  이 센서의 원리는 사람의 감각을 전달하는 청각기관을 그대로 모방했다. 즉 소리가 귀로 들어오면 피아노건반을 쳐 올리듯 소리의 주파수에 따라 해당 건반이 쳐지고 건반의 움직임이 아주 미세한 관으로 연결된 신경세포에 전기를 발생시킨다. 인공압력센서도 이와 같이 미세한 관들을 판위에 만든다 (사진 참조). 그런 다음 이것들을 서로 마주보게 끼어놓으면 된다. 한 면이 움직이면, 즉 압력을 받으면 두 개의 관사에서 전기저항이 변하여 전류가 변한다. 이렇게 측정이 된 압력은 피부보다 1000배 예민하다. 이제 이런 압력센서를 가진 인공피부를 로봇의 손에 입히면 된다. 이 인공피부를 가진 로봇은 달갈을 깨뜨리지 않고 집을 수도 있도 어쩌면 달걀보다 깨지기 쉬운 비누방울도 들어 올릴수 있을 것이다.

(인공전자피부; 지나가는 바람을 느낄 정도의 압력을 느낀다)
(인공피부의 미세한 압력센서; 이런 두 개의 판을 서로 마주보도록 붙여놓으면 어떤 방향이던 움직임에 따라 저항이 변하여 촉감을 전기로 측정)
(로봇의 인공피부; 계란을 깨지않고 잡을 정도의 고도의 촉감이 필요하다)

  

 *인공 피부,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을까

 

 미래의 피부는 어떻게 변할까? 연구자들은 피부의 무슨 능력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  피부는 생물학적으로는 방어막인 장기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서로의 온기를 전해주는 따스함이다. 손자를 안고있는 할머니는 누구보다고 행복하다. 이런 가족간의 신체적 접촉에 의한 심리적 안정감이 사라질때 우리는 삭막해진다. 홀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 특히 독거노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신체적 접촉을 할 수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는 먹을 것만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닌 심리적 안정을 주어야한다. 물론 봉사자들이 방문하여 손을 맞잡으며 이야기를 해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인공적으로 포옹을 하는 감각을 전해줄 수있다면 어떨까? 어떤 옷을 입었는데 그것이 손자를 안을때처럼의 촉감을 피부에 전해준다면, 또는 피부에 아예 침을 삽입해서 쓸쓸한 잠자리에서 손자를 안아주는 촉감을 전해주면 어떨까? 무슨 공상소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 하겠지만 과학적으로 먼훗날 이야기는 아니다. 인공피부에 의한 촉감의 시대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런지 아니면 인간적인 미를 잃어가서 더 불행하게 될런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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