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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31) 도마뱀의 발바닥에 착안한 만능 게코테이프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도마뱀 발바닥에서 나노 테이프를 보다

 

호텔방에 도마뱀이 버젓이 벽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5성급 호텔이다. 하지만 불려온 종업원의 표정은 별 것도 아닌 것에 불러대고 난리이냐는 표정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도마뱀이 흉물스러운 동물이 아니고 행운의 상징인 것을 발견한 것은 필리핀 주택의 벽에 그려진 도마뱀 그림을 본 이후이다. 우리나라의 용이 행운과 번영의 상징이어서 조폭들의 문신에도 등장하듯이 도마뱀, 그중에서도 게코 도마뱀은 동남아지역의 행운의 동물이다. 이런 상징은 중국의 상표에도 나올 정도이니 호텔방의 도마뱀의 등장은 오히려 감사해야할 일인지 모른다. (사진; 행운의 상징. 문신과 상품에 나타난 게코 도마뱀)

        

벽에 달라붙는 발바닥의 신비

 

도마뱀은 꼬리를 떼어내고도 다시 재생하여 살아간다. 아픔을 딛고도 굳건히 살아가는 모습이 동남아 사람들에게 행운의 상징이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천장에 수직으로 달라붙어서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게코 도마뱀의 무게가 작은 것이 10그램 정도이니 파리에 비하면 벽에 코끼리가 붙어있는 격이다. 어떻게 벽에 붙을 수 있는 것일까.

 

벽을 마음대로 붙어서 다니는 녀석에는 파리가 있다. 파리는 늘 손을 비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엇인가 살아가기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앞에 있으니 손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6개가 모두 발이다. 하긴 사람의 손도 발에서 진화했다는 설이 유력하니 손이나 발이나 그게 그것이다. 이 발이 파리에게는 청각과 후각기관이기도 하다. 당연히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듣고 또 음식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또한 천정에 붙을 때에도 먼지가 끼어있으면 달라붙을 수가 없다. 그 이유는 파리 다리에는 패드 형태가 두 개 달려있고 이 패드에는 수많은 섬모형태의 구조로 되어있어서 달라붙는데 필요하다.

(사진; 행운의 상징. 문신과 상품에 나타난 게코 도마뱀)
(사진; 파리의 다리 확대 사진)

 

(사진; 두 개의 패드의 모습을 확대한 사진)

    

그런데 도마뱀은 무슨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일까? 자기 몸의 20배까지를 붙이는 홍합같이 특수한 물질을 내는 것일까? 아니면 스파이더맨의 거미줄같은 접착제가 나오는 것인가? 무엇에 달라붙거나 둘 사이를 붙여서 만들어진 물건은 주위에 무수히 많다. 집의 벽돌사이를 메워서 붙이는 시멘트부터 나무가구를 붙이는 아교, 아이들 그림을 벽에 붙이는 풀까지 접착제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접착(接着)의 의미는 글자그대로 인접(接)하여 붙게 하는(着)것이다. 즉 강하게 반영구적으로 달라붙는 순간접착제가 있는 가하면 포스트잇처럼 잠시 약하게 붙는 것도 있다. 파리의 다리가 천장에 달라붙거나 도마뱀이 벽을 타고 오르는 것도 모두 약한 접착의 한 형태이다. 약하건 강하건 달라붙는 일에는 힘이 작용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물이 있는 경우, 물이 언 경우, 꿀이 있는 경우와 순간접착제가 있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나무사이에 물이 있으면 달라붙지 않는다. 나무사이의 틈에 들어간 액체상태의 물은 유동성이 있다. 즉 물 분자사이에 잡아주는 힘이 약하다. 그러나 이 물이 얼어붙으면 떼기가 힘들 정도로 강한 접착력이 생긴다. 얼 경우 물 분자사이는 움직이기 힘든 격자가 되어서 얼음의 단단함이 생긴다. 나무틈사이로 들어가서 단단한 얼음이 된 물은 이 경우에만 좋은 접착제인 셈이다. 만약 나무가 틈이 하나도 없을 만큼 유리처럼 반질반질하다면 표면의 얼음과 나무 면사이는 접촉하는 면이 줄어들어 접착력이 약할 것이다. 물로 나무 두 개를 붙어있게 하는 것은 어렵지만 만약에 꿀을 바른다면 좀 더 강하게 나무를 붙여놓을 수 있다. 이 경우 꿀 자체 내의 꿀 분자사이가 끈끈하게 서로 당기는 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순간접착제는 나무사이로 스며들면서 고분자가 형성된다. 고분자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고분자내에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강한 공유결합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떼어내기는 힘들다. 한번은 순간접착제를 두 손가락에 잘못 떨어뜨려서 두 손가락이 달라붙었다. 어찌나 강하게 붙었는지 떼어내는데 살갖이 다 벗겨졌다. 이런 정도이니 순간접착제를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상처를 임시 봉합하는 데에 사용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도마뱀이 벽에 달라붙는 힘은 이런 종류의 접착과는 좀 다르다. 풀이 종이 두 장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종이의 미세한 틈으로 풀 분자가 들어가고 시간이 지나 풀이 고체처럼 단단한 구조로 변하기 때문이다. 순간 접착제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그러나 도마뱀은 그런 접착제가 나오지 않는다. 도마뱀의 다리에 있는 수많은 섬모와 벽 사이에는 물리적인 순간 인력, 즉 반델바알스 힘이 작용한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는 머리에 책받침을 비비면 머리카락이 곧추 서는 정전기를 보여준다. 정전기는 서로 다른 전하를 띤 고체의 표면사이에 전기적으로 당기는 힘이다. 정전기는 잠시 후에 자연히 사라진다. 반데르바일스 힘이란 전하를 영구적으로 띠지는 않지만 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한쪽에 쏠리면서 순간 전하가 발생한다. 이에 맞물려 맞은 편 전자들이 반대전하를 띠게 되어서 서로 당기는 힘이 반데르바알수 힘이다. 당연히 다른 힘보다는 상당히 약하다. 하지만 모래도 많아지면 무거워진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은 길이 50∼100마이크로미터(μm; 1마이크로미터는 백만분의 1 미터), 지름 5∼10μm인 수백만 개의 강모로 덮여 있고 다시 하나의 강모는 수백 개에 달하는 주걱 모양의 섬모(길이 1∼2μm, 지름 200∼500나노미터)로 갈라진다. 이들 섬모의 개별적인 접착력인 반데르바알스 힘은 약하지만 수억 개가 합쳐지면 도마뱀 무게의 수십배까지도 벽면에 붙일 수 있는 힘이 된다. 머리카락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수만개가 모여지면 잡아당겨도 튼튼한 정도의 밧줄같은 힘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도마뱀을 닮은 접착제 만들기

 

도마뱀의 발바닥을 유심히 관찰한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은 도마뱀의 섬모 만들기에 도전했다. 원리는 아주 가는 섬모를 수 억개 만들어서 접착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 기술이었지만 탄소나노튜브 같은 아주 가는 나노물질이 나오면서 여기에 고분자코팅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물론 나일론실보다도 훨씬 가늘게 만들고 이것을 표면에 붙이는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을 벽에 붙여보았다. 인공도마뱀의 다리가 생긴 것이다. 상당히 높은 밀도의 섬모덕분에 섬모하나하나의 약한 반데르바알스 힘이 커진 것이다. 이 다리는 예상대로 벽에 붙었다. 섬모의 방향대로 수평으로 벽에 붙인 경우에 더 많은 접착력을 보인 이 테이프는 도마뱀의 이름을 따서 게코테이프라 불렸다. 이 테이프의 특징은 벽면에 붙여서 수평으로 당길 때에는 접착력이 있지만 수직으로 당기면 잘 떨어진다는 것이다. 수직으로 될 경우는 인공섬모와 벽 사이에 붙는 면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
(사진; 발바닥을 닮은 나노형태의 게코테이프)

폴리프로필렌으로 나노섬모를 만들 경우 사방 1센티에 수만개의 섬모를 만들었다. 이렇게 섬모의 밀도를 높였더니 실제 도마뱀의 발바닥보다도 4배나 접착력이 강한 테이프를 만들 수 있었다.

 

인체처럼 물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사용하려는 연구도 한참이다. 물속에서도 잘 붙는 홍합의 단백질 접착제를 이 게코도마뱀의 섬모와 같이 사용한 연구도 성공적이었다. 습기가 있는 경우나 물속에서는 반데르바알스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도마뱀의 경우에는 섬모에 기포가 있어서 섬모가 젖지않게 하는 기능이 있어서 이를 모방하려하고 있다.

 

인공섬모를 만들어서 게코도마뱀의 벽면타기 기술을 모방하였다. 이 기술은 접착을 쉽게하고 떼어내는 곳, 예를 들면 전자기판을 옮기는 기술등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도마뱀의 발바닥을 완전히 닮으려먼 아직 하나가 남아있다. 다름아니 자체정화기능이다. 인공섬모로 만든 발바닥은 먼지등으로 더러워지면 그 힘이 떨어진다. 하지만 도마뱀은 끊임없이 섬모를 재생하여 늘 깨끗하게 유지한다. 이런 어려움은 생체모방기술이 넘어서야할 장벽이다.

또 하나는 거친 표면에 달라붙기이다. 섬모와 벽사이의 반데르바알스 힘은 정확한 접촉이 있어야 하는데 거친 표면은 이 능력이 떨어진다. 연구자들은 거친 담벽을 오르는 담쟁이넝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은 초기이지만 이런 능력을 합친다면 좀 더 스마트한 게코테이프가 나올수 있지 않을까?

 

포스트잇은 잘 붙지 않는 접착제를 다른 용도에 사용한 성공적인 발상의 전환 예이다. 지금 접착제가 많이 사용될 수 있는 곳은 인체이다. 습기가 있는 곳에서도 달라붙는 접착제, 또 쉽게 떼어낼수도 있는 접착제가 수술부위에도 적용될수 있다. 이제 벽을 기어오르는 로봇의 손에는 도마뱀의 발바닥을 닮은 피부가 있을 것이다. 유리창을 척척타고 오르는 스파이더맨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사진; 게코테이프로 천장에 달라붙기)
(사진; 수평으로 당기는 경우에 접착력이 작용하며, 많은 섬모가 많은 접착력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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