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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5)개인 발간수필모음

[수필]7.007과 Physical Chemistry- 졸업20주년의 夢想

by 바이오스토리 2013. 11. 16.

007Physical Chemistry- 졸업20주년의 夢想

 

32회 김은기 (인하대 화공.고분자.생물공학부 교수)

 

아래 두장의 사진을 보자. 한 장은 19782월 졸업기념으로 옛날 공릉동 화공과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이고 또 한 장은 19992월 졸업 20주년 모임으로 서울 미도파 빌딩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노라면 20년이란 세월 앞에서 그냥 망연자실할 뿐이다. 이제 모든 고육(?)이 끝이 났고 이제는 학교의 report, 시험 걱정 안하고 즐거운 사회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희희낙락하던 위 사진의 청년들이 이제는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45세의 중후한 중년으로 변했으니 밀려오는 세월의 무게에 그저 가슴이 서늘할 뿐이다.

20년만에 우리들은 그렇게 만났고, 서로 지나온 세월을 확인했고, 동기 모두 살아있음에 정말 감사했다. 다른 일로 참석 못하심을 아쉬워하시던 이재성 교수님, 인천에서 먼길을 마다 않고 와 주신 최 웅 교수님, 이제는 유머리스트로 전공을 바꾸신 이화영 교수님, 전혀 세월을 느끼시지 않으시는 이현구 교수님, 마지막 순간에 급한 일이 생기신 이기준 교수님, 만취 상태로 제자의 등에 업혀 신혼 방으로 쳐들려 가신 사건의 전모를 100%기억하시며, 2탄을 기대하시는 문상흡 교수님... 건강하신 모습의 은사님들 정말 반가웠습니다.

 

IMF! 여유가 없는 이때에 동기생 참가가능인원의(해외파견제외) 85%가 참석한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참가한 우리들은 모두 궁금했다. 첫 번째로는 다른 기에 비해서 유난히 학교에 있는 동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되어봐야 비로소 부모의 심정을 안다고 했는가? 그래서 20년만의 선생님들을 뵙는 감개가 더했던 것인가? 지금 학교에 근무하는 동기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본인들도 모르게 은사님들의 교수 습관이 그대로 지금 학생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반응공학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필기를 하고..... 유체역학의 시작 강의는 늘 오동잎 떨어지는 모습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데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4년이란 세월, 최고의 학부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는 강한 자부심, 그리고 자신감. 이것들이 우리를 졸업 20년간 다시 모르게 모이게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학벌이 밥 먹여 주던 시절은 지났다. 하지만 4년간의 생활, 축제, 시험, 미팅, 모든 사건들은 앞으로 남은 생애동안 우리를 지탱해주는 한 부분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결코 오만과는 거리가 먼 형태로..... 기회가 주어져서 좋은 교육을 받았으면 이제는 그보다 더 많이 베푸는 일만이 남아있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외모와 20년의 세월과는 반드시 비례관계가 있지 않음을 두 장의 사진에서 금방 알 수 있다. 은사님들은 세월과 무관하신 듯하다. 일부 동기들도 역시 20년 전이나 후나 큰 차이는 없는 부러운 경우도 있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인 것은 우연히도 60명중 나를 포함한 2명의 ROTC 출신이다. 또 한 명의 장용배동문은 지금 KOREA BASF에서 중심축으로 근무중이다. 우리는 금년 20주년 모임에서 만나는 순간, 서로가 일명 후천성 학군장교증후군” (ARODS: Acquired Reserved Officers' Disease Syndrome)에 걸려있음을 상대를 보고 금방 알 수 있었다. 2년간 여름방학의 고된 훈련, 다시 4개월의 지옥훈련, 2년간 복무, 이에 따르는 필연적인 음주, 가무등은 ARODS를 유발하기에 충분했고 부작용으로 탈모를 촉진시켰다. 오죽했으면 사진촬영 시 플래쉬가 작동 안 되자 은사님 중 한분이 ROTC출신 두명을 좌,우측에 배치하셨을까? 참고로 좌측의 ARODS환자(부작용:수염)가 본인임을 밝힌다. 이미 ARODS 의 발생환경은 대학부터 조성되어있었다. 공릉동시절, 나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모두들 열심히 공부했고 나는 그저 따라가기에 숨을 못 쉴 지경이었다. 물리화학의 그 두꺼운 책은 사람의 기를 꺽기에 충분했고, 여름방학동안의 ROTC훈련은 그후 2년간의 군생활과 함께 목을 죄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물리화학 하면 007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도 저자가 모두 Moore family(WalterRogers)란 것 이외에도, 그때의 강박관념과 뙤약볕에서의 낮은 포복으로 인해 두뇌에 지울 수 없는 error가 발생했던 것 같다.

 

그러나 위의 사진, 20년전의 사진에서 내 모습을 보면(5,2) 거기에는 아주 미남의 청년이 있음을 보고 그야말로 잘 나가던 시절이 생각난다.

고향집에 다녀오던 기차간. 지금의 지하철처럼 길게 의자가 놓여있던 기차안.

정장의 ROTC 단복, 흰색 반 팔에 줄 세운 검정바지, 반짝이던 단화, 자랑스런 서울대 뺏지, 짧은머리의 날카로운 미청년. 그가 한손에 007 가방을 들고, 통로 한 가운데 탁 버티고 선다. 좌우를 휙 둘러 본 후 저벅저벅 한 가운데로 정좌한다. 철커덕, 007가방을 열고 제일 두꺼운 책인 Walter Moore“Physice Chemisty"를 처억 꺼내서 펴놓고 일방 주위를 흘끗 둘러본다. 건너편, 나에 필적할 미모의 젊은 여대생의 깊은 눈길을 짐짓 모른 체 책에 눈길을 준다. 얼마 만에 보는 책인지 전혀 기억이 없고, 어제 땡볕의 낮은 포복에 이어서 퍼부운 막걸리 덕분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마도 이러한 연상의 반복으로 물리화학 하면 Roger Moore007이 생각나는 회로의 error가 발생한 모양이다. 잠시 후 누구인가 옆에 앉는 기척이 난다. 그렇다고 눈을 돌릴 수가 있나. 멋지게 생긴 007청년이.....

은은한 향내 비슷한 것과 부드러운 촉감, 건너편 미모의 여학생이 옆자리에 왔나보다.

요새는 미인일수록 상당히 적극적인 모양이야. 좋은 현상이지.....“

이제 확실히 축제 때마다 파트너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겠구나

눈 돌리지 않고 집중을 한다.

 

집중의지와는 상관없이, 물리화학은 introduction 첫 줄에서 30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Van der waals는 법률을(law) 열심히 공부 하였는데 ........ 이상향(ideal)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네 자신이 변해야 (modification) 하느니라........ 과연 좋은 이야기다.......(졸음)...)

 

갑자기 옆구리 찌르는 촉감에 정신이 든다.

 

: 학상!!

: ?????.

: ......,? 왜요 아줌마??

: 책 떨어졌어. 왠 잠을 그리.... 쯧쯧....., 얼굴에 침 좀 닦고....

: .........

: ! , Walter Moore 선생님, 당신이 물리화학을 007식으로 썼더라면, 이 망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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