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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바이오화장품이야기/(1)뷰티누리연재 컬럼

[뷰티누리]해파리의 변신

by 바이오스토리 2013. 8. 12.


[컬럼] 해파리의 변신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토크⑧


봄이 미처 시작도 하기 전에 다가온 여름은 벌써 30도를 넘는다. 이 정도면 금년도 장사는 한몫 단단히 챙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수욕장의 상인들은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그들은 이 녀석들만 훼방을 안 놓았으면 한다. 다름 아닌 해파리이다. 내가 만난 해파리는 7월이 아닌 8월말, 즉 해수욕장의 끝물 때였다. 물도 차가워져서 해수욕은 어차피 글렀고 바닷가나 걷자면서 나간 해변에서 해파리를 보았다. 스스로 움직이기 보다는 물결 따라 정처 없이 떠다니는 듯, 흐물흐물한 모습이 벌 것 아닌 녀석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촉수에 있는 독침 한 방이면 사람까지도 죽을 정도라니 가히 ‘허허실실(虛虛失失)’의 대가이다.
 
어선의 어망에도 걸려서 애를 먹이고 있는 골칫덩어리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다름 아닌 해파리의 콜라겐이 화장품이나 의료용으로 쓰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해파리에는 3%정도의 콜라겐이 있다. 그렇게 많은 콜라겐이 해파리에 있다니, 그러면 해파리도 피부가 있다는 뜻인가? 그렇지는 않다. 콜라겐은 동물에 제일 많이 있는 단백질이다. 동물의 피부나 내부 장기 사이에도 콜라겐이 꽉 차있다.

사람의 경우도 25~35%가 콜라겐이다. 콜라겐은 아주 질긴 구조로 되어있다. 따라서 이것을 가공해서 더 단단하게 만들면 소위 ‘가죽’이 되어서 구두도, 가방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의 콜라겐은 주로 소의 피부에 있는 콜라겐을 사용한다. 다른 부위의 콜라겐은 더 가공해서 젤리나 약의 포장껍질로서 사용되니 콜라겐은 아주 많은 용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귀한 콜라겐이 골칫덩어리인 해파리에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건 해산물 아닌가? 사료를 먹는 소의 콜라겐으로 만든 약 캡슐을 먹는다면 왠지 거부감이 들것이다. 광우병 이야기가 나온 후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파란 바닷물이 연산되는 해산물 콜라겐이라니 기분이 괜찮다.

요즘 먹는 화장품이 시중에 선을 보인다. 콜라겐을 먹으면 피부의 콜라겐 량이 늘어나서 피부가 좋아질까? 아직 많은 연구 결과가 있지 않지만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즉 콜라겐이 위에서 분해, 소화되어서 아미노산으로 몸에 공급된다면 그걸로 단백질이 증가하고 그중의 일부인 피부 콜라겐도 증가할 수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마도 엄청난 량을 먹어야 피부까지 가지 않을까? 그러다가 콜라겐 자체의 부작용으로 고생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돼지껍질 속의 콜라겐이 피부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먹지만 기대는 하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그런 희망도 없다면 질기디 질긴 껍질을 그렇게 오래 씹을 이유가 있을까? 그보다는 좋은 방안이 있다. 피부 좋아지려고 많은 량의 돼지껍질과 2병 소주를 먹을 것이 아니라 소주는 딱 두잔, 그리고 엄청난 양의 야채, 그리고 2차 없이 곧바로 집까지 한 시간 걸어가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피부의 콜라겐 함량이 늘어나고 얼굴이 환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의 경우는 피부의 콜라겐보다도 앞에 있는 친구가 요즘 왜 소주가 늘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피부를 위해서 직접 먹는 것은 효능이 있을 확률이 적고, 혹시 콜라겐을 아주 잘게 부수어서 피부를 직접 통과시켜 보내면 어떨까? 이것은 진피에 있는 세포들에게 직접 먹이는 셈이다. 그러면 먹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일지 모른다. 최근 해수부 국가연구소를 중심으로 콜라겐을 해파리에서 분리해서 화장품 원료로 쓰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골치 아픈 해파리도 처리하고 또 고급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 아닌가? 해파리의 변신이 기대된다.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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