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교수의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7-바이오화장품이야기/(1)뷰티누리연재 컬럼

[뷰티누리] 왜 선탠에 목숨걸까?

by 바이오스토리 2013. 6. 11.

예전에 아산 병원의 외국인 진료소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독일인 부인을 본 적이 있다. 떠듬떠듬 나오는 한국말을 종합해보니 피부에 중대한 문제가 생겨서 급히 달려왔다는 것이다. 소매를 걷어 내민 팔등에 100원 동전 크기의 커피색 반점이 보인다. 난 또 뭐 대단한 거라고. 하지만 그 부인의 이모와 어머니가 돌아가신 원인은 바로 그 커피색반점이었고 그것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년 전에 보았던 독일여자의 그 반점이 지금도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그것이 암세포여서라기보다는 그 여자 피부의 거친 촉감 때문이다. 하얀 얼굴의 전형적인 백인인 그 부인의 팔등은 보기와는 달리 마감을 하지 않은 시멘트 담처럼 꺼끌꺼끌했다.

나의 경험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유학시절 만난 흑인들의 손은 잘 익은 가지처럼 매끌매끌하고 탄탄했다. 마치 잘 닦아놓은 구두의 표면처럼 윤이 나기도 했지만 또 그 안에는 감귤의 속 같은 촉촉함도 느낄 수 있었다. 피부만을 본다면 흑인의 피부는 완벽했다. 하지만 애틀랜타의 공원에서 웃통을 벗고 선탠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백인이다. 하얀 피부는 자외선을 방어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덕분에 피부암 발생률이 제일 높은 것도 흰 피부의 백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을 향해 웃통을 벗어젖힌 그들은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그들은 따끈따끈한 조약돌로 언 손을 녹이듯, 태양의 따스함이 필요한 것인가? 하지만 애틀랜타는 유럽과는 달리 늘 태양이 바늘처럼 살갗에 꽂히는 곳이다. 유럽인, 특히 독일과 영국 등 북유럽인들이 쨍쨍한 햇빛을 보는 날이 적어서 해라도 보이면 모조리 밖으로 나가는 것은 이해가 된다. 혹시 애틀랜타의 백인들은 그들의 피부가 흰 것이 맘에 들지 않는가? 하긴 하얀 피부라고 하지만 순수한 백색이 아니고 거친 피부에 게다가 톤마저 ‘희멀건’ 하다면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한번 그 이유를 알아보자.

유럽인들은 18세기까지만 해도 백색의 피부는 상류층의 상징이었다. 당시 영국여왕의 흰 피부는 미인의 대명사였다. 이에 반해 갈색피부는 대부분 이민 온 외국인들로 거리 노동자 등의 하층계급이었고 천한 신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런 ‘갈색피부기피’ 현상이 바뀐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사소한 해프닝에서 시작됐다. 바로 프랑스 유명모델인 코코샤넬이 공연에 늦어서 햇볕에 익은 ‘갈색’얼굴을 한 채로 무대에 섰다. 관중은 이런 갈색 얼굴이 새로운 패션이라 오해했고 이것이 대중에게 유행처럼 번졌다. 이런 코코샤넬의 해프닝과 극성팬들 덕으로 갈색피부는 유럽인들의 ‘로망’이 됐고 그래서 오늘도 그들은 선탠을 한다. 구리빛 피부에 목숨을 건다.

한국인 중 일부 젊은 여성들이 구리 빛 피부를 위해서 햇볕을 온몸으로 맞이하거나 아니면 일부러 인공 선탠장에 간다. 하지만 인공선탠도 자외선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인공선탠을 한 사람이 6배 높은 피부암 발생율을 보인다.

만약 목숨 걸고라도 구리빛 피부가 소원이라면 MSH(Melanocyte Stimulating Hormone)를 권한다. MSH는 피부에 자외선을 받으면 최외곽에 있는 세포가 아래 있는 색소형성세포에게 보내는 일종의 구조신호이다. 구조신호를 받은 색소형성세포는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서 피부외곽세포의 핵을 둘러싸서 보호한다. 멜라닌 색소가 유전자를 보호하고 이것이 없으면 이상 유전자가 발생, 피부암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구리빛 피부를 원하면 유전자를 파괴하는 자외선 대신 MSH를 바르는 게 좋다.

금방 분해 되는 인체 MSH 대신 화학적으로 인공MSH를 만들어서 오랫동안 색소를 만들도록 하는 크림용 상품도 나와 있다. 멋이 좋다지만 멋을 위해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안전한 피부와 구리빛 톤이 필요하다면 이제 태양을 맞는 대신 크림을 바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

[이슈] 메리츠화재 2010년형 신보장 의료실비보험 100세상품 출시!
-->
김재련 (chic@beautynury.com)
뷰티지식정보보털 뷰티누리(www.beautynury.com) 저작권자 ⓒ 뷰티누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