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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바이오화장품이야기/(1)뷰티누리연재 컬럼

[뷰티누리]효소를 얼굴에 발라?

by 바이오스토리 2013. 8. 29.

 [컬럼] 효소를 얼굴에 발라?
김은기의 바이오토크토크(9)

얼마 전 강원도 곰배령을 다녀왔다. 하루 2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어서 곰배령 정상으로 오르는 계곡은 잘 보존되어 있었고 덕분에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나무와 많은 이끼 등을 볼 수 있었다. 산행을 끝내고 내려와서 점심 겸 한잔 하는 식당의 벽에 있는 메뉴가 눈을 끌었다. “산약초 효소 팝니다”.

산약초이면 산약초이지 웬 효소?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나에게는 ‘효소’는 강의 중 가장 많이 쓰는 단어라 할 수 있을 만한 중요한 단어이기에 주인장에게 산약초 효소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었다. 곰배령 근처의 산에서 채취한 많은 약초(주인은 수백 가지라고 했는데 아마 ‘종류가 많다’는 의미인 것 같다)에 설탕을 넣고 몇 달 놔두면 그게 산약초 효소가 된다고 했다. 인터넷이나 전화주문으로 쏠쏠히 돈을 번다고 했다. ‘효소’란 용어가 잘못된 거라고 이야기하니 모두들 ‘효소’라고 이야기하고 인터넷에도 ‘효소’, 심지어는 방송에서도 ‘효소’라고 이야기 하는데 왜 잘못되었냐며 당신 사이비 교수 아니냐는 표정이다. 단어가 맞나 틀리냐를 떠나서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여러 가지 검증되지 않은 식물을 그대로 먹는 누군가가 걱정이 된다.

효소(enzyme)란 ‘효모 안에 있다’라는 어원으로 ‘세포’ 안에 들어있는 단백질로 만들어진 일꾼이다. 중매쟁이가 있으면 결혼성사가 빨리되듯이 효소가 있으면 어떤 반응이 잘된다. 침 속의 아밀라제라는 효소가 밥에 있는 녹말을 잘게 부수듯이 효소는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한다. 콩을 삶아서 두부를 만들면 별로 변하는 것이 없지만 콩으로 메주를 만들면 메주 안의 미생물들이 발효를 해서 새로운 물질, 예를 들면 항암성분이 만들어진다.

효소가 항암성분을 만드는 일을 했고 그 효소는 메주 속에 있는 미생물이 만들어 내 놓은 것이다. 자, 이제 그 메주를 먹었다고 하자. 그 안에는 많은 미생물들이 있을 것이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많은 효소들이, 미생물 내에 혹은 메주 안에 있다. 하지만 먹으면 효소는 위에서 다 분해 된다. 메주가 좋은 이유는 효소 때문이 아니고 효소 혹은 미생물이 만든 어떤 물질 때문이다. 산약초를 설탕에 담그어 놓으면 약초내의 성분이 우러나온다. 물론 일부 진짜 효소도 우러나올 수 있지만 그것이 무슨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산약초에서 나온 어떤 성분이 몸에 좋을 수는 있지만 효소는 아니란 이야기이다. 매실효소도 같은 원리다. 설탕으로 우려낸 것은 매실엑기스지 매실효소가 아니다.

피부에 사용할 수 있는 진짜 ‘효소’가 한 종류 있기는 있다. 단백질 분해효소인데 보통 가정에서 고기를 연하게 하는데 사용한다. 즉 배나 키위를 갈아서 고기에 뿌려 놓으면 단백질분해효소 덕분에 고기내의 단백질이 분해 돼 연해져서 먹기가 좋다. 만약 키위를 갈아서 피부에 바르면 어떻게 될까? 피부가 연해질까?

실제로 파파야라는 열대과일에 있는 파파인, 즉 단백질분해효소를 사용해 피부각질제거제로 개발한 사례가 있다. 각질은 단백질이고 이것을 효소가 잘라주면 각질제거와 같은 효과가 있다. 각질제거는 피부를 매끈하게도 하지만 피부세포를 자극해서 세포가 잘 자라도록 한다. 물론 이 일을 하는 효소는 크기가 커서 피부 속으로 침투하지는 못한다. 과일산을 사용하면 따끔거리지만 효소는 그런 점이 없다. 다만 효소가 예민해서 화장품 내에서 오래 보존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만약 곰배령의 산약초 엑기스를 피부에 바르면 좋을까? 산약초 내의 어떤 성분이 피부에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것은 비록 그것이 먹는 약초라 해도 피부에 바르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원한다면 우려낸 녹차 속의 카테킨 성분처럼 검증된, 즉 안전하고 효능있는 성분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피부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살아있는 세포의 모임이다.  여기에 검증되지 않은 물질로 모험을 할 수는 없다, 피부 관리에 과학이 절실한 이유다.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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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chic@beautynu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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