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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분야별 바이오 스토리/(1)'Red Bio' ( 바이오헬스.....)

백설공주도 쿨톤일까?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4.
흰 피부 신드롬의 뿌리는 어디일까
 
 
흰 피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귀함의 상징이다.
최근에야 건강함의 상징이자 섹시미가 넘치는 ‘까무잡잡’한 피부도 인기가 높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피부가 흰 것을 좋아한다.
당장 옆 사람에게 물어보자.
모든 것이 똑같다면 흰 피부가 좋은지, 검은 피부가 좋은지.
이런 생각이 최근 여성 사이에서 유행마냥 번지고 있는 ‘쿨톤 콤플렉스’를 낳았는지도 모른다.
 
흰 피부를 숭배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쿨톤병’
화장품 후기가 많이 올라오는 커뮤니티에는 시시때때로 자신이 어떤 파운데이션을 써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이 올라온다. 파운데이션은 화장을 할 때 점 같은 잡티를 가려주면서 낯빛을 환하게 만들어 주는 색조화장품이다. 색조화장품인만큼 다양한 색으로 나오는데, 피부색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발라야만 ‘바른 듯 안 바른 듯 자연스럽고 도자기같이 매끈한’ 피부를 만들 수 있다. 덤으로 원래 피부색보다 아주 조금 밝은 색을 골라서 ‘잘’ 바른다면 하얗게 빛나는 피부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쓰는 파운데이션은 보통 21~23호 사이다. 숫자가 낮을수록 밝은데 예를 들어 21호는 피부가 흰 사람, 23호는 피부가 까만 사람이 쓴다. 거기에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색상이 또 하나 있다. 13호다. 굉장히 밝은 색으로, 북유럽 사람처럼 창백할 정도로 피부가 흰 사람들이 쓰는 파운데이션이다. 과연 우리나라 사람 중 13호 파운데이션이 어울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흰 피부를 갖고 싶은 욕망에 13호가 잘 어울린다고 자기 위안을 삼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북유럽 사람처럼 창백하게 보이는, 눈처럼 흰 피부’를 갈망하는 경향을 ‘쿨톤 콤플렉스(병) 혹은 13호병’이라고 부른다. 쿨톤병 환자(?)는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밝은 색 파운데이션으로 얼굴만 하얗게 만들어 스스로 만족한다. 파운데이션을 바르지 않은 목이나 손·발의 색은… 상상에 맡기겠다.

혹자는 화장품 광고에 나오는 모델들이 바로 13호가 어울리는 흰 피부를 가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광고 이미지를 보면 깨끗하고 청순한 피부를 강조하기 위해 흰 의상을 입는데 가끔은 너무 피부가 하얘서 흰 의상과 구분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아름다운 여신처럼 보이는 그들은 연예인이다. 실제로 13호를 써야 할 정도로 피부가 하얀 것인지, 특수 효과를 이용해서 하얗게 만들었는지는 본인과 관계자만 알 일이다.
 
수천 년 전부터 우리는 ‘흰 피부’에 열광했다
이토록 흰 피부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흰 피부를 가진 사람을 향해 우리는 ‘귀티난다’고 한다. 햇빛을 안 보고 곱게 자랐을 것 같은 이미지를 주는 것이 바로 흰 피부다. 지금이야 이미지라고 말하지 20세기 중반 비키니가 유행하며 일광욕 붐이 일기 전까지 흰 피부는 실제로 상류층의 상징이었다. 검은 피부는 농사 등 외부 활동을 오래 하는 직업을 갖는 하류층의 피부였기 때문이다.

흰 피부를 선호하는 관습은 수천 년 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인은 흰 피부색을 고귀한 기품의 표시로 여겼기 때문에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몸에 해로운 백납을 사용하기도 했다. 백납은 로마를 거쳐 중세를 지날 때까지 흰 피부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흰 피부는 귀한 사람을 의미했다. 삼국이 정립되기 전인 상고 시대에는 쑥을 달인 물에 목욕하고, 찧은 마늘에 꿀을 섞어 얼굴에 고루 펴 바르면 미백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곰이 햇볕이 들지 않는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100일을 보낸 뒤 고운 피부를 가진 인간 여자가 되었다는 단군 신화에서도 흰 피부를 숭상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신라에서는 피부를 희고 부드럽게 보이도록 연분(鉛粉)을 만들어 썼다는 기록이 있다. 또 고려 시대에는 피부보호제 겸 미백제로 면약(面藥)이라는 현대 형태의 화장품을 사용했다, 이밖에 임진왜란 전 일본에서는 ‘아침이슬’이라는 상표를 단 화장수가 발매되었는데 광고 문안이 ‘조선의 최신 제법으로 제조된 화장수…’였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티없이 깨끗한 흰 피부에 대한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최근 들어 ‘까맣고 섹시한, 그리고 건강한’ 모습이 새로운 미인의 조건이 되었지만, 흰 피부에 열광하는 경향이 수그러 들 것 같지는 않다. 올 봄은 화려한 원색이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모 배우가 바르고 나온 ‘핫핑크’ 립스틱이나 파란색 아이섀도가 봄과 여름을 위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핫핑크와 파란색은 모두 흰 피부에 어울리는 색이다. 연예인이 바르고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쁘다. 눈처럼 흰 피부에 신비롭게 빛나는 파란 아이섀도, 혹은 입술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꽃분홍색 립스틱. 까무잡잡한 기자가 그 색을 쓴다고 생각하면 글쎄, 아침 출근길에 어머니에게 등짝을 얻어맞으며 당장 지우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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