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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바이오화장품이야기/(1)뷰티누리연재 컬럼

[뷰티누리]나이보다 젊은 피부를 가지는 비법

by 바이오스토리 2013. 5. 13.

나이보다 젊은 피부를 가지는 비법
<컬럼>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토크③




내가 나이보다 젊어 보일까 아니면 겉늙어 보일까? 내 나이 또래의 저 배우는 어떻게 저렇게 팽팽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태어난 체질 탓인가 아니면 뭔가 남모르는 비법이 있을까 궁금하다. 최근의 연구에서 나이 드는 것보다 더 빨리 피부 노화를 가져오는 원인을 찾아냈다. 그것은 피부속의 보습력이 떨어질 때이다. 최고의 보습제를 찾는 일이 최고의 피부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 답은 사막에 있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 외곽, 바로 사막이 시작되는 그 곳에 사람들이 농장을 만들고 있었다. 사막 한 가운데 작은 나무들을 줄 지어 심어놓았고 그 옆으로 물탱크와 물을 뿌려주는 긴 파이프가 장관이다. 물탱크에서 물이 뿜어 나와  심은 나무에 뿌리가 내려지고 잎이 자라난다. 하지만 심겨진 나무들은 도무지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바싹 말라버린 나무들은 농사일로 거칠어져서 말라버린 피부를 가진 시골 할머니의 손 같아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비법은 없을까?

사막은 일년 내내 강우량이 겨우 25mm로 한국 강우량의 오십분의 일밖에 안 된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20년 만에 올해 처음 비를 맞았다는 가이드의 말이 실감난다. 그런데 이런 사막에서도 잘 살고 있는 식물이 있다.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인장은 놀라운 식물이다. 선인장은 잎이 없다. 대신 날카로운 가시가 잎을 대신하고 있다.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는 진화의 흔적이다. 선인장을 잘라본 사람은 물이 촉촉이 배어있는 선인장 몸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물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식물은 알로에이다. 백합과에 속하는 이 식물도 선인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다. 이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보습능력이 있는 물질은 트리할로스( trehalose)라는 당이다.

두 개의 포도당이 결합된 이 물질은 극한환경에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생물체가 세포내에 물이 없어지기 시작하면, 두 개의 포도당 분자가 알파 결합을 하면서 이탄당인 트리할로스를 만든다. 이 물질은 알파결합을 하고 있어서 녹말과 같은 결합구조이다. 하지만 급한 상황에서는, 즉 급히 포도당을 만들어서 살아가기에는 트리할로스가 더 효율적이다. 왜냐면 효소로 자를 때 녹말은 1개씩의 포도당을 한쪽 구석에서 내 놓지만 트리할로스는 한 칼에 두 개의 포도당을 내 놓는다.

또한 이 물질은 구조상 물을 품고 있기가 쉽다. 즉 좋은 보습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 물질은 온도가 내려갈 시, 세포내에 얼음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준다. 한마디로 추운 겨울에도 식물에 수분을 유지할 수 있는, 그리고 때로는 비상식량의 기능까지 가지고 있는 놀라운 물질이다.

이 물질이 들어있는 곳은 선인장뿐만 아니라 사막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식물인 부활초(resurrection plant)이다. 이 식물은 성서에서 나오는 유대 광야의 ‘여리고’ 계곡에서 자라는 ‘여리고 장미’(rose of jericho)이다. 예수님이 죽었다가 부활한다는 의미의 부활초는 물이 없으면 트리할로스를 만들면서 휴면상태로 들어간다. 거의 죽은 것처럼 광야를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이 식물은 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피어난다. 그래서 부활초라는 명성과 함께 축복받은 식물이 되었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식물이다.

수도인 카이로에서 반나절을 이동하고 다시 짚차로 한 시간을 달리면 베두인이 살고 있는 사막에 도착한다. 이곳 사막에서 살아가려면 몸과 마음이 선인장 같아야 한다. 아무리 황량한 환경이라도 선인장의 속처럼 늘 촉촉하게 사람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여행에서 만난 베두인 남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다는 ‘열정의 한국인’이 있다. 그 분의 거칠어진 피부에, 그 분의 뜨거운 가슴에 트리할로즈가 가득한 부활초를 선물하고 싶다. 촉촉함이야말로 사막을 살아가는 비법이기 때문이다. 나이보다 젊은 피부를 가지는 방법, 그것은 부활초처럼 늘 촉촉함을 갖는 일이다.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


                                                     김재련 (chic@beautynu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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