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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5)개인 발간수필모음

<5>전화기 좀 빌려...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아들만한 아이가 전화기를 빌려달란다. 친구에게 급히 연락을 해야 하는데 밧데리가 떨어졌단다. 짧은 순간이지만 터키의 버스터미널이 생각난다. 지금 전철처럼 그 곳도 왁자지껄, 시끄러운 버스터미널이었다. 터키청년은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일행의 사진을 찍고 있던 나를 유심히 보고 있었나보다. 그가 사진을 대신 찍어줄터이니 버스안에 타라는 것이다. 이건 너무 수가 뻔하다. 가지고 튀겠다는 것이다. 후질그래한 옷차림에 나름대로 위장을 한 건 옆에 둔 여행용 가방이었다. 여행자임을 가장하겠다는 것인데 하지만 뭔가 어설프다. 돌아서서 버스에서보니 역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어리숙한 여행자를 찾고 있다.  내가 그리 호락호락할 줄 알았냐.

 

그런데 여기는 서울의 한 복판이다. 이 아이는 내게 수십만원의 스마트폰을 빌려달라고 한다. 저 아이는 한잔술을 걸친 나 보다도 훨씬 빨리 달아날수 있다. 튀어 달아나는 이 아이를 이 많은 인파속에서 내가 따라갈 수는 없다. 갈등이다. 그냥 안되겠다며 돌아서면 간단하다. 삭막한 도시의 한 사람이 되면 그만이다.

 

한잔 술에 세상이 넓어보였던 것도, 녀석의 나이가 아들만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폰을 건넨다. 하지만 한 발에 힘을 주고 여차하면 좆아갈 준비를 한다.  믿음보다는 의심이 앞서있다. 통화내내 그 아이의 발만 보고 있었다. 어리숙한 사람과 선량한 사마리아인 사이를 전전긍긍한다.   마침 들어오는 전철을 핑게삼아 서두르는 듯 전화기를 나꾸어채고 돌아선다.  이 어정쩡한 심리. 급한 일보고 그냥 나온듯 찜찜하다. 대범한 척, 건네주고 다른 곳을 보고 있을걸. 하지만 그래도 나는 최소한 삭막한 도시 사람은 되지 않았지 않은가.

 

한 정거장 지나서 벨이 울린다.

"형, 아까 이야기한 약속장소로 가고있어. 얼른 와."

아이의 동생인듯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 이 전화는 아까 빌려준 전화기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 별것도 아닌것에 많은 생각을 해. 그냥 도움한번 준건데. 기분 좋은 일이지.

 

하지만 다음에 같은 상황이 되면 또 망서리게 될까?

 

전철에서 지나가는 장님마다 돈을 주는 할머니를 보고 옆의 청년이 이야기했다.

'할머니, 돈 주지 마세요. 저기 저 사람들 10명중 9명은 가짜예요."

그러자 할머니가 하는 말

'그래도 1명은 진짜잖아'

 

선량한 사마리아인이 될것인가 의심많은 도마가 되어야 할지, 솔로몬의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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