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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25) 태양을 닯은 선탠크림, 피부색을 바꾸다.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오래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만난 유럽 여자의 걱정스런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병원의 외국인 진료소 앞에서 안절부절 하는 그 여자는 피부에 나타난 검은 색의 반점으로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팔뚝의 안쪽에 엄지손가락 정도의 엷은 커피색 부분을 보여준다. 피부에 난 부스럼 정도를 가지고 웬 호들갑인가 했지만 그 여자는 죽음의 사자가 그녀 앞에 서 있는 듯, 공포에 질려 있었다. 어머니와 이모가 모두 그런 증상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흑색종, 즉 악성 피부암이었다. 듣는 나도 소름이 끼칠 정도이니 정작 본인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잘 치료되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기를 바랄뿐이다.  

    

 

그 유럽여자를 만난 이후로 난 혼란에 빠졌다. 유럽인들은 피부가 약한 편이다. 즉 태양에 쉽게 상처를 받아서 피부암등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은 그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쨍쨍한 날만 되면 모두 공원으로 몰려나가 벗어 제치고 일광욕을 하는 것일까?   반면 한국사람들은 비교적 태양에 튼튼한 피부를 가졌다. 그런데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모두 파라솔 아래로 몰려 들어가서 태양을 피하는 것일까? 태양이 내리쬐는 같은 환경인 프랑스 니스의 해변과는 대조되는 풍경이다.

(사진; 태양이 있으면 무조건 벗는 니스해안의 유럽인들과 무조건 피하는 부산 해운대의 한국인)

    

    

유럽인들은 일광욕, 즉 선탠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가 하고 그들에게 물으면 몇 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늘 우중충한 날이 많은 영국, 독일 등 북부 유럽인들에게는 빛나는 태양자체가 반가울 것이다. 밝은 태양 자체가 사람을 들뜨고 즐겁게 하니 말이다. 또한 피부가 태양을 받으면 비타민 D를 합성하니 꼭 필요한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지만 약간 그을린 피부가 부와 미의 상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 아닐까? 흰색 피부를 선호해서 미백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어스름한 저녁에도 얼굴에 태양가리개를 쓰고 운동을 하는 한국의 여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사진; 저녁무렵에도 복면을 하는 한국인의 피부색 보호 작전)

  

유럽인들이 원래부터 흰 피부를 가진 것이 아니라 검은 색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 인류가 16-20만년전, 처음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이중에서 일부가 유럽으로 이주했고 원래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인류는 검은 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태양이 내리쬐는 뜨거운 열대지방에서는 검은 색의 피부를 가진 인류가 살아남을 수가 있었기에 인류의 조상이 검은 피부를 가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그럴듯하다. 강한 자외선을 견디려면 이를 방어하는 검은 피부색소인 멜라닌이 많이 생성되어야 했다. 이런 인류조상이 유럽의 약한 햇볕과 육식위주의 자연환경에서 지금의 흰 피부로 바뀌었다는 것이 생물진화론자의 이야기이다.

 

유럽인들은 19세기 초반까지 백색피부를 선호했다. 당시 구리빛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주로 외부 노동자들이었고 게다가 흑인노예들이 유럽에 오기 시작하면서 흑색피부, 갈색피부는 하류층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런 백색피부 선호가 바뀌기 시작한것은 우연한 사건때문이었다. 1920년도에 유명한 여성 패션모델인 코코 샤넬이 화장을 못하고 햇빛에 피부가 그을린 상태로 무대에 선 것이다. 그 시절에도 예쁜 연예인은 무얼해도 예쁘게 보이는가 보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태의 갈색 피부가 새로운 패션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코 샤넬이 갈색피부의 유행을 우연히 시작했다면 혼혈 가수인 조세핀은 파리의 무대의 유명한 댄스가수로서 갈색피부를 미와 부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사진; 코코 사넬과 조세핀. 유럽인들의 선탠 열풍을 일으킨 유명모델, 유명 가수 였다)

갈색피부는 이제 하류층의 상징이 아닌 패션의 최첨단, 건강미, 그리고 부유함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1940년도 비키니가 유행하면서 일광욕의 붐이 일고 이제 유럽인들은 해변으로, 공원으로 선탠을 하러간다. 그것도 모자라서 건물내의 인공선탠장으로 몰려간다. 덕분에 세계의 선탠시장은 무려 50, 그리고 5만개의 인공선탠업소로 커졌다. 그런데 내리쬐는 태양, 혹은 실내에서의 인공태양 아래에서 우리 피부는 정말 안전한가?

 

*비타민 D가 부족시 뼈가 약해지는 구류병이나 피부에 결핵균이 사는 피부결핵병에 걸리게 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피부에 빛을 쬐면 비타민D가 합성되어서 치료가 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활동에 필요한 비타민D는 소량이고 이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의 바깥외출이나 음식, 혹은 비타민 보충으로 충분하다. 비타민D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땡볕에 일광욕을 한다하면 피부과 의사들은 질겁을 한다. 피부에 태양은 가장 큰 적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선은 색을 가지는 가시광선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가지고 있다. 짧으면 그만큼 강하다. 자외선은 세 종류로 다시 분류되는 데 그 중 순한 자외선보다 짧은 파장의 독한 자외선이 피부에 문제를 일으킨다. 즉 독한 자외선은 피부외곽에 있는 피부세포의 유전자를 변형시킨다. 변형된 유전자는 대부분 원래 상태로 치유되지만 치유되지 않은 유전자는 운이 없으면 암으로 발전한다.

 

물론 인체도 이런 자외선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자외선에 의해 생긴 유해물질들을 제거하는 장치가 있다.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이 안되면 유해물질들이 유전자 뿐만이 아니고 세포들까지 직접 해를 입힌다. 건강한 사람은 이런 유해물질 제거장치가 잘 돌아가지만 스트레스 상황이나 약해진 경우, 이런 보호장치가 약해진다. 늘 바다에 있는 어부들의 피부가 쉽게 노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보호장치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멜라닌 색소이다. 피부가 검은 것은 이 멜라닌 색소 때문이다.

 

흑인은 체질적으로 짙고 많은 멜라닌 색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피부가 자외선에 튼튼하다. 흑인과 백인의 피부를 가까이에서 관찰해보면 금방 안다. 만약 직접 만져본다면 우린 그 차이를 매끈매끈하고 탄력있는 흑인피부와 건조하고 껄끄러운 백인피부를 촉감으로 금방 알 수 있다. 흑인피부가 자외선에 가장 튼튼하게 태어난 이유는 조상들이 열대 우림에서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었던 것이 그대로 전달된 혜택이기도 하다.

 

따라서 선천적으로 약한 피부를 가진 백인들은 특히 태양에 의한 선탠을 조심해야 한다. 그럼 그들을 태양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피부를 그을리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물론 실내인공 탠닝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실내 선탠의 원리는 간단하다. 실내에서 인공적으로 태양을 닮은 빛을 내거나 자외선만을 피부에 쬐는 것이다. 과연 안전할까? 결국 자외선을 쬔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일광욕을 하는것이나 다름 없다. 최근 예일대의 연구에서는 인공선탠을 한 경우가 6배 정도 피부암 발생정도가 높았다고 보고했다. 실내 인공선탠도 위험하다.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 답은 인체에 있다, 아니 늘 있어왔었다.  다만 인간이 그걸 사용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인체는 태양빛, 특히 자외선을 받으면 멜라닌이란 색소를 만들어서 피부세포의 유전자를 보호한다고 했다. 따라서 멜라닌 색소를 만들려면 피부에게 만들라고 명령하는 어떤 신호물질이 필요하다. 이 신호물질을 인공적으로 피부에 공급해주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이 물질은 멜라닌세포 자극호르몬(MSH)이란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호르몬이다
. 호르몬은 보통 아미노산이 연결된 형태이니까 쉽게 만들수가 있다. 다만 정상적이면 이 호르몬이 인체내에서 색소를 만드는 신호를 보낸 후에는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에 효과가 약하다. 그래서 인체내 에서도 잘 분해되지 않도록 구조를 변형시켜 만든 것이 바로 탠닝 크림이다. 이 크림을 사용하면 피부는 마치 태양을 쬔 것 같은 신호를 받게 되어서 멜라닌 색소를 부지런히 만든다. 즉 피부를 곱게 태울 수가 있는 것이다. 자외선에 의한 유전자파괴등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답은 바로 인체내부에 있었다. 답은 늘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피부는 단순한 껍질이 아니다. 여러 층의 세포들이 층층이 쌓여있으면서 외부세계로부터 인체내부를 방어하는 고성능의 장벽이다. 아주 훌륭한 방어막이지만 또한 외부와의통신도 담당하는 중요한 감각기관이다. 이런 과학적 사실이외에도 사람들이 피부색에 민감한 만큼이나 피부는 인간의 감정과 문화와 민감하게 연결되어 있다. 피부는 인간에게 심리적으로나 생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피부의 색을 변형시키려는 인간을 원숭이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들 사이에는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피부색에 얽힌 과학과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한다면 우리는 흑인과 백인, 서로의 사이에 있는 간격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피부는 앞으로도 우리가 많은 것을 배워야할 장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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