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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21) 하천을 모방한 하수처리장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21. 하천을 모방한 하수처리장

 

 

 

늦은 봄의 한강변은 사람들로 붐빈다. 중간 중간 피어있는 개나리들 사이로 낚시를 드리운 사람들도 보인다. 그 옆에 쓰인 이색적인 경고 팻말이 눈을 끈다. 떡밥을 사용하여 낚시를 하지 마세요. 한강 상류지역인 팔당 상수원부근에서는 아예 낚시금지이다. 떡밥이란 콩에서 기름을 눌러서 짠 후에 나오는 찌거기이고 어릴 때에는 그 고소한 맛 때문에 가끔씩 떼어먹기도 했다. 고기에게 맛있는 떡밥을 주는 일이 법에 걸리는 일인가? 먹이로 쓰다버린 떡밥이 강물을 오염시킨다고 한다. 떡밥은 사람도 먹었던 식량인데 왜 오염원인가? 예전에는 이런 걱정했다는 기록이 역사책에는 없다. 강물에 들어온 떡밥은 무슨 문제를 일으키는가? 만약 더 많은 사람들이 떡밥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강에 들어온 떡밥은 분해하여 없어진다. 강물은 스스로를 정화하여 깨끗함을 유지한다. 인간들은 이런 강물의 자정작용을 모방해서 무엇을 만들었을까?

 

 

*한강, 거대한 자연 정화 공장

 

 

서울 사람들의 수돗물인 아리수는 한강 상수원인 팔당에서 채취, 정수장을 거쳐 집으로 수도관을 거쳐 온다. 요즘은 수돗물을 직접 먹는 집보다는 생수를 사용하거나 수돗물을 정수해서 먹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괜찮다고 시장이 직접 마셔도 보지만 웬지 믿음직하지 못한 모양이다. 설악산 계곡에서 물을 가져와서 수돗물로 쓴다고 하면 아마 사람들은 비싼 생수대신 그 물을 식수로 마실 것이다. 서울 한강의 물은 설악산 계곡의 물과 무엇이 다른가? 한강물을 설악산처럼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구가 늘어나기 전부터 자연은, 특히 강을 비롯한 하천은 하나의 커다란 정화장치였다. 즉, 분해되어야 할 물질들이 강으로 들어오면 강은 이를 분해한다. 실은 강 속에 있는 많은 생물체들, 특히 아주 작은 미생물들이 그 일을 해왔다. 미생물이란 아주 작은 생명체로 크기가 수 마이크론(백만분의 일 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김치를 만드는 유산균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물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보통 1cc당 십만마리 정도로 보면 된다. 이 미생물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간단하다. 먹고 자란다.

 

 

먹는다는 말은 물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사용하여 성장하고 수가 늘어난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버린 된장국물이 만약 한강에 그대로 들어갔다면 당연히 된장내의 유기물을 먹고 미생물수가 늘어난다. 내가 버리는 유기물의 량이 많을수록 분해하는 미생물도, 소비되는 산소도 늘어난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산소를 소모하면서 분해하여 이산화탄소와 물이 되는 것과 같다. 물속의 산소는 당연히 공기중의 산소가 물속에 녹아들어 생기고 최대 10ppm( 농도단위; 백만분의 일)이다. 공기 중의 산소가 21%로 물속 산소의 300배정도가 있지만 많이 녹지 못하는 것이 산소이다. 산소가 많이 소비될수록 물속의 산소농도, 소위 용존산소는 당연히 줄어든다. 산소를 소비하는 정도는 어떤 물질들인가에 따라 다르고 소비되는 산소량을 BOD(Biological Oxygen Demand;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라 부른다. 따라서 BOD가 높다는 것은 그 안에 먹을것이, 산소를 소비할 것이 많다는 의미이고 더 강한 오염물이라는 의미이다.

 

 

만약 한강의 상류에서 누군가가 오염유기물을 한강에 매일 버린다면 한강은 오염물의 량에 따라 산소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산소가 표면으로부터 많이 들어온다면 그나마 어느 지점부터는 회복이 될것이다 (그림 참조). 용존산소가 1-2ppm이면 물고기가 죽는다. 믈고기가 살지 못하는 강은 죽은 강이다. 용존산소가 떨어지고 계속적으로 유기물이 들어오면 이제 강물에서는 공기가 없는 상황에서의 분해, 즉 혐기성 분해가 일어난다. 혐기성 분해로 인한 황화가스가, 썩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림; 한강에서의 수중 산소 곡선(가상); 한강의 상류(0에 해당되는 부분)에서 계속 하숫물이 들어온다면 수중 산소를 소비하여 감소된다. 하지만 그 양이 적거나 한강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된다면 다시 회복되어서 한강은 수중 산소가 높아져서 고기가 살것이다. 자연정화의 원리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영등포를 지나는 안양천은 여름이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어쩌다 있는 고기도, 좀 지나면 죽어서 떠 다니던, 버린 하천이 되어 누구도 근처에는 가지 않았다. 아니 근처의 상가도 여름에는 냄새로 손님이 끊기곤 했다. 소위 환경의 악화로 경제적인 피해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언제 부터인지 조금씩 냄새도 가라앉고 물에 고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들리는 말로는 안양천주변의 공장들이 모두 폐수처리시설을 갖추기 시작했고 무단 방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한강이나 하천에 들어오는 물은 가정하수가 제일 많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자체에 폐수처리 시설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 주택이나 공장 등에서 아직도 유기물이 포함된 하수가 들어온다. 하수의 량만큼, 즉 그 안 의 유기물만큼 하천의 용존산소는 줄게 되어 있다. 안양천물이 예전에 비하여 조금 나아졌다는 이야기는 결국 안양천에 들어오는 유기물이 줄고 산소소비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제 안양천은 원래 하젗이 가지고 있던 자기 정화능력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어떤 물질이 얼만큼의 산소를 소비하는가가, 즉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결국 하천에 부담을 주는 정도와 비례한다. 플라스틱을 버렸다면 미관상 안 좋을지 모르지만 하천의 산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내가 버린 된장국이 오히려 플라스틱보다 안양천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하천내에 있는 생물체는 산소를 소비하면서 유기물을 분해시켜 자연을 순환시킨다. 이런 처리방식을 모방하여, 인공적으로 하수를 처리하는 기술이, 우리가 살고있는 아파트밑에서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 한강을 모방한 하수 처리장

 

 

아파트에서 내가 버리는 물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여 부엌바닥을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아피트 방바닥을 지난 배수구는 더 이상 보이지를 않는다. 부엌에서 내려가는 물, 화장실에서 내려가는 물은 그대로 하천으로, 그래서 한강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는 않다. 어디에선가 처리가 되어서 강물로 흘러갈 것 같은데 잘 보이지를 않는다. 여하튼,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서울이니 한강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내가 버린 된장국이 그대로 하천으로 간다면, 하천내의 미생물이 산소를 소비하고, 이로 인해 물고기가 냄새가 진동하는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 이다. 된장국을 버리지 않거나 미리 분해를 해서 된장국내의 모든 유기물을 제거하고 맑은 물만을 한강으로 보내는 일이다. 아파트에서 된장국을 버리지 않는 방법은 없다. 만약 깊은 산속이라면 땅속에 버릴수도 있다. 다만 주위에 나같은 사람이 거의 없다면 된장은 흙속의 미생물이 쉽게 분해할 수 있다. 즉, 땅속의 미생물이 된장의 유기물을 완전 분해해서 지하수에 된장내의 유기물이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두 번째 방법, 즉 미리 된장국에 포함된 유기물을 미생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에는 산소의 공급이 제일 중요하다. 따라서 아파트 지하에서는 각 집에서 내려온 모든 하수에다 공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면 하수내에 있던 미생물들이 열심히 호기성 상황에서 유기물을 분해하고 그 만큼 수가 늘어난다. 하수내에 있는 미생물들을 ‘오니(sludge)'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렇게 오니들을 키워서 하수내의 유기물을 제거하는 방식을 ’활성오니법(Activated sludge)' 이라고 부른다.

 

 

지금 대부분의 아파트 지하에서는 지금도 이 방식을 사용하여 아파트내의 모든 하수를 처리하여 맑은 물은 한강으로 내보내고 있다. 물론 이 방식은 대부분의 공단 및 도시하수처리장에서도 사용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폐수처리장의 90% 이상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강물의 자연정화기능을 그대로 모방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방식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그림 하수처리법; 활성오니법 )

 

 

먼저 하수구에서 들어오는 물, 즉 원수라고 불리는 물중에서 찌거기는 망에서 거른다. 물론 모래등은 무게에 의하여 가라 앉힌다. 모두 기계를 마모시키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응집제를 넣어서 아주 작은, 콜로이드 형태의 물질들, 예를 들면 뿌연 국물등을 모두 엉기게 만들어 제거시킨다. 이제 남아있는 오염물질은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안에는 많은 유기물이 녹아있다. 즉 설탕물같다, 이 안에 있는 유기물을 미생물을 이용하여 산화시켜서 이산화탄소로 분해하지 않으면 물에 들어가서 산소를 소비하게 되면서 고기가 호흡곤란으로 죽는다.

 

 

물속에, 하수속에 원래 있던 미생물을 공기를 불어주면서 녹아있는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단계가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커다란 수영장같은 곳의 한쪽 바닥에서 공기를 불어주면 하수는 서로 잘 섞이면서 미생물들이 열심히 녹아있는 된장 국물, 즉 모든 유기물들을 먹고 자란다. 여기를 지나간 하수와 미생물들은 다음 탱크에서 이제 조용히 가라 앉기 시작한다. 이 미생물들이, 즉 오니라고 불린 이 미생물들이 그대로 한강으로 나가서는 안된다. 가라앉아서 버려야 한다. 이제 모든 처리를 끝낸 하수에는 유기물이 하나도 없다. 즉 그대로 한강으로 나가도 먹을 것이 하나도 없는 이 물은 한강속의 미생물들이 분해라 것이 없다는 것이고 결국 산소를 소모하지 않는다. 강물은 산소를 공기와 접촉하면서 받아들이지만 하수처리장은 인공적으로 공기펌프를 사용하는여 산소를 미생물들에게 공급하여 분해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오염물인 된장국물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은 강물의 자연정화원리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설악산 계곡물같은 한강이 되려면

 

 

강물의 자연 정화 원리를 모방한 하수처리장이지만 완벽하게 처리 할 수는 없다. 아직 문제가 남아 있다. 아직 제거되지 않은 질소, 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 물속의 미생물들이 하수내의 유기물을 먹고 자랄때에는 탄소, 질소, 인을 일정비율로 먹고 자란다. 이 비율보다 질소, 인이 많으면 당연히 이 만큼 남아서 하수처리장을 빠져나온다. 한강으로 들어온 질소, 인은 또 다른 문제를 강물에 일으킨다.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조류가 남아있는 질소, 인을 영양분으로 자라면서 강물을 녹색의 조류로 덮어버리는 소위 부영양화가 생긴다. 한 여름에 물이 부족한 강을 덮으면서 식수원을 오염시킨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질소, 인을 없애기 위한 방식도, 좀 더 복잡하지만, 자연계의 원리를 이용한다.

 

 

자연은 모든 물질을 순환시킨다. 탄소, 질소, 인 등을 포함하여 중금속까지도 순환시킨다. 여기에는 강물속의 미생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원리를 잘 모방한다면 어떤 종류의 물질도 인체에게 해롭지 않은 물질로 변환시켜 처리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식, 그것은 자연적인 방법이다.

(그림; 도시하수 처리장; 도시에서 모아진 하수는 모래등을 가라앉히고 네모진 탱크에서 공기를 공급하여 하수속의 유기물을 하수속의 미생물들이 분해토록 한다. 그후 동그란 연못에서 가라앉혀서 한강으로 다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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