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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18) 달팽이관을 모방한 전자귀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18)귀를 모방한 인공청각 장치

 

 

오늘도 집안의 강아지는 여지없이 짖어댄다. 5층 아파트의 맨 끝집이라 1층 까지는 한참 떨어져 있지만 집안 식구의 발자욱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식구가 들어온다. 같이 있던 사람은 도저히 못 듣는 소리를 그 강아지는 참 잘도 듣는다. 개는 동물 중 에서 특히 청력이 뛰어나다. 개의 청력은 35,000Hz(헤르츠)로 보통 사람의 25,000Hz 보다 발달되어 있다. 소리를 판별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사람의 8배나 되는 먼 곳에서도 소리를 판별해 낼 수 있다. 미세한 소리에도 일어나 짖어대므로, 그 능력이 경비견으로서의 역할을 해내는데 큰 몫을 한다. 개를 잠재우지 않고 담을 몰래 넘어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도대체 소리는 어떻게 들리는 것인가? 개가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사람이 들을 수는 없는 것인가? 선천적으로 청각이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개의 청각기를 아주 작게 만들어 이식하면 안 되는가?

 

 

*소리전달의 정교한 장치, 달팽이관

 

 

소리는 소통의 수단이다. 늘 들리는 소리이기에 별로 중요하다 생각치 않지만 어느 날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소통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듣는 것의 첫 단계는 소리를 모으는 일이다. 귀의 모양은 소리를 모으는 구조이다. 또한 귀의 생김새를 보면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우선 귀는 두 개다. 귀가 왜 두개냐고 물으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라고 두 개라고 우스개 소리도 하지만 실은 중요한 기능이 있다. 입, 코가 하나인 것에 비해 두 개인 귀는, 두개인 눈처럼 거리, 방향의 기능이 있다. 즉, 우리는 눈을 감고도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소리의 방향에 따라 양귀의 고막에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소리 신호 각각 의 시간차를 판단한 뇌는 소리가 어느 쪽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서 나는 지를 알수가 있다. 마치 눈의 각도에 따라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것과도 같다.

 

 

귀는 중요한 감각기이어서 보호해야 한다. 약간 휘어진 귀속의 통로는 고막이 직접 노출이 안되어 일종의 방어역할도 한다. 귀 속은 피부와 같이 세포가 계속 피지를 분비해서 밖으로 밀어내어서 감염등이 안되도록 하기도 한다. 즉, 우리가 함부로 귀를 후비지 않아도 귀는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되어 있다. 외이와 중이를 구분하는 고막은 직경 1cm, 두께 1/10mm의 얇은 막이다. 이 고막 덕분에 소리의 진동을 귀의 뼈인 이소골에 전달해준다. 이소골은 3개가 연결된 구조이고, 뼈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서, 소리는 그에 비례하여 30dB(데시빌; 소리크기단위) 증폭된다.

 

 

소리가 이소골을 통해 전달되는 곳은 달팽이관이라 불리는 기관이다. (그림 1 참조). 생긴모습이 달팽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은 귀에서 제일 중요하고 예민한 기관이다. 바로 이곳에서 이소골로 전달된 소리의 기계적 파동이 신경신호로 전달되어 뇌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난청은 바로 이곳에서 발생한다. 이곳에는 신경으로 전달해주는 세포가 있는 지역이다. 즉 그전에는 주로 물리적인 소리의 전달이 있었지만 이곳 달팽이관에서 세포가 전기적 신호로 뇌로 보내기 때문에 세포가 튼튼해야 한다. 하지만 선천성이던 태어나서의 병, 사고등으로 세포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소리의 전달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도 세포가 퇴화하기도 한다.

 

 

달팽이관에서 물리적 진동이 전기적 신호로 바뀌는 과정은 흡사 실로폰 악기를 연상케한다.(실로폰, 달팽이관 그림 2) 실로폰은 큰 음판이 낮은 음, 작은 음판이 높은 음을 낸다. 달팽이관도 이런 실로폰음판이 바닥에 깔려있다. 소리는 높이와 세기로 구성되어 있다. 즉 높은 소리는 많은 진동수(헤르츠; Hz)를 가지고 있다. 높은 고음이 달팽이관에 들어오면 이 고음은 달팽이관의 바닥에 깔린 실로폰의 많은 음판들을 통과하면서 소리의 진동수에 맞는 음판까지 파도처럼 밀려간다. 진동수와 맞는 마지막 음판에서 멈추게되고 이 음판에 연결된 세포(유모세포)는 전기신호를 뇌에 보낸다. 뇌는 따라서 어디에 있는 세포가 신호를 보냈는가를 알게되고 소리의주파수가 얼마인지를 알게 된다. 반면 낮은 진동수의 소리는 높은 진동이 반응하는 이 음판들을 통과해서 더 멀리 간다(그림 3 ;달팽이관의 구조). 그러니까 달팽이관의 처음부분은 소리의 모든 진동이 대부분 지나가는 지역으로 늘 진동을 해야 하니 피곤하다. 이 부분의 세포가 쉽게 노화되거나 상처를 입게된다. 난청의 대부분이 음판의 처음부분, 즉 높은 진동수를 못듣는 이유가 된다.

(그림; 귀의 모습; 3구분되어 있다)
(사진; 실로폰; 음판의 크기에 따라 소리가 진동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다. 달팽이관도 같은 음판구조가 바닥에 깔려있다)
(그림; 달팽이관의 소리 주파수 판단 원리; 낮은 파동이 멀리까지 간다)

  

 

달팽이관은 이런 의미에서 생체 마이크로폰이라 할 수있다. 마이크로폰은 소리의 진동을 전기적 신호로 준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0.2 밀리리터(ml)의 작은 달팽이관은 30,000개의유모세포가 있고 19,000개의 신경섬유가 연결되어 있다. 즉 소리의 진동수를 30,000개의 세포가 30,000개로 분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정밀하게 진동수를 분리해내는 정밀한 기계인 셈이다. 달팽이관의 중요한 세포인 유모세포는 머리카락 같은 소리전달목적의 기관이 50-60개 나와있어서 hair cell이라고도 불린다(그림 4,5 참조). 이 머리카락보다 훨씬 더 가느다란 선이 유모세포의 머리카락구조와 신경섬유를 연결해주고 있다. 이 가느다란 선은 소리에 흔들리는 유모세포의 움직임에 따라 이온들이 들락거리면서 전기신호를 발생한다. 이 전기신호를 초당 200번 이상 보내주고 있는 가장 예민한 기관이다. 한번 끊어지면 재생이 되지 않으니 아주 예민하고 중요한 연결선이라 할수 있다. 그러니 함부로 큰 소리의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면 안되는 이유이다.

(그림; 유모세포 표면의 머리카락구조)
(그림; 유모세포의 머리카락 구조물 끝에 달려있는 가는 선 (Tip-Link). 신경줄기와 연결되어 있다)

*귀를 닮은 인공 달팽이관, 나노의 기술로 만들다.

 

 

태어나면서부터 청력에 장애가 있는 경우는 1000명당 1명이고, 난청 환자는 4.4명으로 현재의 치료기술로는 모두 인공와우를 사용해야 한다. 인공와우는 일종의 마이크로폰을 생체에 삽입한 것과 같다. 하지만 마이크로폰의 한계 때문에 듣는데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즉 30,000개의 세포가 분리해 듣던 소리를 불과 4, 8 혹은 많아야 12개 정도의 주파수로만 듣고 있다. 소리가 불명하게 들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음의 높낮이가 있는 중국말 같은 경우는 전달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현재의 인공와우는 마이크로폰의 기술이기 때문에 밧데리등 크기의 한계가 있어서 부득이 외부에 노출이 되어야 한다 (그림 6 참조).

 

사람의 청각 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하면 어떨까? 지금의 마이크로폰은 소리의 진동에 의해서 막이 움직이면서 발생한 전기적 신호를 사용한다. 이 방법말고 사람의 달팽이관을 닮은 모습을 만든다면 좀 더 정교하게 소리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사람의 청각 작용을 그대로 모방하여 인공귀를 만드는 연구가 국내외에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연구도 물론 달팽이관, 즉 와우를 모방하려고 한다. 기존의 인공와우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만든다. 즉 달팽이관의 바닥에 있는 실로폰 모양을 닮은 진동장치를 만든다. 이 진동장치는 최대한 여러 종류의 음판을 깔면 좋다. 그러면 소리를 좀더 세밀하게 주파수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더 정확하게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꿀 수가 있다. 달팽이관에 30,000개의 유모세포까지는 안되더라도 최소 30개만 되어도 좋을 것이다. 현재는 아직 초보의 단계로 인간의 유모세포숫자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 될것이다. 하지만 원리는 같다. 즉, 소리의 진동에 따라 움직이는 음판, 마치 실로폰의 음판 같은 구조를 나노기술로 만든다 (그림7 참조).

 

이 음판은 소리의 진동수에 따라 진동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진동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압전소자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압전소자란 압력을 받으면 전기가 발생하는 작은 장치이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누르는 힘을 이용하여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다. 또는 전기신호를 이 장치를 사용하여 진동으로 바꾸어 조그만 스피커가 될 수도 있다. 이 압전소자를 아주 작은 사이즈의 실로폰 음판과 연결시키면 여기서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즉 소리의 진동수에 따라 전기신호를 발생시킬 수가 있게된다. 또 다른 방법은 실로폰 음판같은 구조위에 가느다란 선(섬모)을 세우는 것이다. 마치 유모세포를 닮은 이 섬모는 아래의 음판이 진동하면 같이 진동하면서 섬모의 위에 있는 전극과 닿으면서 전기를 발생토록 한 것이다.

 

이제 사람의 귀를 닮은 인공 달팽이관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나오는 주파수별 전기신호를 사람의 신경에 전달해주는 장치를 만들면 된다. 현재의 기술로는 엄지손톱 정도의 칩 정도로 만들수가 있다. 이 정도면 귀의 내부에 삽입할 수가 있어서 기존의 마이크 형태처럼 외부에서 흉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이 정도만 되어도 청각장애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소리가 좀 더 완전하게 들릴 수가 있게 될 수 있다.

(사진; 인공와우;마이크로폰의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그림; 초소형으로 달팽이관을 닮게 만들기; 바닥의 음판을 여러개 만들고 그 위에 유모세포를 닮은 흔들리는 섬모를 만든다 )

 

 

* 귀의 신비, 그에 대한 도전

 

 

동물의 귀의 핵심은 물론 달팽이관이다. 그러나 귀의 달팽이관과 연결된 유모세포, 여기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를 인식하는 뇌의 기능까지를 완전한 하나의 청각시스템으로 본다. 지금 나노과학을 이용하여 달팽이관을 닮은 인공와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인체의 신비는 한 단계 높은 신비를 가지고 있다. 청각은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즉 큰 소리가 들어오면 스스로 줄여서 세포의 손상을 예방한다. 작은 소리는 또한 증폭시켜서 잘 듣게 한다. 이런 기능은 현제 유모세포와 신경섬유 사이에서 작동된다. 인공와우는 이런 자동조절 기능을 모방하려 하고 있다. 청각의 놀라운 기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시끄러운 곳에서도 우리는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가 있다. 즉 파티장 같은 곳에서도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것은 다른 사람의 소리는 모두 기계적으로 들리지만, 우리의 뇌는 대화하려는 사람의 소리만 입력시킨다. 소위 칵테일 파티효과이다. 필요없는 소리는 약화시켜 들리지 않게 하는 놀라운 기술이다.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 방법은 좌우 귀에 도착하는 음파의 시간차를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리는지 아래에서 오는 소리 인지를 판단하는 방향성의 원리는 아직 불확실하다. 또 하나의 편리한 기작은 배경소음 제거 기작이다. 에어콘을 켤때는 그 소리를 금방 알아 듣지만 시간이 지나면 에어콘이 켜져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끌 때에는 그 소리를 인지한다. 소위 배경소음을 무시하는 선택의 기술이다.

 

인공 청각기술은 청가장애인들의 고통을 해결해 줄 것이다. 또한 이 기술은 코끼리처럼 낮은 주파수의 파동에 감지하는 동물처럼 지진경보에도 사용될 수 있다. 동물의 청각기관은 동물의 다른 감각기관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인공청각기술은 동물의 예민한 감각을 응용하는 많은 분야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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