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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19) 흰개미집 모방한 에어콘 없는 건물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 개미집을 모방한 시원한 건물

 

 

얼마전 한 여름에 갑자기 정전이 되어서 서울 시내가 대혼란에 빠졌었다. 무엇보다 에어콘이 돌아가지 않아서 꽉 막힌 건물이 순식간에 찜통으로 변했다. 에어콘을 켜는데 드는 비용이 도시전체 사용전력의 30%를 넘고 있기 때문에 에어콘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매년 계속되고 있다. 에어콘 없이 건물을 지을 수는 없을까? 여름에도 에어콘 없이 지내려면 얼음골이 있다는 밀양으로 가야하나? 아니면 선조들이 지어놓은 널찍한 대청이 있는 시골의 한옥을 찾아가야 하나? 현재 전체 인구의 50%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집중될것으로 보면 대도시에서도 에어콘없이 자낼수 있는 건물의 건축기술이 필요하다. 놀랍게도 아프리카의 짐바우에에 있는 이스트 게이트 센터는 에어콘을 쓰지 않는 건축방법을 사용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방법은 이미 자연에 있는 흰개미집의 원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흰 개미집의 건축기술

 

 

흰 개미는 0.5cm 정도로 새끼손톱 보다도 작은 개미이다. 미국에서 집을 이사할때는 그 집의 흰 개미가 얼마나 나타나는가가 집을 살까말까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나무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목재가 많은 집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이런 흰개미는 아프리카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흰개미들은 흙으로 개미집을 짓는다. 이 집이 보통 1-3m 정도로 크다. (그림1 참조). 또한 그 집도 단단해서 돌처럼 단단해서 잘 부수어지지도 않는다. 정작 놀라운 것은 개미집내의 온도가 30도 부근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한 여름의 바깥온도가 35-40도씨를 오르내릴 때에도 30도가 유지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연구자들이 흰개미집의 온도조절 기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흰 개미들의 생활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집 내에 버섯을 키우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30도씨가 유지되는것도 버섯의 성장에 필요한 온도임을 알았다. 이 버섯은 온도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흰 개미들이 버섯을 키우는 이유는 나무, 잎 등의 성분인 섬유소 (cellulose)를 분해해서 포도당등으로 변환시켜 식량으로 먹기 위함이다. 물론 일부 흰개미들은 장내에 섬유소를 분해하는 미생물, 주로 곰팡이들이 같이 살기도 한다. 버섯도 균의 한 형태이다. 흰 개미들이 키우는 버섯균은 흰 개미들이 물어온 나무조각이나 풀을 먹고 자란다. 이 버섯균들과 나무조각들이 뭉쳐있는 모습이 흰개미집내에서 관찰이 된다 (그림 참조). 긴 식빵처럼 되어있는 모양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다. 한쪽에서는 계속 새로운 원료, 즉 나무조각이나 풀등을 붙인다. 붙어있던 버섯균이 이런 나무들을 분해한 다른 쪽의 버서을 흰개미들이 먹이로 사용하는 일종의 연속 공장의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종류의 개미들이 버섯균을 먹이로 직접 먹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나무부스러기를 공급하여 분해한 당 성분을 먹는 경우는 드문 경우라는 것이다. 소위 흰개미들이 버섯을 키워서 먹는다고 해야겠다.

(사진; 사람키를 넘는 개미집의모습)
  (사진; 개미들은 나뭇가지,풀등으로 버섯을 키워서 먹이로 사용)

  

 

문제는 여기에서 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생물체가 먹이를 분해하면 분해열이 발생한다. 흰개미집에서도 버섯균에 의해 발생하는 열은 100 watt 정도에 해당된다. 백열등 하나를 흰 개미집에 켜 놓은 형태이니 그 안에서 열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일부집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몇 년전만 해도 추운 겨울에는 이부자리속에 백열전등을 하나 켜 놓고 잤다. 뜨근한 열 덕분에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가 있다.

 

 

흰 개미집에서는 발생하는 열이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린다. 대류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더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현상이고 흰개미집의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외부의 공기가 유입된다. 즉 공기가 순환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내부 대사열이외에도 더운 여름의 외부공기에 의해서도 공기가 위로 움직인다. 위로 올라가는 공기덕분에 아래 부분에서는 공기가 빨려 들어온다. 공기가 들어오는 부분은 개미집에서 외부로 뜷린 조그만 구멍들이다. (그림 참조)

 

이런 순환원리, 즉 더워진 공기를 위로 내보내는 흰 개미집의 구조에 착안 한 건축가 믹 피어스는 이 원리를 실제 건축에 적용했다.

 

 

*개미집을 모방한, 에어콘이 없는 아프리카 건물

 

 

아프리카의 짐바우에 에 있는 대형건물인 이스트 게이트 센터는 개미집을 모방한 건물이다. 처음부터 에어콘을 설치하지 않고도 더운 여름을 잘 지내고 있다. 두 개의 건물사이에 큰 공간을 두고 이곳에 공기의 순환을 목적으로 저용량 선풍기를 설치해 놓은 것이 전부이다. 이 건물은 외부에서 보이는 굴뚝이 인상적이다 (그림 참조). 굴뚝은 물론 더워진 공기가 빠져 나가는 길이다. 일층이 트여 있어서 바닥으로 외부 공기가 유입된다. 건물내부의 사람, 조명, 외부의 직사열 등에 의하여 더워진 건물은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가 중앙의 통로와 굴뚝을 통하여 공기에게 열을 전달해준다.

(사진; 개미집을 모방한 아프리카 짐바우 이스트게이트 센터; 건물외부에 굴뚝이 보인다. 내부는 외부공기유입을 위한 넓은 공간이 있다; 개미집의 자연통풍 원리를 모방한 건축술)

 

 

개미집의 개미들은 개미집에 있는 공기구멍들을 열고 닫고 하면서 공기의 흐름을 조절한다. 외부에 열려있는 공기구멍이외에도 이 개미집의 재료들은 아주 조그만 구멍이 있는 다공성 구조이다. 이런 미세한 구멍들이 외부와의 공기순환을 돕고 개미집내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등 대사물의 외부 배출에도 역할을 한다. 개미집을 모방한 건물의 내부에서도 많은 열이 물론 발생한다. 외부의 햇빛, 열기, 내부의 발생열등이 건물을 데우고 이를 대류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한 두 개로 연결된 건물사이에 공간을 두고 여기에 약한 바람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런 순환을 돕는다. 이런 방식으로 이 건물은 에어콘을 사용하지 않고, 아예 설치도 하지 않았다. 이런 자연의 순환원리를 이용한것만으로 24도씨를 유지하고 있다.

 

 

개미집에는 또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개미집의 온도가 주변 땅속 1m의 온도와 유사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땅속의 기온은 외부의 기온과 달리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일종의 열 저장고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도 땅속에 묻어놓은 김칫독이 얼지 않는 것과 같다. 이것은 물론 개미집이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집 주변에는 또 다른 조그만 개미집 형태가 생기면서 마치 퍼져가는 모양을 만든다 (그림참조). 이 미니 개미집은 개미집에서 키우던 버섯이 외부로 나오면서 생긴 것이다. 이것도 공기의 순환에 도움을 준다.

 

이런 자연 대류 장치를 설계한 이 건물은 같은 사이즈의 다른 건물에 비하여 전력비를 10%만 사용한다. 이 비용만 년 3.5억이나 절감하고 있다. 이런 비용절감 덕분에 이 건물의 임대료는 주위 건물보다 20%가 싸다.

 

 

 

*미래의 건축술, 자연에서 배운다.

 

 

얼마전 월악산의 하늘 다람쥐가 말벌집에서 살고 있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살고 있는 하늘 다람쥐가 한 겨울을 지내기 위해 선택한 곳이다. 평소에는 나무의 다람쥐 집등에서 겨울을 보냈는데 근처에 다람쥐 집이 있는 나무가 없었던지, 바위에 붙어있는 말벌집을 택했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말벌집의 구조를 자세히 보니 겨울에 지내기에 좋도록 펄프재질로 만들어져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보온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이다. 이 모양을 건축기술에 잘 적용할 수 있다면 큰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있을 것이다.

 

 

제비는 주로 건물의 벽에 집을 짓는다. 사용하는 건축재료도 간단하다. 조그만 나뭇가지, 나뭇잎, 흙등을 사용한다. 신기한 점은 여기에 침을 접착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러개가 섞여진 소위 복합재료이다. 집을 지으면서 부리로 진동을 준다. 건축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부은 후에 덜덜 진동을 주어서 강도를 높이는것과 같다. 덕분에 개미집은 어떤 건물의 벽에도 잘 붙어있다.

 

자연에는 많은 동물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이들 집은 해당 동물들이 살도록 만들어졌다. 수천년에 걸쳐서 가장 살아남기에 적합한 구조로 발전되어 왔다. 개미집의 냉방 원리를 보고 건물을 지었듯이 이제는 말벌집의 구조를 보고 난방이 필요없는 집을 지을수 있을것이다. 제일 좋기로는 이 두 개의 원리를 더해서 사시사철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은 건물을 지을수도 있지 않을까?

 

(사진; 월악산에서 발견된 말벌집에 사는 하늘다람쥐. 말벌집은 펄프재질로 만들어져 보온력이 우수한 생체모방 건축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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