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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23) 항암제 장착한 자살 특공대; 식중독균 모방한 암치료 기술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23)항암제 탑재한 자살 특공대; 식중독균 모방한 암치료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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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년도 독일의 한 병실에서 이상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암에 걸린 환자와 식중독균에 감염된 환자가 같은 병실에 입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암환자의 암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환자의 암 덩어리속에 옆 환자의 식중독균인 살모넬라 균이 다량으로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옆 환자의 식중독균이 암환자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암 환자의 다른 부분보다 무려 1000배나 많게 암 덩어리에만 몰려있다는 것은 기이한 현상이었다(사진 참조). 암 덩어리가 급속히 줄었지만, 불행히도 암환자는 식중독균에 의하여 사망하고 말았다. 이런 특이한 현상에 눈을 돌린 과학자들이, 최근 암세포를 치료하는 데에 살모넬라 균을 사용하고 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터를 장착한 살모넬라 균에 암세포만을 추적하여 항암제폭탄을 떨어뜨리도록 최신 무기로 무장시킨 것이다. 굴에 포진하고 있는 독사들을 잡는 데에 천적인 망구스를 집어넣는 것과 같은 새로운 암치료법이 등장한 것이다.

 

 

** 식중독균의 암 추적 능력

 

 

1800년도에 발견된 살모넬라균의 암 추적능력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으나 곧 바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살모넬라 균이 가지고 있는 독성 때문이었다. 이 균은 식중독균의 대표적인 균이다. 미국에서 발생되는 식중독의 대부분이 이 균 때문에 발생하는데, 침투경로는 주로 소화기, 특히 대장등에 침투하여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독소를 내뿜는다. 이 균에 감염되면 심한 설사를 하게 되어 곧 바로 탈수증세를 보인다. 미국 유학시절에도 가까운 친구가 오전에 설사를 시작하더니 곧바로 탈수, 탈진, 급기야는 앰블런스에 실려가는것을 보았다. 이런 살모넬라균의 독성도 문제이지만 인체내에 들어갔을 경우 인체의 면역반응에 의해 제거되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암환자의 경우, 면역이 약화되어 있어서 살모넬라균이 살아서 암에 갈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독성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아무리 암환자라해도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이런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과학자들을 매료시킨 것은 살모넬라 균의 암 추적 기능이다. 암을 추적한다는 것은 치료의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일단 적을 찾아내야 공격을 하던지, 적의 내부에 침투해서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암세포의 이상징후를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알아채서 공격을 하면 좋지만 암환자는 이미 면역이 약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암덩어리 근처에서는 산소부족으로 면역계 공격용 세포들이 제대로 활동을 못하거나 암 덩어리에서 나온 신호물질등이 이를 방해한다. 또한 암세포 부근의 세포는 세포와 세포사이의 연락을 하는 부분이 막혀있다. 즉 여기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 라는 구조신호가 면역계까지 전달이 안된다. 마치 암세포가 외부와의 연락기능을 모두 차단하고 굳건한 성을 쌓아서 산소도, 영양분도 고갈시키는 모습이다. 이런 깊숙한 방호막을 치고있는 암의 미세한 신호를 찾아내서 여기까지 특공대처럼 침투하면 최선의 치료이다. 살모넬라 균 만큼 암을 찾아서 다니는 것은 인체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없다.

 

 

정맥으로 이 균들을 주사하면 인체의 전체에 퍼지다가 스스로 암세포에 모인다, 그것도 아주 높은 농도로. 왜 이 균은 암세포만 찾아서 갈까? 암세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주위의 영양분, 특히 산소를 고갈시킨다. 산소부족으로 정상세포들이 죽게 되면 이 죽은 세포에서 흘러나온 물질, 예를 들면 리보스라는 당성분등을 추적하여 그 곳으로 모이게 된다. 마치 아프리카 평원에서 죽은 동물의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독수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살모넬라 균은 이 당을 추적하는 안테나이외에도 움직일 수 있는 모터인 편모가 달려있다. 분당 수천내지 수만번의 회전을 하는 초고속 모터는 속도조절이 가능한 생체모터이다 (그림참조). 이 편모 모터를 이용하여 안테나로 위치를 받아서 암덩어리로 이동한다.

 

살모넬라 균은 폐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신장암등 고체 형태의 암을 찾아 갈 수 있다. 고체형태의 암덩이, 즉 고형암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암이 크면서 주위의 정상세포가 산소부족으로 사망, 물질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암치료에서 고형암이 아닌 백혈병등 혈액암의 경우에는 적용하기 힘든 특성이기도 하다.

(사진; 암덩어리의 내부에 침투하여 사멸시키는 식중독균)
(그림; 식중독균이 가지고 있는 이동용 모터, 편모)

 

 

**항암제 장착한 자살특공대

 

 

인체에 발생하는 암에게는 면역이 가장 큰 적이다. 하지만 환자는 이미 이것이 약화되어 있고 게다가 암덩어리의 고형암인 경우에는 그나마 면역이 제대로 미치지 않으니 무서운 것이 없다. 의사들이 외부에서 주사로 항암제를 주사하지만 고형암의 가운데 있는 암세포까지 오기는 쉽지가 않다. 전달되는 과정이 길고 넘어서야 하는 장벽들이 많다. 또한 항암제는 암세포가 빨리 분열하는 것에 착안하여 분열을 하는 세포를 타겟으로 한다. 따라서 몸안에서 계속 분열을 하던 세포들, 예를 들면 머리카락 세포등이 상해를 입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암세포의 외부를 타겟으로 하는 항체에 항암제를 붙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항암제를 적극적으로 찾지는 않는다.

 

 

그에 비하연 살모넬라 균은 그야말로 적극적으로 암세포만을 찾는다.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하이에나에게 동물의 사체에서 나오는 냄새만큼 정확한 신호는 없다. 이를 포착한 하이에나는 사체를 먹이로 자란다. 살모넬라 균도 암세포 주변의 죽은 세포에서 나오는 영양분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추적은 집요하다. 그곳이 산소가 적은 지역이어도 상관없다. 산소가 적어서 면역 담당 킬러 세포가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이라도 살모넬라 균 자체가 산소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또한 암세포가 몰려있는 지역에서 스스로 번식하여 수를 늘릴 수가 있다. 암세포를 치료하려는 과학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능력을 가진 것은 없다.

 

 

연구자들은 이런 추적기능을 가진 살모넬라 균을 암세포 살상용무기로 변환시키기 시작했다. 먼저 살모넬라 균이 가지고 있는 인체적용시 문제점인 면역성을 없애기 위해서 면역을 일으키는 살모넬라의 유전자를 제거했다. 다음에 설사를 일으키는 독성물질 역시 유전자제거로 없앴다. 이제 인체에 사용시 문제를 없앤 것이다. 여기에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인터루킨 유전자를 장착했다. 인터루킨은 인체내의 경비견같은 역할을 한다. 주위에 암세포가 있으면 주위에 있는 면역 경찰서로 신호를 보낸다. 면역 경비대에서는 보이지 않던 곳에 숨어있던 암세포의 위치를 알려준 대로 공격을 개시한다. 이렇게 공격용 유전자를 암세포에 보내는 일은 예전에는 바이러스를 이용했다. 바이러스는 인체를 제집 드나들듯, 유전자를 실어 암세포에 떨어 뜨릴수가 있지만 바이러스 자체가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문제가 있다. 마치 적지에 폭탄을 보내야 하는데 가지고 가던 스파이가 적과 동조해서 그 폭탄을 거꾸로 사용하는 일과 비슷하다.

 

 

살모넬라는 이렇게 공격용 유전자를 외부에서 쉽게 장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암세포내의 특정 유전자의 작동을 중지 시키는 물질도 장착할수 있다. 또한 세포와 세포사이의 연락망을 복원해서 암세포가 주위에 있음을 알리기도 한다. 정상적인 조직에서는 세포사이의 연락망이 잘 되어 있다. 암은 이 조직망을 작동못하도록 한다. 마치 게릴라들이 통신망을 먼저 절단하는것과 같다. 살모넬라 균은 인체에 들어와서 이 통신수단을 복구해서 세포끼리 통신하게 한다. 한마디로 암세포의 직접공격도 가능하고 주위의 모든 가능한 공격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최고의 공격용 방법이다.

 

 

정맥주사로 환자의 몸안에 들어간 살모넬라균은 이런 방식으로 암을 공격한다. 살모넬라 균의 편모는 이 균이 암을 찾아 이동하는 모터이다. 다른 암치료법, 즉 항암제나 항체등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인체내의 혈관을 타고 르며 전체에 퍼진다. 이에 반하여 이 균은 스스로 움직인다. 암세포만을 찾는 능력, 공격용 외부 유전자의 조작이 자유로운 점, 인체 면역을 깨울수 있는 능력, 그리고 몸안에서 어디에 살모넬라 균이 있는가등을 쉽게 알수 있는 점 등이 새로운 항암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식중독균, 암환자를 살려랴

가미카제는 2차 세계대전 에 일본이 항공기에 폭탄을 실고 미국 함정에 돌진하는 자살 특공대를 말한다. 죽겠다고 달려드는 비행기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 몸안에 발생하는 암을 공격하는 살모넬라 균은 가미카제 특공대이다. 그것도 수가 마음대로 불어나서,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나타난다. 일단 치료가 완료되어 암세포가 사멸하면 특공대의 임무는 끝이다. 이제 인체내에서 없어주어야 한다. 이것은 간단한 항생제 주입으로 이 병원균은 일생을 마치고 죽는다. 살모넬라 균이 암환자의 암덩어리내에 밀집하는것을 우연히 발견한 덕분에 인류는 많은 생명을 살릴수 있다. 침투하는 살모넬라 균을 좀더 잘 모방해서 좀 더 효과적인 최신 항암무기로 만들 수 있다. 살모넬라균이 암세포대신 다른 곳을 타겟팅하여 이동하도록 디자인 할 수도 있다. 살모넬라가 우리 몸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적군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아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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