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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20) 전복껍질 닮은 탱크소재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20. 완벽한 방호막, 전복껍질, 실험실에서 만들까?

 

충남 무창포 해수욕장은 넓은 모래사장으로 인기가 좋다. 게다가 바닷물이 열리는 시간이 맞으면 게나 조개를 줍는 행운도 만난다. 색깔이 고운 조개껍질은 여행의 기념품으로 가질만큼 색이 영롱하다. 색도 곱지만 단단한 정도가 돌로 내리쳐도 잘 깨지지 않는다. 전복은 조개류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잘 다듬어진 전복껍질은 자개장으로 만들어져 고급 가구로 탈바꿈한다. 바다에 있는 생물들은 말랑말랑한 알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그리 단단한 껍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전복구조를 모방해서 탱크도 만든다고 하는데 인공적으로 그런 구조를 만들 수는 없을까?

 

 

* 전복 껍질, 잘 만들어진 방호벽

 

 

세상에는 껍질이 단단한 동물들이 많이 있다. 그중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는 것은 전복, 소라, 게 등이 있다. 전복은 단단한 껍질로 외부로부터 연약한 내부를 보호하고 있다. 최근 전복의 껍질 구조를 연구하여 좀 더 튼튼한 물질로 만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구조를 확인해보면 층층이 쌓여진 벽돌담의 구조를 그대로 닮았다 (그림 참조). 벽돌처럼 생긴 결정구조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이다. 즉 분필의 성분이다. 쉽게 부셔지는 분필에 비해서 전복껍질은 그 세기가 대단하다. 껍질을 망치로 두들겨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이다. 탄산칼슘이 어떤 형태로 있는가에 따라 분필가루도, 전복껍질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잘 부수어지는 연필심의 탄소성분도 결정을 이루면 강철을 자르는 다이야몬드가 되는 원리와 같다.

 

 

생물체에는 이런 단단한 구조를 가진 물질들이 많이 보고되어 있다. 흔히 생체무기물질, 생체세라믹, Biomineral 등으로 불리는 물질등이다. 조개껍질, 게껍질, 뼈, 이빨 등이 있고 또 신장에 생겨서 무지무지한 통증을 주는 신장결석도 이러한 종류라 할 수 있다.

 

 

전복껍질의 구조의 특징은 복합물질, 즉 다른 물질과 혼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콘크리트는 시멘트, 모래, 자갈 그리고 물의 복합제이다. 다른 종류의 물질을 잘 섞으면 세기가 강해 질 수가 있다. 한옥에 주로 사용하는 흙벽돌의 경우 흙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흙에 볏짚을 짧게 잘라서 섞는다. 건조해서 갈라지는 것도 방지하고 세기도 세어진다. 제비집도 복합소재이다. 또한 FRP라 불리는 소재, 보트나 욕조등에 쓰이는 물질도 유리섬유와 플라스틱의 복합체이다. 요즘 테니스채 또는 골프채에 쓰이는 탄소섬유와 플라스틱의 복합체도 있다.

 

 

전복껍질은 벽돌담구조이다. 즉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벽돌사이를 채우는 물질이 바로 접착제 역할을 하는 생체고분자로서 당이 사슬로 연결된 키틴이다. 우리 몸의 뼈나 이빨도 모두 이런 형태, 즉 무기질인 칼슘, 마그네슘 등과 생체물질인 단백질, 다당류 혹은 인지질 같은 고분자물질등이 합쳐 있다. 뼈의 경우 칼슘과 인산화합물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AO)가 60% 함유되어 있다. 치아의 에나멜층을 무려 97%나 차지하고 있다. 뼈, 치아의 경우 무기질 사이를 단단히 붙잡아 두는 것은 콜라겐이다. 인체의 피부에 주로 있는 콜라겐은 3가닥이 꼬여있는 구조이다. 달걀도 단백질이지만 기계적 강도가 약하다. 반면 콜라겐은 3차구조가 반복되면서 세기가 세어진다. 우리가 신고 있는 구두의 가죽으로 가공될수 있는 이유이다. 콜라겐과 HAP의 결합으로 뼈나 치아는 분필을 훨씬 능가하는 세기를 가진다.

 

 

분필가루같은 것을 벽돌처럼 결정화하고 또 이것을 콜라겐같은 생체내의단백질과 결합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이것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으면 우리는 전복껍질을 닮은 물질을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전복껍질같이 아주 단단한 물질이 필요한곳은 탱크외벽이다. 이제는 탱크도 무거운 철대신 가볍고 단단한 전복껍질로 만들어질수 있지 않을까?

 

 

* 실험실에서 만드는 전복껍질

 

 

전복껍질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이라 했다. 생체의 외투 역할을 하는 단단한 껍질의 대부분이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졌다. 칼슘은 외부에서 생체내로 들어온다. 즉 먹는 먹이나 물속에서 무기물인 칼슘을 전복내부로 섭취한 후에 이를 이용해서 단단한 껍질을 만든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무슨 반응을 일으켜서 만드는 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최근의 연구는 첫 단계, 즉 칼슘을 끌어들여서 껍질의 원료인 탄산칼슘(CaCO3)을 만드는 작용에 집중되어 있다.

 

 

생체내의 모든 반응은 효소(enzyme)이라 불리는 일꾼 단백질에 의해서 진행된다. 이 일꾼이 없으면 반응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탄산칼슘을 만드는 효소는 CA(Carbonic Anhydrase)라고 불린다. CA가 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칼슘에다 탄산(CO3)을 붙이는 일이다. 대부분의 생물체는 먹이로 칼슘을 섭취한다. 문제는 탄산이다. 탄산하면 떠 오르는 것은 바로 사이다이다. 요즘은 다이어트 열풍이 불어서 설탕성분이 함유된 사이다가 별로 인기가 없다. 하지만 사이다의 톡 쏘는 맛은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사이다의 톡 쏘는 맛이 바로 탄산이다. 즉 물에다 이산화탄소(CO2)를 밀어넣으면 탄산이 된다. 사이다병을 여는 순간 물에 녹아 있던 탄산이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이다.  전복같은 조개류나 꽃게같은 갑각류에서는 이 CA 효소가 칼슘과 탄산을 결합시키는 주 역할을 한다. CA의 정확한 역할은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는 속도를 높여 주는것이다. 물론 가만히 놔두어도 이산화탄소는 물속에 녹지만 사용하면 그 속도가 무려 천만배 높아진다. 가히 일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실험실에서도 탄산칼슘을 만들 수 있다. 만들어지는 물질의 결정구조는 전복이나 게껍질의 그것과 유사했다. 일단 첫 단추는 제대로 끼운 셈이다. 이는 동물들이 단단한 껍질을 만드는 자연의 방법을 실험실에서 흉내낸 최초의 연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복껍질과 같은 완벽한 구조를 만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벽돌을 한 장 찍어내는 데에 성공한 것 뿐이다. 문제는 어떻게 접착제를 사용해서 튼튼한 벽돌담을 만드는가에 있다. 어쩌면 꽃게가 그 답을 줄 수도 있다.

 

 

꽃게는 양식이 비교적 어렵다. 게는 알에서 부화해서 성체 게가 될 때까지 여러 단계를 걸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아주 조그만 새끼 게가 어미 게가 될 때까지 무려 27번이나 껍질을 벗고 새로 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의 새로 생긴 껍질은 아주 말랑말랑하다. 그냥 먹어도 될만큼 연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연한 껍질을 가진 게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단단한 껍질의 게를 탈피시키는 방법은 놀랍게도 다리를 절단하는 것이다. 다리를 절단당한 게는 바로 탈피를 시작한다. 그 이유는 분명치 않다. 하나의 방어기작인 것은 분명하지만 왜 연한 껍질로 변하는 것이 유리한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이 방법을 이용하면 연한 껍질이 딱딱해지는 데에 작용하는 원리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방법을 안다면 앞에서 설명한 CA효소를 이용하여 탄산칼슘 결정체를 만들고 이것을 접착제인 생체고분자에 끼워 넣음으로서 단단한 게껍질, 혹은 전복껍질을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생체세라믹, 미지의 물질의 보물창고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연구자들이 생체물질, 특히 생체무기물 즉 biomineral에 눈을 돌리고 있다. 왜냐면 구 구조는 지금까지 보아온 것이 아닌 새로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생물체는 자기 몸안에 은의 결정체를 만든다. 즉 물속에 녹아있는 수용성 은 이온으로부터 전해 새로운 구조의 은 결정체를 만든다. 보통 실험실에서 새로운 결정체를 만들려면 완전히 액상으로 녹여서 다른 구조가 나오도록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생물체는 평상시 기온에서, 대기압에서 이런 특이한 구조를 만든다. 무엇보다도 다른 재료, 즉 생체물질과 무기물을 혼합하여 복합재료를 만든다는 점이다. 인류는 듀랼류민등의 합금으로 비행기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이제 새로운 물질의 세계, 즉 생체무기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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