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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16) 원하는대로 바꾸어주마-진화모방한 효소성질바꾸기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16-진화모방한 효소성질바꾸기 기술

 

 

요즘 한 겨울 냇가에서 세탁을 하는 풍경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다. 아니, 냇가에서 세탁을 하다가는 환경관리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수도 있다. 대신 세탁기가 모든 일을 한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뜨뜻한 물을 틀어서 세탁기에 돌리면 30분이면 심지어는 말려서도 나온다.

 

하지만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따라서 요즘은 찬물용 세제가 인기이다. 이 세제 표면에는 “효소세제”라고 써 있다. 세제에 무언가 반응을 일으키는 일꾼, 즉 효소가 들어갔다는 이야기이다. 찬물용 세제에는 찬물에서도 잘 작용하는 효소가 있어서 손이 시린 찬물에서도 세탁을 잘하게 한다. 그런데 보통의 효소는 37도씨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는데 이 효소는 어떻게 낮은 온도에서 작용하게 만들어졌나? 이 효소가 들어있던 미생물은 남극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이 미생물은 낮은 온도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일까? 진화의 원리를 적용하면 더 낮은 온도에서도 세탁을 할 수 있는 일꾼인 저온성 효소를, 실험실에서, 며칠만에 만들 수는 없을까? (사진; 효소세제)

 

 

 

 

*변한 놈과 살아남는 놈

 

 

효소라면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밀라제이다. 밥을 씹으면 침속의 이 아밀라제 효소가 밥 속의 큰 크기의 녹말을 잘라서 소화하기 쉬운 작은 크기의 당으로 분해한다. 이 효소가 세제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옷에 뭍은 때 중에서 밥풀 등의 성분인 녹말을 자르는 일을 한다. 본격적인 세탁을 하기 전에 미리 작게 잘라서 세탁을 잘하게 하는 일이다.

 

 

효소는 어떤 화학반응을 시키는 일꾼이고 촉매라고도 불린다. 효소가 무언가를 자르는 모습은 마치 레슬링선수가 상대방 선수의 허리를 제끼는 소위 코브라 트위스트 기술과 비슷하다. 즉 자르려는 물질에 약간 힘을 주면서 달라붙으면 상대방의 허리를 역으로 꺾는 효과가 발생하여 물질의 자르는 지점이 노출되어 쉽게 잘린다. 일종의 꺽기 기술이다. 이런 효소는 유전물질인 DNA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이런 사실은 간단하지만 중요하다. 즉 DNA->RNA->단백질로 전달되는 이 순서는 결국 해당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나 하는 중요한 정보를 DNA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DNA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

(사진; 효소세제;세제에 첨가된 효소;Lipase;기름을 자르는 효소, Protease;고기때를 자르는 효소)
(그림; 단백질 생산; 유전자인 DNA에서 RNA를 거쳐서 단백질인 Protein이 만들어진다)
(그림; 효소의 3차 구조;레고같은 3차구조에 잘리는 물질이 달라붙는다. 녹색은 직접 닿는 부분)

 

 

아밀라제를 만드는 유전자 DNA의 길이가 만약에 300개의 DNA 조각으로 되어있다 치자. 이 DNA조각, 즉 염기들은 3개씩 짝을 이루어서 하나의 아미노산을 불러와서 그 순서대로 100개의 아미노산을 연결해서 하나의 아밀라제 효소를 만든다. 이 효소는 일을 할 수 있도록 3차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진 ; 효소의 3차 구조) 즉 코브라 트위스트를 하려면 일단 상대방을 낄 수 있어야 한다. 일단 꽉 잡은 후에 허리를 비틀면, 튀어나오는 허리 부분에 슬쩍 힘만 가하면 된다. 상대방은 허리가 꺽인다고 비명이다. 문제는 상대방을 정확하게 잡을 수 있는 3차 구조에 있다. 그 중에서도 정확하게 자르려는 부분을 구성하는 성분, 즉 그 부분의 아미노산 순서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37도씨에서 작용하는 대부분의 효소가 어떻게 4도씨 물에서도 작용하는 효소로 3차구조가 변할 수 있을까? 이른바 진화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그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37도씨에서 잘 자라던 미생물, 예를 들면 효모를 얼음같은 찬 물에 수백 년 놔두면 될 것이다. 바로 진화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생물체는 유전자가 복제하면서 자란다. 효모도, 사람도 유전자가 2배로 늘어나면서 자란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스스로 고쳐지지만 일부는 그대로 자식에게 유전되어 성질이 변한다. 물론 인간의 경우에도 자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섞여서 여러 가지 형태의 유전자를 가진 자식들이 만들어진다. 닮기는 하지만 형제가 완전히 같지가 않은 이유이다. 효모 혹은 박테리아같은 미생물도 같은 과정을 거쳐서 유전자가 변이가 생긴다. 유전자가 변이가 생기면 다른 단백질을 가진, 즉 다른 효소들을 가진 박테이라들이 나타난다. 만약 이 중에서, 우연히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는 구조를 가진 돌연변이 효소가 생긴다면, 이 미생물은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랄 것이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면서 돌연변이가 생기고 그중에서 가장 환경에 적합한 생물체가 살아남는다. 즉 다윈이 주장한 적자생존의 원리가 진화의 기본이라고 본다.

 

 

남극에서 살고 있는, 찬 물속의 미생물도 같은 과정을 거쳐 왔다, 그래서 그 미생물의 효소들은 찬물에서도 세탁물을 잘 세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인간이 그런 미생물들을 골라서 세제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 억년에 걸친 이 진화의 원리를 사람들이 일부러, 빨리, 진행시킬 수는 없는 것인가? 그럴 수 있다면 장기간에 걸쳐서 진화한 것을 단 며칠만에 실험실에서 진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원하는 기능을 가진 최적의 미생물을 금방 만들어 낼수 있을 것이다. 이른 바 진화유도기술(Directed Evolution)이다.

 

 

* 원하는 성질로 진화시켜주마

 

 

진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기술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예를 들어, 찬물 세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더 낮은 온도에서도 반응을 할 수 있는 효소를 만들고 싶다고 하자. 먼저 자연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해당 유전자의 어떤 부위를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미리 먼저 결정한다.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 첫째 이 기술로 아밀라제 효소의 반응부분을 여러 가지로 바꿔본다. 효소세제, 즉 아밀라제 효소를 저온성으로 바꾸고 싶으면 아밀라제중에서 제일 중요한 반응을 하는 곳을 변이시킨다. 특정한 부분만을 원하는 것으로 바꾸는 기술은 많이 보편화되어있다. 즉 특정유전자의 특정 부분을 원하는 순서로 변화시키는 기술 중에는 연쇄중합반응(PCR)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유전자의 원하는 부분을 원하는 유전자로 유전자의 염기순서를 하나씩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정확하게 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떻게 바꾸어야 제일 좋은지를 모르는 상황에서는 많이 만들어보고 그 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서 어떻게 변한 것이 좋은가를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중합기술은 특정 유전자의 염기들을 무작위로 변화시켜서 여러 종류의 돌연변이를 많이 만들 수 도 있다.

 

 

둘째, 이 변경된 효소들이 들어간 미생물들을 여러 종류 키워서 이 효소들이 제대로 저온에서 작용을 하는지 알아본다. 예를 들면 녹말을 낮은 온도에서 분해할 수 있는 지를 낮은 온도조건에서 시험해서 그런 미생물들만 고르면 된다.

 

셋째, 그중에서 제일 효능이 좋은 미생물을 고른다. 이른바, 진화에서 적응한 것이 살아남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넷째로 이 미생물의 효소 유전자를 다시 한번 변이 시킨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한다. 한번 돌연변이를 시켜서는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없다. 한번 변경시킨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고, 여기에 기반을 두고 다시 또 돌연변이를 시키고, 또 좋은 것을 고르고, 이런 것을 밤새 반복하면 된다. 다섯번, 여섯 번 정도 반복해서 고르게 되면, 결국은 가장 좋은 것을 고를 수가 있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원하는 유전자의 특정부분을 변경시킬수 있는 기술과, 자동으로 원하는 성질을 가진 미생물을 선발할 수 있는 자동화기술, 그리고 선발된 미생물의 유전자를 다시 원하는 방식으로 변경시키는 기술, 이런 기술들이 모여서 가능하다.

 

즉 모든 실험을 준비해놓고 기기들이 스스로 알아서 원하는 미생물을 고르고, 그 미생물에서 해당 유전자를 준비해서, 원하는 순서로 바꾸고, 이것이 포함된 미생물들을 다시 키워서 고르고,... 이런일들을 자동화시키고 실험자는 주말을 집에서 편하게 쉰다. 물론 실험실 기기들은 혼자 돌아간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보면 주말에 열심히 진화의 사이클을 지나오면서 가장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아밀라제를 가진 미생물이 골라져 있게된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어떤 유전자이던지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지금처럼 낮은 온도에서도 작용하는 아밀라제를 만들수도 있고 또 높은 온도에서도 작용하는 아밀라제를 가진 미생물로 변화, 즉 인공적으로 진화시킬수 있다. 찬물에서 작용하는 아밀라제가 찬물세제로 쓰인다면, 뜨거운 물에서도 작용하는 아밀라제는 보리를 찌어내어 맥주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끓은 물의 온도를 37도씨로 낮추지 않고도 90도씨에서도 아밀라제가 보리내의 녹말을 잘라서 맥주의 원료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만큼 에너지가 줄어들고, 공정이 단순해지고, 비용이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원하는 돌연변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이 기술은 실로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왜냐면 이런 자동화기술이 없다면 그 시간에 연구자들이 하나하나 그 일을 반복해서 해야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아마도 이런 단순 노동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을 그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진화를 닮은 기술은 주로 미생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물론 미생물이 빨리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미생물이 변이된 유전자에 의해서 어떤 단백질을 만들고 그 효과를 측정하는데에 채 몇 시간이 걸리지를 않기 때문에 하루에 몇 번이고 돌연변이를 의도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이 진화모방기술은 미생물에서 쉽게 생산 할수 있는 효소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 진화를 원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만약 이런 원리를 동물에 적용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지구 온난화로 남극의 곰이 멸종단계에 있다고 가정하자. 이 남극 곰이 적도같은 기온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를 연구할 수 있다. 물론 이 남극곰을 수백마리 모아놓고 온도를 아주 천천히 올리면서 그 상황에서 새끼를 수백마리 낳는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면 가능하다. 이런 경우, 환경에 적응한 곰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상당한 세월이 소요될 것이다. 자연에 의한 진화일터이니까. 짧은 시간에는 이 방법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진화유도기술을 곰에게 적용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남극 곰이 적도에 사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파악하고 이 유전자를 동물세포에서 진화유도를 시키는 것이다. 동물세포는 세포이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쉽게 배양이 가능하다. 마치 미생물처럼 며칠 만에 두 배로 자란다. 이 동물세포를 이용하여 남극 곰이 적도에서 살 수 있는 유전자 형태를 미리 알아낼수있다. 다음에는 이런 형태의 유전자의 남극 곰의 정자나 난자에 넣어준다면 태어날 새끼는 적도에서 자랄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 것이다. 남극의 빙산이 녹기 시작하고 있다. 지구의 기온이 점점 올라가는 현상도 빨라지고 있다. 먼 훗날 이야기는 아니다.

 

 (그림; 자동 효소 진화 기술 (Directed Evolution) 1;타겟유전자의 원하는 부분을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2; 다른 운반용 유전자에 결합, 실어보낸다 3; 빨리자라는 박테리아등에 삽입시킨다 4; 박테리아를 고체배제에 키운다 5; 각각의 박테리아를 검사할 준비를 한다 6. 원하는 성질을 가진 박테리아를 고를 준비 7;자동으로 원하는 변형 유전자를 가진 박테리아를 고르고 타겟 유전자를 분리하여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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