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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바이오(15) 암세포만을 추적, 파괴하라-인간면역모방 항체치료제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1. 자는 듯이 죽을 수 있다면

 

오래된 친구는 청국장이다. 잘 만들어진 청국장은 냄새도 없고 짠맛도 없다. 비빔밥에 얹어먹을 수도 있고 보글보글 두부찌개가 될 수도 있다. 별 말을 안 해도, 잘 지냈냐는 한 마디 없이 얼굴한번 보고 그냥 막걸리 잔을 넘겨도 된다. 예의상 그 동안의 일들을 물어야 하고 좋은 일을 기억해서 축하해 주어야 하는 체면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닌 것이 편하다. 진하지 않고 덤덤한 청국장이 오래된 친구인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친구를 간만에 만나 막걸리 한잔을 한다.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 점심이 막 지난 시간에 전화를 받더니 급히 일어선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우리가 동시에 놀란 것은 조금 전까지 친구 장인어른이 얼마가 건강하게 돌아다니는지 부러워했다는 것이다. 친구 장인은 올해 아흔둘이다. 매일 동네 노인정에 다니는데 거리가 조금 되어서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한다. 아흔 둘의 노인이 자전거를 타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자전거를 타려면 우선 평형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온몸의 신경이 서로 잘 연결되어있고 이를 받쳐주는 근육이 있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산악자전거를 탈만큼 튼튼한 젊은 후배도 막걸리 한잔하고 맥없이 넘어져서, 그것도 대낮의 대로에서, 어깨뼈가 부러졌다고 하니 평형감과 이를 받혀주는 근력이 있어야 자전거가 가능하다.

 

친구 장인은 노년에 갖추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건강을 가졌다. 요즘 조금만 달리기를 해도 무릎이 아프다니, 탁구를 하면 어깨가 결린다니 엄살을 떨던 우리에게 장인은 건강한 노년의 모델인 셈이다. 게다가 매일 노인정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청국장을 잘 끓이는 부인이 건강하게 계시다고 하니 우리의 부러움을 살만 했다. 골프 매니아들도 나이 들어서 바라는 것이 비슷하다. 나이 들어 골프를 즐기려면 세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5시간을 걸을 수 있는 건강, 낄낄거리며 농담 할 수 있는 골프친구들, 그리고 아직은 비싼 골프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재력,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이것들이 마치 앞으로의 삶의 목표인 것처럼 가끔 이 세 가지를 막걸리와 함께 점검한다. 그리고는 참으로 쉽지 않은 목표임을 실감하곤 한다.

 

그날도 장인어른은 노인정에 다녀온 후 부인에게 반시간 넘게 노인정에 있는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 장기를 어떻게 이겼는지, 훈수를 두다 시비가 붙은 친구 등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아흔이 넘은 노부부가 오랜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 소곤소곤 이야기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즐겁고 부러운 일이다. 장인은, 그리고, 늘 그러하듯이, 소파에서 낮잠을 즐기듯, 눈을 감으셨다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불행한 일중에서도 그나마 축복이라고 친구를 위로했다.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 사람이 가까운 사람이거나 나 자신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듦에 따라 늘 우리의 머리를 차지하고 사고의 바닥에서 모든 다른 생각을 눌러버리는 강력한 것, 그것은 죽는다는 사실이다. 나이든 노인의 새빨간 거짓말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라고 한다면, ‘자는 듯이 죽었으면 좋겠다’ 는 것은 간절한 소망이다. 육체적 고통 없이 삶을 정리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축복 아닌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질병의 고통을 동반하지 않은 죽음, 이것을 굳이 자연사(自然死)라고 표현한다면, 이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노년에는 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함께 임종을 맞이한다. 최근 통계는 전체 죽음의 반에 가까운 47.8%가 질병(암, 뇌혈관, 심장질환)으로 숨진다는 것이다. 특히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25.5%까지 올라갔으며 남자의 경우는 무려 30%에 이른다고 한다. 노령화되면서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곳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제는 암이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야기도 아니다. 내 주위에서 나이가 됨에 따라 죽는 네 사람 중 한 사람은 암으로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암으로 인한 고통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2. 암, 고통스런 투쟁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예전 모습을 조금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완전히 변했다. 그가 하는 일이라면 안 될 것이 없을 것 같고 그와 같이 있으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았었다. 그는 밝고 명랑했다. 하지만 이십년이 지난 그는 세상을 통달하거나 아니면 체념한 듯하다. 그는 부인을 잃었다. 무려 십년이 넘게 암으로 투병하던 부인을 보내고 그는 탈진하고 체념하고 그리고 절망했다. 이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야 그의 웃음을 볼지 모르겠다, 아니 아마도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많은 아픔을 남기지만, 그것이 암이라면 여러 사람을 지치게 하고 절망케 한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 지치고 절망하면서 서로 상처를 남기고 그동안 쌓였던 정들을 조금씩 갈아먹는다. 정을 떼기 위함이라 한다. 이렇게 충분히 정을 떼고 나서야 아끼던 사람들을 떠난다.

 

요즘 암의 진단법은 크게 발달했다. 1센티도 안 되는 암 조직을 찾아낼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발달해서 조기치료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수술 후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유방암의 경우, 1기 생존율이 98.4% 이다. 죽는 확률이 2%도 안 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매년 정기 검진을 받는 경우도 많고 진단법도 크게 증가했으며 그 결과는 조기 암 발견이 많아 졌다는 이야기이다. 즉, 신체 내에서 자연적인 암 발생요인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 주위에 찾아내는 암환자가 더 많아진다는 이야기이다. 이건 그럴 듯하다. 내 주위만 해도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니 말이다.

 

암의 진단을 받은 후의 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만 듣던 이야기가,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사실이 나에게 일어났을 때는 잠시의 꿈이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비현실감은 곧 이어지는 수술에서 현실로 눈앞에 다가온다. 수술은 암 치료의 가장 기본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 수술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병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이 조용하다. 이제 막 회복실에서 나온 듯, 온갖 장치를 가득 달고 있는 이동식 침대에 중년 남자가 누워있다. 손을 잡고 있는 부인은 환자만큼이나 초췌한 모습이 보기에 안쓰럽다. 겨우 눈을 뜬 환자가 조심스레 묻는다.

‘몇 시간 되었어?’

‘세 시간이 넘었어..’

그제야 남자는 안심하는 표정이다. 암 수술의 경우 수술부위를 열고 손을 댈 수가 없다면 바로 종료하기 때문에 수술시간이 짧다는 이야기이다. 그나마 암 덩이 제거 수술을 할 수 있었다면, 다음 치료를 기대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암 제거 수술은, 하지만, 다음에 있을 항암약물치료에 비하면 가장 쉬운 일이다.

 

한번 항암약물치료의 부작용을 겪어본 사람을 진저리를 친다. 오죽하면 그냥 죽는 것이 낫겠다고 병원에서 도망 나오는 사람이 있을까. 친구의 경우도 그러했다. 암수술을 끝낸 그 키 큰 친구는 수술 후 침대에서는 여유가 만만하다. 수술 경과가 좋다는 말에 크게 안심을 한다. 며칠 후 걸려온 그 친구의 전화는 잔뜩 가라 앉아있다. ‘나 항암주사 못 맞겠다, 세상에 이렇게 힘든 것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한다. 술 먹고 토한 다음날 아침의 기분이 매일 계속 된다면 나라고 그런 소리가 안 나올까.

 

항암제의 치료 원리는 간단하다. 암세포는 정상세포가 변한 것이다. 즉 성장이 잘 제어되고 있는 정상세포에서 어떤 이유로 암세포화해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빨리 세포분열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열하는 세포만을 대상으로 공격한다면 암세포가 대부분일 확률이 많다. 이렇게 분열하는 세포에 독성을 나타 낼 수 있도록 한 것이 항암제이다. 대표적인 항암제인 탁솔은 미세소관(microtuble)을 못 만들게 한다. 미세소관은 세포분열을 할 경우에 핵을 양쪽으로 끌고 가는 방추사의 주 성분인데 이것에 달라붙어 나뉘어 이동하지 못하게 한다. 결국 분열하지 못한 암세포는 사망케 된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도 평상시 분열하고 있는 세포들도 당연히 손상을 입는다. (사진; 탁솔이 있는 주목나무/ 미세소관에 달라붙는 탁솔)

(사진; 탁솔이 발견 된 주목나무)
(그림; 미세소관에 달라붙은 탁솔분자; 세포분열을 방해하여 세포성장방해)

우리 몸에서는 꾸준히 분열하고 자라고 있는 세포가 있다. 머리카락세포, 백혈구, 생식세포, 장 점막세포 등이다. 머리카락의 경우 평생에 걸쳐서 생성과 탈락을 반복하는 세포가 머리카락의 끝에 붙어서 자라는데 이 세포가 죽게 되면 탈모가 생긴다. 병원에서 모자를 쓰고 다니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심한 탈모의 부작용을 겪은 암환자이다. 대형 병원의 지하에 가면 아예 가발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을 정도이니 탈모의 부작용이 아주 흔한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백혈구는 골수에서 만들어져서 2주후에 없어진다. 이 백혈구가 줄어들면 어지러움이 생기고, 세균 감염 등으로 입이 헐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항암주사를 맞은 많은 환자들이 지긋지긋한 구토를 겪는다. 항암제를 맞던 곳의 커튼 색이 붉었던 것을 기억하던 어떤 환자는 같은 색깔의 포도주만을 보아도 구토를 할 정도라고 한다.항암제는 생식세포의 경우 불임의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이런 항암치료를 몇 회에 걸쳐서 반복하는 사이에 환자는 급격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지치게 된다. 따라서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과 항암제의 치료효과를 놓고 의사는 고민하게 된다. 이 항암치료를 견디지 못할 정도로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면 환자는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항암약물치료는 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 암 발생 부위를 송두리째 제거하는 수술요법은 가장 확실한 제거방법이다. 조금이라도 암세포가 남아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주위의 임파선의 전이여부에 따라 광범위하게 절제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수술을 하더라도 주위에 남아있는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우리가 사과의 썩은 부위를 칼로 도려낸다고 해도 조금씩 남아있는 부분이 있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또한 다른 곳으로의 암세포가 옮겨 간 경우, 옮겨간 모든 부위를 제거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항암치료는 남아있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전투에서 완전한 승리를 위해서는 대포나 미사일로 공격을 하고 보병이 구석구석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항암약물이 암세포만을 공격하지 않는 데에 있다. 여기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단순히 머리가 빠져서 보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백혈구 수치가 떨어질 만큼으로 몸 안의 다른 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부작용으로 의사들은 고민한다. 얻는 것이 많은 가, 잃는 것이 많은가. 게다가 항암요법으로 인한 사망률의 감소가 2-5%의 낮은 효과에 머물고 있으니 고민스럽다. 이렇게 낮은 효과의 이유 중에는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완전히 구분하여 공격하지 못하는 현재의 항암약물치료제의 특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고 확실하다. 암세포만을 찾아서 죽이는 약물치료, 즉 표적 치료제 (target therapy)이다.

 

3. 인체의 최후 방어선, 면역, 너마저 무너진다면..

 

암세포는 정상세포에서 발생한다. 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로 돌변하는 이유는 아직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많은 이유로 발생한 암세포는 인체의 면역계에서 제거된다. 제거되어야 한다. 하지만 면역계가 부실할 만큼 몸이 약해져 있거나 면역계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강력한 암세포가 발생했다면 우리는 암과의 전면전을 치루어야 한다. 따라서 가장 자연적이고 기초적이며 강력한 암 방어기작은 우리 몸의 면역 장치이다. 몸이 건강하면 병이 없다, 이것만큼 완전한 진리가 있을까.

 

인간의 몸은 외부 침입자와의 끊임없는 방어와 전투를 치른다.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들어오면 없앤다.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어책은 물리적인 방어수단이다. 첫 번째 방어수단은 피부이다. 피부는 잘 만들어진 방벽으로 외부균이나 이물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담벽이다. 피부의 하단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진 피부세포는 피부외곽으로 올라오면서 점점 단단해지고 튼튼해진다. 이렇게 벽돌처럼 변해버린 피부세포 사이사이를 시멘트처럼 채워서 접착시킨다. 벽돌과 시멘트로 만들어진 피부장벽을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 물조차도 쉽게 들락거리지 못한다. 땀이 나오려면 따로 만들어진 수로를 통해 나온다. 피부는 따라서 온몸을 완벽하게 감싸고 있다. (그림; 피부장벽 사진)

 

이런 피부가 상처나 나서 뚫리게 된다면 2차 방어선이 있다. 2차 저지는 염증반응이다. 곪는다. 손에 무언가에 찔리거나 상처를 입게 되면 그곳이 곪는다. 핀에 찔려서 조직이 손상되어서 배출하는 물질의 신호를 받고 식세포 등이 몰려든다. 핀에 달라붙어 있는 박테리아등의 표면을 인식한 다른 세포도 또한 달려오게 되어서 그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의 전투지역으로 변한다. 세포들이 많이 오려면 모세혈관도 늘어나고 혈류량도 증가하면서 그곳은 붉어지고 부풀어 오른다. 또한 열이 발생한다. 혈관손상이 발생하므로 혈소판 등이 지혈을 하고 침입한 박테리아등이 식균세포에 잡아먹히고 전투가 종료됨에 따라 발생했던 고름 등이 서서히 사라지게 되면서 2차 방어선은 다시 원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염증반응은 비특이적 반응이다. 즉, 침입자가 누구이고 어떤 모양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상처에서 발생된 히스타민과 같은 물질의 신호에 의해 백혈구등의 전투병이 오는 것이고 침입자가 세균이라는 기초정보에 의하여 식균세포이 먹어버리는 방어공격이다. 또한 염증반응은 상처가 발생한 곳, 박테리아 등이 침입한 곳에서 일어나는 국지전이다.

(그림; 피부장벽; 피부외곽세포는 벽돌담처럼 벽돌(세포)사이를 시멘트(지질)가 채워진 침투불가의 벽이다)

 

(그림; 염증반응;핀의 상처로 부상당한 세포에서 히스타민 분비->모세혈관확장되면서 식균세포, 혈액응고인자 분비->침입균등을 먹어치움 -> 혈소판등으로 상처부위 지혈->붓고 발열생김)


  

휴전선 전방 철조망을 뚫고 간첩이 침투하면 초병이 이 사실을 초소에 보고한다. 즉시 그 지역에 경계령이 내려지고 주위의 군사들이 모여들어서 전투를 한다. 휴전선 철조망이 피부라면 휴전선 부근에서의 전투는 염증반응이다. 여기에서 저지하고 끝내야 한다. 초병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몰래 침투했거나, 미쳐 전투병이 도착하기도 전에, 침입자들이 급격히 늘어나서 다른 세포들을 공격하면서 세를 불려나간다면 인체 2단계 방어선인 염증반응이 무너진 것이다. 이제는 전면전이다.

 

인체는 3단계 방어선인 면역반응에 비상을 건다. 우선 침입자가 어떤 모양을 했는지를 알아내는 일이 급선무이다. 침입한 균, 혹은 바이러스의 세포외부에 있는 물질(항원)이 순찰중인 수많은 종류의 B세포 중의 한 세포의 외부 안테나 수용체 (receptor)에 달라붙게 된다. 항원이 인식되는 순간이다. 드디어 염증반응을 뚫고 들어온 적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게 되었고 이제 면역계는 본격적인 공격준비를 한다. 침입자가 어떤 모양의 항원(antigen)을 몸의 외부에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되면 두 종류의 무기가 만들어진다.

 

첫째는 항원에 직접 달라붙는 미사일인 항체(antibody)와 둘째는 항원표지를 가진 세포를 공격하는 공격용 탱크인 T 세포가 동원된다. 만약 들어온 적이 한번 침입한 전과가 있다면 이때 접촉했던 B세포는 기억세포로 남아 있다가 훨씬 빨리 다량의 항체을 만들고 전투준비가 된다. 침입한 세균의 경우, 항체가 세균에 달라붙으면 달라붙은 항체의 신호를 받은 Killer세포들이 세균을 공격하기도 한다. 또는 세균의 항원을 외부에 내건 세포를 T 세포가 인식하고 이를 공격한다. 함락된 요새의 창문에 적의 흔적을 걸어놓으면 그것을 알아차린 공격용 탱크인 T세포가 아예 그 요새 전부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여러 가지 정밀하고 잘 계산된 전략으로 한번 시작된 면역의 공격은 대부분 면역의 승리로 끝난다. (그림; 항체에 의한 침입균의 사멸)

 

면역이 미리 잘 준비되어 있는 경우, 대부분의 침입자는 면역과의 전쟁에서 궤멸 당하게 된다. 잘 준비된 면역, 이것이 인체의 가장 정교한 방어막이다. 건강한 신체, 그것의 중심은 면역방어이다. 이것마저 작동이 시원찮다면, 이제는 병원에 입원해서 외부에서 항생제등의 지원을 받아야한다. 내부의 방어력이 없는 전쟁은 힘들다. 여기에서 병원균에 밀린다면 이제는 침입자의 국기가 걸려야 할 시간이다. 이 세상에서 떠날 순서만 남아 있다고 봐야한다.

(그림; 항체에 의한 균의 사멸; 항원+항체는 세포내로 들어가서 제거되기도 하고, 암세포에 달라붙은 항체의 꼬리에 Killer 세포등이나 다른 물질이 달라붙어 암세포를 공격하기도 한다)

 

   4. 항체, 암세포만을 공격하라.

 

암의 궤멸, 간단 할 수 있다. 만약 암세포가 적으로 간주 될 수 있다면, 외부 침입자처럼 면역에서 제거해버리면 된다. 문제는 암세포는 정상세포에서 변형 된 것이라 정상세포, 암세포, 이 두 개를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원래 있던 세포가 변해서 죽지 않고 계속 자란다는 것만 다르다. 세포내의 기계가 하나 잘못되어서 빨리 자라는 것을 면역이 알아 챌 수는 없다. 만약 암세포가 정상세포에서는 안 만들어지는 어떤 물질을, 즉 인체의 자기 것이 아닌 다른 물질을 명찰로 목에 걸고 있다면 이건 비교적 쉬운 게임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명찰을 목에 걸고 있지는 않다는 곳이고 다만 약간의 차이만을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근접한 방법은 암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것을 찾는 것이다. 물론 이 물질은 정상세포에도 존재할 수 있지만, 정상세포보다 특히 많이 발현되어 있고 게다가 정상세포와는 다르다면 좋은 공격용 타겟이 될수 있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 1/3에 해당하는 환자에게서 많이 발현되어 있는 안테나 수용체가 있다. HER-2/neu (Human growth factor 2)유전자는 정상인의 경우 2개씩 가지고 있으나 암세포의 경우 2개 이상이 발견되고 또한 이로 인해 생산된 수용체가 정상세포에 비해 무려 100배나 많이 생산된다. HER2 유전자에 의해 생산되는 이 단백질은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수용체의 역할을 억제하거나 이런 수용체가 과발현되어 있는 세포를 공격한다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폐암 환자의 경우 암세포의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표피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EGFR)도 암세포 표지물질의 한 예이다. 폐암환자 및 대장암 환자의 30% 이상이 EGFR이 과량 발현되거나 돌연변이가 생겨 있다. HER2나 EGFR은 정상적인 경우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 안테나 형태의 수용체인데 이 수용체에 신호물질이 달라붙으면 세포내에 신호를 보내서 세포가 성장하도록 한다. 과량 발현되어 있으니 세포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라게 된다.

 

혈관내피성장인자인 VEGF(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는 혈관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단백질이다. 처음 태어나서 인체 내의 혈관이 형성 될 때 왕성하게 활동한다. 또한 새로운 혈관형성이 필요할 때, 예를 들면 상처가 난 곳에 혈관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나 혈관이 막혀서 다시 만들어야 할 때 등에 필요한 물질이다. 이것이 절실히 필요한 놈이 있다. 다름아닌 덩어리 형태의 고형 암이다. 암이 성장함에 따라 영양분이 필요하고 이는 혈관에 의해서 공급된다. 따라서 덩어리의 고형 암은 암세포가 VEGF를 생산하여 암세포 주위에 혈관을 만들어 커 나가고 더불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한다. 스스로 알아서 보급목적으로 고속도로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은, 죽여야 할 암세포이지만, 참으로 배울 만하다.(그림; 혈관을 생성하여 자라나는 암세포)

 

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물론 이런 것들이 과량으로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세포를 원상으로, 정상세포로 돌려놓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 암의 발생원인도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급한 일은 이렇게 과량으로 발현된 수용체가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불이 났을 때 급한 일은 물을 끼얹는 일이다.

(그림; 암세포의 혈간생성기작;암세포가 VEGF를 분비하여, 혈관상피세포가 느슨해지도록 하여, 상피세포가 암세포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혈관이 형성된다)

  

 

5. 표적치료용 항체, 정교한 미사일 만들기

 

암세포 외부에 많이 걸려있는 수용체, 즉 유방암세포의 HER2, 폐암의 EGFR, 고형암의 VEGF등을 찾아내서 여기에 달라붙을 수 있는 것 중에는 항체(antibody)가 있다. 우리 몸의 면역계의 주역으로 이런 일에는 전문이다. 다만 암세포의 이런 표지 수용체 들이 원래 아군인 우리 몸이 가지고 있던 표지들이라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유방암세포의 HER2 표지는 암세포에서 100배 이상 발현되기는 하지만 정상세포에서도 발현되는 표지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세포에 있는 이들 수용체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항체를 만들고 공격한다면 자기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류마치스 같은 자가면역질환 (autoimmune disease)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암세포에 많이 발현되는 표지를 인식하고 달라붙는 항체를 인체 외부에서 만들어서 투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항체를 주사하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 면역을 형성치 못하는 사람에게 항체를 공급해주는 수동면역의 한 방법이다. 이에 비해 보통사람의 면역은 외부에서 침입한 균을 항원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 면역을 만드는 능동면역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인간의 항체를 외부에서 만들기가 만만치가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원래 자기 것에 달라붙는 항체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은 다른 동물을 이용하거나 이런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를 만들어서 배양하는 방법이다. 다른 동물을 직접 이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백신을 처음 만든 제너가 소에서 생기는 우두의 고름을 ‘용감하게’ 사람에게 주사해서 천연두에 대한 면역을 만들었다. 우두를 일으키는 백시나(Vaccina) 바이러스가 사람의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이기 이러한 ‘백신(vaccine)’이 발견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러면 유방암세포의 HER2 단백질을 소에게 주사해서 생기는 항체를 분리해서 사람에게 주사하면 그 항체는 유방암세포에만 달라붙어서 면역과 같은 반응을 일으킬까? 물론 가능 할 수 있다. 다만 인간에게서 만들어진 항체가 아니고 소의 태생이라 인체에 들어오면 적으로 간주해서 제거해버릴 가능성이 많다.

 

또한 소의 피를 분리해서 그중에 그 HER2 항원만을 분리해내야 되는데 쉽지도 않을뿐더러 소의 혈액 속에 있는 다른 바이러스, 광우병 등의 물질들이 오염될 수도 있다. 스테이크용 고급 소고기는 좋아하지만 광우병이라면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 방법이 더욱 좁혀진다. HER2 항체를 만드는 세포를 만들어서 이 세포를 술 발효하듯이 배양기에서 만들어서 HER2 만을 분리해서 주사제로 만들면 간단하다.

 

이렇게 세포를 만들어서 특정 항원만을 만드는 방법은 이미 1970년도에 시도되어 지금은 대부분의 병원 검사실에서 진단용 시약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간염바이러스에 달라붙는 항체만을 만들려면 간염바이러스를 쥐에 주사한다. 쥐의 B세포중 하나는 간염바이러스에 달라붙는 항체만을 만드는 세포로 변한다. 이 세포와 죽지 않고 잘 자라는 쥐의 암세포를 서로 녹여 붙이듯이 세표융합해서 죽지 않고 간염바이러스만을 생산하는 세포를 만들어낸다. 이 세포를 배양하여 간염바이러스 항체를 만들면 소위 단일항체(Monoclonal antibody)가 만들어진다. 병원에서 간염바이러스 존재여부를 검사할 때 이 항체를 이용한다.

 

유방암의 HER2 표지에 달라붙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도 이와 같이 쥐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쥐에서 만든 것이라 인체 내에서는 적으로 간주해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좀 더 고급의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최대한 인간의 항체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인간에게 직접 HER2를 주사해서 해당하는 B세포를 만들면? HER2의 경우 인간의 것이라 항체를 만들지도 않는다. 만약 정상세포에는 없는 새로운 표지 X가 생겼다고 해도 인간의 B세포를 얻기 위해서 B세포가 있는 인간의 장기를 떼어내는 살인을 할 수는 없다.

 

최종목표는 인간의 항체와 유사한 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항체는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적을 확인해서 달라붙는 머리 부분(Fab)과 달라붙은 후 해당 세포를 공격하는 목적의 꼬리 부분(Fc),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항체의 구성). 머리(Fab) 부분은 달라붙는 표지분자의 구조에 따라 여러 종류의 구조를 가지는 가장 변화가 심한 부분이다. 여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 미사일의 유도 안테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꼬리의 Fc 부분은 비교적 일정하다. 미사일에서 몸체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곳은 인간의 Fc 유전자로 대체하기가 비교적 쉽다. Fab는 쥐의 것, Fc는 인간의 것인 항체, 소위 ‘humanized' 된 항체는 인간면역계에서 좀 더 인간 것으로 취급하여 공격을 덜 당한다. 

 

(그림; 항체구조; 항원이 붙는 Fab부분과 Killer 세포등이 붙는 Fc부분
(그림; 쥐의 항체중 인간유전자로 일부를 대체한 Humanized 항체; 적색부분)

이제 마지막 단계로 표지물질과 달라붙는 Fab를 인간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 이제 쥐세포를 사용하는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 인간의 B세포를 시험관에서 맘대로 조작해서, 예를 들어, 유방암 표지물질인 HER2 단백질에 달라붙는 인간 B세포를 만들면 된다. 유방암 환자를 구하려는 인간의 연구노력은 대단하다. 인간 B세포의 유전자 중 Fab에 해당하는 유전자들을 뒤섞고 변형해서 수만 가지의 가능한 Fab를 만든다. 유전자를 서로 뒤섞거나 변형시키는 일은 이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Fab중에서 유방암 HER2 물질에 달라붙는 Fab 를 고르면 된다. 이 작업은 박테리오파지라는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즉 파지바이러스의 외부 단백질에 뒤섞은 Fab를 삽입해서 만든다. 수많은 파지들이 수많은 종류의 Fab를 외부에 내걸고 전시하는 것이다. 소위 ‘phage display’ 기술이다.(그림; phage display기술). 표지물질에 제대로 달라붙는 인간의 Fab 유전자와 인간 Fc 부분과 같이 결합하면 완전한 인간항체 유전자가 된다. 사람들은 참 머리가 좋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인간의 면역계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즉 어떤 것이 내 물질인가 라는 데이터를 태아 초기에 어미의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온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초기에 태아의 면역이 확립된다. 그러면 어미 때에는 없는, 그래서 물려받은 면역데이터에는 없는 신종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어떻게 이에 맞는 항원을 만드나? 알려진 바로는 신종 바이러스에 가장 가깝게 달라붙는 B 세포가 앞장선다는 것이다. 즉 100% 맞는 B 세포가 없어도 80% 맞는 B 세포가 신종 바이러스에 맞는 세포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100%에 맞게 변화하여 다음에 신종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이미 준비된 B 세포들이 활동을 시작한다는 학설이다. 이를 모방해서 박테리오파지의 외벽에 여러 종류의 Fab를 인공적으로 만들고 이중에서 신종 바이러스에 가장 근접한 Fab를 고르는 방법인 'phage display" 방법은 정확한 생체 모방기술이다. 연구자들은 인체의 무한한 능력에 그저 놀랄 뿐이다. 우리는 인체의 숨겨진 기술을 찾아내기도 바쁘다. 최근에는 다양한 구조의 Fab를 마음대로 수천가지를 쉽게 만드는 방법으로 항체란 개념을 떠나서 찾고 있다. 인체와 유사한 구조의 단백질의 가지는 동물 중에서 장난감 레고의 블록물질을 찾는 것이다. 하나의 레고 블럭 이지만 수백 개를 조합하면 무언가에도 붙을 수 있는 Fab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단백질 스카폴드)

 

(그림; 박테리오파지 외벽에 수많은 Fab를 전시하고 이중에서 항원이 붙는것을 고른다
(그림; 레고블럭같은 단백질을 여러개 합쳐서  여러종류의 Fab를 만드는 과정)

6. 암 정복, 과연 가능할까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치료제는 제약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약 시장 전체의 20%를 단숨에 차지하고도 높은 성장률을 예측하고 있다. 황금알을 낫는 오리가 태어난 것이다. 유방암지표인 HER2에 달라붙어서 HER2의 신호전달에 의한 유방암세포의 과다성장을 억제하는 치료제인 허셉틴(Herceptin)이 표적치료제의 선두주자로 나왔다. 폐병환자의 표지물질인 EGFR을 타겟으로 하는 이레사, 암의 혈관생성 억제제인 아바스틴등의 항암제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이 치료원리는 간단하다. 달라붙는 것이다. 달라붙어서 신호전달을 방해하거나 항체꼬리부분의 Fc부분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NK 세포가 달라붙게 한다. 또는 이 Fc부분에 항암제성분을 달아 놓는다면 암세포에 달라붙어서 그것만을 공격하는 강력한 미사일 항암제가 될 수 있다.(그림; 항체의 치료기작).

 

항체치료제는 암세포이외에도 많은 적용분야가 개발되고 있다. 류마티스는 자기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고 이 과정중에 심한 염증반응이 생긴다. 염증은 종양괴사인자 (TNF alpha)의 신호로 시작된다. 따라서 이 표지물질에 달라붙는 항체치료제 (앙브렐)을 사용하게 되면 염증신호를 차단하고 이로 인한 염증을 완화할 수 있다. 물론 완전한 치료의 개념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방안을 기어 다녀야 하는 류마티스의 고통을 없애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면 그 자체로 희망이다.

 

하지만 아무리 효과가 좋은 치료제라도 해도 가격이 비싸다면 그림의 떡이다. 아니 그림의 떡은 안 먹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치료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그림의 떡이 아닌 없는 자의 서러움으로 변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의료계의 아픈 현실이다. 표적치료용 항체치료제가 비싼 이유는 항체의 복잡성 때문이다. 화학합성으로 만들어지는 타이레놀의 분자량보다 무려 1000배나 되는 거대 3차 구조의 물질이다. (그림; 바이오약품과 합성약의 비교). 복잡성과 정교함으로 본다면 스쿠터의 무게보다 1000배나 무거운 보잉707과도 비유가 된다. 타이레놀이 그램당 0.1-1 달러이면 항체치료제는 제작비용만 무려 2000-3000불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셉틴으로 유방암 치료를 받는다면 현재 기준으로 치료비용이 년 1억을 넘어선다하니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비싼 치료비용을 내야한다면 이중 삼중의 부담이다.

 

(그림; 항체의 치료기작; 암세포외부의 과발현된 HER2에 치료용항체가 달라붙어 세포분열 억제/바이오약품과 합성약의 비교; 스쿠터와 보잉707)

 

 

이런 항체치료제는 큰 제약회사가 수년간 엄청난 돈을 투자하여서 만들어낸 신약이다. 신약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이를 복제하듯 만들어낸 약품을 제네릭(복제약)이라 칭하는데 단백질 의약품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biosimialr)라 부른다. 간단히 말하면 보잉사에서 개발한 보잉707을 한국 김해 공장에서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100% 같은 구조로 만들수는 없다. 부품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보잉 707과 같은 성능을 낸다면 된다. 이런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 오르고 있다.

 

이런 항체치료제를 대량으로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고 많은 회사들이 참여한다면 당연히 가격은 내려 갈 것이다. 기존의 치료제보다도 10배, 20배 높은 치료비용을 내는 표적항체 치료비가 많이 내려 갈 것이다. 이젠 주머니가 얄팍한 서민들도 항암제의 무서운 부작용 공포에서 벗어나서 좀 더 효과적이고 덜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이제는 1센티 미만의 암도 조기에 찾아내고 간단한 수술로 제거 할 수 있다. 그리고 효과적인 미사일 항체치료제로 남아있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인체 내에 있는 면역의 주력인 항체를 똑같이 만드는 모방 기술이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암의 발생을 막을 방법을 알아내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인체를 잘 들여 다 본다면 이런 기술이 숨어있을 것이다. 인체의 암 억제 기작, 이를 밝혀내고 적용하는 길이 암을 정복하는 마지막 단계 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친구의 장인처럼 자는 듯이 죽는 자연사의 행운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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