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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14) 수술 후 꿰매는 대신 풀처럼 붙인다, 홍합 접착제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5.

1)포장마차와 홍합

 

 

포장마차는 낭만의 집합체이다. 이곳이 친숙하고 자꾸만 끌린다면 낭만을 즐길 준비가 된 사람 축에 들고 왠지 말이 통할 것 같다.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가 몰려있고 게다가 그곳이 서울시내 한 가운데라면 이런 낭만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리 실망 할 것은 없다. 내가 그러하듯 다른 사람들도 낭만에 대한 꿈은 늘 한쪽 옆구리에 차고 다닌다. 그리고 장소만 된다면 언제든지 펼칠 준비가 되어있다.

 

 

동네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도로는 조그만 동네야산과 접해있다. 야산이래야 오 분이면 오르는 곳이지만 밤이 되면 그곳은 검은 숲으로 변한다. 도로 신호등을 건너면 포장마차가 있다. 사람왕래가 덜한 곳이라 곧 포장마차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장사가 제법 되는 듯 그 곳을 지키고 있었다. 오후 느지막하게 짐차에 실려 온 짐들은 신호등 아래서 펼쳐지고 금방 천막이, 그리고 포장마차가 된다.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고 저녁을 끝낸 아파트 사람들이 한 둘씩 산책을 나오면 포장마차는 손님을 맞는다. 비가 내리는 밤이면 우동이, 맑은 날에는 오뎅이 주로 팔렸다. 그 집의 메뉴는 늘 다양했다. 백열등이 내리비추는 상자 내에는 닭똥집, 장어, 어묵 고치 그리고 홍합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안주거리가 담긴 상자는 포장마차의 꽃이다. 얼음을 채워 늘 시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안에 있는 안주거리가 얼마나 싱싱해 보이냐에 따라 포장마차의 매출이 오르락내리락 할 만큼 중요하다.

 

 

매일 포장마차의 신선함을 유지하려면 미리미리 시장을 보고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특히 홍합탕을 준비하는 경우는 더하다. 해산물의 진수는 신선도에서 나온다. 바다에서 키워져서 서울의 변두리 포장마차까지 오는 동안 홍합의 얼큰한 맛이 유지되려면 새벽 수산시장에 다녀와야 하는 부지런함은 기본이다. 홍합탕의 비결은 국물에 있다. 초보는 홍합을 물에 담가 소금을 없앤 상태로 국물을 만들지만 고수는 멸치국물로 승부를 낸다. 게다가 청양고추, 홍고추가 더해지면서 얼큰하고도 산뜻한 국물이 큼직한 파와 함께 맛을 낸다. 초보는 홍합을 끓인 물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경력 있는 포장마차 주인은 국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혹시라도 홍합에서 나오는 모래 등을 완전히 없앤다. 잘 끓여진 홍합탕의 바닥에서 조금이라도 모래가 쓸리는 소리가 난다면 도루묵인 셈이다.

 

 

노란 빛으로 벌어져 있는 홍합은 소주의 최상의 안주이다. 양념간장에 살짝 찍어서 입에 담그면 갯냄새가 먼저 코에 닿는다. 물기를 머금은 홍합을 씹는 맛은 잘 데친 물오징어를 씹는 맛과는 또 다르다. 홍합이 완전히 홍합껍질에서 분리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경우 껍질과 함께 요리되어서 그대로 나온다. 검정색의 껍질과 노란색의 홍합은 그 자체로 색의 조화를 이룬다. 홍합요리의 최고 맛은 국물에서 나온다.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맛은 소주 안주로는 좀 약하다. 오히려 소주 안주로 씹은 닭똥집의 매운 맛 다음에 홍합탕의 국물이면 최상의 조합이다. 특히 눈이라도 내리는 겨울밤이라면 포장마차안의 소주와 홍합국물은 앞에 앉은 친구만큼이나 사람답게 사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사진; 포장마차는 신데리라의 마차처럼 한 밤중에 빛을 발한다.
(사진; 홍합은 신데릴라의 구두이다. 밤의 포장마차에서만 빛을 발한다)

 

 

 

2)붙어서 살아가기;

 

 

홍합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단 포장마차의 낭만 때문만이 아니다. 홍합하면 떠오르는 곳은 해변 바위와 푸른 바닷물이다. (사진; 바다에 붙어있는 홍합). 낭만과 접해 있는 곳이다. 파도가 출렁이고 바위가 있는 곳에서 일몰이라도 볼 수 있다면 더 할 수 없는 행운아다.

 

홍합은 바위에 붙어서 자란다. 다른 바다 부착생물인 따개비, 굴 등과 같이 아주 튼튼하게 붙어있다. 파도가 늘 강하게 치는 곳에 붙어있는 홍합을 보면 그 생명력이 참 대단하다. 얼마 전에 들른 무창포는 바다에서 붙어살고 있는 생물, 특히 굴을 볼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물이 빠지면 바다에서 섬까지의 길이 열린다. 흔히 모세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해변에서 섬까지 반시간 정도를 걸어갈 수 있다. 늘 잠겨있던 바다 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것이 자주 열리는 길이 아니어서 더욱 다채롭다. 멀리 부산에서 해삼을 주우러 왔다는 가족은 모두 큰 바스켓을 하나씩 들고 있다. 벌써 한 시간이 다 되는데 해삼은커녕 조개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해삼은 물이 빠져나가는데 그냥 있을 만큼 멍청하지 않다. 조개 역시 물이 빠지면 바닥 깊이 몸을 숨긴다는 사실을 몰랐는지 궁금하다. 그런데도 TV에서는 무창포 갯벌에 가면 해삼을 주울 수 있다고 방송한다. 역시 매스컴의 뻥 튀기기는 대단하다. 그 귀한 해삼을 그냥 주울 수 있다고 선전해 놓은 TV나 그걸 믿고 온 사람들이나 똑 같다. 그나마 바위에 붙어 있는 굴을 따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쉽게 떨어질 것 같은 굴은 마치 바위의 일부인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돌로 쳐내려하다가 애꿎은 손등만을 찍고 기어이 피를 보고 손을 들었다. 떼어 내기가 어려운 것은 굴보다도 홍합이다. 홍합은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기도 하지만 그 날카로움으로 해서 떼어 내기가 더욱 힘들다.

 

늘 파도가 일렁이는 바위에 단단히 몸을 붙이는 홍합의 접착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다에서 어딘가에 붙어사는 접착 생물은 늘 골칫거리이다. 특히 배의 하단에 달라붙는 따개비등 패류는 배의 운전에 많은 영향을 준다.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선박의 외부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비용은 선박을 보수, 유지하는 비용의 10%를 차지 할 만큼 골치 아픈 일이다. 그냥 걸레로 닦아내면 닦아지는 것이 아니라 강한 압력의 물과 모래로 때려야 할 만큼 접착력이 강하다. (사진; 선박하부 제거 작업광경) 이런 조개류 등이 붙게 되면 배가 나가는데 저항이 생긴다. 이 저항은 결국 연료를 더 사용하게 만들고 전체 윤영비의 50%를 차지하는 유류비를 4%나 증가시킨다. 한 마디로 붙어있는 조개류는 선박을 운전하는데 돈을 더 쓰게 만든다.

 

이런 골치 아픈 접착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유기주석이 함유된 페인트로 선박하부를 처리한다. 하지만 바다 속으로 흘러 들어간 유기주석은 그 구조가 어류의 생식 호르몬과 유사하여 바다 속 생물, 특히 소라, 고동, 방어 등의 생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물질로 작용한다. 그 결과 수컷의 생식기가 달린 암컷 고동이 발견되는 등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어 사용금지물질로 규정되어 있다. 환경적으로 안전한 접착방지제 (방오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연구를 하다보면 자연히 어떻게 조개류가 선박에 붙는가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 실제로 접착방지제 실험을 하는데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생물이 홍합이다. 홍합이 배양이 용이하고 접착력이 좋아서 실험에 사용하는 것을 보면 홍합의 접착능력은 이미 잘 알려진 셈이다. 많은 접착생물, 따개비, 홍합, 굴 등에서 홍합의 접착 기능에 대한 연구가 이미 30년을 넘고 있다.

(사진; 바닷물에도 바위에 붙어있는 홍합)
(사진; 고래에도 붙어있는 따개비)
(사진; 선박하부의 부착생물은 골치덩이, 돈을 들여 떼어내야한다)

 

3)홍합 접착제의 능력

 

 

홍합을 포함한 바다 생물의 접착특성은 기존의 다른 화학 접착제보다 훨씬 우수하다. 온도, 염도 , 습도 등에 영향을 덜 받고 또한 유기, 무기를 가리지 않고 잘 붙는 장점이 있다. 고래에 달라붙은 따개비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진; 고래에 달라붙은 따개비).

 

홍합이 바위에 달라붙는 특성이 오래 동안 연구되어 왔지만 본격적으로 산업화하려는 연구는 최근이다. 홍합은 스스로 물질을 내서 바위에 달라붙는다. 족사라는 이 단백질은 무기물, 즉 바위 등에 대한 접착력이 대단하다. 홍합은 지름 2mm의 가는 실 모양의 패드 형태로 달라붙는다. (사진 ; 홍합에서 나온 접착용 패드). 이 패드 하나가 12.5kg을 지탱할 수 있다. 홍합은 보통 10개 정도의 접착패드를 만든다. 따라서 홍합 하나가 무려 125㎏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이 정도의 강력한 접착력이니 홍합을 칼로도 떼기가 힘들고 무리하다가는 나처럼 피를 볼 수 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홍합의 족사 라는 단백질이 접착에 관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채취하여 얻으려면 10,000개의 홍합에서 겨우 1 그램의 족사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홍합탕 한 그릇에 20개의 홍합이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500개의 홍합탕이 있어야 접착제 1그램이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이 방법으로 홍합 접착용 단백질을 만들어서 돈 벌기는 힘들다. 하지만 한국 연구자들이 누구인가? 머리 좋기로는 OECD 국가 중 2위의 청년들이 있는 나라에서 이러한 좋은 재료를 그냥 보고 넘길 리 없다. KAIST 이상엽, 포항공대 차형준, 화학연구소 이해신 박사 등이 홍합 접착제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의 핵심은 따라서 이 족사 단백질을 구성하는 성분이 무엇이고 이들을 어떻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가이다.

 

족사는 3개의 콜라겐과 6개의 플라크 단백질(fp-1~6)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족사의 구조). 콜라겐은 밧줄과 같은 장력을 준다. 따라서 플라그 단백질의 강력한 접착력과 콜라겐의 장력으로 홍합은 바위에 붙어서 엄청난 힘의 파도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접착제의 원리는 간단하다. 바위나 나무 등의 틈사이로 얇은 고분자막이 형성되어 두 개의 면을 이어주면 접착이 된다. 아무리 표면이 매끄럽다 해도 이곳의 표면에 달라붙은 분자들이 고분자 반응을 일으키면 표면과의 접착을 할 수 있다. 홍합의 경우, DOPA(dihydroxyphenylalanine) 라는 아미노산 유도체가 주로 접착제의 주원료라 할 수 있다. 이 물질이 효소의 도움을 받아서 단백질고분자를 형성하게 되고 홍합을 바위에 부착시켜주는 풀 같은 역할을 한다. DOPA 성분이 많을수록 강한 결합을 형성하게 되고 금속과도 결합을 할 수 있어서 어떤 족사의 경우 전체의 30%를 차지하기도 한다.

 

 

족사 단백질을 분석해보면 DOPA라는 물질이외에도 5개의 아미노산이 전체 홍합단백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여 80%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아미노산은 콜라겐 등의 주요 아미노산으로 특히 히스티딘 아미노산은 금속등과 잘 결합하는 특징이 있다. 족사의 구조를 보면 바위 등에 달라붙는 부분과 밧줄 같은 중간역할을 하는 두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접착부분인 플라그 부분은 접착력을, 중간 부분은 콜라겐등과 같은 장력을 제공한다. 또한 족사는 외부에 막이 단백질막이 형성되어 있어서 족사를 분해하기 어렵게 보호되어 있다.

(사진; 홍합은 다시마, 다른 홍합, 스테인레스에도 붙는다)
(사진; 족사 단백질은 홍합에서 나와 물체에 붙는다)
(사진; 족사하나는 여러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홍합단백질을 대량으로 만들려는 연구는 진행 중이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홍합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순서대로 유전자를 합성하고 이를 박테리아 등에서 발현, 생산하면 된다. 이 정도의 과학은 요즘은 중학교 정도만 되어도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생산해보면 박테리아 등에서는 아마노산의 순서에 따라 제대로 생산이 되지 않거나 생산이 된다 하여도 서로 엉기게 된다. 따라서 아미노산의 발현을 잘 조절하도록 유전자 순서, 즉 코돈을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박테리아가 이런 문제가 있어서 좀 더 고등 생물인 효모, 동물세포, 식물세포 등에서 홍합단백질을 만들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방법으로 홍합접착단백질이 대량 만들어진다면 이제는 외과 의사들의 고민하나가 줄어들지 않을까?

 

 

4)상처, 이젠 홍합 풀로 붙인다.

 

 

홍합접착제가 제일 먼저 사용될 수 있는 곳은 의료용 접착제이다. 외과는 병원의 꽃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병원 드라마는 외과위주의 스토리이다. 실제로 외과를 지원하는 의대생이 적다는 것과 상관없이 외과적 수술은, 문외한이 보아도, 사람을 살리는 기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좁은 수술 범위에서 상처를 꿰매는 손놀림은 정교함과 인내를 요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느 의료 드라마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는 외과의사가 자꾸만 떨리는 손 때문에 꿰매는 수술이 잘 안되자 회의도중에도 손으로 꿰매는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젠 그런 걱정을 덜 날이 곧 올 것이다. 한 뜸 한 뜸 바느질을 하듯 봉합수술을 하는 대신 풀로 슥 슥 바르는 의료용 접착제가 대중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 FDA의 승인을 받은 의료용 접착제는 피브린 접착제, 알부민 접착제, 글루타알데히드, 시아노 아크리레이트, 콜라겐 접착제 등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피브린 접착제는 트롬빈과 피브리노겐으로 되어있고 이들은 피가 상처 등으로 공기에 노출 시 굳게 만드는 물질들이다. 몸 안의 혈액응고를 그대로 이용한 이 제품은 피에서 분리해야 한다. 따라서 병원성 바이러스등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위험요인이 전혀 없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혈액성분을 이용하는 접착제는 모두 같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알부민 접착제와 글루타치온 성분의 의료용 접착제는 면역반응의 문제가 있다. 인체 내부에 외래 물질이 들어가면 당연히 면역반응이 생긴다. 접착제도 같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시아노 아크릴레이크 접착제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순간접착제와 성분이 유사하다. 다만 독성이 있는 포름알데히드가 생성되지 않도록 조절된 것이다. 순간접착제처럼 강력하게 붙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끔 집에서 순간접착제를 사용할 때 손에 조금 묻기만 하여도 두 손가락이 붙어서 고생한 적이 있을 만큼 강력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다. 인체 수술부위에 사용 시에는, 하지만 사용 후 자연 분해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상처의 외부에만 사용되고 있다.(사진; 의료용 접착제)

 

홍합접착제의 주성분인 DOPA를 고분자화해서 생기는 폴리도파민은 다양한 응용분야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표면에 무엇을 붙이기 위해서는 표면에 무언가를 코팅해 놓아야 한다. 예를 들면 인공뼈의 주성분인 인산화칼슘의 결정을 성장시키려면 이것이 잘 달라붙는 표면과 이를 도와주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 홍합에서 유래된 폴리도파민은 이런 능력이 뛰어났다. 따라서 인공뼈가 필요한 곳에 폴리도파민을 쓱 쓱 바르고 인산화 칼슘을 발라주면 그곳이 바로 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가 빠져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임플란트, 즉 잇몸 뼈에 나사로 인공치아를 고정시키는데 제일 골치 아픈 것은 잇몸 뼈가 약한 경우이다. 이를 위해서 자기 잇몸 뼈 성분을 잇몸 뼈에 일부 이식 시키고 이것이 잘 자라도록 한다. 이때 뼈가 잘 자라도록 기존의 뼈에 붙여주고 인산화 칼슘 등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폴리도파민, 즉 홍합단백질이 할 수 있다. 폴리도파민은 나노 분야에도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탄소나노튜브 소재보다 더 가볍고 강한 소재로 밝혀졌다. 기존의 탄소나노튜브가 강철보다 100배 강하고 구리보다 1000배 전기를 더 잘 흘리는데 이보다 더 높은 강도의 섬유소재가 나올 수 있다. 

(사진; 인체용 접착제, 이젠 풀붙이듯 한다)
(사진; 홍합족사 모방한 나노튜브, 둘다 섬유사이에 접착제성분이 끼어있다)
(사진; 폴리에스터 섬유에 폴리도파민을 처리하면 인공뼈가 잘 자란다-해당 논문표지)

 

이제 홍합은 귀하신 몸이 되었다. 포장마차를 떠나 병원 수술실로 향할 때가 되었다. 얼큰한 홍합탕에서 수술용 접합제로 변신하고 있다. 한 그릇에 삼천 원하는 홍합 찜에서 1그램에 수십만 원의 수술접착제와 나노신소재의 황금오리로 바뀌었다. 사람 팔자 바뀌는 건 순식간의 일이라고 하지만 홍합의 경우가 그렇다. 30년만의 연구 끝에 이제 홍합이 바닷가의 바위에서 사람의 잇몸의 임플란트로 옮겨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홍합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한심하기도 하다. 그렇게 험한 파도 속 에서도 아무데서나 붙어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안지는 수천 년이 지났건만 이제야 야단법석이니 말이다. 또한 괘씸한 것은 접착의 고수가 된 것을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병 마시는 것처럼 쉽게 이야기 하는 것 이다. 무려 30억년이라는 세월동안 무수한 시련 속에서 터득한 접착의 고난도 내공을 불과 3만년밖에 안된 사람이라는 족속들이 따라잡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기특하기도 할 것이다. 숫자로 계산해 보다면 100살 노인의 지혜를 태어난 지 1달도 안된 아이가 따라간다는 거나 같다. 그러니 기특하다고 할 수밖에. 할아버지의 턱수염을 당기는 손자만큼 귀여운 녀석이 있을까?

 

 

그래도 홍합은 포장마차를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쌍꺼풀을 수술하는 사람도 많지만 마음의 병을 치유할 사람도 많다. 쌍꺼풀 수술 뒤에 바를 홍합 접착제도 중요하지만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소주 한잔하면서 입에 넣을 수 있는 홍합 한 점이 살아가는 데에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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