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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11) 최고의 금고를 만들어라-포자(spore)형성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4.

1) 미이라 살리기

 

조선 시대에도 지금처럼 부부사이에 긴밀한 정을 표현하고 살았을까? 알콩달콩한 부부사이의 이야기를 쉽게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한국부부들의 공통점이다. ‘무뚝뚝하지만 마음속은 진국입니다‘로 말을 하는 것이 보통의 한국 남편들이고 그런 점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또한 아내들이다. 지금도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아마 그런 표현을 거의 하지 않았을까?

 

1998년 안동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는 31세 나이로 요절한 남편을 그리는 1550년 조선시대 아내의 애절한 심정이 담겨있는 글이다. 이를 보면 조선시대 여인들이 오히려 부부사이의 정을 표현하는 데에 한 수 위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신발의 바닥을 짜서 같이 매장한 미투리는 아직도 머리카락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서 머리카락이라도 같이 묻어서 위로하려는 절절함이 그대로 있다.

 

 

이 내용이 ‘450년만의 외출’이란 제목으로 연극에 올리고 뮤지컬로 제작되면서 그때의 부인의 모습이 재현되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이런 미이라의 모습을 박물관에서, 그것도 아주 잘 보존되어있는 곳에서 가까이 보노라면 마치 그때 사람이 살아있는 착각에 빠진다. 더구나 길게 자란 손톱과 아직도 검은 색의 모발을 보노라면 금방 일어나서 나에게로 다가올 것 같아 음침한 박물관을 서둘러 도망치듯 나오곤 한다.

 

 

미이라는 영원히 죽은 걸까? 죽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무얼 의미하는지 의문 아닌 의문이 든 것은 미생물을 좀 더 알고 나서이다. 미생물은 죽지 않는다. 다만 보존 될 뿐이다. 맥아더가 유사한 말을 했다고 하지 않더라도 이 말은 맞는 말이다. 미생물은, 예를 들어 바실러스라는 균은, 먹고 살만하면, 계속 성장한다. 이분법으로 둘로 나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다가 먹을 것이 떨어지면, 아니면 주위의 환경이 본인들에게 불리하다 판단이 되면 성장을 중지하고 동면상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 동면상황이 곰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확실한 동면이라 중간에 다시 깨어나는 일이 없다. 글자 그대로 완전하게 생명체가 보존이 된다. 우리는 이것을 포자라고 부른다(spore). 이런 정도라면 이 상태로 몇 백년이고 지낼 수 있다. 마치 미이라 처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런 미생물 포자는 물이 있고 온도가 적당하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미이라가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무엇이 두 개를 차이 나게 하는가.

 

2)최고의 금고, 미생물 스포어

 

 

미생물이, 특히 박테리아의 하나인 바실러스 균이 포자(spore)를 형성하는 과정은 대부분 밝혀져 있다. 놀라운 것은 포자를 형성하는 신호가 미생물 사이에서도 존재하며 소위 미생물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인 정족수 인지물질 (Quorum sensing)로 조절된다는 것이다. 즉, 지금은 바실러스 균수에 비해 먹을 것이 부족한 비상상황이니 모두 포자형성 mode로 전환해서 납작 업드려서 우선 살아남자는 이야기이다.

 

참으로 현명한 생각이다.

 

이런 신호를 받은 바실러스균들은 옆의 균들은 제거하는 항균물질도 내고 효소도 내서 수를 줄인다. 그리고는 바로 포자형성을 시작한다. 즉 방공호를 만들고 모두 그곳에서 다음 세상을 위해서 순교하듯이 몇개만이 포자를 만든다. DNA를 복제하고 둘로 나누어서 보존하고 이 유전물질을 다시 두꺼운 방호막으로 포장하면서 칼슘이온을 첨가하여 안에 있는 물을 제거한다. 또한 단백질로 외부벽까지 쌓아서 완전한 방공호를, 속으로 완전히 잠긴 금고를 만든다. 이 금고는 외부 침입이 불가하지만 습기, 온도가 맞으면 스스로 다시 자라나는 살아있는 금고인 셈이다. 이 금고는 얼마나 튼튼하고 야무진지 웬만해서는 그 속의 DNA가 파괴되지 않는다. 고온, 고압 (121도, 1.2 기압)으로 멸균해도 이 포자는 살아있는 경우가 있다. 쉽게 말해 압력솥으로 쪄도 살아있어서 발효과정에 이 포자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멸균용 필터를 사용해서 완전하게 제거를 해야 된다.

(사진; 박테리아가 스포어를 형성하는 단계; 잘자라던 미생물(vegetative cell)이 여건이 안좋으면 몸 내부에 스포어를 형성하여 분리되어 나온다)
(사진; 형성후의 스포어 모습; 철통금고이다)

 

 

박테리아가 살아나듯 미이라도 살아 날수는 없는 것일까?

 

박테리아와 미이라 사이가 너무 멀어서 두 개를 동시에 생각하기가 힘들면 중간쯤 되는 옥수수 씨앗을 생각해보자. 늦은 가을철 혹은 한 겨울에 시골집을 방문하게 되면 대청마루에 걸려 있는 것은 옥수수 다발이다. 새끼줄에 줄줄이 매달아 말려 놓은 것이 우선 보기에도 풍성해 보인다. 무엇에 쓸것이냐고 물어볼라치면 내년 농사지을 것이라 한다. 넉넉히 2-3년간은 매달려 있어도 옥수수는 씨앗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옥수수는 박테리아의 포자 (spore)에 비하여 조금 수명이 짧다. 상온에서 오래 보관 할수록 수명이 떨어지기 시작 한다. 수명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 흙을 뒤집어서 구덩이를 만들고 서너 알 떨어뜨려 놓으면 된다. 물이라도 촉촉이 뿌려 놓고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주말농장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들이 뿌린 곳에 싹이 나는 것이 너무 뿌듯하다는 것이다. 말하는 투가 마치 손자 보는 할아버지 느낌이다. 무언가 자기 손으로 생명을 창조한 느낌이라고 하나.

 

 

 

생물체중에서 포자나 씨앗처럼 장기보전이 가능한 것은 꽃가루가 있다. Pollen이라 불리는 식물의 꽃가루는 인간에게는 정자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즉 DNA의 반이 들어있고 이 꽃가루가 날아가서 수정이 되어서 식물이 자라기 시작한다. 이 씨앗은 외부의 단단한 코트로 무장되어 있는데 pollen 내부의 온도와 습기에 따라 pollen의 저장기한이 영향을 받는다. 이 꽃가루는 식물마다 독특한 DNA, 구조로 되어있어서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또한 그 구조의 독특함 때문에 어느 지역에 어떤 식물이 있고 그 지역에서 나온 꽃가루가 어떤 것이다 등의 판단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등으로 꽃가루는 법의학에서도 응용하고 있다. 사체에 묻어있는 토양이나 꽃가루의 특성을 조사하면 사체가 어디에서 있었는지, 옮겨왔는지 등의 판단이 가능하다. 실제로 보스니아 학살사건에서도 꽃씨의 분포를 확인하여 학살을 규명한 사례도 있다.

 

 

박테리아보다는 한 단계 위인 식물 씨앗의 상온에서의 보존기간이 좀 더 짧다. 상온에서 보존하기기 더 어려운 것은 좀 더 높은 단계인 사람으로 가면 확실하다. 사람을 보존할 수는 없을까? 죽은 미이라 형태가 아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미이라로 태어나는 것이 불가능할까?

 

 

미생물의 경우를 보면 전혀 불가능해보이지도 않는다. 미생물을 장기보존하기 위해서 동결건조법을 사용한다. 동결건조란 얼린 상태에서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생존율을 측정해보면 건조시 보존제를 사용하는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보존제란 얼면서 생기는 단백질이나 핵산의 구조가 변치 않게 방지하는 물질이다. 최적의 조건에서 효모나 박테리아등은 10% 정도가 동결건조과정에 살아남는다. 즉 동결할 때 단백질 특히 효소의 구조가 변하지 말아야 다시 수분이 공급되었을때 이 효소가 작용을 해서 다시 분열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경우는 동결건조가 가능할까? 좀 엽기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람에 대한 자료는 없다. 아니 없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 사후에 사람을 급냉동하여 보존하는 기이한 회사가 생겨났다. 지금 기술로는 불가하지만 먼 훗날 기술이 발달하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서 병을 고치고 다시 살게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지금의 기술의 진보로는 전혀 불가한 일이 아니다. 정자와 난자 혹은 수정란은 보관이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성체로서의 인간이다. 과연 주요 기관의 세포들이 그 기능을 유지하면서 손상되지 않고 보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부분의 세포는 냉동되면서 많은 구조상의 해를 입는다. 이런 것이 방지되고 대부분의 세포들이 유지되는 상태라면 불가능 할 것도 없다.

 

 

굳이 사람에게서 그 해답을 찾을 것도 없다. 하층으로 내려 갈수록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잘 발달되어 있다. 앞서 바실러스 균 같은 박테리아도 주위 환경이 나쁘면 알아서 포자를 형성하여 훗날을 기약한다고 했다. 포자를 형성시키는 신호가 박테리아의 농도에 의해 전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박테리아보다 한 수위인 고수가 있다. 바로 박테리아를 집 삼아 자라는 박테리아 바이러스인 박테리오 파지 (bacteriophage)이다. 박테리아만을 공격해서 일시에 박테리아를 녹여죽이는, 박테리아에게는 무서운 바이러스이다. 이 파지는 그러니까 박테리아가 먹이인 셈이다. 따라서 둘 사이에는 묘한 관계가 있다. 파지는 박테리아가 필요해서 이것을 파괴하면서 증식한다. 그런데 너무 파지가 번식하면 먹이가 줄어들어 결국은 파지가 자라지 못한다.

 

따라서 파지의 전략은 확실하다. 먹을 것이 많으면 박테리아 내부로 침투해서 박테리아를 죽이면서 증식하고(용균과정), 먹을 먹이가 없어지면 죽이지 않고 그 수가 늘어날 때까지 박테리아 내에서 기다린다(용원과정). 이 바이러스가 어떤 과정을 갈 것인가는 먹이, 즉 박테리아와 파지의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아주 영리한 전법이다. 박테리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인데 이것의 내부로 들어가는 바이러스도 이런 정교한 전략을 쓴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사진; 박테리아에 달라붙은 박테리오파지)
(사진; 이 박테리아를 죽일것인가(Lysis cycle), 같이 살것인가를(Lysogenic Cycle) 결정하는 순간은 먹이의 여부에 의해서 결정한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옥수수 씨앗 그리고 사람을 비교해보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아래로 갈 수록 점점 정교해지는 것 같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오로지 전쟁을 통해서 인구를 줄이는 방법밖에 모르고 있는 것에 비한다면 박테리오파지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런 미생물의 생존전략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생물 포자는 오래 보관 될 수 있다. 그래서 미생물을 장기보관하기 위해서 배양하면서 포자를 유도한다. 포자를 유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성장환경을 변화시켜서 균들로 하여금 지금이 위기 상황임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배양온도를 급격히 변화시키거나 pH를 낮추는 등도 한 방법이다. 이럴 경우 미생물은 자체내의 유전자를 발현시켜 포자를 형성하는 시그널 (Quorum Sensing)을 보낸다. 이 시그널은 보통 화학물질로 예를 들면 N-acyl homoserine lactone (AHL)등을 분비한다. 이 물질이 분비되면 포자형성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작동되어서 포자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물질을 직접 배양중에 공급하여 직접 포자 형성을 유도하기도 한다.

 

포자로 변환된 미생물은 장기보존도 가능하며 실온에서도 쉽게 보존이 된다. 미생물을 보존하여 사용하는, 예를 들면 미생물 농약이라던가 페수처리장에 공급하는 미생물 종균제 등에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장내 유해 미생물을 억제할 수 있는 생균제(probiotic)을 제조할때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21 세기,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 위기를 인식하여 포자를 형성, 대비를 하는 미생물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물론 미대통령 전용기에 포자같은 안전한 방을 만들어서 비상시 이를 분리시켜 대통령을 탈출시킨다는 스토리의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 같은 영화도 좋지만 일본 원전같은 위험요소를 인지해서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현명함을 배웠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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