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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체모방기술 (4) 물속을 날자, 전신수영복과 상어비늘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4.

1). 개헤엄 치기

 

 

동네 골목길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지금처럼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원을 시간 시간대로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동네 어느 구석이던, 언제라도 볼 수 있었고 그들은 같은 또래끼리 어울려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대표 종목은 구슬치기.

땅에 조그만 구멍을 여러개 파놓고 순서대로 구멍에 구슬을 넣는것이 요즈음의 골프와도 비슷하다. 골프가 깨끗하게 차려입고 녹색의 잔디에서 흰 공을 쳐가는 고급 스포츠라면 구슬치기는 반바지, 그것도 팬티와 구분이 안되는 수준의 옷을 입고 한다는 점부터 다르다.

 

또한 바닥에 거의 엎드리다 시피 기어 다니면서 손으로, 무릎으로 흙바닥을 기어다닌다는 면이 골프와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닮은 점도 있다.

 

 

골프는 끝나고 땀을 씻으러 목욕탕으로 향한다. 구슬치기 아이들은 냇가로 달려간다. 냇가로 달려가는 아이들은 물가에 다다르면서 이미 옷이 하나 둘 벗겨진다. 그리고는 발가벗은 그대로 다이빙 형태로 뛰어든다. 하지만 나는 다이빙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얼마 전에 머리부터 다이빙을 했다가 바닥의 돌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린 이후부터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다. 더구나 얼굴에 뜨끈뜨근한 것이 흘러내리던 감촉, 그것이 붉은 색의 피로 손에 만져지던 일, 그리고 놀라 길을 비키는 사람들의 표정등이 다이빙을 아주 못할 것으로 만들었다.

 

 

물가에서 풍덩 하고 잠수한 이후는 아이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수영을 한다. 아니 수영을 한다 하기보다는 그냥 물장구를 친다. 우리들은 그런 수영법을 개헤엄이라고 불렀다. 나는 개헤엄도 제대로 치지 못했다. 어찌된 셈인지 금방 힘이 들고 자꾸 가라앉기만 했다. 결국 다이빙도, 수영도 제대로 못하던 나는 엉거주춤 걸어 다니는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그때 다이빙하면서 머리에 피를 흘리지 않았었다면 나는 아마도 깊고 푸른 웅덩이에서 영영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진; 개헤엄. 시골 냇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수영법이다)

 

우리가 놀던 냇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좀더 깊은 웅덩이가 있었다. 짙은 녹색의 그곳에서 다이빙하고 놀던 옆집 아이가 온몸이 파랗게 변한 채 어른들의 등에 축 늘어져 업혀갔다. 그리고 마당에서등에 엎혀오는 아들을 보고 썩은 짚단처럼 쓰러지던 옆집 아주머니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후로 나는 다이빙도 개헤엄도 하지 못했다.

 

 

공포감은, 무서운 기억은 조금씩 사라지게 마련인가보다. 물 근처는 아예 못갈곳으로 생각해버리고 가능한 멀리 떨어져 있던 것이, 해변가의 모래사장덕분에, 호수의 새들 덕분에, 그리고 동료들과의 낚시덕분에 조금씩 물가에 다가서게 되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역시 아이들이다. 유학시절 한국부모의 맹렬한 아이사랑 덕분에 난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수영장에를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수영폼을 배웠다고 자유형을 해나가는데 나는 예전의 개헤엄을 해댈 수 밖에 없으니 한국남자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게다기 주위의 외국인들이 영화장면처럼 근사한 폼으로 지나다니는 그 한가운데에서 양팔과 다리가 각각 독립적으로 노는 형태의 개헤엄은 주위 사람들의 눈을 끌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들의 동정어린 눈길을 등에 받으며 분연히 수영장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수영강습을 등록했다.

 

 

그 뒤로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나의 수영실력은 상당히 나아졌다. 하지만 나의 수영모습을 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리고는 한마디 한다. 배운 자유형폼이기는 한데 팔다리가 각각 자유분방하네요. 또 들이는 힘에 비하여 몸이 잘 안 나가네요. 피부가 거친 편인가요?

 

 

(2)상어의 비늘의 거침

 

 

나는 나의 수영에 대하여 할 말이 많다. 사실 사람은 수영에 적합하게 만들어지지도, 또 그렇게 진화하지도 않았다. 사람은 사냥하고 농사지어서 먹고 살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우리 피부는 물고기 와는 다르다. 하지만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면서 수영을 배우면서도 이렇게 어려운 운동은 처음이라는 생각은 여전했다.

 

나만 수영에 능력이 없는 것인가 고민하던 중 나의 이런 자책은 한 순간에 해결되었다. 미국에 살던 시절, 우리는 보스턴을 방문할 일이 생겼다. 보스톤은 두가지가 유명하다, 바다 가재찜과 바다에서의 고래 구경.

 

 

하지만 고래는 책에서, 그리고 TV등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리 기대는 하지 않고 배에 올랐다. 이십여분을 나갔을까. 앞으로 나아가던 배가 스르르 멈추어서자 배가 조금씩 출렁이기 시작했다. 속이 미식거렸다. 이대로 몇분 더 있으면 고래구경보다도 화장실에 달려가야 할 판이었다. 아니 배멀미 기운이 있으면 화장실은 절대 가지 말라고 누가 충고했다. 배의 화장실처럼 사방이 꽉막힌 막힌 곳에서는 더욱 배멀미가 심해진다고.

 

결국 토할 곳은 뱃전이었다. 흔들거리는 뱃전을 부여잡고 바다에 토할 준비를 갖추었다. 나는 선박내의 관광객 중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내가 만인이 보는 앞에서 술에 취하지도 않은채 푸른 접시같은 바닷물에 음식물을 토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는 속은 너무 괴로었다. 체면은 필요할때만 있으면 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배전에 머리를 숙이는 순간 무언가 시커먼 것이 눈앞 바닷 속을 지나갔다. 그것도 아주 큰 것이.  순간 머리속의 하얗게 되면서 구토증세를 잃었다.

(사진; 미국 보스톤 해안가의 고래구경. 고래의 크기에 놀라 배멀미마저 잊었다)

 

 

등에 얼음물을 적신 듯, 등 가운데에 찬 것이 지나가고 등이 돌처럼 굳어졌다. 바다의 검푸른 색도 시람을 삼킬 듯 빨려드는 검은 빛깔인데 그보다 더 검고 짙고 큰 것이 배밑을 뒤덮는 모습은 사람의 머리칼을 꼿꼿이 세우고 순식간에 머리를 희게 만들만큼 공포스러웠다.

 

 

그건 고래였다. 고래는 무섭게 컸다. 그리고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였다. 산같은 큰 덩치의 동물이 물고기보다 부드럽게, 그리고 순식간에 이동해 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나는 멀미를 잊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외쳤다. 그래 고래가 수영을 잘 하도록 하나님이 만들었지 사람은 아냐. 내가 수영을 못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란 동물이 수영을 못 하는거야. 나는 수영에 대한 모든 압박에서 순식간에 벗어났다.

 
고래는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부드럽게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바다에 있는 동물중에서 고래보다 빠르게 다니는 것은 상어이다. 상어나 고래의 최고속력은 시속 40-55 km 이다. 아시아의 물개라는 별명의 조오련 수영 기록이 10km 미만이니 이와 비교하면 상어는 4-5 배나 빠른 셈이다. 그러니 바다에 빠지지 말일이다. 혹 빠졌다 하더라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다면 상어는 최소한 먹이로는 생각지 않을 것 아닌가.

 

 

배나 항공기 등 움직이는 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속도이다. 속도는 시간이고 시간은 돈이니 말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은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려는 힘이 있고 저항이 대표적인 방해힘이다. 특히 물과 같은 액체사이를 움직이는 배의 경우에는 배의 표면에 닿는 저항은 바로 돈과 직결된다. 저항이 클 수록 속도가 떨어지고, 저항이 심하면 그만큼 많은 연료가 소모된다. 배의 저항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배의 모양은 디자인 우선 순위 첫 번째의 고려사항이다.

 

대표적인 유선형은 물속을 다니는 물고기의 모양에서도 볼 수 있다. 유선형을 따라 흐르는 액체는, 바닷물이건 공기이건, 어떤 흐름을 만들게 되는데 흐름과 흐름의 속도 차이등에 의해서 저항이 결정되고 또한 배나 비행기에 받는 힘이 결정된다. 이 사람들의 관심이 물의 저항이라면 바닷물 속에서 시속 50km 로 내달리는 상어의 능력에 당연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현재 최신형 구축함이 시속 50km 이니까 그 이전부터 상어는 이들 배를 디자인 하는 과학자의 머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을 것이다.

 

 

상어의 표면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즉 매끄러울 거로만 생각했던 상어표면에 돌기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것을 알아 낸 것이다. 이런 구조는 비단 상어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상어와 같은 속력으로, 그러나 우리에게는 좀 덜 폭력적인 돌고래에서도 이런 돌기를 발견했다. 유체의 흐름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돌출구조가 매끄러운 면에 비하여 저항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마치 흐르는 물에 널빤지를 대고 있는 것이 힘들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진; 바다를 유유히 다니는 고래. 그 덩치가 엄청나서 공포스럽다)
(그림; 상어피부에 있는 돌기)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돌기들은 물속에서의 저항을 오히려 감소시켰다. 그 이유는 돌기들에 의해 형성된 작은 물돌기 (와류)들은 상어의 표면과 주위를 흐르는 큰 물줄기흐름 사이를 떼어놓는 역할을 해서 마찰을 최소화 한 것이다. 매끄러운 표면에서도 물론 저항은 생긴다. 만약 100으로 달리는 상어라면 상어표면에서는 물의 속도는 0이고 표면에서 멀리 떨어진, 예를 들면 상어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는 물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100이다. 그 사이에서는 물의 상대속도는 0-100사이에 분포한다. 이 사이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물의 저항은 작아진다, 즉 속도의 기울기, 변화폭이 클수록 걸리는 힘, 소요되는 힘도 커진다. 매끄러운 표면 근처에서는 물의 흐름이 아주 적은 소위 라미나흐름(lamina) 지역이 존재한다. 이 지역이 또한 저항의 주 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돌기들이 실제로 저항을 얼마나 줄이는 가는, 비행기의 경우, 풍동이라는 커다란 실험장치에서 측정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한쪽에서 강한 바람을 불어내고 그 가운데에 비행기 혹은 측정하려는 물체를 매어놓고 물체에 걸리는 힘을 측정함으로서 알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기를 보내서 공기 흐름의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다. 비행기의 경우, 풍동에서 바람을 불어준다면 배의 경우에는 커다란 수조에서 물을 일정속도로 보내면서 배에 걸리는 힘을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결론적으로 매끄러운 표면보다는 작은 돌기가 있는 표면이 표면에 걸리는 저항을 최소로 한다는 것이 유체역학자들의 최근 실험결과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상어들은 어떻게 알았던 것인가 궁금하다. 상어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태어나보니 내 표면에 작은 돌기들이 있었네요. 덕분에 물고기들을 잡아먹기에 좋구요. 그런데 가끔 두팔, 두 다리가 있는 옷 입은 동물들도 눈에 띄기는 해요. 다른 물고기에 비하면 움직인다고도 할 수 없지요. 그냥 지나치려는데 이게 막 발을 움직이는 거에요, 마치 나도 물고기처럼 수영할 수 있다구요. 배가 고픈 때는 그거라도 먹어야죠.

 

바다에 빠졌을 때, 그리고 주변이 상해출몰지역이라면 우선 발을 첨벙거릴 일이 아니다. 하긴 그렇다고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는 하지만..

 

 

(3) 전신수영복과 박태환 선수

 

 

상어의 표면돌기는 배를 만드는 사람이나 비행기를 날리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돈을 절약하게 해주었다. 만약 비행기를 타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비행기의 날개부분을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날개의 불록한 지붕의 유선형 끝에 조그만 돌기들을 붙여놓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비행기 날개위를 지나는 공기의 흐름을 관찰 할 수 있다. 흰 연기줄기처럼 공기의 흐름이 보이고 그 돌기근처에서는 약간 변형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의 경우 이런 돌기를 사용한 경우는 아직 보고가 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선박의 경우 배의 하단에 달라붙는 조개, 굴 등으로 인하여 많은 저항이 걸려서 속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가끔씩 이것을 떼어내는 작업을 일부러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어의 돌기는 이런 조개나 굴보다는 훨씬 크기가 작아서 만지면 모래가 붙은 사포 정도의 감촉으로 손으로 만져서 겨우 느낄 정도의 mm 수준이다. 조개나 굴은 상어의 돌기보다는 훨씬 커서 너무 큰 와류를 형성하기 때문에 큰 저항이 생기는 것이다.

(그림; 상어피부의 거친 면이 오히려 물의 저항을 줄인다) (물고기피부(하)와 이를 모방한 수영복표면(상) (그림; 전신 수영복으로 물속을 날아봐?(우)

  

 

상어처럼 물속에서 속력을 내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수영선수들이다. 상어의 작은 돌기 같은 것을 섬유에 만들어 놓은 전신수영복이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 모습에 당황했다. 수영대회에서는 당연히 맨몸으로 수영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옷을 입은 물고기나 상어를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은 사람 살갗의 매끄러운 면이 물 속에서 가장 매끄럽게 미끄러 질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은 자기 기록을 쉽게 갱신했다. 수영처럼 움직이는 물체에 작용하는 저항 중 표면의 마찰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1mm 내외의 삼각형 모양의 리블렛이 5% 정도의 저항 감소효과를 보이니 전신수영복을 입은것과 안 입은 것의 차이는 0.01초를 다투는 수영 신기록에서 중요한 변수이다. 실제로는 수영복으 모든 면에 리블렛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면, 즉 배부분에만 적용해야 효과를 본다. 얼마전에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박태환 선수의 모습이 TV에 비추어졌다. 다른 선수들이 몸을 덥는 전신수영복을 거의 대부분 입었는데 박선수는 윗몸이 맨 몸이었다. 박선수는 본인의 기록에 미치지 못했다. 혹시 전신수영복을 입었더라면 그가 본인의 기록을 단축시키지 않았을까. 최근 수영계에서는 전신수영복을 금지시켰다. 선수들이 첨단 소재에 의지해서 기록을 높이려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안 어울린다는 판단이다. 박태환 선수는 전신수영복이 잘 맞지않는지 이 수영복을 입지않고도 좋은 성적을 냈다. 전신수영복 금지조처가 오히려 박선수에게는 도움이 되는 일이다.

  

 

상어의 피부표면을 모방한 사람들은, 하지만, 수영복으로는 그리 많은 돈을 벌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전신수영복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전문적인 수영선수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나처럼 동네 개울에서 개헤엄을 치는 아이들이 입을 리도 없고 동네 수영장에서 건강삼아 수영을 하는 동네주민들이 또한 그런 거창한 옷을 입고 수영을 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체, 즉 물이나 공기와의 마찰을 줄이는 곳이 필요한 곳은 상상외로 많다. 이런 곳에 상어돌기는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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