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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바이오(6) 연꽃에 숨은 부처님-연꽃잎의 극소수성을 이용한 자동청소 창문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4.

연꽃에 숨은 부처님의 비밀

 

 

1)미국에서의 자동차 필수품, 비누?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은 두려움으로 시작한다. 지금처럼 유학대행업체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본인이 준비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물론 꿈을 가지고 떠나는 것이 유학이다. 하지만 배낭여행이 낭만이라는 단어로만 이루어지지 않은 고생길의 시작 인 처럼 유학길도 고생의 연속이다. 배낭여행이 주는 가장 큰 수확은 많은 사진이 아니다. 여행 내내 집이 그립고 편안한 곳이란 생각이 머리에 박히게 된다. 그래서 부모들이 힘든 도보순례에, 배낭여행에 아이들의 등을 슬며시 미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어도 제대로 안되는 유학 초년 시절은 모든 것이 고생스럽다. 제일 먼저 다가오는 공포는 역시 언어의 소통이다. 학교에 있는 교수나 학생들은 그나마 사정을 알아서인지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도 해주지만 그래도 안 들리기는 마찬가지. 한국에서 미군부대 주변을 들락거리며 배운다고 배운 영어회화는 어디로 가서 박혀있는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 두 단어 들리는 것으로 전체 뜻을 짐작하기도 한 두번, 이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도 두려움이 된다. 이런 힘든 상황에 결정타를 먹이는 것은 바로 흑인 여자들이었다.

 

차를 구입하기 전에 면허를 따야한다. 한국에서는 달달 외워서 필기 면허 시험을 본다. 코스 주행도 외우기는 마찬가지이다. ‘핸들 두 바퀴 반 오른쪽으로 돌리고 다시 앞으로 일 미터 가서 왼쪽으로 한 바퀴 돌리면 T자 코스는 눈감고도 됩니다’. 학원 강사의 가르침은 정확해서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신기하게도 차는 그 어려운 코스를 잘도 빠져나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필기, 주행시험 두 개 모두 고난의 연속이었다. 필기 시험 중에는 상상이외의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일방통행 주행 중에 거꾸로 오는 차를 만나면 어떻게 하냐?’ 하는 문제이다. 한국에서야 모범 답 이랄 것도 없다. 헤드라이트를 껐다 켰다 하면서 위협하고, 아니면 손으로 삿대질을 해서 미친 운전자 취급을 하면 대개는 돌려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신사 나라이다. 영어로 된 정답은 ‘차를 세우고 내려서 “조용히” 일방통행임을 알린다’ 이다. 이런 문제로 만들어진 필기시험은 그래도 낫다. 적어도 시험하면 일가견을 가진 한국 학생들이다 보니 갖가지 방법으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맞는다.

 

문제는 주행 시험이다.

 

주행시험은 공무원이, 대개는 흑인여자들이 운전수 옆 좌석에 앉아서 이것 저것 시킨다. 그중에서 미국 남부 지방의 흑인 여자공무원들은 고약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특히 동양에서 온 유학생들에게는 저주의 대상이다. 억양이 강한 남부사투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통영어도 어려운 초보자에게는 흑인가수들의 빠른 랩을 듣는듯하다. 무지막지하게 둔한 체구에 동양인을 무시하는 말투와 행동은 처음 온 동양인 유학생을 주눅들게 하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하게 만든다. 하지만 한두 번 떨어지고 나면 또다시 시험본능이 살아난다. 그 뚱뚱한 흑인여자들이 시키는 것이 대개 비슷하다는 것을 주위에서 들어서, 혹은 몇 번 보는 시험으로 알게된다. 예를 들면 깜박이를 켜라, 왼쪽으로 주차해라, 등등 하는 내용이고 한 두 마디 들리는 단어로 다시 문제를 짐작하는 천재성을 발휘해서 결국은 시험을 통과하게 된다. (사진; 미국의 주행시험)

(사진; 미국 자동차 주행 심사관. 이런 미소를 띤, 친절한 사람을 만난다면 아마 미국에서 살고픈 마음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미국 국기가 선명한 면허증을 손에 쥐게 되면 처음 관문을 통과했다는 자신감보다는 미국에서 동양인으로 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런 절망감은 나중에 미국에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될 만큼, 초기 유학시절 유학생들의 기를 죽게 만드는 것이다.

유학생이 도착 후의 가장 큰 행사는 중고차를 구입하는 일이다. 돈 많은 부모를 가진 사람은 새 차를 뽑기도 하지만 살던 전세 빼서 짐을 꾸려야했던 늦깎이 유학생에게 새 차란 엄두도 안 나는 소리이다. 처음 몇 개월이야 이 사람 저 사람의 신세를 진다. 하지만 버스나 지하철 정류장 까지도 멀기만 한 미국 땅에서 자동차는 잠 잘 곳 다음으로 필수이다. 게다가 가족이 딸리거나 아이라도 있는 경우는 살아가는 동안에 중요한 재산이자, 골치덩어리 이자 익숙해져야 하는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였다.

 

먼저 와 있는 유학 선배들의 도움으로 구입한 차는 겉으로는 멀쩡했다. 멀쩡하다는 말은 있을 것은 대부분 있는 차라는 이야기이다. 국내에서는 포니와 대우 르망이 제일 많이 돌아다니던 시절이다. 자그마한 체구의 대우 르망에 익숙한 나에게 미국산 8기통 차는 탱크처럼 거대했다. 운전석 자리에 앉으면 큰 덩치의 차 덕분에 차량 앞부분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바퀴가 어디쯤인지, 차의 어디쯤이 끝인지도 가늠하기 힘들었고, 차선 가운데로 차를 운전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그래도 구입 후 처음 운전을 하고 집에 오는 길은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날만큼 가슴이 벅찬 일이었다. 차를 처음 구입한 날은 유학생 모임이 자연스럽게 열렸고 맥주 한잔을 차량에 부어주는 어설픈 제사도 있었다. 그리고 이웃에 있는 유학선배들이 그 동안의 운전 노하우를 공개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처음 온 어리벙벙한 유학생부부에게 고참 선배들은 일장 경험담을 풀어 놓는다. 자동차의 엔진오일 정도는 햄버거 먹듯 집에서 쉽게 갈고 복잡한 브레이크 교환도 해치우는 이들의 말은 거의 진리였다. 하지만 한잔 술이 길어지고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 그들의 말은 낚시꾼의 고기처럼 점점 부풀러 갔다. 자동차 사고에 대한 경험담은 본인의 것인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인지 점점 모호해지기 시작 한다. 겨울에 폭설에 갇혀서 죽은 사람들 이야기는 공포영화 수준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 사막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대책이 없다는 등 겁을 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쯤 되면 차를 샀다는 즐거움은 뒷전이었다. 운전 자체가 사고의 시작인 듯 했다. 공포분위기 조성 다음에 어떻게 하면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는 족집게 과외 방식으로 정확히, 기억 되었다. 그런 문제 중의 하나가 미국에서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할 때 트렁크에 챙기고 다녀야 하는 물건은 무엇인가?

 

비상식량, 담요, 초, 비누.

 

이것이 그들이 추천한 차에 가지고 다녀야 할 물건이었다. 비상식량이야 말할 필요가 없고 담요도 마찬가지이지만 초는 좀 예외였다. 담요야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초는 야간에 차안을 밝히기 위해서인가. 하지만 전문가들은 겨울에 차안에 촛불하나가 있다는 것은 체온 유지에 상당히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비상식량, 담요, 초는 모두 고립된 상황에서 추위를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기 위한 필수품이다 라는 그들의 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비누라니.. 이건 술에 얼큰한 그들이 나를 놀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의외였다. 비누라니.. 차안에서 세수를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인지.... 일단 그들의 말을 믿기로 하고 트렁크에 물품 모두를 챙겨 놓았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은 그 다음날 증명되었다. 처음 차를 몰고 옆에 가족까지 태우고 위풍당당 길을 나선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날씨가 예보와는 달리 돌변하기 시작했다. 맑았던 하늘이 오후 들어 험해지더니 급기야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와이퍼를 작동시켜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해야 되는지 한국에서의 방법으로는 움직이기 않는 것이다. 창문에 흘러내리는 빗물덕분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결국은 길옆으로 차를 세워야 했다. 이것 저것을 만지기를 한참, 겨우 와이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와이퍼가 운전석에만 장착되어 있다는 것. 국산 르망은 작기는 해도 두 개의 와이퍼가 작동되는데 미국의 와이퍼는 운전석에만 장착되어 있었다. 그나마 와이퍼 크기가 좀 크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차를 구입하면서 와이퍼가 하나인 차인지, 두 개 인 모델인지도 확인할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주로 혼자 다니는 미국차량이기에 조수석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부분의 모델은 2개인데 이것만 그런 것인지를 가려 볼 경황이 없었다. 와이퍼만 아니라 주유구를 여는 스위치를 몰라서 이것 저것 눌러보는 동양인을 쳐다보는 흑인의 눈은 범죄자 신고를 해야 하나 하는 눈치였다.

초보 수준의 영어로, 바가지 쓰지 않은 것만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였다. 차를 세운 곳은 차량이 별로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닌 시골길이었다. 저녁이 되면서 비까지 내리는 이곳은 으스스 하기 까지 했다. 이곳을 속히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중고차가 그 본색을 드러낸 것은 몇 분을 채 못 달려서이다. 와이퍼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있을 것은 다 있다고 방심했던 중고차가 있으나 마나 한 고물차로 변해버린 순간이다. 하지만 핸들이 고장 난 것도 아니고 엔진이 서 버린 것도 아닌데 설마 집에 돌아가는 데에 문제가 있을까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일분도 안 되서 나는 차를 또 길에 세워야했다. 앞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비가 내릴 때, 더구나 달리는 차에서 빗방울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서 운전을 하지 못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운전석의 유리가 약간 비스듬하게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빗방물이 붙어 있는 이유는 물방울이 흘러내리지 않고 달라붙어있는 것이다. 유리란 것이 물방울이 생각과 달리 그렇게 쉽게 흘러내리지 않는다. 게다가 자동차 유리는 닦아 낸지가 오래인지 얇은 때 같은 것이 형성되어 있어서 물방울이 흐르지 않고 붙어있었다. 집의 베란다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뿌연 창문과 붙어있는 물방울은 오히려 운치를 더 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는 시속 몇 십 키로로 달려야하는 자동차 안이다.

(사진; 비오는 날의 차창. 낭만보다는 물방울로 인해 목숨을 걸 지경이다. 물방울은 흐른다는 생각을 버려야 했다)

 

비상 상황이었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비는 내리고, 창문에 붙은 물방울은 흘러내리지 않고 있었다. 급기야는 밖에서 앞 유리창을 손으로 닦아보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당황한 기색으로 앞 유리창에 김을 불어대고 그것을 다시 휴지로 닦아보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문득 차의 유리 창문에 비친 내 모습에 번뜩 다른 생각이 떠 오른다. 아침마다 면도를 할 때면 거울은 조금 전의 샤워 덕분에 늘 지금처럼 물방울로 가득했다. 손으로 문질러 보지만 뿌연 모습으로 금방 돌아 가곤 했다. 이때 손에 묻히고 있던 비누거품 으로 거울을 쓰윽 닦곤 했다. 그러면 손에 닿은 그곳은 완전한 거울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난 천재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기억을 살리다니. 트렁크에 모셔두었던 비누를 꺼내들고 유리창을 닦기 시작한다. 닦는다 라기 보다는 한 두 번 묻히자 앞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계속되는 비에도 물방울이 깨끗하게 흘러내리는 것이다.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고 비누에 절을 하고픈 심정이었다. 자동차에 비누가 필수라는 유학 선배들의 한 마디로 길 잃은 강아지 집 찾아오듯 놀란 가슴으로 무사히 귀환하게 만들었다. 한참을 달려도 깨끗하게 닦여있는 유리창을 보면서 생각한다. 빗방울이 붙어있지 않고 스르르 흘러내리는 창문이라면 굳이 와이퍼를 작동시켜도 되지 않을 터 인데...

 

 

 

2)연꽃에 숨은 부처님의 말씀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곳이 자동차 앞 유리라면, 물방물이 아예 굴러다니는 곳이 있다. 다름아닌 연꽃 잎 위에서이다.

 

이른 새벽, 안개가 자욱한 곳을 걷고 있노라면 흡사 천당을 산책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그곳이 강가라면, 그리고 연꽃으로 가득하다면 저쯤에서 부처님이 미소지으며 이야기 할 것이다. ‘열반에 들어 온 것을 환영하네’.

 

이런 환상은 영화에서도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러 하늘나라로 갈 때 밝은 터널을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곳이 안개가 자욱한 강가라는 사실이다. 강 건너편에서 돌아가신 부모님들이 손짓을 할 때 따라가지 않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이다. 여하튼 안개 속에서 연꽃을 보는 것은 자못 신비롭다.

 

서울 근교에서 이런 낭만과 천국의 분위기를 맛보려면 양수리 두물머리를 찾아가면 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그래서 두 개의 물이 만난다는 두물머리이다. 이곳을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연꽃으로 가득 찬 곳을 만난다. 새벽녘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커다란 사진기를 하나씩 둘러메고 온다. 새벽 안개가 자욱한 강가는 사진의 좋은 소재인가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강가에는 일부러 누런 돛을 단 배를 띄워놓기도 하였다. 이런 인공물을 띄워놓고 연출하여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사진을 조작한다는 기분이다. 오히려 간단한 디카로 자연속에서 연꽃을 찍고 싶다.

 

 

(사진; 불교의 상징, 연꽃, 더러운 물에서도 떄묻지 않는 흰꽃과 꽃잎이 상징이다
(사진; 양수리 두물머리 입구에 있는 연꽃. 새벽이곳은 천국입구인듯하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다. 연이 살고 있는 곳은 대부분 흐르지 않는 연못 같은 곳이고 물은 더럽게 마련이다. 이곳에서 피어난 연꽃을 보면 물의 더러움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무엇보다도 연꽃의 잎은 늘 반짝반짝 빛난다. 깨끗한 표면은 기름칠로 반들반들한 학교의 마루바닥을 연상케한다. 잎위의 물방물이 잎을 더럽히지 않고 물방울은 오히려 잎의 표면 위를 굴러다니면서 묻어있는 먼지 등을 물로서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스스로 정화를 하는 셈이다.

 

모든 속세의 더러움과 타락 속에서도 스스로를 깨끗하게 지켜나가는 연꽃이 불교의 상징 인 이유이다. 모름지기 고수는 주위가 부패하고 불결해도 그 속에서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범부에게 쓰레기 속에서 장미를 피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완전무장하지 않은 채로 더러운 물에 몸을 담그면 흙탕물에 더러워지고 그 자국은 잘 빠지지 않는다. 연못의 거위처럼 완전 방수 깃털을 가지지 못했다면 아예 더러운 물에 담그지 않는 것도 일반 중생의 최선의 방책이다. 아예 더러움과 접촉을 안 하는 방법도 좋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더러워진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면서 다시 깨끗해지는 능력자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에 물들었든 것을 다시 선하게 하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은 아닌가보다. 그러니 온갖 나쁜 일을 하였다가 회개하고 돌아온 탕자를 예수님이 그렇게 반기는 것이 아닐까.

범부에게도 연꽃잎 같이 묻은 때를 스스로 깨끗하게 없애주는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너무 착한 사람만이 살게 되어서 재미가 없을까? 부처님만이 알고있는 답인지도 모른다.

 

연꽃잎은 크기가 제법 크다.

 

새벽안개는 그곳에서 물방울로 남아있다. 연꽃잎에 남아있는 물방울은 그곳에 붙어있지 않고 굴러다닌다. 물방물이 구를 때 소리가 난다면 아마도 ‘또르르’ 라고 할만큼 경쾌하다. 다른 나뭇잎에는 물방울이 붙어 있다. 왜 유독 연꽃잎에만 물방울이 구르는 것일까? 이런 현상을 "Lotus Leaf Effect (연꽃 잎 효과)" 라고도 불리곤 한다. 이는 연꽃잎의 구성성분이 아주 강한 소수성이기 때문이다.

물방물이 접촉하는 표면과 이루는 각도, 즉 접촉각은 표면의 성질, 예를 들면 얼만큼 물과 친하냐 (친수성), 친하지 않고 배척하느냐 (소수성)에 따라 변한다. 표면이 소수성이 강할수록 물방물은 점점 동그란 형태로 있고 물방울이 퍼진 형태가 된다는 이야기는 물분자와 표면이 서로 당기는 힘이 있고 이런 친수성 표면에 물이 젖게된다. 따라서 이런 표면 접촉각을 측정하게 되면 표면의 소수성 정도를 측정 할 수 있게 된다.

 

(사진; 연꽃잎위의 물방울, 물방울이 서있는 각도, 즉 접촉각이 높다)
(그림; 접촉각, 왼쪽 소수성의 경우가 오른쪽 친수성보다 높은 접촉각을 갖는다)

 

이 중에서 접촉각이 150도 이상되는, 따라서 물방물이 거의 표면에 떠 있다시피한 상태를 극소수성(super-hydrophobicity)이라고 부르고 연꽃잎이 이에 해당된다. 물방울이 어떤 표면에 접촉 할 때 표면의 구조가 중요하다. 완전히 편편한 경우보다는 울퉁불퉁한 표면이 물과의 접촉면이 적어지고 따라서 물방물을 접착시키는 물방울들이 둘 사이에 적게 있게 된다. 적게 존재하는 물방울분자는 그만큼 접착력을 적게 한다.

 

따라서 물방울이 잎 표면을 적시지 않고 반발하듯이 둥굴둥글 돌아다니게 된다. 이런 잎에는 연꽃잎 그리고 토란 잎등이 있다. 물에서 넓은 잎을 가지고 있는 식물은 잎에 양초와 같은 왁스성분을 3차원적으로, 즉 울퉁불퉁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야만 물위에 떠 있을 것이다. 만약 물에 젖는 구조라면 아마도 물속으로 가라않게 될 것 이다. 물론 다른 식물의 잎은 이와는 달리 친수성인 잎들도 있다. 이 들 잎은 울퉁불퉁한 3차구조가 아니고 거의 편편한 2차원적 구조를 가진다. 또한 잎의 성분들도 조금 다르다. 너도밤나무나 목련등은 나무로서 수분이 필요할 것이고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이슬 등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림; (상)소수성 잎 (연꽃, 토란; 3차 입체 구조)과 (하)친수성 잎(너도밤나무, 목련 잎; 2차 평면구조. 소수성잎은 3차 구조를, 친수성잎은 퍼져있는 2차 구조를 가진다)

 

이런 연꽃잎의 극소수성 현상은 당연히 과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고 이를 모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만약 극소수성 표면을 만든다면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차의 앞 유리창에 쓸 수 있었다면 내가 비 오는 날에 윈도우 브러쉬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 없었을 것이다. 물방물이 그대로 스르르 굴러 내릴 것이고 덕분에 앞 창에 뭍어있던 먼지들도 깨끗하게 없앨 수 있었을 터이니 말이다. 건물의 유리창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청소되는 유리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물이 조금일도 젖지 않는 표면이 필요한 곳은 많이 있다. 배나 비행기의 외벽이 완전하게 물을 밀어낸다면 물로 인해 생기는 저항을 줄이고 이는 연료비를 줄이게된다. 특히 선박의 경우 물과 배의 표면에서의 마찰로 저항이 생기는데 이러한 마찰저항은 저속선의 경우 전체저항의 70~80% 정도에 이르며, 고속선에서도 40~50%를 차지할 정도다. 마찰저항의 원인은 배 표면에 물분자는 표면에 붙어서 배와 같은 속도가 되나 조금 떨어진 곳의 물분자는 배와 표면과는 상관이 없이 움직이지 않고 상대속도는 0이 된다. 이 두 속도 차이 때문에 저항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만약에 배 표면이 극소수성이라 물분자가 달라붙지 않는다면 이러한 저항은 상당히 감소할 것이다. 이렇게 표면의 극소수성을 높이는 페인트가 개발되어 배의 표면에 칠해진다.

 

태양열 기판은 늘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먼지가 많은 공기에 늘 노출되어 있고 더러룬 표면은 했볕의 투과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시로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붕위에 있거나 높은 구조물위에 있는 태양전지판을 하나하나 청소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보다 만약에 비가 올때 쉽게 먼지가 쓸려나가는 극소수성 표면이라면 당연히 대 환영이다. 또한 페인트를 칠한 건물 표면이 비 한번으로 깨끗하게 유지된다면 시간이 지나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그림; 물이 흘러 내려 자동청소 되는 페인트벽의 원리; 표면이 일반형태여서 안씻기나 우쪽은 극소수성표면으로 표면에 있던 먼지등이 같이 쓸려간다)
(사진; 연꽃의 물방울속의 먼지, 모든 먼지는 연꽃위에서 스스로 청소된다. 연꽃의 자정기능이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극소수성 표면을 만들려는 구체적인 시도가 재료학자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어떤 물질을 사용해야 극소수성이 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재료 선정에서부터 어떤 구조가 되어야 물방울과의 접촉각을 최대로 할 수 있는 극소수성이 되는가를 조사하는 일일 필요했다. 놀랍게도 연꽃잎에서 볼 수 있는 울퉁불퉁하고 3차원의 구조가 완전 평면 구조보다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물을 밀어낼 수 있었다. 완전히 평평한 것이 더 효과적 일 것이라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결국 가장 효율적인 구조는 조금씩 튀어 오른 구조에 미세한 소수성 물질이 있는 구조이다.

 

 

(그림; 물방울의 표면과 접촉시 표면구조의 영향. 돌기에 작을 돌기가 최대접촉각을 생성한다)
(사진; 연꽃잎 표면돌기구조)
(사진; 모방합성구조와 실제 연꽃의 3차 구조)

 

이와 유사한 구조를 나노수준, 즉 수 nm 사이즈의 구조를 만들 결과 접촉가기 173도까지 이룰 수 있었다. 이는 물방울이 거의 완전히 송곳처럼 표면에 서 있다는 이야기이다. 연꽃잎의 접촉각인 153도 보다도 훨씬 소수성이 높아졌다. 사람이 자연에 있는 잎의 왁스물집보다 다양하고 우수한 물질을 사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역시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나니 이보다 더 우수한 물질을 만들어 낼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극소수성 유리가 차의 앞 유리에 장착되면 이제는 유학생들이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차의 필수 비상용품에서 비누가 없어져도 될 것이다. 설사 윈도우 브러쉬가 고장이 나더라도 비가 와서 앞 유리가 안 보이는 경우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처럼 비가 오는 고속도로에서 유리창에 비누칠을 해대는 진풍경을 연출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닌가. 아니 어쩌면 윈도우 브러쉬 자체도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차 유리에 끼인 먼지는 비가 오기만 하면 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이 나와서 차체에도 쓰인다면 아예 세차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자동차나 건물의 외벽에 먼지가 끼여도 물방울로만 자동 청소가 되는 소재는 참으로 중요하고 편리하다.

 

연꽃속에 숨어있는 진리는 새삼 놀랍다. 더러움 속에서도 스스로 정화하는 연꽃의 신비를 사람에게 적용할 수는 없을까. 아니다. 이미 연꽃 자체가 그 기능을 하고 있느는지도 모른다. 깨끗함을 유지하는 연꽃잎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보는 것 자체가 이미 보고있는 사람을 정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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