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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체모방기술 (3) 뱀과 조종사 이야기 (뱀과 적외선추적 미사일 이야기)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4.

1. 뱀 이야기

 

 

요즘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플루(influenza)로 온 나라가, 아니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먼 나라 이야기인가 했더니 외국을 다녀오던 인천공항에서 검역요원이 나를 붙잡는다. 귀에다 뭔가를 대더니 미심쩍은 얼굴로 나를 보고 한번 더 대본다. 적외선온도계이다. 이렇게 직접 귀에다 대는 형태도 있지만 켬퓨터 화면에 직접 얼굴의 온도를 표시하는 형태도 있어서 검역대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온도를 잰다. 그 적외선 온도계가 뱀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귀에다 온도계를 댈 때마다 뱀의 혀가 닿은 듯 몸서리가 쳐진다. 내가 이미 플루 상태 인가?

 

내가 뱀을 본 최초의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이다. 물론 그전에도 보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나의 기억의 시작점이 거기부터 인 것 같다. 무더운 여름날 부모님은 논에 나가서 하루 종일 일을 한다. 홀로 남겨진 나는 논 주변을 막대기하나 들고 돌아다닌다. 논의 한 구석에는 “둠벙”이라 불리는 조그만 물 구덩이가 있어서 논에 쓸 물을 저장해 놓곤 하였다. 여기에 연결되어서 논의 가운데로 물을 대는 수로가 있었다. 어른들이 건너 뛰면 건널 정도의 너비밖에 되지 않았지만 코흘리개인 나에게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이었다. 더구나 수로의 양옆에는 수초가 아이들 허리까지 자라있었다. 수초는 뱀풀이라고도 불렸다. 뱀풀사이로 보이는 물 빛깔은 수초의 색과 하늘색이 반사되어서 짙푸른 녹색이었고 그 깊이는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저 멀리 있는 냇가는 깊이가 좀 있다 해도 다이빙을 즐기면서 놀기에는 전혀 무서운 곳이 아니었지만 뱀풀이 덮힌 수로는 근처에 가기도 싫을 만큼 으스스한 곳이었다. 그 이유는 뱀이었다. 어쩌다 녹색의 물결이 갈라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그 선두에는 뱀이 있다. 순간 소름이 돋는다. 어릴 때의 소름이 돋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서 뱀을 보면 나는 우선 소름부터 돋는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작용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 들고 다니던 막대기는 혹시 만날지도 모르는 뱀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책인 셈이다.

(사진; 연못속의 물뱀, 언제 보아도 질겁을 하게 만든다)

 

나 말고도 뱀이란 녀석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성경에서부터 이브를 유혹해서 선악과를 따먹게 하는 악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고, 오죽했으면 뱀같이 교활한 녀석이란 말이 최악의 욕에 해당되는 말이 되어 버렸을까. 이런 누명을 쓴 뱀의 입장에서는 인간들의 이런 혐오감이 오히려 가증스럽다. 뱀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짐승이 다름 아닌 사람인 까닭이다. 몸에 좋다는 것 중에서 가장 많이 찾는 것 중의 하나가 뱀탕이니 뱀을 혐오하면서도 먹는 인간의 두 얼굴을 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

 

뱀은 인간을 피해 도망간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인간이 가장 큰 천적인 줄 아는지 야생동물치고 멀리 있는 인간을 공격하려고 다가서는 바보는 없다. 뱀도 본인이 공격을 당했을 때나 일부 뱀들, 특히 코브라 등이 달려들 뿐 대부분은 줄행랑에 바쁘다. 산에 다니다 뱀에 물리는 경우는 뱀을 모르고 밟은 재수 없는 경우나 땅꾼흉내를 내서 같이 간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다 물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밟힌 뱀에게는 생과 사의 중간에 있는 셈이니 일단 무엇이든 물어야 할 입장이다.

 

 

2. 뱀의 능력

 

 

뱀은 주로 쥐, 개구리등의 작은 동물들을 먹이로 삼는다. 하지만 뱀의 시력은 별로이다. 또 잘 듣지도 못한다. 진동도 감지 못하는 편이다. 뒷걸음치다 파리 잡는다는 소도 아니고 쥐를 잡는 뱀의 실력이 궁금할 뿐이다.

방울뱀은 사막지역에 서식하는 독사로서 꼬리를 흔들면 그 부분에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뱀은 사이드 와인더 (Side Winder) 즉 옆으로(side) 기어간다(winder)는 별칭이 있다. 사막에서 옆으로 기어간 흔적이 모래 등에 남은 것을 본 딴 이름이다. 연구자들은 방울뱀이 사냥을 하는 원리를 찾아냈고 그것이 뱀에서 발생되는 열, 즉 적외선을 감지하는 능력임을 밝혔다.

  

빛은 전기파와 자기파가 합쳐진 파동의 형태이고 파동의 진동수에 따라 높은 것에서부터 자외선, 가시광선, 그리고 적외선으로 분류한다. 우리가 보는 자연의 대부분의 색은 물론 가시광선이다. 적외선, 즉 적색의 외부에 있는 적외선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적외선 감지기를 이용한다면 이를 물론 측정할 수 있다.

방울뱀은 이런 적외선을 감지하여 열이 있는 물체, 즉 동물이 있다는 것을 안다. 방울뱀은 성냥불을 좇아온다. 눈을 가리어도 좇아오는 것을 보면 성냥불의 빛이 아닌 열을, 즉 적외선을 감지한다. 감지범위도 5000nm 까지 감지하니 아주 미세한 열을 감지한다고 볼 수 있다. 방울뱀의 콧구멍 아래에는 수천개의 열수용체가 있는 골레이세포가 존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개의 구멍 사이의 각도로 동물의 거리까지 감지한다. 또한 감지속도도 상당히 빨라서 적외선을 흡수하면 팽창되고 이때 발생되는 전기를 감지하여 0.03초이내에 동물의 존재여부를 알 수 있다. 이런 예민한 적외선 감지 덕분에 방울뱀 근처를 지나가는 쥐는 아무리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고 해도 방울뱀의 독이빨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사진; 옆으로 기어간다는 sidewinder의 모래에서의 흔적. 행여라도 만날일이 없기를..)
(사진; 뱀코 옆에 붙어있는 피트기관에서는 지나가는 동물의 적외선을 포착한다)

 

방울뱀을 비롯하여 많은 뱀들이 이런 적외선 탐지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이런 뱀의 적외선감지능력을 모방하여 이를 기계로 만드는 일만이 남아있다. 과학자들은 뱀의 골레이세포가 열, 즉 적외선을 받으면 골레이세포가 팽창하여 전기가 발생되는 것과 유사하게 적외선을 받으면 팽창하는 제논기체(Xe)를 사용하여 팽창시 반사판의 각도를 레이져로 측정하는 장치를 개발하였다. 이 장치 이름도 골레이cell 이다. 최초의 적외선측정 장치인 셈이다. 이후에는 반도체를 이용한 적외선 측정장치가 개발되기도 하였지만 뱀의 열감지능력을 이용한 적외선 측정장치의 개발로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제품, 기술을 만들수도 있게 되었다.

(사진; 골레이 cell; 적외선을 받으면 팽창하는 원리를 이용한 골레이셀 모습)

 

 

3. 뱀을 이용한 기술, 제품들

 

 

적외선 탐지기는 실로 많은 곳에 쓰인다. 우선 인체에서 나오는 열은 적외선의 형태이고 이는 측정기를 이용하여 신체부위별로 열을 감지할 수 있다. 물론 예전의 수은 온도계를 이용하여 체온을 잴 수도 있지만 이 방법과는 비교가 안 되게 넓은 범위의 온도분포를 잴 수 있다. 염증부위에는 열이 높은 경우가 있으니 이런 장치로 몸의 이상유무도 간단히 볼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상대를 만났을 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는 것이 과연 체온의 상승인가 아니면 심리적인 상태인가 등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선을 보는 장소에 적외선 측정 장치 하나 들고 가서 상대방이 나를 보고 얼굴이 달아오르는지 아니면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확인하고 용기를 얻어서 대쉬하는 마음약한 소심남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적외선측정장치는 실생활에서는 주로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하는데 쓰인다. 요즈음은 장치에서 적외선을 내보내고 그것이 돌아오는 세기를 측정하는 적외선센서가 많이 사용된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때에 되돌아오는 적외선의 세기와 사람이 움직이게 되면 되돌아오는 적외선의 세기가 변화하니 이를 감지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남자화장실 변기에서는 움직임을 감지하여 용변 후 멀어지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것 등은 간단한 예이다. 또한 건물의 자동문, 출입감시용 카메라, 또는 방범목적의 감시센서등도 모두 뱀의 열감지를 모방한 적외선센서이다. 요즈음은 시내버스 출입구위에도 장치가 있어서 사람이 타면 감시카메라가 켜져서 필요시에만 녹화되도록 하는 것도 나와 있다.

 

(사진;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물러서면 스스로 물을 내릴 줄도 안다)
(사진; 체온을 적외선으로 관찰하면 몸에서 열이 나는 곳을 알 수 있다. 그게 심장이라면 좋으련만, 머리가 되면 골치아프다)

 

너무 사람을 잘 인식하니 오히려 불안하다. 이것이 사람의 사생활까지도 침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실제로 야간탐지경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적외선으로 사람의 모습을 본다. 걱정도 생긴다. 이제는 연인과 숲속의 낭만적인 입맞춤을 계획 중이라면 기온이 체온과 비슷한 아주 뜨거운 여름밤을 기다려서 체온이나 기온이나 차이가 없는 곳에서라면 안 들킬수가 있지 않을까. 그것이 고통스럽다면 아예 몸의 열을 모두 가려버리는 두꺼운 비닐을 써서 열이, 적외선이 빠져나가지 않게 할 일이다. 뭐 그렇게 적외선에 민감하게 난리법석이냐고 묻는다면 한번 전투비행사의 입장이 되보라고 하고 싶다. 그들은 뱀 덕분에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엔진에서 강한 열을 배출한다. 이 열을, 즉 적외선을 추적하는 기능이 붙어있는 미사일이 개발되어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추적, 격추시킨다. 이 미사일의 이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사이드 와인더(Side winder), 즉 방울뱀이라는 별칭이 달린 미사일이다. 방울뱀의 열추적능력을 이용한 미사일이니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은 이해가 되지만 난 좀 기분이 섬찟하다. 내가 만약 비행조종사라면, 그리고 하늘에서 내가 탄 전투기를 향해 적기에서 미사일이 날아온다면 이걸 어쩌나. 흡사 뱀이 나를 물겠다고 달려드는 모습이 아닌가 말이다. 조종사는 아마도 뱀의 존재를 미워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뱀을 이용하여 적외선추적미사일을 만든 과학자들에게 욕을 해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종사는 그럴 틈이 없다. 어떻게든 미사일공격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림; 사이드 와인더 미사일로고; 뱀의 적외선추적 원리를 이용한다는 의미)
(사진; 사이드 와인더 발사 모습; 6초의 절대절명의 시간,  조종사는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미사일이 전투기보다 두배 정도 빠르다. 요즘 전투기는 외부의 공기를 사용하여 연료를 태워 날아가기 때문에 너무 빨리 날면 엔진에서 연료를 태울 수가 없다. 횟불을 너무 빨리 흔들면 꺼지는 것과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사일은 미사일내부에 공기역할을 하는 산화제가 있어서 속도를 더 낼 수 있다. 대략 계산해서 4키로 떨어진 적기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었을 때 F-16 전투기의 조종사에게는 약 6초간의 시간이 있다.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 조종사는 뱀을, 과학자를 탓할 시간이 없다. 엔진출구를 가려서 열을 차단하거나 아니면 급커브로 미사일을 피하거나 하는 방법밖에 없다. 피하고나서 무사귀환 한다면 그는 화풀이로 생사탕을 먹으러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뱀은 억울하다. 시원치 않은 다른 감각능력 때문에 그나마 밤을 이용하여 지나가는 쥐 한 마리를 겨우 잡을 수 있는 재주로 겨우 먹고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몸에 좋다고, 또한 조종사는 화난다고 먹어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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