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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1) 슈퍼병원균을 저지하는 비밀 병기-소통차단제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3.

1)태국, 해변의 굴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곳

 

태국은 신혼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우선 가격이 저렴하고 그 정도 거리면 결혼식이 끝나고 그리 피곤하지 않게 도착할 만한 곳이기도 하다. 신혼 여행을 국내로 다녀 온 덕분에 늘 그곳이 궁금하던 차에 태국 푸켓과 피지섬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그곳이 공포스러운 도시로 기억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방콕 국제공항을 내렸다. 한국을 떠날 때에는 한 겨울의 날씨가 한 여름 날씨로 변하였다. 공항문을 열고 나서자 훅 스쳐오는 방콕의 한 여름 열기는 겨울 피서지로 각광을 받는 이유를 알 수는 있었지만 끈끈한 습기와 함께 몸을 감는 열기는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20여명이 모였다. 관광지답게 부둣가에는 천막이 처 있고 천막 한 편에는 해산물이 그득한 유리전시장이 빛을 받아서 휘황찬란하다. 태국의 여름 해변은 노량진 수산시장과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해변이 보인다는 점, 그리고 바닥이 모래가 밟히는 해변이라는 점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름 모를 열대어와 소라, 그리고 굴 등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졌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늘 보았던 소주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런데도 뭔가 미진하고 불안하다. 그 이유를 찾았을 때에는 이미 동료들이 굴을 먹어치운 다음이었다. 다행히 나와 내 룸메이트는 제일 구석에 있었던 관계로 아직 굴을 입에 대지 않았던 차였다. 불안의 원인은 굴에 있었다. 어디선가 굴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있고 그것은 영어 r자가 들어가지 않은 달, 즉 5-8월을 제외한 달에 먹으라는 이야기가 그제야 생각이 난 것이다. 즉 여름 굴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태국은 비록 겨울이지만 따뜻한 곳이 아닌가.

 

문제는 이미 동료들의 대부분이 굴을, 그것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 여름철 굴은 위험하다고 이야기 한들, 도움이 전혀 될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을 룸메이트와 나는 동의했다. 사실 굴은 신선해보였다. 그것이 우리를 유혹했지만 태국 도착부터 무언가 미진하고 불안했던 이유를 발견한 이상, 의리를 앞세워 같이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다음날은 휴일이고 우리 일행은 잠수를 배우기로 되어있었다. 평생에 걸쳐서 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깊은 물속의 고기를 내 눈으로 보는 일인데 이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다음날 현실화 되었다.

 

 

아침 피지섬으로 가는 배에는 20명의 절반도 안 되는 7명이 탑승했다. 그나마 우리를 제외한 5명의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한 사람은 그 더위에도 오한을 느낀다며 담요를 가지고 나왔다. 비키니 차림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누워있는 태국의 피지섬 해변에 국방색의 담요를 둘러쓴 모습이라니. 그나마 여기까지나마 나온 사람은 상태가 양호한 사람이고, 여기에도 못 온 사람은 밤새 호텔에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설사를 해댔고 거의 탈수직전에서 호텔방에서 누워 있다는 것이다. 식중독균에 의해 사망한 경우가 종종 보고되는 것에 비하면 그만한 것이 천만다행인 셈이다. 큰 사고로 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피지섬에서 잠수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다른 일정으로 변경되었고 우리는 서둘러서 동료들을 위로하러 돌아가야만 했다. 물론 그중에서 몇몇이 해당 식당에 가서 항의도 했지만 현지민들은 잘 먹고 있는 데 웬 탈이냐 라고 거꾸로 묻는 매니저에게 할 말을 잃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현지인들의 장내 상태와 한국 사람들의 장내 상태가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소위 생물체를 공부한다는 우리 일행은 그 말에 수긍을 했다. 같은 굴을 먹어도 태국 사람들의 장내세균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물을 갈아먹지 말고 생수나 끓인 물을 먹으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무시한 결과이니 무어라 항의할 수도, 할 기운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비싼 돈을 주고 얻는 경험은 식중독균인 비브리오 균에 대한 여러 특성을 알게 해주었다. 또한 알면 알수록 비브리오 식중독균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사진; 먹음직스러운 굴. 비록 신선해보였지만 복병이 숨어있을 것 같다는 우려를 하기에는 너무늦은, 이미 사건이 터진 후이다)
(그림; 비브리오 균은 굴, 조개 등애 서식하고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를 내뿜는다)

 

 

 

2)병원균사이에서도 통신을 한다고?

 

 

태국에서의 굴 사건이 설사 정도로 끝난 것이 그나마 천만 다행이다. 만일 심각한 식중독 현상으로 발전했으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 병원신세를 지게 되면, 예를 들어 태국 같은 곳은 아무래도 병원수준이 국내보다 떨어지게 되고 또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큰 낭패이다. 또한 식중독균중에서 제일 고약한 것이 패혈증을 일으키는 패혈증비브리오 균이기 때문에 상당히 위급한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된다.

 

패혈증은 무서운 병이다. 혈액 속에 독소를 생산하는 균이 침투하여 생기는 병으로 혈액이 엉기어 혈액의 순환을 방해하고 독소로 인하여 발병된 환자의 반 이상이 사망하게 되는 끔찍한 결과를 낫는다. 비브리오 계열의 균들 중에서 제일 무서운 놈이다. 가능하면 맞부딪히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야 할 뿐이다. 만일 병원에서 수술 후나 입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균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인체의 방어막인 면역체계를 뚫고 왔다는 이야기이니 더욱 가공스럽다.

 

 

도대체 인체에 침투하는 병원균들은 인체의 강력한 면역 방호막을 어떻게 피해나가고 또한 치료목적으로 집중 투여되는 항생제에 어떻게 견디는 것일까? 무슨 방호막이라도 쓰고 있는 것인가?

 

 

인체뿐만 아니라 동, 식물에 침투하는 병원성 세균은 특이한 기능이 있다. 그것은 세균들이 서로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소통이라니? 세균들이? 세균이라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고 3000마리가 줄을 서야 우리 눈에 점하나로 보일 정도인데 그것들이 서로 소통을 한다는 사실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물이라고 깔 볼일이 아니다. 하기는 그것들도 먹고 살아야하고 나름대로 살아서 종족을 번식해야 하는 절대 명제 앞에서는 작다고 깔 볼일이 아니다.

 

세균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체는 먹고 살기위한 장소이다. 일단 침투해서 번식을 해야 하는데 섣불리 공격했다가는 단번에 인체 면역계의 강력한 공격에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각개공격을 하기 보다는 대기하고 숨어 있다가 개체수가 늘어서 일정수가 되면 일제 공격을 하는 것이다. 기다리는 사이에는 가능하면 엄호막이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개체수가 늘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엄호막은 인체의 단백질을 이용하기도 하고 자기 것을 더 보태서 튼튼한 방호막인 필름(biofilm)을 형성한다. 방공호에 해당하는 이 바이오필름은 병원균에게는 최고의 방호시설이다. 이 안에 있으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항생제의 폭탄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끈끈한 물질로 싸여 있어서 외부공기에 노출되어도 습기를 유지할 수 있다. 과일이나 농작물에 침투하는 균들의 경우, 이런 보호막은 필수이다. 또한 한군데 모여 있으면 서로 먹는 것도 나누기도 하고 옆집 쓰레기가 다른 집의 먹이가 될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진; 세균;細菌; 작은 균이라는 뜻; 물론 실제 크기는 아주 작아서 바늘핀에 붙어있는 세균이 인수봉 바위에 매달린  사람보다 작아보인다)
(그림; 표면에 달라붙어서 보호막인 필름막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병원균; 1)처음 한 녀석이 달라붙어서 자라기 시작하면서 2)끈끈한 물질등을 내놓고 3)외부에 있는 녀석들도 부른다 4)점점 인구가 높아지면 떠날 준비를 한다)

  

이렇게 보호막인 biofilm을 만드는 병원균들에게는 서로 연락할 수 있는 통신방법이 있다. 이런 통신법을 사용하여 방공호내에 더욱 굳건한 군대를 만들고 있다. 이 끈끈한 보호막내에서 외부의 공격, 즉 면역계의 미사일인 항체(antibody)와 보체(compliment)에 의한 세균공격을 피할 수가 있다. 항체는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의 외부벽에 있는 물질 등을 인식하여 달라붙어서 움직이기 못하게 하거나 침전시킨다. 보체는 병원균의 세포벽에 구멍을 내는 여러 가지 형태의 미사일이다. 이러한 형태의 무기이외에도 인체내의 림프구의 일종인 T-cell등이 무장을 갖추고 탱크처럼 돌아다니다 레이더에 걸리는 침입자를 구멍을 내어서 파괴시키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이런 미사일과 탱크에 의한 면역방어는 정상적으로 활발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면역이 약해진 사람의 경우 외부균의 침입을 저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방공호인 biofilm내에서 병원균들은 기다리고 있다. 즉 본부로 부터 이제 왠만큼 군대가 모여있으니 공격을 개시하라는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일제 공격은 군대 전술의 가장 기본이다. 기습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고 전면전을 할때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공격역량을 모아놓고 한꺼번에 공격해야지 소수로 공격을 했다가는 적에게 노출되고, 나와있던 병력들은 모두 방공호로 대피하거나 거꾸로 반격을 당해서 괴멸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보병에서는 공격을 하려는 모든 병력이 일정한 대기선에 모인다. 즉 모든 병력이 집중되어 공격신호를 기다린다. 또한 포병에서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는 포대에서 포탄이 날아가는 시간을 계산하여 모든 포탄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목표지점에 떨어지는 TOT(Time-On-Target)사격이 일제 공격의 한 방법이다. 적들이 포 소리를 듣고 피할 시간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같은 시간에 떨어지니, 경보를 내리거나 대피할 틈이 없게 된다. 병원성균들도 이러한 전술을 국방부에서 공부했는지, 군인의 전술 빰치게 잘 짜인 작전인 셈이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끔직한 일이다.tpv

 

 문제는 이 병원균들이 어떻게 공격시기를 아는가 하는 것이다. 보병이나 포병의 경우는 무선으로 모두 준비되었는가를 보고받고 공격명령을 내리지만 병원균들은 시계도 없고 무전기도 없는데 말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 병원균들은 어떤 물질을 내게 되는데 이것이 균수가 늘어남에 따라 농도도 비례하여 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어느 선농도이상이 되면 작용을 하기 시작하여 해당 유전자들을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즉 병원균이 방호막내에서 증식을 하기 시작하여 어느 정도 이상 모이면 공격개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사진; 퍼져있던 모든 포들이 같은 지점에, 같은 시각에 떨어지는  동시탄착(TOT)사격. 도망갈 틈을 안주는 고도의 전술)
(그림; 병원균은 어떤 물질 (예; AHL/ 녹색)을 내보내고 외부에 농도가 충분히 높아지면 해당 유전자를 작동시킨다)

 

이 물질은 AHL (Acyl-Homolactone)이라는 물질로서 어느 농도이상에서는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유전자를 작동시키게 된다. 즉 병원균들이 얼마나 모여있는가를 알게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정족수(Quorum)를 알게하는(sensing), 소위 Quorum sensing 기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병원균처럼 작은 생물체인 미생물사이에서도 세포와 세포사이에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생물이 아닌 인체의 세포사이에서는 이런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다. 물론 인체 세포외부에는 이 신호물질을 받는 물질이 안테나처럼 늘어서서 해당 물질이 붙게 되면 세포내부로 신호를 보내는 형태이다. 신호를 받은 핵에서는 연관된 유전자들이 작동을 해서 단백질을 만들고 무슨 일인가를 하게 된다.

 

하지만 미생물 사이에서도 이런 기작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하지만 이것은 인체내부에서 서로 접해있는 세포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인간끼리의 신호는 아니다. 인간사이에서는 어떻게 통하나? 그거야 당연히 휴대폰으로 통한다고 답할것이다. 하지만 만일 모든 문명의 기기를 제외하고 인간 그 자체만으로, 그것도 눈을 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과연 그들은 주위에 몇 사람이나 모여있는지, 그래서 지금 나가서 싸움을 해야하는지,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면, 사람이 지능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생물체에 비하여 별로 나은 것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인체 감염균중에서는 이런 기작으로 병을 유발하는 병원성균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낭포성 점착증처럼 점막에 분비물이 많아지는 경우 병원성균은 방호막을 만들기가 더욱 쉬워지게된다. 또한 병원에서는 카테터를 많이 사용하고 이에 의한 감염도 만만치가 않다. 카테터는 수술 후에 나오는 분비물등 의 량을 측정하기 위해서 요로 등에 삽입하게 된다. 이 고무나 금속관에도 병원성균이 필름을 형성하면서 자라게 되어서 감염증을 일으킨다. 전체 비뇨기 병원 수술 환자의 수술 후 감염의 40%가 요로감염이고 그중 80%가 카테더에 의한 감염이다. 이 감염에 관여하는 균도 같은 신호전달에 의하여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어느 정도 균의 농도가 높아지면 공격신호를 보낸다고 하였는데 공격신호에 해당하는 것들은 주로 세포외벽을 부수는, 즉 침투에 필요한 무기들과 독소물질이라는 것이다.

 

인체의 입장에서 보면 침투한 병원성균들은 눈에 안 보이는 지하방공호에서 방호막에 해당하는 끈끈한 필름을 뒤집어 쓰고 병원균수가 늘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제히 뛰쳐나오는 것이다. 그리고는 독소를 뿜어내서 세포들을 죽이는 것이니 인체의 경찰인 면역의 미사일과 탱크로 대항하기도 전에 수많은 사상자가 나고 심지어는 사망까지 되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놈들이다.

 

 

3)병원균과의 한판, 그 2 라운드는?

 

 

이런 교묘한 침투 전략을 쓰고 일제 공격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체 병원균과 인간과의 전투는 오늘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항생제에 의한 집중공격을 시도했지만 병원균이 얼마나 영악한 녀석들인가? 펀치도 계속 맞으면 맷집이 느는 법이고 도둑질 삼년이면 어떻게 도망가야 하는지 아는 법이다. 드디어 항생제를 분해하는 녀석들이 생긴 것이다.

 

항생제가 다이야몬드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 이를 분해하는 기능을 가진 물질, 정확하게는 효소(enzyme)라는 물질이 병원균 내에서 생산된다. 만약 인간이 새로운 형태의 항생제를 만들면 처음에는 정신없이 펀치를 맞다가 한 두 놈이 정신을 차리고 펀치를 피하게 된다. 정신 차린 한 두 놈들의 항생제 분해능력은 스스로 효소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기술로 결국은 새로운 항생제를 분해하게 된다. 요즈음은 여러 항생제를 한꺼번에 분해시키는 소위 초강력 항생제 내성균 (superbug)이 나타나게 되었다.

(사진; 인체 삽입하는 카테터의 외벽(푸른 바탕)에 달라붙어서 필름을 형성하는 병원균(붉은 점). 인체내의 물질(녹색)등을 모아서 방공호를 만든다)
(그림; 강력항생제 내성균(superbug)은 보통 플라스미드라는 독립유전자에 항생제를 분해하는 유전자를 여러 종류 가지고 있다)

 

 

이 병원균은 여러 개의 항생제 분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놈에게 걸린다면 참으로 난감하다. 가지고 있는 항생제를 고농도로 인체에 투여해도 끄떡도 하지 않으니 의사로서는 쓸 만한 무기가 없는 것이고 환자는 이제 죽음의 그림자가 왔다갔다 하는것을 보게 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superbug은 자주 발견 된다. 발견이 되는 곳은 놀랍게도 병원이다. 아니 놀랄 것도 없다. 항생제를 제일 많이 사용하는 곳이 병원이고 또 병원균이 제일 많이 있는 곳이 환자가 있는 병원이니 병원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되는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의사들의 핸드폰에서 SUPERBUG이 발견되었다고도 하니, 이제 의사들과는 악수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아니 이 정도라면 병원에 가지말고 산으로 가서 몸의 기운으로 스스로 치유하기를 바라야하나? 참으로 난감하다.

 

이제는 병원 앞에 붙여 있는 주의사항이 이해가 된다.

 

‘어린 아이 면회금지’.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다녀서 금지를 한 것이 아니고 병원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균들이 있을 수 있으니 병에 취약한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하기는 이런 사실을 그대로 써 놓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 며칠 내로 그 병원 문을 닫아야 될 것이다.

 

 

이 superbug은 자체 유전자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분해할 수 있는 유전자를 수입하여 가지게 된다. 이러한 수입 방법은 균 사이에 유전자를 주고받는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한다고 한다. 마치 외국과 무역거래를 하는 정기 상선에 적의 미사일을 잡는 미사일을 실어 와서 실전 배치 한 셈이다. 인간은 실로 만만치 않은 병원균과 끊임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항생제로만 병원균을 없애려는 인간의 방법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Superbug이 그 좋은 예이다. 뭔가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무기는 바로 병원균간의 통신을 교란하는 것이다.

 

 

병원균이 세를 불려서 일제 공격을 기다리는 동안, 균 사이에는 균들이 얼마나 모여 있는가를 알리는 통신물질(예;AHL)이 나오게 된다. 이 물질이 어느 정도 모이면일제 공격신호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분해하거나 변형시킨다면 균들은 공격신호를 받지 못한 상태로 계속 대기하게 되고 인체는 그사이에 면역 미사일이나 림프구 탱크등의 공격을 통하여 침투한 병원균들을 제거하게 된다.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가 유리한 이유는 이것에 대항하는 내성균이 탄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예전의 항생제는 어떤 병원균이 성장 하는 데에 필수인 곳, 예를 들면 세포벽등을 합성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런 항생제 폭탄을 계속 맞던 수많은 병원균 중에서 우연히 돌연변이가 생겨서 그 항생제를 분해하는 유전자가 생기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세포벽을 합성하는 놈이 생기면 결국은 그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다.

 

그에 비해서 균 사이의 통신 수단을 방해하는 것은 균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제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균 자체가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적게 된다. 이 통신수단물질의 한 종류인 AHL을 분해하는 물질을 개발하거나, 아예 AHL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거나, AHL이 병원균의 신호를 전달치 못하게 하는 방법 등이 개발되어 신개념항생제가 탄생한 것이다. 인간들이 전쟁 중에 사용하던 탱크나 미사일등이 1세대 무기였다면 2세대 무기는 탱크나 미사일을 조준하지 못하도록 통신수단을 교란하는 것과 지극히 같은 방법인 것이다.

 

 

8)통신방해술, 이미 미역도 가지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이런 통신수단을 교란해서 외부의 병원균들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는 전술은 인간이 처음 발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다의 미역잎 표면에서도 미역과 미생물 사이에서는 생존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미생물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전투무기중의 하나는 바로 통신방해물질을 내놓는 것이다.

 

 

미역은 잎이 생명의 통로이다. 여기에 무언가가 가득 달라 붙는다면 햇볕이 차단되어 광합성도 하지 못하고 외부와 물질교환도 하지 못한다. 미역이 잎의 표면을 관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 이다. 하나는 스스로 물질을 내뿜어서 잎 표면에 아무것도 붙지 못하게 하는 방법. 둘째는 한 종류만을 살게 하고 그들이 다른 것들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직접 힘들여 방어하느냐 아니면 남의 힘을 빌어서 방어하느냐의 선택이다. 바다에서는 이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바다는 그냥 소금물이 아닌 생존의 전쟁터이다.

 

 

지구의 71%는 해수로 덮여있고 해수는 당연히 수많은 생물, 특히 많은 종류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로 가득하다. ‘가득하다’ 라고 말하면 마치 징그럽고, 꿈틀거리는 무엇인가로 꽉차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맑디맑은 설악산 천불동 계곡에도 미생물은 존재한다. 또한 시원하게 마시는 오색약수에도 미생물은 살고 있다. 다만 그것들이 식수로 사용해도 될 만한 종류이거나 양이 아주 적은 경우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한 사발 떠서 마시는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바다에도 많은, 아주 작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그 수도 아주 많아서 103가지 곰팡이류, 106가지 박테리아(세균류), 107가지 바이러스가 보고 되어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먹는 김치나 된장, 젓갈에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해수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해수에는 미생물이외에도 해초, 고래, 상어, 우럭...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동물들도 살고 있기때문이다. 당연히 이들 사이에는 서로 돕거나, 서로 잡아먹거나, 공격한다. 미생물은 너무 작기 때문에 동, 식물들이 잡아먹는다는 표현은 좀 이상하다. 일방적으로 미생물들이 공격하고 동, 식물들이 방어한다고 해야겠다. 마치 우리 몸에 병원균이 들어올 경우 우리 몸의 면역작용으로 막아내는 것과 같다. 그중에서 동물, 식물들은 미생물에게는 좋은 먹이감이기도 하고 붙어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부둣가에 매어있는 밧줄이나 배의 바닥에 붙어있는 따개비나 두꺼운 해초등을 늘 본다. 이렇게 고체표면에 달라붙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배의 속도가 떨어지거나 부식이 된다. 표면에 달라붙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생물중의 으뜸은 세균, 즉 작은 미생물들이다. 치아의 표면에 달라붙어서 치석을 만들듯이 이것들이 미역의 잎에 달라붙으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사진; 배에 달라붙은 biofilm)

(사진; 미역에서도 잎등에 달라붙는 세균을 방지하기 위헤 세균사이의 통신물질을 분해한다)
(사진; 배 밑에 달라붙은 조가비등의 생물; 미역 잎에 이런식으로 달라붙으면 곤란하다)

 

잎은 태양빛을 받아서 광합성을 하는 중요한 생존수단이다. 이것을 막는 것들은 미생물이든, 따개비이던 모조리 퇴치해야 미역이 살아갈 수 있다. 특히 같이 광합성을 해서 먹고사는 광합성 미생물들이 햇빛이 드는 낮은 수심에는 많이 있어서 늘 경계해야한다. 그래서 미역은 자구책으로 외부로 물질을 내 뿜는다. 세균대상의 항생제, 곰팡이 억제제, 동물성 플랑크톤 억제제등 갖가지 물질이 보고되어 있다. 그 중, 최근에는 균 사이의 통신물질을 억제하는 물질이 발견되었다. 이 통신물질은 물론 잎 표면위에 균들이 모이라는 신호인 셈이다. 미역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방어작용이다. 미역과 외부의 세균 사이는 당연히 앙숙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렇게 서로 앙숙인 경우보다는 서로 돕고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생물과 식물의 서로 돕고 살기, 우리만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 바다에서는, 아니 지구상에는 많이 있는 소위 공생의 한 모습이다.

 

 

미역과 외부의 미생물이 서로 돕는 공생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약간은 특이한 사실에서 밝혀졌다. 바다의 식물, 즉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에는 특이하게도 한 종류의 미생물만이 표면에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계절에 따라, 지역에 따라 변하기는 하지만 한 종류만 관찰되는 것을 보면 이 미생물이 다른 것들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무언가 방해공작을 한다는 것이다. 식물의 표면은 더없이 좋은 자리이다. 먹을 것이 별로 없는 물속보다는 이곳에 달라붙어 있으면 식물에서 흘러나오는 먹을 것들이 풍부하다.

 

 

흘러나오기도 하고 파고들어가 먹기도 하지만 더없이 좋은 자리이다. 비록 자릿세는 안내고 있겠지만 이 좋은 자리를 아무 놈이나 와서 차지하라고 할 수는 없다. 먼저 차지한 놈들은 당연히 근처에 오는 다른 미생물들을 얼씬도 못하게 해야 한다. 이른바 텃세를 톡톡히 부리고 있는 셈이다. 텃세를 부리는 방법은 어떤 물질을 근처에 내뿜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텃세를 부리는 이 녀석들 덕분에 다른 미생물들이 잎 위에 자라지 못해서 잎을 통한 광합성이 잘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건 무교동 술집 앞에서 술집을 돌봐주는 주변의 주먹패들과 그 행동이 비슷하다. 술집 앞에 다른 포장마차가 진을 치게 되면 술집으로 가는 손님들이 포장마차에서 한잔 하고 되돌아간다면 곤란하다. 영업에 방해가 되는 포장마차 같은 경쟁 상대들이 오지 못하도록 자리를 봐주는 어깨들은 술집주인으로부터 다달이 용돈을 받는다. 서로 먹고 사는 공생이다.

 

 

술집도 물론 스스로 문 앞을 단속한다. 포장마차는 물론이고 술 집앞에 차를 주차하지 못하게도 한다. 큼직한 의자를 내놓는다거나 아예 말뚝을 박아놓기도 한다. 술집주인이 이런 방호책을 바닷 속 미역에게서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미역이 미역 잎 위에 한 종류의 미생물만을 자라도록 했는지, 아니면 미생물 한 종류가 자리를 잡고 다른 놈들이 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둘의 능력등을 볼 때 후자에 가깝다. 미역이 미생물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를 알려면 술집주인과 어깨들을 보면 짐작이 갈 수 있겠다. 대부분 어깨들이 먼저 주인을 협박해서 자리를 잡고 다른 잡상인들이 오는 것을 막는다. 미역도 선택권이 없이 어깨 미생물에게 협박 당한 것은 아닐까?

 

 

일단 진을 치고 자리를 잡은 미생물이 다른 미생물이 더 와서 빌붙어 살지 않도록 방해물질을 낸다. 이 물질은 다른 미생물들이 잎 위에 진을 치는, 즉 모여서 팀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는 소위 신호전달 방해물질이다. 미역의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일이다. 이 놈 저 놈 모두 잎 위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 두꺼운 막이 형성되고 그러면 햇볕도 차단된다. 태양광으로부터 광합성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미역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보호역할을 하는 미생물들에게는 미역은 먹이를 내보내주기도 한다. 소위 공생관계가 성립하고 있다. 자리를 잡고 신호차단물질로 다른 미생물들이 막을 형성하지 못하게 하는 이런 기작을 발견한 것은 2000년도 들어서이다. 해양박테리아에서부터 항생제가 발견 된것이 1966년 이었으니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가 해양에 살고 있는 미생물로부터 발견하는 데에 30년이 걸린 셈이다. 잎 위에 붙어사는 미생물이 다른 미생물이 달라붙지 못하게도 하지만 미역자체도 방어물질을 낸다.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 물질도 미생물들이 사로 연락을 해서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신호차단 물질임에 틀림없다.

 

 

인류는 페니실린을 곰팡이로부터 발견해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인 항생제를 만들었다. 이 덕분에 수많은 사람을 질병으로부터 구했다. 이제 여기에 반란을 한 병원균들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소위 수퍼 항생제 내성균과의 2 라운드가 시작되고 있다. 이 전쟁에서 인류는 병원균에게 다시 한판승을 거둘 것이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병원균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서 제3의 울트라 수퍼 내성균이 탄생할 것이다. 이런 녀석이 판을 치기전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일이다. 그러려면 조용히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제 통신방해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길을 찾았어, 병원균 우리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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