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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생활 속 바이오(2) 스키장과 인공눈-냉해 박테리아

by 바이오스토리 2013. 3. 14.

(1)스키장 풍경

 

 

요즘 스키장을 간다는 것은 친구들과 동네 PC방에 잠시 다녀온다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대단한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좀 일찍 일어나 그냥 차에 몸만 실면 된다. 셔틀버스에서 설친 새벽잠을 자고나면 어느새 스키장 아래에 와 있다. 옷에 대한 고민도 없다. 대여점에서 얼마를 주고나면 최신 유행의 스키복부터 장갑, 모자 그리고 안경까지 없는 게 없다. 물론 스키와 신발은 발에 맞는 것으로 골라 신으면 된다. 스키는 이제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었다.

이렇게 스키가 만인의 즐거운 놀이가 된 것은 쉽게 렌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모두 다 구입해야 한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국이 빌려주는 것에 대하여 최근에 붐이 일고 있다면 미국은 좀 더 일찍 눈을 떳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 후반의 미국 유학시절, 처음으로 스키장을 갔다. 미국 중부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코넬대학교는 여름에도 선선했고 겨울에는 몇 달 내내 집안에서 버티어야 할 만큼 추웠다. 하지만 스키를 지붕위에 실고 동네를 다니는 차들은 나를 들썩이게 했고 운동에 왕초보인 나를 스키장으로 유혹했다. 미국에서 아직 스키를 못타본 나를 미개인 취급을 하는 친구들 덕분에 속성으로 스키의 기본동작을 배웠다. 기본 동작이라고 해야 커브를 돌며 내려가는 것, 그리고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서는 방법이 전부였다. 병원신세를 지고 싶지 않으면 정지하는 법을 배우고 그것도 못하면 최소한 넘어지기라고 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한 것은 슬로프에서 직선으로 내려가서 멀쩡한 사람을 들이받고 나서이다. 여하튼 스키는 재미있는 운동이다. 늦게 배운 노름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그 뒤로 아이들과 함께 다녀 온 스키장의 눈은, 참으로 푹신했다. 짙은 녹색의 나무들 사이로 주-욱 뻗은 길은 나 홀로 대로이다. 사람이 많지 않고 내리는 눈이 많아서 인지 눈은 늘 새롭게 바닥을 덮었고 가만히 서 있으면 스키가 조금씩 눈에 파묻혀 내려갈 만큼 눈은 많았고 푹신푹신 거렸다. 넘어진다고 해서 무엇에 부딛힌다는 것 보다는 솜이불위에서 뒹구는 감촉이었다. 눈은 따뜻했고 편안했고 솜사탕처럼 풍성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용평의 스키장은 공포,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더 무서운 것은 바닥이 보이는 슬로프였다. 미국에서 어설프게 배운 스키실력으로는 누군가를 들이 받어야 될것 같았고 커브라도 돌라치면 얇은 눈 덕분에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지곤 했다.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얇은 눈 아래 숨어 있는 얼음이었다. 스키는 얼음판에서 미끄러지면서 소름이 돋는 마찰음을 냈다. 순간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는 넘어질 준비를 할 틈도 없이 바닥에 곤두박질한다. 푹신했던 미국 스키장의 눈은 사라지고 바닥의 흙과 함께 살갗이 벗어지는 상처를 입는다. 이제 더 이상 스키는 즐거운 운동이 아니었다. 공포를 뒤로 하다보니 간만에 찾은 스키장은 이제는 타는 곳이 아닌, 걷기에 좋은 장소로 변하고 있었다.

 (사진; 사람을 보기힘든 미국의 스키장. 그 곳의 눈은 솜이불이였다)
(사진; 붐비는 한국의 스키장. 그곳은 공포의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아이들의 등쌀에 밀려 스키장을 다녀왔다. 두발로 타던 스키는 거의 모습을 감추고 보드가 스키장을 누비고 다닌다. 보드는 경쾌하다, 그리고 날렵하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두발이 무엇인가에 묶여 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의 원인이다. 두발을 늘 서로 편하게 움직여야 한다. 몇 번 공포를 경험하고 한국의 스키장은 눈 상태가 않 좋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스키장에를 왔다. 더구나 스키타기에는 이미 끝물이라 흙바닥이 보이는 스키장을 예상했지다. 하지만 의외로 눈의 상태가 좋다. 제법 눈의 두께가 있고 만져지는 촉감이 있다. 눈이 많이 내렸다는 이야기도 없는 것을 보면 어디선가 눈을 만드는 솜씨 좋은 기계가 있나보다. 그러고 보니 스키장 능선에 대포같은 기계들이 늘어선 모습이 보이고 연신 눈을 뿜어내고 있다. 저 기계 덕분에 눈이 시원찮게 내려도 스키장은 활기에 찬다. 참 쓸 만한 기계이다.(그림 3)

 

 

(2)눈 만드는 기계, 인공 제설기

 

 

눈은 공기중의 물이 서로 엉겨 붙으면서 생긴다. 보통의 경우 영하 10도의 공기에서 수분은 응결하여 눈이 되어 지상에 떨어진다. 문제는 공기의 온도가 영하 40도 이하로 내려가도 뭔가 엉겨 붙을 것이 없으면 물이 엉겨 붙지 않아서 얼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얼음이 엉겨 붙게 만드는 물질을 빙핵(ice nuclei)이라고 부른다. 빙핵에 물이 엉겨붙고 주위 수분이 달라붙으면서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보면 아주 멋있는 snowflake, 즉 눈송이가 된다.

(사진; 뭐하는 기계인고?... 인공으로 눈을 만드는 제설기)
(사진; 현미경으로 본 눈송이)

서로 엉겨붙을 거리만 찾고 있다가 누군가가 가져온 장난감에 달라붙 듯 한번 엉기기 시작한 눈송이는 주위의 수분을 뭉치면서 점점 크기가 켜져서 드디어는 함박눈 형태로 내리기 시작한다. 이런 원리, 즉 빙핵이 있어야 눈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은 비가 오는 경우에도 성립한다. 구름이 가득한 상공에 요드화은을 뿌리게 되면 요드화은은 상공에서 얼음 알갱이를 형성하면서 주위의 수분을 모은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공기의 기온은 높아지고, 높아지는 온도 때문에 떨어지는 얼음알갱이는 물방물로 변하여 비가 되어 내린다. 요드화은은 상공에서 뿌리기도 하지만 지상에서 요드화은으로 연기를 만들면 상공으로 타고 올라가기도 한다. (그림 5)

 

드라이아이스를 상공에서 뿌리는 것도 같은 원리이지만 이건 비행기가 필요한 부분이라 요드화은을 사용하는 것이 좀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이런 기술이 비교적 일찍 발달한 중국에서는 올림픽에 대비하여 맑은 하늘을 만들려고 사용한 적이 있다. 즉 매연이 뒤덮힌 하늘에 인공강우를 시도하여 비가 내리면서 오염물질을 씻어 내리려 한 시도이다. 우리가 비가 온 뒤의 맑은 하늘을 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역사에도 기우제에 연기를 피운 기록이 있다. 높은 산에 올라가 경건히 제사를 지내는 것 이외에도 청솔가지등으로 연기를 만들었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도 연기가 빙핵구실을 해서 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일까? 역사적으로는 냉장고 안에 드라이아이스 가루를 넣었더니 얼음 결정이 생기는 빙핵현상이 보고된것이 1946년이니까 고대 기우제는 이들보다 훨씬 앞섰다고 할 수 있을까? 하기는 우리 조상들이 이 과학자보다 못하란 법이 없으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이다.

 (그림; 인공강의 원리; 수증기가 충분한 곳에 미세입자로 서로 엉기게한다. 즉, 울려고하는 놈 빰 때려주는 원리와도 비슷하다)
(사진; 연기를 올리는 기우제; 우리 조상들의 기우제, 과연 과학적인 사실을 알고했는지 궁금하다)

  

우리 조상들의 청솔가지 연기가 시발이 되었건 빙핵물질에 대한 연구는 그 뒤로 계속 되었다. 하지만 모든 과학의 진보는 어느 한 순간에 한 단계 점프한다. 위대한 발견, 발명에 의해서 기술은 급진전한다. 빙핵물질에 의한 인공눈 만들기는 한 순간 점프를 하게 된다. 다름이 아닌 이런 빙핵 물질을 만드는 박테리아에 의해 급격한 발전을 한다.

 

 

 

식물들이 서리를 맞으면, 즉 식물조직에 얼음이 얼면 잎, 줄기등의 조직이 파괴되면서 식물은 성장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의 위스콘신대학의 연구원인 스테판은은 석사과정의 대학원생으로 식물에 생기는 냉해, 즉 서리에 의한 피해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식물에서는 낮은 온도에서도 냉해가 생기지 않고 어떤 다른 식물은 냉해가 생기는 것을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냉해가 생기는 식물에 붙어있는 박테리아(Pseudomonas syringae) 가 어떤 물질, 즉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단백질은 박테리아의 외부로 생산된다. 즉 박테리아에 의하여 생산 된 후 식물의 외부에 노출된다. 이 단백질이 빙핵역할을 하게 되어서 식물의 외부, 예를 들면 잎 부분에 얼음이 생기는 것을 돕는다. 평상시 영하 5도에서는 식물외부의 물이 얼지 않지만 이 단백질이 있을 경우 영하5도만 되어도 얼음결정이 형성되어 식물조직이 파괴된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이 단백질에는 다른 당이 붙어 있는 데 이 당 때문에 박테리아의 외부에 단백질이 달라붙어 있는 다는 것이다. 이 빙핵단백질 (ice nucleation protein)의 구조는 아미노산이 몇 개 반복되는 구조로서 이 부분이 물분자의 구조와 유사해서 쉽게 결정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그림7)

  

 

우연히 발견된 이 빙핵단백질은 산업적으로 굉장한 효과를 가져왔다. 우선 얼음을 만드는 효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기존의 빙핵물질을 대신하여 인공눈을 만드는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적으로 스키장의 눈을 만드는 데에 이것을 같이 사용하면 눈이 훨씬 더 잘 만들어진다. 이 단백질을 사용하면 얼음이 형성되는 온도를 무려 8도나 낮출 수 있다. 즉 쉽게 얼음을 형성 시킬 수 있다. 또한 얼음이 형성되는 시간을 38%나 감소시킨다. 스키장의 눈을 만들때는 낮은 온도로 물을 냉각해서 뿌려야 되는데 그렇게 낮추지 않아도 이 빙핵단백질만 있으면 얼음이, 즉 눈이 형성되니 그만큼 에너지비용이 많이 감소할 것이다. 이 런 이유로 지금 전국의 스키장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제설기에는 이 빙핵단백질이 사용되고 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박테리아는 왜 얼음결정을 쉽게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박테리아가 살아가고 진화 하는데에 유리한 것일까? 얼음을 쉽게 만들어서 식물의 조직을 파괴하고 그 식물의 영양분으로 살아간다면 가능한 답이 될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다. 혹시 이 박테리아는 빙핵단백질을 얼음을 만들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만드는 데 사람이 우연히 얼음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박테리아에게 물어볼 일이다.

 

 

3)미생물, 된서리 맞은 배추가 안생기게 할 수 있을까?

 

 

이런 빙핵단백질을 만드는 박테리아를 아주 중요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냉해방지 목적이다. 작물이 잘되고 안 되고는 일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물론 비닐하우스로도 재배하지만 대부분의 작물은 자연, 특히 기온의 영향을 받고 그중에서도 냉해는 대표적인 기후에 의한 작물감소를 가져온다. 늦은 가을, 강원도 높은 산간지방의 밭에 서리가 내려서 주저앉은 배추를 본다면 냉해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매년 냉해로 인한 작물피해가 미국에서만 10조에 해당된다니 엄청난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영화에서는 프랑스 지방의 포도를 재배하는 농장의 풍경이 나온다. 갑자기 다가오는 한파에 농장사람이 한밤중에 일어나 포도가 나무 사이에서 불을 피우는 모습이 기억난다. 냉해는 작물피해 중 쉽게 피해가기 힘든, 자연의 힘에 의해 생기는 재해이다.

(그림; 빙핵단백질은 세포외부로 단백질을 내보내 식물외부에 얼음결정이 생기기 쉽게 해준다)
(사진; 서리를 맞은 배추. 된 서리는 사람만 맞는게 아닌가보다)

 

 

이 냉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식물표면에서 붙어 자라는 빙핵단백질 생산균에서 해당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한 박테리아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박테리아를 식물표면에서 같이 자라도록 한다면 진짜 빙핵단백질을 생산하는 원래 생산균이 상대적으로 농도가 떨어질것이다. 즉 식물은 결국 적은 냉해를 입을 것이다. 이런 연구는 이 박테리아를 만든 교수에 의해서 진행되었고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이용하여 이런 박테리아, 즉 빙핵단백질이 없는 균을 밭에서 실험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유전자 재조합균, 즉 인공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균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을 자연상태에 적용하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실험 하는 것과 달리 야생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줄 모른다. 또한 한번 발생되면 다시 주어 담을 수가 없는 것이 야생이다.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가 당연히 있었고 야외 실험은 중지되었다. 이 결과를 볼 수 없어서 아쉽지만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방법이다. 완전히 새로운 균을 식물에 도포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유전자, 즉 빙핵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균을 뿌리는 것이라 다른 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역시 방심은 금물 인것이 환경이다.

 

 

하나의 작은 발견이 인류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준다. 눈이 많이 오지 않는 계절에도 스키장에 풍성한 눈을 가져다 주는 기술덕분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스키장에서 겨울을 만끽하고 있다. 나도 얼음으로 뒤덥혔던 한국 스키장의 공포와 선입관을 벗어 던지고 보드를 시작해 볼 것인가 고민이다. 그러나 역시 두발이 묶여있다는 것은 또 다른 공포이다. 차라리 박테리아가 왜 그런 물질을 만들까를 고민하면서 스키장을 걷는 것이, 병원신세를 지지않으려는 운동치의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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