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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35). 솔방울처럼 습도를 인식하다 - 자동 통풍 옷

by 바이오스토리 2023. 6. 7.

(본 내용은 출판된 서적 (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 39)의 처음 일부입니다.

 

여름 장마철은 여러 가지로 곤혹스럽다. 온도가 높은 데다 습도까지 높으면 습식 사우나에 들어선 듯 숨이 턱턱 막힌다. 불쾌지수가 최고다. 
불쾌지수는 우리 몸이 느끼는 기분으로 ‘끈끈함’이 대표적이다. 높은 습도로 땀이 덜 날아가서 피부가 끈끈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때 바람이 안 통하는 양모, 합성섬유 소재의 옷을 입고 있다면 불쾌지수가 더 높아진다. 
만약 몸의 온도와 습도를 감지해 입고 있는 옷의 섬유 구조가 자동으로 변하고 바람이 시원하게 통한다면 어떨까? 자연 속 식물은 이미 그 통풍 비법을 알고 있다.


* 가을이 되면 벌어지는 솔방울

가을철 등산로를 걷다 보면 벌어진 솔방울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왜 가을이 되면 솔방울은 벌어질까? 씨를 날리기 위해서다. 여름철 내내 닫혀 있던 솔방울 속의 씨앗은 가을이 되면 가벼운 날개를 달고 벌어진 솔방울 사이로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간다. 
그런데 솔방울은 가을이 왔음을 어떻게 알아채고 솔방울을 여는 것일까? 가을이 되면 건조해지고 습도가 낮아지는데, 솔방울의 구조는 습도가 낮으면 열리게 되어 있다. 가을에 씨앗을 날리도록 소나무가 진화한 것이다. 콩의 꼬투리도 가을이 되면 습도에 반응해서 열리게 된다.

사진: 솔방울은 가을의 건조한 날씨에 벌어지면서 씨를 날린다.(CCL)


모든 식물은 때가 되면 씨앗을 외부로, 가능하면 멀리 배출하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바람에 씨앗을 날리는 민들레꽃, 지나가는 동물에 달라붙는 도깨비바늘, 계곡물에 씨앗을 떨어뜨리는 버들강아지. 이러한 식물들은 모두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씨앗을 퍼트리는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 이런 기술을 가진 식물의 최고봉 중 하나는 바로 메타세쿼이아 나무다.
전남 나주 산림자원연구소에 들어서면 정면에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 때문에 입이 딱 벌어진다. 파르테논 신전처럼 늘어선 튼튼한 나무 기둥,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이에 압도당한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오래 사는 것으로 유명한데, 미국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자이언트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무려 3000년을 살고 있다. 둘레와 높이도 모두 세계 최고로 둘레는 13m, 높이는 100m로, 아파트 20층과 맞먹는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은 어떻게 그토록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사진: 전남 나주 산림자원연구소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산불은 움직일 수 없는 나무들에는 치명타다. 하지만 산불이 나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주위의 경쟁 나무들은 모두 죽었고, 산불이 남겨놓은 재는 오히려 살아남은 나무에 좋은 성장 영양소가 된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메타세쿼이아의 껍질 두께는 30~60cm가 넘는다. 게다가 나무껍질은 물을 촉촉하게 함유하고 있어 웬만한 불길에도 타지 않는 천연방화복이다. 이 나무가 진정한 고수임을 보여주는 장면은 산불이 가라앉은 다음이다. 옆에 있던 다른 경쟁 나무들이 타버리고 불이 잦아들면 메타세쿼이아 열매가 솔방울처럼 벌어지면서 씨앗을 사방에 퍼트린다. 경쟁자들의 잔해를 거름 삼아 종족을 퍼트리는 살벌한 전략인 셈이다. 이는 높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어떤 구조가 열매에 있다는 방증이다. 
식물의 이런 기술, 즉 온도와 습도에 반응하여 구조가 변화하는 비법을 옷에 적용하면 어떨까? 그래서 땀을 흘리는 상황에서는 바람을 솔솔 통과시켜 시원하게 만들고, 춥고 건조한 상황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 주는 그런 옷을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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