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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7)자연모방기술-생활속 바이오

(34). 한눈에 빠르게 360도를 본다 – 인공 잠자리 눈

by 바이오스토리 2023. 2. 23.

(본 내용은 출판된 서적 (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 39)의 처음 일부입니다.

 

1. 한눈에 빠르게 360도를 본다 – 인공 잠자리 눈

공원에 한 가족이 나들이를 나왔다. 잠자리를 잡아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아빠는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갈대 위 고추잠자리가 목표였다. 먹잇감을 노리며 살금살금 기어가는 사자처럼 아빠는 조심스럽게 고추잠자리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야들야들한 날개를 잡아채려던 순간, 잠자리는 휙 하고 가볍게 날아올랐다.  
잠자리의 눈은 360도를 본다. 그로 인해 수억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잠자리의 눈을 자세히 관찰했던 과학자들은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잠자리의 눈을 닮은 내시경을 만든다면 동굴 같은 위장 속을 한눈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율주행차에 인공 잠자리 눈을 장착하면 자동차 주위의 사물이나 사람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감지할 수 있지 않을까?

*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는 동물의 눈

동물의 눈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포식자의 눈과 피포식자의 눈이다. 
말이나 잠자리 같은 피포식자, 즉 잡아먹히는 동물들은 360도 시야 확보만이 살길이다. 반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의 눈은 목표물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매는 시력이 4.0이다.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처럼 높은 상공에서도 지상의 덤불 속 토끼를 포착한다. 이후 고속으로 목표물을 향해 몸을 내리꽂으면서도 상대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다. 
이처럼 지구상 동물의 눈은 생존을 위해 진화해 왔다. 그중 과학자들을 놀라게 만든 건 단연코 잠자리의 눈이다,
잠자리 눈은 홑눈 28,000개로 이루어진 반구형 겹눈이다. 마치 둥그런 벌집처럼 하나하나의 조그만 벌집이 모여서 전체 눈을 이룬다. 잠자리의 동그란 눈은 실제로는 두 개의 반원형이 붙어 있는 구조다. 28,000개의 홑눈은 각각의 초소형 카메라와 같다. 이 홑눈에는 빛이 들어오는 렌즈와 사물을 인지하는 필름이 각각 있다. 그래서 반원형의 잠자리 눈은 보는 시야가 상당히 넓어 움직이지 않고도 140~180도를 본다.  이런 반원이 두 개 붙어 있으니 360도를 보는 셈이다.

사진: 잠자리의 눈: (상) 두 개의 반구가 합쳐져 있다. (하) 홑눈의 구조: (1) 시신경 (2) 렌즈 부분 (3) 필름 부분

잠자리는 한강에서 자신을 잡으려는 아빠의 움직임을 두 가지로 쉽게 알아챈다. 
첫째는 넓은 시야다. 반원형이니 어느 방향에서든 상대가 눈에 띈다. 또 하나는 움직임 포착에 특화된 눈이다. 잠자리 눈의 초소형 카메라들, 즉 28,000개 홑눈은 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매우 좁은데,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이 홑눈에 빛이 하나하나 들어온다. 마치 28,000개의 광센서인 셈이다. 이런 것이 여러 개 모여 있으니 움직임에 극히 민감하다. 
반면 홑눈 자체로는 시력이 매우 낮다. 꿀벌의 시력은 사람의 8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잠자리나 꿀벌에게는 다가오는 것이 ‘어떤 놈’인가를 확인하는 것보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빨리’ 알아채는 것이 생존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눈은 진화의 걸작이다. 멀리서 두 눈을 부릅뜨고 달려 내려오는 매의 고성능 망원렌즈형 눈은 포식자형 동물에게 적합하다. 반면 사방을 감시하면서 언제든 내뺄 준비를 하는 곤충에게는 수만 개의 초소형 카메라 같은 겹눈이 가장 적합한 최고 성능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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