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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체공생균/장내세균 시리즈(잡지연재)

(11)세균사이 SNS를 이해하면 질병치료 길이 보인다

by 바이오스토리 2022. 3. 7.

건강한 30대 남성 배우가 가벼운 인후염으로 입원 후 3일 만에 숨졌다. 염증에서 시작한 급성 패혈증이다. 패혈증은 혈액 침투한 세균의 독소와 심한 염증반응이 급속히 퍼지면서 생긴다. 중증 패혈증은 사망률이 40-60%다. 병원 내 사망 원인 첫 번째다. 이 무서운 병원균이 어디에서 왔을까. 놀랍게도 87%가 환자 콧속에 있었던 균이다. 콧속에서 다른 놈들과 어울려 평화롭게 지내던 놈이 어떤 이유로 이렇게 독한 놈으로 돌변하는 걸까. 콧속 균들은 그룹(마이크로비옴:Microbiome:미생물군집체)내에서 상호 소통한다. 서로 견제, 협력하며 살아가는 콧속 균을 들여다보자. 그러면 보인다. 인체공생균과 연결되어 발생하는 많은 질병들, 즉 패혈증, 아토피, 알레르기, 비만, 자폐증, 자가면역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보인다.

콧속 균이 돌변하여 패혈증을 일으키는 건 친구 탓이다
최근 일본연구진은 중환자실 입원환자 54.5%의 혈액이 세균에 감염되었음을 확인했다(2020, 내쳐 사이언티픽 리포트). 세균 대부분은 환자 콧속에서 왔다. 그중 26%는 황색포도상구균(S. aureus)이다. 이놈은 병원 수술, 카테터 삽입, 피부상처 혹은 호흡기를 통해 침입한다. 문제는 이놈이 아주 흔한 놈이라는 거다. 즉 성인 25%는 이 균을 피부에 가지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황색포도상구균이 악당으로 변하는 데에는 ‘친구’가 관여한다. 친구는 ‘코리네 박테리움’(C.striatum)이다. 두 균을 ‘황’균, ’고’균이라 하자. 이 둘이 살아가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자.

 

피부에 붙어사는 공생균들은 때로는 돌변해서 치명적인 패혈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피부공생균과 인체세포 사이의 소통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두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은 피부다. 피부면적은 식탁을 덮을 정도인 5제곱미터다. 모공, 콧속 등 모든 굴곡까지 고려하면 5배나 늘어난다. 이곳에 각종 미생물들이 붙어살고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즉 태아가 태어난 직후부터 많은 미생물들이 자기에게 맞는 습기, 기름기 등을 골라 정착했다. 머리처럼 비듬이 많은 곳에는 곰팡이 가문이, 기름기 많은 모공에는 여드름균 집안이 산다. 피부균들은 피부에서 떨어지는 영양분을 먹고산다. 그 대신 병원균을 막아주고 피부면역세포도 훈련시킨다. 피부와 상부상조하는 셈이다. 코는 피부 중에서도 호흡기와 연관되는 중요한 곳이다. 여기에 ‘황’균(황색포도상구균), ‘고’균(코네 박테리움) 일가가 살고 있다. ‘고’균은 모범생이다. 중심을 잘 잡고 쉽게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의리의 사나이다. 반면 ‘황’은 기회주의자다. 어떤 사건이 생기면 본인 앞가림부터 한다. 뭐, 그렇다고 아주 나쁜 놈은 아니다. 평상시는 멀쩡히 잘 지내다가 기회만 생기면 남의 담장을 훌쩍 넘어간다. 때로는 무자비한 폭력을 쓴다. 그래도 ‘황’균이 ‘막가파’가 되지 않은 것은 친구 ‘고’균이 곁에서 계속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롭게 지내던 콧속 마을에 가뭄이 들었다. 땅이 바싹 마르고 먹을 것이 떨어졌다. 동네 인심이 흉흉해졌다. 멀지 않은 읍내에는 식량창고가 있다. 높은 성벽(피부장벽)에 둘러 쌓여있고 경비병(면역세포)들도 있다. 이어진 가뭄에 경비병들도 지쳤는지 순찰도 허술해졌다. 이를 눈치 챈 ‘황’균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황’균의 몸이 들썩거리는 걸 눈치 챈 ‘고’균이 황을 불러낸다. 

“이봐, 왜 그래. 가뭄이 들었다고 식량창고를 넘보면 안 되지. 읍내 성주(피부세포)는 우리가 힘들면 식량도 나누어주고 했잖아. 게다가 성벽을 뚫고 들어가기도 힘들어, 성벽이 좀 단단해? 그리고 힘이 빠졌다지만 경비병(면역세포)들이 가만 놔두겠어?. 만약 네가 잡히면 너희 집안은 대대로 낙인이 찍혀. 주홍글씨를 달고 다녀야 된다고. 자자손손 성주에게 들볶인다고.”

‘고’균은 말이 없다. 하지만 황균의 말을 들으면서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기 계획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믐밤이면 들키지 않을 것이다. 성벽을 붙어서 기어 올라가다가 봐두었던 왼쪽 구석의 허술한 담 벽돌을 빼내고 기어 들어가면 반은 성공이다. 벽을 넘어서면 일단 새벽을 기다려야 할 것 이다. 성벽 구석에서 준비해간 거적을 둘러싸고 경비병들이 곯아떨어질 새벽을 기다리면 된다. 이대로 굶어죽을 수는 없다’

‘고’균 마음이 흔들리는 걸 본 ‘황’균은 수시로 ‘고’균 집을 찾아간다. 떡을 만들어 주고 술잔을 나누면서 ‘고’균을 다독인다.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는 듯 했다. 일단 안심이 된 ‘황’균은 처갓집을 다녀오려 한다. 하루는 족히 걸리는 먼 길이다. 보리 몇 되를 메고 먼 길 떠나는 친구를 보는 ‘고’균의 얼굴에 얼핏 미소가 흐른다. 

‘이제 곧 칠흑 같은 밤이 될 것이고 내가 성벽을 오를 즘이면 그믐달이 성벽의 무너진 곳을 비추어 줄 것이다’

피부균도 머리쓰며 살아남으려 한다
이야기는 이제 정점으로 간다. ‘황’균, 즉 황색포도상구균은 평상시 착한 모습을 벗어던지고 돌변하여 피부를 뚫고 인체에 침입한다. 패혈증이 발생하는 거다. 영국 케임브리지 연구진에 의하면 친구 ‘고’균이 없으면 ‘황’균은 순한 놈에서 독한 놈으로, 즉 병원성 균으로 돌변한다. ‘고’균, 즉 코리네박테리움에서 만드는 신호물질(쿼럼: Quorum)이 ‘황’균 유전자를 조절한다. 다시 말해 두 균이 같이 있으면 황균의 병원성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아서 순한 놈으로 있다. 어느 순간 친구인 ‘고’균이 자리를 비우면 ‘황’균의 독소물질이 생산되어 피부 속으로 침투한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신호물질에 따라 주위 미생물들이 일사분란하게 행동한다는 거다. 즉 신호물질에 따라 황균 무리들은 성벽에 착 달라붙어서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가 바뀌면 성벽(피부장벽)을 녹이는 물질(헤모리신)을 동시에 내 뿜어 인체피부를 뚫고 인체조직 내로 침투한다. 정작 놀라운 이야기는 지금 부터다. 

침입에 성공한 피부균은 무조건 혈액 속으로 나가지 않는다. 나가봐야 순찰 중인 면역세포에게 발각되어 초기에 격퇴된다. 그래서 이들은 숨어서 대기한다. 황, 고 두 친구 이야기 속에서도 ‘고’균이 거적을 쓰고 엎드려 숨어 있다. 거적은 실제는 '바이오필름(biofilm)'이다. 병원에서 인체 삽입하는 카테터에서 흔히 관찰된다. 즉 카테터에 붙어서 내부로 침입한 병원균은 면역세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 그룹을 만들어 엉긴 형태로 바이오필름을 형성한다. 일종의 방어벽으로 면역세포가 들어오지 못하고 항생제에서도 견딜 수 있다. 인체침입 병원균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바이오필름을 형성할 때 균들은 서로 신호물질(쿼럼:Quorum)을 만들어 보낸다. 막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필요시 독소유전자를 일제히 작동시켜 인체장기를 공격한다. 공격 대기선상에 모두 모여 있다가 조명탄을 신호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는 군대 ‘동시공격작전’을 방불케 한다. 물론 여기에 대응하는 인체면역세포들도 만만치 않다. 황, 고 두 종류 균들을 오랬동안 봐 왔다. 그래서 안다. ‘고’균은 안심해도 된다. 문제는 ‘황’균이다. 피부 상황이 안 좋아지면 돌변한다. 특히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자리를 비우면 여지없이 돌변해서 피부성벽을 뚫고 들어와서 난장을 친다. 그래서 아예 면역세포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이미 주홍글씨를 달아놓았지만 ‘황’균도 변종을 만들어 어떻게든 뚫고 들어오려 한다. 이런 식의 장군멍군이 죽을 때까지 계속 된다.

 

인체에 잡입한 병원균은 우선 끼리끼리 모여서 보호막(biofilm을 만든다. 이후 신호에 따라 일제히 퍼져나가서 인체를 공격한다

 

균 집단 내의 항상성유지가 관건이다
이제 다시 피부로 돌아와 보자. 피부에 있는 여러 균들은 평상시 ‘항상성’, 즉 평화로움을 계속 유지한다, 어떤 이유로 이런 상태가 깨지면 피부문제를 일으킨다.  아토피, 피부알러지 환자는 정상인과 비교해서 피부의 특정균이 줄어들거나 없어졌다. 아토피 환자는 피부 깊숙이 ‘황’균(황색포도상구균)이 침입해 있다. 그럼 의문이 생긴다. 장벽이 깨져서 피부균 정상상태가 무너지는 걸까. 아니면 피부균 정상상태가 깨지고 그래서 피부장벽에 이상이 생겨 아토피가 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즉, 없어진 균을 외부에서 공급하면 아토피 증상이 사라진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즉 균들 간의 정상상태가 깨져서 병이 생긴다고 봐야한다. 이제 아토피, 알러지 등 피부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균을 첨가하거나 균 사이 소통물질을 사용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비단 피부질병만이 아니다. 장내세균을 포함한 인체공생미생물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소통방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체는 피부장벽과 면역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외부침입자를 대비한다, 하지만 패혈증에서 보다시피 평상시 잘 지내던 피부공생균도 돌변해서 침투하고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미생물은 인간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모든 동식물에 달라붙어서 살아남아 왔다. 가히 지구생물계의 암흑물질이다. 하지만 인체와 미생물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치고받고 싸우지만 상호 진화한다. 인체공생미생물 사이 소통방식 연구가 건강의 핫 이슈다, 

이제 ‘황, 고’ 두 친구에게 과학이 묻고 있다. 

‘어떤 SNS를 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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