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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체공생균/장내세균 시리즈(잡지연재)

(9)어떤 탄수화물을 얼마만큼 먹어야 장수할까

by 바이오스토리 2022. 2. 14.

http://www.goodag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3 

 

[Column 김은기] 어떤 탄수화물을 얼마만큼 먹어야 장수할까? - 굿에이징

한국인의 밥심‘한국인은 밥심이여~’ 시골 한 어르신은 아침 밥상에서 주발 가득한 고봉밥에 한 숟가락 더 얹으며 말했다. 30년 전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는 아침밥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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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심

 

한국인은 밥심이여시골 한 어르신은 아침 밥상에서 주발 가득한 고봉밥에 한 숟가락 더 얹으며 말했다. 30년 전 이야기다. 하지만 이제는 아침에 밥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밥 먹으면 뱃살 나온다는 이야기 때문에 밥 대신 고구마, 빵으로 대신한다. 실제로 국내 쌀 소비는 30년 동안 반 토막이 났다. 달달한 탄수화물을 줄여 뱃살을 막는 건 이해된다. 하지만 밥 한 그릇을 토스토 하나로 대신하는 소위황제 다이어트(저탄소·고지방)’는 괜찮을까. 탄수화물은 어떤 걸 먹어야 장수할까.

 

탄수화물 대부분은 분해·흡수되어 혈액 속 포도당(혈당)이 된다. 혈당은, 놀랍게도, 50%가 두뇌에서 쓴다. 만약 포도당이 줄어들면, 예를 들어, 밥 한 그릇대신 토스트 한쪽만을 먹었다면, 두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답은 미로찾기에서 볼 수 있다.

 

기말시험의 초콜릿

영화 메이즈 러너(2014, 미국)’에서는 미로(메이즈) 속을 탈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하늘만 보이는 미로를 두뇌 기억으로 돌아 나와야 한다. 주인공들은 그 기억들을 모아 사방을 둘러싼 미로를 그려 탈출한다. 미로 찾기는 쥐의 기억력 측정에도 사용된다. 기억은 두뇌 해마에서 일어난다. 포도당이 부족하면 미로를 헤맨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연구진은 케토다이어트(Keto: 저탄수화물·고지방식사)를 할 경우 두뇌기억·학습을 담당하는 해마 뉴런세포생성이 줄고 염증이 늘어 두뇌신호전달이 감소한다고 밝혔다(2021, Cell Host Microbe). 케토식사 쥐들은 해마기능이 떨어져 정상식사 쥐보다 미로찾기에서 30% 더 헤맸다. 이런 현상은 쥐들이 늙어가는 상태에서 더욱 두드러져서 나이 들수록 두뇌에 탄수화물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치매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세포활동도가 떨어지고 포도당소비가 적다(박스: 포도당 소비와 두뇌활동도). 달달한 포도당은 두뇌 고급휘발유란 이야기다.

 

동료교수 K는 이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가 학생들 시험시간에 나누어주는 초콜릿은 학생들 사이 인기다. 밤새 암기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 때 초콜릿 속 포도당은 기억을 살려준다. 두뇌는 슈퍼컴퓨터 중앙센터다. 많은 에너지를 쓴다. 몸 부피의 2%밖에 안 되지만 두뇌는 몸 전체 에너지의 20%를 쓴다. 왜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까.

 

두뇌 활동도는 두뇌 포도당소모에 비례: 치매(AD) 경우 정상인(Normal)에 비해 인지담당부위(화살표지역) 포도당소비량이 감소한다(녹색: 소비량 적음, 적색: 많음). MRI(자기공명장치)와 달리 PET(양전자단층촬영술)은 두뇌활동도와 암(포도당 과다소요)여부를 알 수 있다. (FDG:포도당 동위원소)(소스: 위키)

 

인류는 근육대신 두뇌크기를 키워서 만물영장으로 진화했다. 구석기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자를 만났다. 살아남아야 한다. 본능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두뇌에서 분출된다. 근육에서 포도당이 급히 만들어진다. 생각할 것 없이 뒤돌아 달라는 게 상책일까, 아니면 옆 나무로 올라갈까. 순식간에 판단해야한다. 머리를 먼저 써야한다. 이렇게 근육대신 두뇌에 포도당이 우선 공급되도록 진화했다.

 

호모사피엔스는 초원에서 단 열매를 찾아 다녔다. 이 작업이 즐거워야 살아남아 진화한다. 그래서 두뇌에 중독회로가 생겼다. 케이크의 달달한 맛에 중독이 되는 이유다(박스기사: 탄수화물 중독 메카니즘). 그렇다. 우리 몸은 포도당, 즉 탄수화물이, 절대 필요하다. 그런데, , ‘탄수화물하면 건강에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까.

 

좋은 놈, 나쁜 놈

탄수화물 중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건 단순당(單純糖)이다. 하얀 쌀밥 속 녹말은 쉽게 분해되어 먹자마자 혈당(포도당)이 높아진다. 사이다·케이크·주스 내 단순당도 마찬가지다. 급히 오른 혈당을 낮추느라 인슐린 공장인 췌장이 헐떡인다. 늘 높은 포도당 때문에 인슐린 효율이 떨어지는 인슐린저항성이 생긴다. 결국 2형 당뇨가 생긴다. 따라서 먹었을 때 쉽게 혈당이 오르는 높은 당지수(식후 혈당증가치)’ 식품(쌀밥··도넛·감자·청량음료·인스턴트)을 피해야 한다. 포도당이 너무 높아지면 두뇌기능도 떨어진다. 각종 병이 생긴다. 포도당은 너무 적어도, 많아도 안 된다. 그럼 어떤 탄수화물을, 얼마큼 먹어야 하나.

 

식이섬유 함유 식품: 통곡물, 해조류, 채소, 너트 (소스:위키)

 

한국인 탄수화물섭취량은 권고량인 50%(전체에너지 중 탄수화물비율)보다 높은 67%. 밥 한 숟가락 덜고 두부 한 점 더 먹으면 된다. 무엇보다 단순당 대신 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 특히 식이섬유(Diet fiber)가 필요하다. 식이섬유는 채소·과일즙을 내고 남는 건더기들이다. 위장에서 분해가 잘 안되어 대장까지 내려간다. 이게 장수비결이다.

 

어의가 찾던 바나나 변

많이 먹을수록 수명이 비례해서 늘어난 식품이 하나 있다. 식이섬유다. 4635명 성인들을 조사해보니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면 15-30% 수명이 늘어났다. 많이 먹을수록 심장병·당뇨·대장암에 덜 걸리고 비만·혈압·콜레스테롤이 낮았다 (2019, Lancet). 왜 식이섬유를 먹으면 수명이 길어질까. 최근 연구는 장내세균을 지목한다.

 

장내세균이 식이섬유에서 포도당과 핵심물질인 단쇄지방산을 만든다. 단쇄지방산 70%가 장세포들 먹이다. 이놈은 혈액을 통해 간·심장·두뇌·폐 등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식이섬유가 없으면 장내세균 85%가 변한다. 특히 장점막(뮤신)이 분해되어 점막 방어능이 감소된다. 장내세균-식이섬유는 면역의 핵심이다(박스기사: 식이섬유와 면역의 메카니즘). 하지만 한국 성인 50%가 식이섬유 권고량을 못 먹는다. 식이섬유는 통곡물·야채에 많다. 식이섬유를 제대로 먹으면 변 모양이 변한다.

 

어의(御醫)들은 임금 변 모양을 매일 관찰했다. 황금색 바나나변이 최고다. 식이섬유는 분해속도가 느려 변 크기가 커진다. 덩굴처럼 대장을 훑어간다. 반면 토끼똥이나 묽은 변은 변비·설사 등 비정상상태다. 황금색은 담즙(녹색)이 변한 것으로 장내세균이 정상이란 의미다. 반면 흑색(위출혈·대장암), 적색(치질, 장출혈)은 위험신호다. 황금색 바나나 변은 실제로 유익균이 많다(2021, FCIMB). 그런데 장내세균은 왜 식이섬유를 좋아할까.

 

장내 상피세포(적)과 장내세균(녹): 상피세포 하단 집합소에서 면역세포는 수시로 장내세균을 접촉하여 면역관용 등 상호공존 진화해 왔다. 식이섬유는 장내세균-장세포 공진화에 중요하다(소스: Flickr)

 

장내세균은 오랜 짝꿍

장내세균은 호모사피엔스의 거친 음식(식이섬유)을 먹이삼아 인체와 오랜 기간 공존·소통 해왔다. 그 소통방식이 식이섬유다. 수백만 년 잘 지내왔던 장내세균들이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인간들 음식 중에 식이섬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뉴요커는 구석기인간이 먹던 식이섬유의 13-25% 밖에 안 먹는다. 장내세균 종류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항생제과용으로 장내세균을 싹 쓸어버린다. 이런 부조화·소통부재로 질병(비만·당뇨·아토피·크론병)이 생긴다. 오랜 짝꿍인 장내세균에게 식이섬유를 돌려주자.

 

30년 전 시골어르신의 밥주발에 가득담긴 밥은 백미가 아닌 잡곡밥이었다. 좁쌀·수수·콩 등 식이섬유가 많았다. ‘한국인은 밥심이여라는 어르신 말씀 속에 지혜가 숨어 있었다.

 

박스기사1: 탄수화물 중독 이유

굶게 되면 다른 장기는 졸아들어도 두뇌는 그대로다. 두뇌는 다른 장기에서 포도당을 뺏어서라도 우선 쓴다. ‘이기적 두뇌(selfish brain)’가설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연구팀이 이 가설을 증명했다. 사람들에게 두뇌운동(기억하기)과 근육운동(노 젓기)을 동시에 시키면 근육에 포도당이 29.8% 덜 공급되었다. 두뇌가 근육보다 포도당이 우선 필요하다. 그래서 보상회로가 두뇌에 만들어졌다. 보상회로의 도파민 때문에 달달한 케이크도 술·담배처럼 중독이 된다. 중독을 피하려면 밀가루·설탕 등 당지수 높은 탄수화물을 1주일 끊자. 단 것이 당기면 너트·아보카드 등을 먹자. 그리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자.

 

박스기사2: 식이섬유-장내세균-면역의 3중주

면역세포 70%가 장점막 아래(페이어 패치) 몰려있다. 장점막 M세포는 일부 장내세균을 들여보낸다. 면역세포들이 이놈들 얼굴을 익힌다. 이놈들은 봐주는 ‘면역관용(寬容)’이 인체세포-장내세균 사이 공진화결과다. 그 공진화 소통방식이 식이섬유 분해산물인 단쇄지방산이다. 이 놈들로 장내세균이 면역세포 유전자발현을 직접 조절한다. 대장에 식이섬유가 공급 안 되면 장내세균·단쇄지방산이 급감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독감바이러스로도 쉽게 폐렴이 된다.

 

사진1: 장내 상피세포()과 장내세균(): 상피세포 하단 집합소에서 면역세포는 수시로 장내세균을 접촉하여 면역관용 등 상호공존 진화해 왔다. 식이섬유는 장내세균-장세포 공진화에 중요하다(소스: Flickr)

 

사진2: 식이섬유 함유 식품: 통곡물, 해조류, 채소, 너트 (소스:위키)

 

사진3: 두뇌 활동도는 두뇌 포도당소모에 비례: 치매(AD) 경우 정상인(Normal)에 비해 인지담당부위(화살표지역) 포도당소비량이 감소한다(녹색: 소비량 적음, 적색: 많음). MRI(자기공명장치)와 달리 PET(양전자단층촬영술)은 두뇌활동도와 암(포도당 과다소요)여부를 알 수 있다. (FDG:포도당 동위원소)(소스: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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