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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체공생균/장내세균 시리즈(잡지연재)

(5)탈모, 모낭세포의 성장을 막는 놈을 잡아라.

by 바이오스토리 2021. 10. 12.

http://www.goodage.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2

 

탈모, 모낭세포의 성장을 막는 놈을 잡아라 - 굿에이징

피부 상재균과의 평화협정이 깨지면 모발이 뿌리째 빠진다.오랜만에 나타난 D교수 얼굴이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대머리를 가리기 위해 모자 를 쓰고 나타난 것은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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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상재균과의 평화협정이 깨지면 모발이 뿌리 채 빠진다

오랜만에 나타난 D교수 얼굴이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가 대머리를 모자로 가렸다는 건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본인 스스로 ‘한국의 숀 코네리’라고 할 만큼 그는 자신의 ‘반짝이는 머리’를 오히려 내세웠다. 그가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의 탈모는 집안내력으로 정수리부분 모발이 거의 없는 ‘M형’ 탈모다. 그건 괜찮다. 문제는 그나마 남아있던 중간부분 모발에 동전만한 구멍들이 듬성듬성 생겼다는 거다. 의사는 ‘스트레스성 원형탈모’라 했다. M형 탈모에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원인이 있었다. 기말고사 때 시험문제가 유출된 거다. 그것도 수백 명이 듣는 인터넷 교양과목 강의이고 이미 성적이 모두 공지된 다음에 밝혀진 거다. 조교 실수로 유출되었지만 학교홈페이지가 한 동안 시끄러웠다. 교수 공개사과와 재시험 등으로 겨우 마무리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스트레스는 그의 모발뿌리를 말라 죽였고 군데군데 보기흉한 구멍을 만들었다. 스트레스에 모발이 고사(枯死)하는 현장을 직접 목도한 셈이다.

탈모는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D교수 경우 스트레스가 탈모를 만들었다. 하지만 탈모자체도 스트레스다. 젊다고 예외가 아니다. 20-30대 탈모가 전체 연령 중 가장 많은 48.9%다. 성인 62%가 매일 사라지는 머리카락에 잠을 설친다. 탈모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유전과 외부 환경이다. 아버지가 반짝이는 머리를 가졌으면 그 아들은 80% 머리가 빛난다. 여성도 반짝일 정도는 아니지만 찰랑이던 머리카락이 엉성해지는 여성탈모가 나타난다. D교수 경우처럼 외부환경, 특히 스트레스는 탈모에 직격탄이다. 최근 과학은 탈모를 세포 하나하나, 분자수준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자 숨어있던 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체공생세균이다. 그중에서도 피부상재균, 즉 우리 피부에 붙어살던 세균들이 유전과 환경, 이 두 개를 모두 조절하고 있다는 거다. 제3의 탈모‘플레이어(player)’를 찾은 셈이다. 이놈들을 잘 조절할 수 있다면 매일 한 움큼씩 사라지는 내 소중한 모발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그 속을 들여다보자.

 

그림1: 찰스다윈과 그의 아들(1842):탈모관련 유전자는 수십-수백개이며 부친, 모친 계열로 동시 유전된다. M형 탈모의 80%는 유전자 때문이다.(소스:위키미디어)

 

 

모발 염증이 탈모의 중요인자로 밝혀졌다
최근 홍콩 바이오의학연구소는 M형 탈모환자들의 모낭에 붙어있는 피부상재균들을 조사했다. 정상인과 비교해서 정수리부분의 모낭에 ‘버크홀데리아’속 세균들이 월등히 많았다. 특히 대표적인 여드름 유발균(프로피니움)이 모낭하단부에 몰려 있었다. 특이한 점은 정수리를 제외한 뒤통수, 옆머리 부분은 정상인과 세균차이가 없다는 거다. 즉 M형 탈모는 염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염증(inflammation)’이라면 살갗에 무언가 찔려서 생기는 고름정도를 생각한다. 맞다. 그것도 염증이다. 하지만 피부외곽에 생기는 뾰루지 수준의 염증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내부 장기가 염증상태라면, 즉 벌겋게 부어있는 상태라면 이건 심각하다. 큰 병이 생기는 전 단계라 봐야 한다. 모발도 예외는 아니다. 만약 모발염증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모낭에 영구적인 손상이 간다면 짙은 흑색의 건강한 모발 꿈은 잊어버려라. 모발을 들여다보자.

 

 

그림2.원형탈모와 반흔성탈모: 피부세균들과의 염증 여부, 위치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1)정상 모발상태: 피부균(노란색)은 평화로운 공생상태 (2)원형탈모: 모낭부위에 세균성 염증으로 일시적 탈모발생 (3)반흔성 영구탈모: 피부줄기세포 부위(모낭상부 적색부위)에 세균염증 발생, 영구탈모손상 (2,3)은 세균-면역세포 사이 평화공존이 깨져서 생긴다.(소스: biomedicine)

 


모발은 3-5년 주기로 성장, 탈모된다
모발은 밭에 심어진 파와 비슷하게 생겼다. 즉 땅위로 나와 있는 파 상단이 우리가 보는 머리카락이다. 파를 뽑아보면 땅 속으로 대추씨만한 뿌리가 묻혀있고 뿌리 아래로는 잔털이 붙어있다. 대추씨같은 부분이 모낭(毛囊)이다. 대추씨에 붙어 있는 잔털은 모낭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과 같다. 대추씨 안에는 모발을 만드는 세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사진참조). 이놈들은 세포분열을 통해 계속 새로운 자기 세포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대추씨 안에서 새로 만들어진 세포들이 계속 밀려나온다. 마치 파의 줄기가 자라듯이 위로 밀려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세포들은 튼튼한 밧줄(케라틴)을 세포내부에 만든다. 밧줄들이 서로 엉겨 모발 한 가닥이 된다. 그러니 머리카락은 사실 세포덩어리인 셈이다. 다만 살아 있는 게 아닌 죽은 세포들이다. 그렇다면 궁금한 게 있다. 모발은 왜 빠지는 걸까.

정상인도 모발은 하루 50-100여개 빠진다. 모발성장은 4단계를 거친다. 자라고 쉬고 빠지고 다시 자란다(그림참조). 어떻게 4개 단계가 정확하게 조절되어서 모발을 계속, 연달아, 교대로, 만들어 낼까. 그 답은 모발줄기세포에 있다. 이놈은 모발의 사령부이다. 이곳이 망가지면 그건 대재앙이다. 온 몸의 모발이 사라진다. 영구탈모가 될 수 있다.

머리카락을 한 가닥 뽑아보자. 맨 아래 무언가 조금 달려있는 모낭부분이 보인다. 이 모낭 바로 위 부분에 피부줄기세포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모발들이 주기적으로 자라도록 때가 되면 줄기세포를 내려 보내준다. 모발 성장기의 시작이다. 3-5년 주기가 되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모낭들이 졸아든다. 가늘어진 모발은 빠진다. 탈모기다. 졸아든 모낭으로 다시 줄기세포들이 몰려온다. 새로 자라기 시작한다. 연속되는 성장기다. 모발줄기세포가 모발성장을 4단계로 조절한다는 말이다. 이런 정상 과정에 문제가 하나라도 생기면 탈모의 시작이다. 물론 나이 들면 모발이 덜 성장하니까 모발이 가늘어진다. 나이는 어쩔 수 없다하자. 문제는 비정상적인 경우다. 비정상적으로 모낭세포의 성장을 막는 놈 중에는 남성호르몬, 스트레스 물질 그리고 3번째 플레이어인 피부공생세균이 있다. 이 세 놈들은 서로 얽혀있다.

 

 

그림3: 모발성장주기 (소스: 리서치게이트) 성장기(3-5년): 모유두에서 영양을 받아서 성장. 퇴행기(2-3주):모낭이 분리되기 시작. 휴지기(3-4개월):모유두로부터 분리. (다시) 성장기


호르몬과 유전자가 M형 탈모원인이다
D교수 아버지, 형제들도 M형 탈모이다. 유전이란 반증이다. 실제로 탈모관련 유전자는 63개이고 그중 6개가 X염색체에 있다. 여성(XX)은 X 하나에 탈모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나머지가 정상이면 괜찮다. 게다가 머리를 길게 기르니 남성처럼 M형 탈모를 눈으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전체적으로 빠지는 여성형 탈모는 나이, 건강 상태 따라 진행된다. 어떤 탈모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할까. 과학자들은 놀란다. 탈모에 얽혀있는 호르몬, 염증물질, 암발생 인자들이 서로 얽혀 있는 거다. 가장 잘 알려진 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다. 고환에서 만들어진다. 일찌감치 이걸 떼어낸 내시들은 대머리가 없다.  BC300년 그리스 소크라테스도 본인처럼 대머리인 내시는 못 보았다고 기록에 남겼다. 역시 소크라테스다운 관찰력이다.

테스토스테론 중 10%는 다른 유도체(DHT)로 변한다. 이놈은 대부분의 모발세포를 자극해서 성장시킨다. 그런데 정수리 모발만은 아니다. 거꾸로다. 이게 붙으면 성장이 안 된다. 특히 집안내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게 더 강력하게 성장을 방해한다. 그래서 정수리 모발공장이 아예 문을 닫는다. 반짝이는 대머리가 생기는 이유다. M형 탈모 경우 턱수염, 뒷머리는 풍성하다. 모발도 지역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럼 모낭에 염증은 왜 생길까. 남성호르몬이 많아지면 피지선분비가 활발해진다. 청소년 경우 얼굴이 번들거리고 불긋불긋 꽃이 핀다. 젊음의 상징, 바로 여드름이다. 여드름이 생기는 것과 같은 패턴이 M형 탈모에서도 관찰된다. 즉 여드름 염증 유발균(P.acne)들이 모낭근처에 몰려 있는 걸 확인한 거다. 탈모는 이런 조건들이 들어맞으면 생긴다. 즉 집안내력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남성호르몬이 높아서 피지가 많이 생긴 경우에, 게다가 제3의 플레이어인 피부공생세균이 가세할 경우 모낭은 염증으로 전쟁터가 된다. 그 결과, 모발이 빠진다. M형 탈모다. 평화롭게 지내던 피부균을 염증을 일으키는 적으로 돌변시키는 데에는 스트레스물질도 한 몫 한다.

 

피부공생세균총의 정상화가 탈모방지할 수 있다 
D교수 같은 스트레스성 탈모원인이 최근 유명학술지 ‘내쳐’에 발표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콩팥위의 부신피질에 신호를 보내고 이곳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이 만들어진다. 이놈이 모발중간에 있는 피부줄기세포를 한방에 잠재운다. 모발사령부가 잠을 자고 있으니 아래 지역의 모낭세포들이 시들시들해진다. 모발성장이 안되고 빠진다. 스트레스성 원형탈모다. 이런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또한, 모낭근처에 있는 피부 공생균을 자극한다. 그래서 모낭에 염증이 생긴다. 염증으로 모낭이 잠시 망가져도 위에 있는 줄기세포 사령부에서 다시 모발세포를 공급을 해주면 살아난다. 정작 문제는 줄기세포사령부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다. 사령부자체가 피부세균의 염증으로 초토화된다. 그러면 이곳 모발공장들은 완전히 폐업이다. 따라서 유전자, 호르몬, 피부세균이 서로 얽혀서 피부줄기세포, 모낭에 영향을 준다. 그걸 정상화하는 길이 탈모를 막는 기본이다. 어떤 외부요인에 의해 평소 잘 지내던 모낭 근처 균들이 돌연 공격을 시작하는지를 밝히는 게 탈모방지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수천 년간 못 풀던 탈모 수수께끼가 조금씩 풀리는 셈이다. 수수께끼를 완전히 풀면 D교수 모발이 검고 굵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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