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교수의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1-중앙일보연재;김은기의 바이오토크/(4)첨단 바이오

[중앙SUNDAY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61>동물들 선행 지진파에 먼저 반응, 경보 활용은 무리

by 바이오스토리 2018. 4. 4.

동물들 선행 지진파에 먼저 반응, 경보 활용은 무리

:지진 전조 현상

 

경주 지진 10일전 일렬이동한 숭어 떼가 지진전조현상인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사진 SNS 캡처]

 

20169121944. 거실 탁자에 올린 다리가 진동한다. 지진이다. 처음 만나는 지진모습에 등골이 서늘하다. 규모(M) 5.8 지진이 이럴진대 이보다 에너지가 천 배나 되는 규모 8.0 중국 쓰촨성 지진(2008), 3만 배 강한 규모 9.0 일본 도호쿠 쓰나미 (2011) 지진은 사람들에게 평생 악몽이다. 이번 경주 지진으로 고층아파트는 괜찮았지만 다음에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왜 지진은 태풍처럼 조기경보가 안될까.

 

경주 지진은 국내 최대 지진이었다. 일본 지진은 태평양·유라시아·필리핀·북미 4개의 암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생긴다. 자주 강한 지진이 발생한다. 한국은 유라시아판 위에 있고 경계면과는 떨어져 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99년 이후 지진활동이 증가되고 있어서 마음 놓을 수 없다. 지각이 비켜 틀어진 단층(양산) 위에 경주가 있다는 면이 염려스럽다.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지만 주위 원전들이 여전히 불안하다.

 

경주 지진 발생 10일 전 숭어 떼가 일렬로 움직였다는 사진이 지진 후 보도됐다. 일부에서는 지진전조(前兆)현상일 수도 있다고 했다. 만일 숭어 떼를 보고 지진경보를 내보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동물 이상행동을 지진경보로 사용할 수 있을까.

 

 

지진 2일전부터 활동도가 급격히 감소했다가 지진 후 다시 정상상태가 됐다.

 

[쥐 이상행동 다음날 규모 6.9 지진 덮쳐]

199511월 일본. 고베 지진(규모 7.3) 진원지에서 50떨어진 오사카 대학 단백질 연구소. 지난 15년간 매일 10마리 쥐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밤낮을 알려주는 두뇌 생체시계를 연구 중이었다. 쥐들은 주로 밤에 활발하다. 생체리듬이 정상상태면 낮에 1~2, 밤에 7~10번 쳇바퀴를 매일 돌렸다. 평상시 정상상태를 보이던 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상행동을 보였다. 조용하던 낮 시간에 느닷없이 쳇바퀴를 4, 밤에도 3배 많이 돌렸다. 우연히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55000분의 1이다. 15년 만에 처음 보는 행동이라 했다. 다음날 546분 규모 6.9 지진이 고베를 덮쳤다. 시내 관통 고속도로가 주저앉고 40만 채 집이 무너지고 6434명이 사망했다. 지진 하루 만에 쥐들은 다시 정상속도로 쳇바퀴를 돌리기 시작했다.

 

 

P파는 본격진동 S파보다 수초 먼저 온다. 동물들은 여기에 미리 반응할 수 있다.

 

20085월 중국. 쓰촨성 쓰촨대학 국가지정 연구실. 생체리듬 연구팀은 8마리 쥐를 38일 동안 관찰 중이었다. 18일 동안 쥐들은 같은 행동이 반복되는 정상이었다. 19일째 8마리 중 6마리의 쳇바퀴 돌리는 속도가 평상시 25% 수준으로 급감했다. 밤낮을 구분하는 생체리듬 정확도도 20%로 곤두박질했다. 다음날 1428, 쓰촨시는 규모 8의 대형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69197명 사망, 480만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진발생 3일 후 8마리 쥐는 모두 평상 상태로 돌아왔다.

 

두 실험실 쥐들은 모두 지진 전 이상행동을 보였다. 지진에 동물이 반응하는 종류는 두 가지다. ‘초단기반응은 지진 수초~수십초 전 보이는 이상행동이다. 지진파 중 약한 P파는 본격 충격파인 S파보다 1.7배 빨리 진행한다. 사람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동물들이 P파에 놀라서 울부짖거나 도망을 간다. 이런 초단기 동물반응은 과학적으로 이해가 되나 지진경보로 쓰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반면 지진 수시간 혹은 수일 전에 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은 미리 경보가 가능하다. 동물들은 어떻게 알까. 이 현상을 지진경보로 써도 될까.

 

 

 [땅속 지각 충돌, 동물 세로토닌 수치 높여]

BC 373년 로마에는 지진 5일 전 쥐, 뱀들이 도시를 벗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까지 200건 이상 논문이 보고됐다. 쓰촨 지진 3일 전 도로를 덮은 두꺼비 떼가 보도됐다. 동물은 사람보다 지진에 의한 진동, 전자기장변화에 예민하다. 토끼 심장세포와 두뇌운동관련 세포가 지표 전자장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동물 생체리듬 관장 호르몬(멜라닌) 분비가 지구자기장변화에 민감하다. 두 실험실에서 보인 지진 전 동물이상행동은 실제 야산에서도 관측됐다.

 

2011년 페루 산간지역. 곳곳에 설치된 49대 카메라가 야생동물 이동을 촬영하고 있었다. 평상시 하루 10마리 동물이 카메라에 잡혔다. 어느 날부터 돌아다니는 동물수가 2~3마리로 급감하더니 5일간은 한 마리도 안 보였다. 평상시와 다른 기이한 현상이다. 정확히 이틀 뒤 규모 7.0 지진이 페루산맥을 덮쳤다. 동물 이상변화가 관측된 것은 지진 23일 전부터다. 연구팀은 땅속 지각변동으로 지표면에 양이온, 자유전자 층이 생성되면서 초저주파 반사도가 변한 것을 인공위성 데이터로 확인했다. 땅속 지각의 물리적 충돌로 양이온, 자유전자가 급증해서 동물 두뇌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고 이것이 동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동물들은 높아진 이온들을 피해 높은 능선에서 낮은 계곡으로 피신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페루·일본·중국 연구결과는 지진 전 발생한 전자기파 변화, 양이온교란이 동물 이상행동을 유발했음을 보여준다.

 

 

지진전조과학은 아직 초창기다. 내진설계, 지진대비 생활화가 우선이다. 사진은 2009년 이탈리아 아킬라에 진도6.3의 강진으로 건물 대부분이 붕괴된 모습. [중앙포토]

 

 

[연구원 '예언' 빗나가 선동죄로 고발당해]

일반 시민들도 아니고 대학연구팀들이 과학적으로 관찰한 동물 이상행동은 지진전조현상임이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동물들을 왜 아직 지진경보로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저명학술지 네이처(2010)에 실린 이탈리아 아킬라 지진(2009) 사건 일화 속에 그 답이 있다.

 

2009331일 로마 북동쪽 150아킬라 시청. 지진 대응 긴급회의가 있었다. 잦은 소지진으로 시민들이 불안해하자 마련된 대책회의에는 지진과학자 6, 정부관계자 1명이 참여했다. "지진이 잦다고 반드시 대지진이 온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는 과학자 말을 정부관계자가 스스로 해석, "대지진은 없다"고 단독 공표해 버렸다. 일주일 후 규모 6.3 강진이 아킬라시를 덮쳤다. 308명 사망, 11000채 건물파괴, 16조원 피해가 생겼다. 검찰은 지진과학자 6명을 살인죄로 기소했다. 잦아진 소지진을 대지진 전조로 경고하지 않아서 피해가 늘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당시 아킬라시 주민들은 피난 준비를 했다가 정부 발표를 듣고 모두 집으로 들어갔고 이것이 피해를 키웠다. 지진경고를 하지 않아 지진과학자가 구속된 최초 사건이었다.

 

아킬라 지진 당시에는 또 다른 피구속자가 있었다. 이탈리아 국립물리연구소 연구원(길리아니)은 취미로 라돈측정기를 만들어서 지표면 라돈 측정을 했다. 대지진 한 달 전 지표라돈이 증가해서 지진이 일어날 기미가 보인다고 인터뷰했다. 이곳저곳에서 소지진이 발생하자 그의 예언은 방송에도 보도됐다. 그는 아킬라에서 50떨어진 술모나시에 대지진이 내일 있을 거라 예언을 했다. 시민들이 집을 비우고 피난 가는 등 난리가 났다. 하지만 지진은 없었다. 열흘 뒤 아킬라시에 규모 6.3 대지진이 발생했다. 연구원 길리아니는 선동죄로 고발당했다.

 

[대부분 지진현장서 동물 사체 발견 안 돼]

지진경보는 폭우경보가 아니다. 해당 지역주민은 모두 피하고 KTX 열차도 서야 한다. 그릇된 지진 경보는 대규모 혼란을 야기한다. 하지만 지진은 예측하기 힘들다. 2011년 국제지진예보방재 위원회(ICEF)는 지금까지 보고된 지진전조현상 20종류, 400개 중에서 가능성 있는 5개 전조현상을 정밀 조사했다. 지진 22개를 조사하니 9%만 우연히 맞았다. 실험실 쥐가 지진경보로 쓰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모든 쥐들이 매번 지진에 똑같이 반응해야 하고 지진 크기·시기·위치를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두 개 실험실 쥐들의 이상행동은 같지만 활동도 변화가 늘거나 줄었다. 동물이용 지진예측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

 

정확하지 않은 지진경보는 큰 혼란을 낳는다. 설사 예측한다 해도 도시를 통째로 옮길 수 없다. 내진 건축물을 짓고 일상화된 지진대비가 현실적이다. 이철호 교수(한국지진공학회장)땅속은 모른다. 내진설계가 최고 대비책이다라고 말한다. 일본이 내진설계와 재난대응훈련에 우선 투자한 이유다. 그렇다고 일본은 지진을 앉아서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도쿄대학 지질물리학자 세야 우에다 교수는 50년간 지진전조현상(전자기파 변화)을 연구해왔다. 지난 27년간 규모 7.6 이상 대지진은 발생 전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 연구를 저명학술지(PNAS)에 발표했다. 고베 지진 당시 쥐들 활동도와 생체리듬을 측정한 오사카 연구팀은 쥐들이 인공 지진 시 발생하는 자기장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가 성공해서 전조현상을 정확히 알면 지진경보를 내릴 수 있다.경주 지진 10일 전 나타났던 숭어 떼 일렬행진이 대지진 전조현상인지는 현재로선 분명치 않다. 하지만 대부분 지진현장에서 동물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연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지진 전 동물대피현상은 오랫동안 관찰됐다. 동물들은 수억 년 동안 지진에서 살아남기 위한 감각을 진화시켰다. 인간은 동물에게 지진 감지방법을 한 수 배워야 한다. 과학적 잣대로 지진전조현상을 연구해야 한다.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