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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앙일보연재;김은기의 바이오토크/(5)바이러스 환경

[중앙SUNDAY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62> 수퍼박테리아 잡는 새 항생제, DNA 읽어 만들어

by 바이오스토리 2018. 4. 4.

수퍼박테리아 잡는 새 항생제, DNA 읽어 만들어

:항생제 내성균

 

 

항생제 7종류(흰 점)에 정상 병원균(바닥 황색)은 죽는다(왼쪽). 그러나 내성균(오른쪽)3개 항생제에 죽지 않는다.

 

간단한 수술이니 병문안을 오지 말라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지인은 병원에 묶여있다. 양성종양은 수술로 금방 제거했지만 병원균 감염이 문제였다. 항생제를 이것저것 써봤지만 듣지 않았다. 고농도 항생제 부작용으로 얼굴이 붉게 벗겨졌다. 항생제 내성균은 먼 나라, 남 이야기가 아니다. 내 목에 칼을 대고 있다. 내성균이 인류를 멸망시킬까?

 

2017921일 유엔총회에서 내성균 대책회의를 했다. 유엔 창설 이래 보건관련 총회는 단 세 번만 열렸다. AIDS··에볼라 때문이었다. 항생제 내성균이 지구촌 산불이라는 이야기다. 에볼라는 백신으로 예방·치료하면 된다. 성병인 임질은 어떨까? 올해 8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질균 30%는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고 100%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이제 임질에 걸리면 치료방법이 없다. 임질보다 더 위험한 병은 따로 있다. 사망자가 AIDS·에볼라·유방암·대장암을 합친 숫자보다 많고 치료비용이 가장 높은 병, 바로 패혈증이다. 패혈증에서 내성균을 만나면 목숨이 아슬아슬하다.

 

유럽지역 메티실린 내성균(MRSA) 분포(2008). 내성균은 전세계적인 문제다

 

 

[패혈증은 신속히 항생제 처방해야]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지난 6월 사망했다. 그는 파킨슨병을 30년간 앓았다. 하지만 병원 입원 며칠 만에 그를 사망 시킨 병은 패혈증이었다. 특별한 균도 아니다. 코 속 균도 면역이 약해지면 피부상처나 인체 삽입튜브 등으로 감염돼 혈액으로 퍼져 장기를 망가뜨린다. 고열·저체온·호흡곤란·심박수증가·어지러움이 생긴다. 병원 입원 사망자의 30~70%가 패혈증으로 죽는다.

 

패혈증은 초응급 상황이다. 감염 직후 1시간 내에 항생제를 투입하면 생존율이 80%지만 6시간 경과하면 30%로 급감한다. 패혈증이 의심되면 의사는 두 가지 정보가 급히 필요하다. 패혈증이 맞는지와 어느 항생제에 죽는지다. 패혈증이 맞다면 혈액 속 균이 배지에서 자라나 눈에 보여야 한다. 하지만 30%밖에 안 자라고 배양도 이틀이나 걸린다. 의사는 우선 급한 대로 광범위 항생제를 주사한다. 2일 후 균을 확인했다 치자. 문제는 광범위 항생제에도 잘 죽지 않는 내성균(수퍼박테리아)이 널리 퍼져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은 페니실린계열 항생제에 죽지 않는다. 이 내성균은 19742%(포도상 구균 중)에서 25%(1995), 50%(1997), 64%(2004)로 급증했다. 내성균은 왜 생기고 이를 없앨 방법은 무엇인가.

 

 

합성생물학은 고속·자동으로 생물체 정보를 읽고 변형·조절하는 기술이다(자동화 바이오 실험실).

 

[내성균은 항생제 남용의 부메랑]

1945년 페니실린 개발자 플레밍은 노벨상 수상식장에서 과다하게 사용하면 페니실린 내성균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고는 바로 현실이 되었다. 인류는 지금까지 150여종의 항생제를 찾아 썼다. 인간은 페니실린을 찾아내 대량 생산해서 임질·폐렴·상처 치료에 썼다. 병원균들은 처음에는 페니실린에 죽어나갔다. 그런데 인간은 페니실린을 가축에도 썼다. 가축들은 잔병에 안 걸리고 잘 자랐다. 항생제 사용량이 점차 늘었다. 페니실린이란 공격무기에 맞서는 방어무기를 가진 균들이 가축 장내균에도 있었다. 이 균들은 페니실린을 분해·방출·블로킹해서 살아남았다. 35년간 가축항생제 사용으로 맷집(내성)이 늘었다. 내성유전자는 임질·폐렴·피부균에 옮겨갔다.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한 것도 내성균 확산을 도왔다. 항생제는 바이러스를 못 죽인다. 감기 항생제 사용으로 순하던 인간 장내세균(대장균피부균을 독한 내성균으로 만들었다. 여러 항생제에도 안 듣는 다재내성균이 됐다. 항생제 구조를 변화시켜도 변종 병원균은 금방 생겼다. 내성균은 인간이 만든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부메랑이다.

 

내성균 대책은 간단하다. 항생제 총량을 줄이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내성균 비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그래야 인간이 내성균을 만날 확률이 작다. 무엇보다 내성균이 만난 적 없는 새로운 항생제로 내성균을 죽여야 한다. 20세기 후반 폭발적인 항생제 사용으로 대형제약회사들은 급성장했다. 항생제 최대생산 회사 화이자는 지금 새로운 항생제를 연구하고 있을까?

 

[새 돌파구로 떠오른 합성생물학]

2011년 화이자가 항생제 연구를 중단했다.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10년간 1조원 들여 만들어도 2~3년 내 내성균이 생긴다. 둘째, 매일 먹는 당뇨약과 달리 항생제는 한번 나으면 안 먹으니 돈이 안 된다. 셋째, 지난 90년간 찾을 만한 항생제는 대부분 찾았다. 지금까지는 항생제 생산균이 배지에서 자라서 항생제를 만들어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생제를 만드는 대부분 땅속 균은 실험실에서는 1%도 안자란다. 나머지 99%에서 항생제를 뒤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균을 키우지 않고도 항생제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다. 지난 10월 저명학술지 네이처에 놀라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항생제를 만든 것이다. 미 록펠러대학 연구팀은 사람 코 속 균에서 메티실린 내성균(MRSA)를 죽이는 항생제(Humimycin)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예전처럼 균을 키우지 않았다. 이들은 내성균(MRSA)이 있는 인체피부에 천적 균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인체 피부균을 하나하나 배양하는 대신 피부 균들을 면봉으로 긁어 모든 DNA를 읽고 그 속에서 내성균을 죽이는 항생제 정보를 찾아냈다. 내성균 취약구조와 거기에 들어맞는 천적균 항생제구조를 3D 가상공간에서 찾아서 합성해 냈다. 신규 항생제를 균 배양 없이 DNA 정보로만 만들어낸 쾌거다. 여기 쓰인 합성생물학은 대장균으로 휘발유도 만들게 한다. KAIST 이상엽 박사팀은 대장균에 휘발유를 만드는 유전자 세트를 집어넣어 휘발유를 생산한다. 합성생물학은 모든 생물체 정보(DNA, 대사경로)를 알고 생산물을 원하는 대로 조절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생물체 유전자 정보를 며칠이면 분석할 수 있고 몇 분이면 DNA 순서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DNA를 다루는 기술 발전은 반도체 메모리 증가속도와 비슷하다. 인간게놈, 즉 인간유전자 전체 순서를 처음엔 3조원 들여 13년만에 밝혀냈지만 지금은 이 작업에 1000달러, 한 달이 채 안 걸린다. 내성균을 포함한 웬만한 병원균 DNA 순서는 다 밝혀졌다. 이제 내성균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패혈증은 그 시험대다.

 

패혈증은 두 가지, 즉 어떤 균인지 빨리 알아서 내성 없는 신규 항생제를 써야 산다. 합성생물학은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 패혈증 의심환자가 들어오면 혈액을 굳이 배양하지 않고 혈액 속 병원균 DNA를 그대로 읽어낸다. DNA 순서를 알면 어떤 병원균인지, 어떤 항생제 내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항생제 선택에 지금은 2~3일이나 걸리지만 합성생물학의 도움을 받게 되면 하루도 안 걸릴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항생제 공급이다. 미 록펠러대학 연구는 신규 항생제개발의 청신호다. 지난 90년간 발견된 항생제는 흙속균이 실험실에서 자라서 해당 항생제 유전자를 작동시킬 때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 두 단계가 모두 필요 없다. 흙속 항생제 생산 균 DNA를 모두 읽으면 가지고 있는 모든 항생제 유전자를 알 수 있다. 그렇게 얻은 항생제 유전자 정보만으로 항생제를 만들 수 있다. 신규 항생제 생산가능성이 수백 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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