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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앙일보연재;김은기의 바이오토크/(1)인체 건강

[중앙SUNDAY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58> 적게 먹었더니 세포 깨끗, 저세상에 못 간다고 전해라

by 바이오스토리 2018. 4. 3.

http://news.joins.com/article/20285503 (중앙일보 바로가기)

 

 

 

 

적게 먹었더니 세포 깨끗, 저세상에 못 간다고 전해라

:장수 비결, 노화세포 제거

 

미토콘드리아(붉은색)는 세포의 보일러로, 과식으로 고장나면 분해돼야 한다. 파란색으로 나타낸 것은 세포핵이다.

 

장거리 배낭여행의 성공 비결은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는 거다. 인체의 노화 세포를 없애버리면 몸이 더 젊어지지 않을까. 그렇다. 쥐의 오래된, 문제 세포를 없앴더니 쥐의 수명이 35% 늘어났다. 과학은 수명을 연장시키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걸까.

 

20152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요 임상연구소는 늙은 세포 때문에 수명이 줄었고, 이 녀석들을 없앴더니 수명이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를 유명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젊어서 분열을 잘 하던 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분열 속도가 서서히 줄고 결국 분열이 스톱된다. 이렇게 분열 정지된 세포는 저절로 없어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주위 세포를 병들게 한다. 마요 연구팀은 360일 된 쥐 (사람의 46살 해당) 59마리에게 특수약을 매주 두 번 먹이고 분열 정지된 세포만을 제거하면서 죽을 때까지의 건강 상태를 측정했다. 그러자 대조군, 즉 일반 쥐가 626일을 산 반면 약을 먹인 쥐는 843일을 살았다. 사람으로 치면 80살 살던 사람이 107살까지 산 셈이다. 게다가 단순히 수명만 늘어나지 않고 운동력·활동성도 증가했다. 자리보전하는 수명 연장이 아닌 진정한 장수를 했다는 말이다.

 

부작용은 없었을까. 약을 먹은 쥐들의 세포 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 죽어나간 세포 수만큼 새로운 세포들이 자라나서 채웠다. 세포들이 만들고 있던 신장·심장 등은 영향이 없었을까. 장기는 건강한 상태로 유지됐다. 나이가 들면 신장의 필터(사구체)는 딱딱해져 오줌이 잘 나오지 않고 노폐물인 요소도 걸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열 정지된 세포를 제거했더니 쥐가 30개월 때도 12개월 같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45세에도 18세 청년처럼 소변을 시원스럽게 본다는 이야기다. 조상들은 소변 세기를 건강의 척도로 여겼다. 복분자(覆盆子)는 요강[]이 뒤집힐[] 정도로 소변을 세게 만든다는 의미의 열매다. 오래된 세포를 없애는 약이 복분자처럼 젊은 나이의 소변 줄기를 만든 셈이다.

 

 

나이 들면 몸의 청소기능도 약해져

 

소변 센 것보다 심장이 잘 뛰어야 한다. 심장병은 성인 사망 원인 1위다. 나이가 들면 제대로 일을 하는 심장세포수가 줄어든다. 때문에 남아있는 세포는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므로 심실 비대증이 생긴다. 또 노쇠해진 심장세포는 부정맥 같은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력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특수약으로 분열 정지된 세포를 제거한 쥐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해부해보니 심장은 젊은 쥐의 구조를 가지고 쿵쿵잘 돌아가고 있었다. 즉 분열 정지 세포가 수명을 단축하고 있었고 이 녀석들은 없앴더니 수명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분열정지 세포를 청소하는 것이 수명 연장의 핵심이다.

 

 

분열 정지상태에 이르러 청소되는 세포(화살표). 자외선을 받은 세포내 DNA(흰 반점)가 스스로 뭉쳐져 자체 분해되려 한다.

 

분열 정지 세포는 왜 생겨서 수명을 단축시킬까. 난자·정자의 수정 이후 세포는 계속 수가 늘어 뇌·신장·심장 세포로 분화해 인체를 만든다. 하지만 세포가 무한정 자라지 않는다. 사람 피부 세포를 떼어 내 실험실에서 키우면 태아는 60, 성인은 40회 자라고 스톱한다. 세포분열 정지 (Cellular senescence)’가 된다. 성인의 척추원반(디스크)세포의 경우, 분열 정지된 세포비율은 나이에 따라 급증해서 358.2%, 5554%, 6694.3%가 된다. 인간세포는 분열횟수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미국 과학자 헤이 플릭의 이름을 딴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는 인간이 왜 죽는가를 설명한다. 인간은 일정기간 살다가 죽게 프로그램 돼있고 환경이 나쁘면 더 일찍 죽는다. 염색체 끝의 텔로미어(Telomere, 말단소립)’는 분열할 때 마다, 즉 나이 들어감에 따라 줄어든다. 줄어든 텔로미어는 손상된 DNA로 간주돼 세포는 분열을 정지시켜 암이 되는 걸 막는다. 분열정지된 세포는 그 상태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 늙어간다. 어느 상태가 되면 세포는 스스로 자살(apoptosis)’을 감행한다. 세포자살 유전자(p53)가 켜지면서 세포 스스로 내부를 정리하고 분해·청소한다. 마지막으로 면역세포에게 신호를 보내 잡아먹힌다. 조용히 주위 세포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다.

 

유통기한 만료 이외에 자외선·방사선·외부스트레스도 분열을 정지시킨다. 분열정지 세포들은 즉시즉시 청소돼야 한다. 이 녀석들은 암세포로 변하거나 이웃세포에 독성물질을 내뿜어 장기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런 청소기능, 즉 면역세포들도 약해진다. 미국 마요 임상연구소 팀도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 이런 해로운 분열정지세포만 없애면 수명이 늘어날 것이고, 이 점을 쥐에서 증명한 것이다. 이런 청소는 동물만 아니라 식물, 즉 나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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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먹었더니 세포 깨끗, 저세상에 못 간다고 전해라

미토콘드리아(붉은색)는 세포의 보일러로, 과식으로 고장나면 분해돼야 한다. 파란색으로 나타낸 것은 세포핵이다.장거리 배낭여행의 성공 비결은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는 거다. 인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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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배아섬유세포가 활발하게 분열할 때에는 가늘고 긴 모양이지만(왼쪽) 나이가 들면 평평하게 바뀌고 분열도 멈춘다(오른쪽).

 

가을 단풍은 식물의 양분 회수 과정내장사에서 백양사로 넘어가는 길은 10월이면 선홍색 단풍으로 불이 붙는다. 화려한 단풍은, 하지만 나무가 살기위한 자기 살 베어내기. 빛이 줄고 기온이 떨어지면 호르몬(옥신) 감소를 신호로 나무는 청소를 시작한다. 광합성 공장인 잎으로 가는 길목을 떨켜층으로 차단하고 엽록소를 분해·회수한다. 녹색잎이 단풍으로 변하는 것은 녹색 엽록소를 파괴해 단백질 원료인 질소를 회수하기 때문이다. 회수율은 90%에 가깝고 이를 통해 봄에 필요한 질소의 80%를 얻는다. 잎에서 회수한 질소는 줄기나 뿌리에 저장해 봄에 재사용한다.

 

이런 재사용은 동물에게도 중요해서 분열정지된 세포는 분해돼 상처 회복에 재사용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늙어가는 몸을 희생하는 부모를 보는 듯하다. 모든 생물은 청소로 영양분을 재사용하고 기능을 유지한다. 청소를 잘해야 한다.

 

동네 목욕탕에서는 인체 청소가 한창이다. 때를 열심히 밀거나, 먹다 남은 요쿠르트를 얼굴에 바른다. 둘 다 피부각질을 벗겨내는 방법이다. 다만 요쿠르트의 젖산 함량이 낮아 병원 피부 박피술보다는 효과가 미미하다. 하지만 굳은살이나 묵은 때를 벗겨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표피 아래층의 기저세포 분열을 자극해서 새로운 피부세포가 자라 올라오도록 한다. 정리·청소의 기술은 목욕탕에서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필요하다.

 

 

소식은 세포 청소 효과를 통해 수명을 연장시킨다.

 

동료 교수 중에는 정리의 신()’이 있다. 비슷한 양의 우편물을 매일 받지만 그의 사무실은 늘 정결하다. 책상에는 당일 볼 논문 한편만 있다. 비법은 간단했다. 매주 월요일, 일정량의 책·잡지 등을 오래된 순으로 서재에서 빼버린다. 인체도 간결해야 한다. 마요 연구소 결과는 청소를 잘 해주는 것이 장수의 지름길임을 알린다. 하지만 청소약이 인간에 적용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굳이 약을 먹지 않고 청소가 잘되는 생활 속 비법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꼽은 건 소식(小食)이다. 세포는 먹을 것이 떨어지면 자기 몸을 스스로 분해한다. 기능이 떨어진 기관부터 부순다. 조금 굶은 소식 상태에서는 이런 청소기능이 활발해진다. 적게 먹으면 세포 보일러인 미토콘드리아가 과잉 열량으로 과열되지 않아서 보일러 수명도 길어진다. 소식은 세포 기능유지와 청소의 이중 효과가 있다.

 

 

일본 오키나와 북부 장수촌인 오기미 마을의 노인들.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고 껄껄거리면 장수

 

소식은 장수촌의 특징이다. 일본 100세 장수인은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인다. 중년 쥐에게 칼로리를 26% 줄였더니 간·대장의 분열정지 세포가 6% 감소했고 텔로미어 길이는 오히려 늘어났다. 원숭이 경우는 소식이 면역 T세포의 분열 정지를 줄였다. 소식이 나이를 되돌린 셈이다. 하지만 조금 먹는 건 일회성·간헐적이 아닌 생활습관이 돼야 한다. 소식 기간이 2~4년인 원숭이는 맘대로 먹은 그룹과 큰 차이가 없었다. 10년 이상 단식한 원숭이에게만 면역 T세포가 늘어났다. 소식은 일종의 스트레스다. 몸도 이런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일부 연구는 소식을 짧은 기간 동안 실시해서 효과를 못 본 경우가 있다. 원숭이 연구는 소식이 단기간이 아니 장기간, 즉 생활습관이 돼야 함을 알려준다.

 

이슬람에는 일 년에 한 달, 라마단 단식 기간이 있다. 이 기간 중 낮에는 물·음식을 안 먹는다. 과학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일주일에 이틀 동안 평상시의 25%만 먹는 간헐적 단식이 체중·혈압·콜레스테롤·인슐린저항성을 낮췄다. 조금 더 독하게 마음먹으면 아예 며칠 단식을 할 수 있다. 2~4일 간의 단식은 면역을 재부팅해서 오래된 면역세포를 청소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단식 혹은 간헐적 단식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요요현상, 즉 원상태로 돌아오거나 악화된다. 간헐적 단식은 오히려 정상적인 식사습관을 깨뜨릴 수 있다. 습관이 깨지면 폭식·거식·정신적 스트레스가 온다. 특히 저체중·청소년·1형 당뇨환자는 단식이 위험하다. 장수촌의 핵심은 평상시의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매일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고 이웃과 껄껄거리며 감사하게 지내는 것이 장수의 지름길이다.

 

시루에 콩나물을 잘 키우려면 매일 조금씩 솎아내야 한다. 조금 모자라는 듯 키워야 제대로 자란다. 강도 콩나물 키우기와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넘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부족한 것이 때로는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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