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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4)바이오에피소드

인천 화장품산업, ICN 브랜드로 날개를 달자

by 바이오스토리 2014. 1. 16.

인하대 공대 생명화공학부 김은기 교수

1. 티베트 여인의 교훈 

수년전에 중국 티베트 지역을 한 달간 다녀 온 적이 있다. 오지에서 고생을 하였지만 그 여행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경험을 한 가지 제공했다. 그 여행의 목적은 피부에 좋은 화장품용 약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티베트지역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세계에서도 유명한 고원지대이다. 3500m의 고원에서는 햇볕도 강하고 따라서 자외선도 강한 곳이다. 이런 지역에 살고 있는 식물은 강한 자외선에서도 살아남는 물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것을 찾는 것이 연구목적의 여행의 목적이었다. 황량한 지역답게 인구도 희박하여 여의도 면적에 한명정도 살만큼 사람을 보기도 힘들었다. 티베트는 대부분 유목으로 살아간다. 한참을 달려도 사람을 보기 힘든 너른 벌판에서 텐트를 치고 살고 있는 유목민 가족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아이를 등에 업고 얼굴에 기미가 가득한 여인은 실제 나이가 채 스물이 안 되었다. 어렵게 기념사진을 같이 찍고 돌아서는 나에게 그 여인은 엄지와 중지를 비비면서 무엇인가를 요구하였다. 얼마간의 돈을 주었지만 계속 무언가를 요구하는 그 여인의 요구는 절실하였고 그 것은 다름 아닌 화장품이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아줄 이 아무도 없는 그 황량한 벌판, 하루 벌어먹기조차 힘든 그곳에서 여인이 요구한 것이 먹을 것도, 돈도 아닌 화장품이라는 사실은 나를 놀라게 하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라는 톨스토이의 소설제목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여인은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갈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하기에는 그 여인의 요구는 너무 절실하였고, 보아줄 이 조차 없는 데 왜 얼굴이 중요하냐고 돌려서 물어보기에는 그 여인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만큼 아름다운 피부가, 티 없는 얼굴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본능이었다, 미에 대한 본능.

 

2. 화장품, 불멸의 성장산업

 

티베트 여인은 나에게 화장품이 과연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하었다. 사람이 살고 죽는 데에 필요한 의약품의 연구가 제일 중요하고 필요한 연구로 생각했던 나에게 그 여인은 한방을 먹인 셈이다. 잘 먹고 안 아프게 사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사람의 진짜 깊은 속에는 멋있게 보이는 자기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려 준 사람이 티베트의 여인 이었던 것이다. 이 티베트 여인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의 추구는 화장품산업을 이끄는 중요한 원천이다. 화장품이란 것이 고대 이집트에서도 사용된 기록이 있으니 수천 년간 망하지 않고 지속된 몇 개 안되는 산업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화장품 기업은 흥망을 거듭할지 몰라도 화장품 산업은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아니 인천지역에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산업으로 채워진다면 어떠할까.

 

화장품은 이제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자들이 야성대신 감성을 택하는 경향이 늘면서 남성화장품의 시장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루밍족, 즉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이 급격히 느는 시대적인 경향으로 남성화장품은 국내 매출 5000억을 넘어서고 있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는 1조를 금방 넘어설 추세이다. 2010년 국내 시장이 7조이니 이런 신장세라면 국내 시장을 늘리는 데에 남성들이 한몫을 단단히 할 것이라고 본다. 국내 제약시장이 14.7조 수준이니 화장품 시장이 제약시장의 반 정도가 되는 상당히 큰 시장이다. 화장품 시장이 큰 이유는 자명하다. 우리는 매일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부를 보호하려고 얼굴에 매일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거의 일상적인 필수품이 되고 있다. 사실 어느 집에를 가도, 또는 지나가는 여성의 가방에도 약은 들어있지 않을 수 있지만 화장품은 늘 들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결국 티베트 여인이 그토록 원하는 던 것이 화장품이었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오지에 살고 있는 티베트여인이나 미에 대한 목마름은 같다. 다만 도시는 공급이 원활하고 수입이 풍족해서 쉽게 쓸 수 있을 뿐이다. 화장품산업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이 인류와 같이 영원히 지속될 산업이다. 우리가 화장품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화장품, 최신 기술의 집결체

 

화장품은 최신 과학의 집결체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금방 이해가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어떻게 찍어 바르는 크림이 스마트폰과 같은 과학의 집결체냐고 반문한다. 예전의 박물장수 할머니가 집집에 팔러 다니던 동동구리무화장품은 단순히 피부를 보호하는 정도로서 유성성분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기능성 화장품이 화장품시장을 선도하면서 이제는 기술력이 화장품 시장의 중요한 성공요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능성 화장품인 노화방지 화장품과 미백화장품의 경우에는 약에 가까운 성능이 요구된다. 기능성 화장품은 약과 화장품의 중간정도에 해당된다. 다시 이야기해서 치료, 예방기능을 가지고 있는 화장품이란 의미로 CosmeticsPharmaceutical 의 합성어인 cosmeceutical 이라고 불리고 일명 Dr. cosmetic이라고도 한다. 기능성 식품이 먹어서 약과 같은 효능이 있는 식품을 의미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부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어려운 연구가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백화장품을 보자.

 

미백화장품은 쉽게 검어지는 피부의 색을 백옥같이 희게 만들어주는 화장품이다. 주로 동양인들이 백색피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예로부터 동양미인의 기준이 가는 허리, 흰 피부 (細腰雪膚)였던 것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이고 문화적인 사항으로 서양인들이 해변 백사장에서 피부를 갈색으로 만들려는 것과 같은 면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피부가 의학적인 측면에서 햇볕에 노출되었을 때 검게 되는 것이 정상적인 보호반응이라는 것이다. 즉 태양빛속의 자외선(UV)에 의해서 피부의 유전자 DNA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피부는 검은 색소를 만들어서 유전자를 둘러싸서 보호하는 것이다. 검어지는 피부를 미용의 목적으로 희게 하려니 인위적으로 피부의 방어기작을 거슬려야한다. 즉 피부의 색소를 감소시키고도 피부의 유전자를 보호해야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피부의 색소를 만드는 여러 가지 신호를 차단하고 그러한 기능을 하는 물질, 즉 효소의 기능을 막아야한다. 동시에 색소의 기능인 피부보호도 충분히 이루어져야한다.

 

기능성 화장품의 또 하나의 기술은 피부침투이다. 기능성을 가지려면 일단 피부세포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피부는 가장 튼튼한 방호벽을 최외각에 가지고 있다. 즉 각질층을 형성하여 외부물질이 쉽게 침투를 못하게 하는 기능이 피부의 첫 번째 기능인 보호기능이다. 그런데 기능성 성분은 여기를 통과해서 아래쪽에 있는 피부세포에 이 물질이 들어가서 세포의 색을 조절한다던지 (미백화장품), 아니면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같은 물질의 생성을 촉진하여 피부노화를 방지해야한다(노화방지 화장품). 이러한 기술은 피부생리를 잘 이해하고 연구해야하는 생물공학적인 지식, Biotechnology가 요구된다. 또한 잘 침투하기 위해서 성분을 나노입자를 만들던지, 아니면 나노사이즈의 물질로 둘러싸던지 해서 안정화시켜서 침투와 안정화를 동시에 이루기도 하는 나노 테크놀로지(Nanotechnology)가 요구된다.

 

창조주가 잘 만들어놓은 피부장벽을 침투, 통과 해야 하는 인간이 만든 기능성화장품, 가히 창과 방패의 대결이고 모순(矛盾)의 과학이다. 과연 창조주가 만들어놓은 가장 정교한 방호막을 뚫고 자연적인 현상인 색소를 조절하는 피부의 오묘한 장치를 화장품과학은 극복할 수 있을까. 세기의 대결이 흥미롭다. 결국 이러한 도전 속에서 소재는 향상되고 진보한다. 소재의 개발이 기능성 화장품, 21세기의 화장품을 선도할 것이다.

 

4. 인천 화장품, ICN브랜드로 성장하자

 

화장품산업은 성장성이 크고 과학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의 산업이다. 인천은 어느 면에서 화장품산업의 부흥에 강점이 있을까? 인천은 화장품 기업이 전국 484개중 80개가 몰려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기업이 있는 셈이다. 또한 화장품산업 종사자의 17%가 인천에서 일을 하고 있을 만큼 산업인구 집약도가 높다. 다른 산업이 5% 대 인 것을 고려하면 인천에는 전국평균 3배의 화장품 산업인력이 밀집되어있다. 이런 산업 인력이외에 연구 인력은 4개의 대학, 2개의 전문대의 대학 연구 인력이 있다. 이 정도면 인력 면에서 충분한 인프라가 있는 셈이다. 남동공단, 송도 경제자유구역 등의 기존 시설, 산업 인프라를 합치면 사람, 돈은 충분한 셈이다. 화장품 산업은 우선 소재가 제일 중요하다. 여기서의 소재란 기능성 화장품의 경우처럼 미백효과를 나타내는 물질, 혹은 노화방지제 자체를 이야기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재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 100대 기업에 3개나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국내의 화장품산업의 경쟁력이 놀라울 뿐이다. 남동공단의 화장품 기업들은 대학을 중심으로 피부소재, 기능성 화장품소재를 집중적으로 만들어야 경쟁력이 있다. 본인 고유의 소재가 있어야 이를 기반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있고 그래야만 경쟁력이 있다. 인천지역의 화장품산업의 경쟁력은 새로운 소재의 개발에서 나온다.

 

인천지역은 화장품 산업인력도 밀집되어 있고 소재도 개발될 수 있는 여러 인프라 되어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인천 고유의 커다란, 아주 큰 장점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천공항이다. 화장품 산업은 소재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또한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히 큰 산업이다. 아무리 좋은 소재를 사용해도 인지도가 없으면 쉽게 시장침투를 못한다. 인천공항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강력한 브랜드이다. 만약 ICN이라는 브랜드로 화장품을 만든다면 사람들은 그 화장품에 어떤 의미를 줄까? 인천공항의 신뢰감, 안정성, 긍정성 모든 플러스의 요인이 ICN에 녹아있다. 이보다 더 좋은 브랜드는 없다. 인천지역에 확실한 브랜드가 없는 대부분의 소규모 기업들은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천공항의 가장 큰 매력은 중국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이 쉽게 접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통하여 오고가는 외국인들에게 공항에 인접하여 cosmetic valley를 연계시키는 것이다. 이곳을 관광코스처럼, 아니면 잠시 들려서 피부 마사지나 스킨케어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ICN 브랜드의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다. cosmetic valley 계획은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자세하게 검토, 준비되고 있다. 이런 장점은 정부 중앙부처에서도 잘 알고 있다. 금년 정부주도의 화장품산업발전 연구재단 설립에서 인천이 제1의 후보지로 각광을 받았지만 여러 이유로 유치하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쉽다. 하지만 인천의 화장품산업은 희소금속, 자전거 산업등과 함께 인천을 선도할 산업일거 계획을 밝힐 만큼 발전성이 높다 (2010,1.13 조선일보). 인천은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항구도시이다. 21세기는 중국이 세계시장 경제를 선도할 것이다. 그 세계제일의 거대한 시장이 인천의 바로 코앞에 있다, 중국시장에서 한국화장품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품목도 많지 않다. 한류의 물결이 중국을 통해, 아시아를 뒤덮고 있는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계속 될 것이고 거기의 한 가운데에 인천공항, ICN 브랜드가 있다. 인천지역의 화장품 산업은 이제 날개를 달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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