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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4)바이오에피소드

오묘한 미생물, 우리의 동반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12.


오묘한 微생물, 우리의 동반자

인하대 생명화공학부 김은기

미생물, 적인가 아군인가?

미생물? 아주 작은 생물체라는 의미의 미생물은 놀랍게도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자주 보고 있는 바늘을 보자. 그냥 방에 놓여있던 바늘 이라면, 이것으로 살갗을 찔리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곳이 곪아서 노란 고름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불로 달군 후에 찌른다면 아프기만 할 뿐 곪기까지는 않는다. 자, 왜 곪을까?

아주 작은 핀을 점점 확대해 보면 놀랍게도 그곳에는 아주 작은 생물인 미생물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찔림과 동시에 우리 몸속으로 들어간 이 미생물들이 우리 몸에 있는 방어군과 전투에서 사망하면서 생긴 것들이 고름임을 알 수 있다. 만일 그곳에 있던 미생물이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은 균이라면 별일 없이 간단히 고름으로 끝나지만 만일 녹슨 못 등에 있을 수 있는 파상풍균이라면, 그리고 상처를 제대로 치료치 않았다면, 우리는 아주 고생을 하거나, 아주 운이 없다면 죽을 수도 있다.

자, 그러고 보면 미생물은 우리의 적이다. 발에 생기는 귀찮은 무좀균으로부터, 김밥을 상하게 하는 식중독균까지, 또는 미국의 테러공포균인 백색 가루균 까지 모두 경계해야 하고 박멸해야 할 적 인 것이다.

이제 방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자. 여러분이 조금 전에 먹었던 맛있는 요쿠르트는 1ml 당 백만 마리 이상의 미생물로 되어있다. 그렇다고 먹은 것을 뱉을 생각은 말자. 그 균들은 이미 뱃속으로 들어가서 여러분의 장에 살고 있는 동료 균들을 만나서 오랜만이야 하고 인사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품인 김치는 또 어떤가? 여러분은 김치국물을 시원하다고 한 스푼씩 마시지 않는가? 그 국물 속에는 역시 백만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한 방울에 들어있다. 이 균들은 우리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여러 좋은 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 메주는 어떤가? 요즘 항암식품으로 인기가 높은 된장도 실은 미생물이 메주안의 콩 성분을 우리 몸에 좋은 물질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다시 대답을 해보자. 미생물은 우리의 적인가 아군인가?

답은 미생물은 그냥 미생물일 뿐이다. 무좀균은 본인들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축축한 땀으로 덮여있는 살갗이고 그래서 종족보존의 사명을 달성키 위해서 거기에서 피부를 먹이삼아서 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들은 먹이 제공자인 사람이 그것 때문에 진물이 나서 가렵고 미치겠는 것을 모른다. 또 김치속의 균들도 김치, 그 곳이 살만하니까 자라는 것 뿐이고 스스로 시원한 국물맛을 낼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괜히 김치국물을 마실 뿐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미생물이 도처에 있다. 우리의 손바닥에도, 공기 중에도 땅속에도, 물속에도, 우리의 장속에도, 침 속에도 존재한다. 이 미생물들은 여러 가지 특성이 있다. 앞에서와 같이 자기들이 살아가야 하다보니 항생물질을 내서 주위 균을 못 살게 해서 자기 먹이를 많게 하거나, 나무를 먹이로 삼기위해 나무 성분을 포도당으로 바꾸는 물질을 내기도 하고... 정말 오묘한 미생물이, 인간의 입장에서보면 “쓸만한” 미생물이 많이 있다. 이것을 잘 이용하는 기술을 우리는 미생물공학이라 부르고 이는 생물공학 혹은 생명공학이라 부르는 Biotechnology의 중요한 한 부분이기도 하다.

 생명공학은 한마디로 살아 있는 생물체를 이용하거나 이것이 만들어 낸 어떤 물질을 가지고 우리에게 유익한 물질을 만들고자 하는 공업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가 즐겨 마시는 맥주의 경우는 효모라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보리에 있는 당분을 알코올로 전화시켜 만든 음료수(?)이고 또 박카스의 주성분인 구연산은 곰팡이의 일종인 아스퍼질러스를 키워서 생성되는 구연산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생명공학은 주로 먹고 마시는 계통으로 발달했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옛날부터 발효식품-술, 간장 식초 등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식품공학 측면에서 생물공학의 기반이 다져졌고 그 뒤에 페니실린 등을 미생물로부터 생산하는 제약 계통이 생물산업의 기본을 이루었다.

 하지만 하나님이 창조하신 미생물의 기능은 실로 다양하여 그 무한한 가능성을 보면 그만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한마디로 미생물을 이용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생물체를 골라내어 그것을 이용, 인간에게 유익한 제품을 만드는 일이 바로 생명공학도가 해야 할 일이다.

 화학공업에서 생물공학이 응용되는 부분은 실로 다양하다. 국내의 경우 식품, 제약 등은 제외하고라도 정밀화학 분야에서 화학제품으로 사용되는 예를 든다면 미생물고분자(히아론산, 잔탄), 코지산, 에탄올(연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미생물살충제, 구연산, 프로피온산, 아크릴아마이드, 지방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화학공학에서 생물공학이 응용되는 사례와 그 원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히아론산
 수분을 함유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서 의약품, 화장품(보습제)에 사용된다. 종래에는 동물의 조직에서 추출하였으나 이것을 미생물로부터 생산하여 비용이 절감되고 히아론산의 길이(중합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2) 코지산
 피부에 있는 갈색의 멜라닌 색소가 생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코지산을 화장품에 첨가하게 되어 얼굴이 희어지는 미백 화장품으로 상품화가 되었다. 사용되는 미생물은 곰팡이류. 곰팡이의 도움으로 미녀가 탄생한다니......

3) 에탄올
 맥주, 소주 속에 들어 있는 알코올(에탄올) 은 대부분 미생물이 만든다. 효모,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이 탄수화물(포도당, 나무, 볏짚 등)을 이용해서 에탄올을 만들면 이것을 고농도로 증류하여 향료를 넣어서 숙성시키면 위스키가 될 수도 있고 공업용 에탄올로 만들어서 자도차 연료로도 이용할 수 있다.
 
4) 생분해성 플라스틱
 플라스틱 등의 화학고분자가 잘 썩지 않아 환경 보존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되자 미생물로부터 생물고분자를 생산하여 소위 <썩는 비닐>을 개발하였다. 아직은 기존의 화학공학 제품의 폴리머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이 없지만 일종의 이미지 상품으로 상용되기 시작하였다. 국내 백화점 등에서 <썩는 비닐백>을 선보이고 있으나 이는 기존의 화학공학 제품을 폴리머에 햇빛 등에 의해서 쉽게 분해되는 성분을 섞은 것이다. 그 외에도 수술 후 사용하는 봉합사(수술 후에 몸안에서 분해되어 버려야 함)등의 용도가 있다.

5) 미생물 살충제
 20여년 전부터 사용되는 미생물 농약으로서 박테리아를 해충이 먹게 되면 박테리아 내부에 있는 독소의 작용으로 살충 효과를 볼 수 있다. 환경에 해야 없으며 인체 독성이 없어서 사용량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새로운 해충에 사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균주가 발견되고 또한 유전공학의 진보로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 농업용 이외에도 가정 및 관상용으로 수요가 예측된다.

6) 구연산
 구연산하면 박카스가 금방 연상될 정도로 이런 분야에 많이 쓰인다. 용도는 아주 다양해서 세탁용 세제에는 지하수에 있는 칼슘, 마그네슘 등의 이온을 침전시키는 용도로 첨가되고 있다. 예전에는 인산이 첨가되었으나 이것이 하수를 통해 방류될 경우 하천 오염이 심각해지므로 법으로 금지되었다. 대신 구연산을 첨가하게 되어 유럽, 미국 등에서는 구연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7) 프로피온산
 화학공정에 의해서 주로 생산되는 프로피온산은 곰팡이 생육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어서 식품의 방부제 등으로 첨가되어 왔다. 치즈 부산물인 유청을 사용, 발효 생산할 경우 발효천연제품이라는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으로 식품 첨가제로 판매되고 있다.

8) 아크릴아마이드
 폐수처리시 현탁물질을 응집․침강시키는 물질로서 개발, 생산되어 연 생산 2만 톤 규모로 증대․제지산업 등 다른 분야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친수성 머리
친유성 꼬리

                                                                        <그림 1> 계면활성제의 기본 구조

오묘한 물질, 비누

 비누는 이제 일상 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되었다. 아무리 화학공학 분야에 문외한이고 공학과는 거리가 멀다 해도 아침 저역으로 사용하는 비누를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세탁기에 사용하는 합성세제 역시 생활용품의 대표적인 화학제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누나 합성세제가 수많은 <계면활성제>의 일종이고 계면활성제의 용도 중 극히 일부만이 <세탁용>이라고 하면 약간 의외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계면활성제 Surfactant, Surface active agent는 화학공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물질 중의 하나이다. 그 종류는 3,000~4,000가지나 되고 있고 비누, 합성세제도 물론 그 중의 하나이다. 계면활성제란 글자 그대로 계 phase와 계 사이에서 활동하는 물질이다. 물과 땅 사이에서 활동하는 양서류인 개구리가 두 계에서 활동하려면 두 군데에 합당한 성질을 가져야 하듯이 계면활성제도 두 개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가령 물과 기름 사이에서 활동하려면 물과 기름, 두 개의 성질을 각각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을 좋아하는 부분은 친수성, 기름을 좋아하는 부분을 친유성이라 할 때 계면 활성제는 친수성 hydrophilic 머리와 친유성 혹은 소수성 hydrophobic 꼬리의 두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따라서 이 계면활성제가 주로 위치하는 곳은 물과 기름이 접하는 계면 interface으로서 한쪽은 물에, 또 한 쪽은 기름에 걸치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다.

 

  계면활성제는 물 속에 있으며 물을 안 좋아하는 소수성 때문에 약간 불안정해서 주로 표면에 위치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순수한 물의 경우보다 물의 표전을 넓히기가 쉽도록 만든다. 따라서 비눗방울처럼 극단적으로 표면이 넓어질 수가 있다. 이것을 표면장력의 저하라고 한다.
 물 속에 점차 계면활성제가 증가하면 약간 불안해하던 이들 분자는 어느 농도 이상에서는 홀로 있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 뭉쳐 안정을 유지하게 된다. 물속에서 불안정한 이유는 물론 <그림 1>에서 본대로 소수성 꼬리 때문인데 이 소수성 꼬리까리 모이게 되면 끼리끼리 모여서 소위 마이셀micell이라는 구의 형태가 생긴다. 마치 얼룩말들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뒷다리를 외부로 내놓고 둥글게 원을 만든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마이셀이 생기기 시작하는 계면활성제의 농도를 CMC(Critical Micelle Concentration)라고 하는데 이러한 덩어리가 갑자기 생김으로 해서 수용액의 많은 성질이 갑자기 변하게 되어 수용액이 다른 성질을 띄게 된다. 흔히 말하는 비누에 의한 세탁 과정에서는 지금 설명한 마이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림 2>에서 설명했다시피 마이셀의 내부는 소수성에 몰려 있어서 그곳에는 기름 덩어리가 쉽게 녹아 들어갈 수 있다. 즉, 빨래에 묻어 있는 기름의 경우 비누 마이셀에 의해서 기름이 조그만 덩어리로 분해되어서 물에 녹게 되고 이때 손으로 주무르거나 세탁기가 교반을 해 주면 이러한 제거 작용이 더욱 빨라지는 것이다. 물론 세탁에는 이러한 기작 이외에도 침투, 습윤, 거품 생성 등 다른 많은 기작이 있고 이들이 모두 종합적으로 세탁의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세제에는 계면활성제 성분이 30~40%정도만 들어 있고 나머지는 세탁보조제가 들어 있다. 
         
 지금까지 계면활성제의 역할 중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세정 detergency 기능을 설명하였다. 하지만 계면활성제의 특성이나 응용 분야는 매우 넓어서 세정 능력 이외에도 고체 분산력, 에멀션 형성 능력, 기포발생 능력, 침투력, 습윤력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게면활성제는 식품, 의약품, 세탁제, 석유산업, 광업 그리고 환경 분야에 광범위하게 TM이고 있다. 따라서 계면활성제의 시장 또한 엄청난데, 세계 규모 20억불, 국내 규모 약 2조원에 이르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중 약 50%가 수입이 되고 있으며 주요 용도는 세제 및 섬유산업, 의약, 화장품 등에 사용되고 있다.

진짜 무공해 비누 누가 만드나?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으로 계면활성제가 굉장히 넓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고 많은 부분이 세제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슈퍼마켓에 가보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높게 쌓여 있는 세제이고 요즈음처럼 모든 가정에서 하루 한 번씩은 세탁을 하니 그 소비량은 엄청날 것이다. 실제로 연 13만톤 정도가 국내에서 소모되고 있다.
 이러한 계면활성제의 대부분은 석유를 원료로 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주부들은 합성세제로 그릇을 닦은 후에 살갗이 갈라지거나 또는 지문이 없어지는 등 소위 <주부습진>을 앓고 있다. 또한 삼푸를 사용하고 나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들 제품 속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가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만들어져 피부에 자극정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앞에서 언급한 비누는 소수성 꼬리로서 지방산을 사용한다. 이 지방산은 대부분 유지(동․식물의 기름 등에 들어 있는 성분)를 가수분해하면서 생성되고 이때 나트륨 이온이 달라붙으면서 비누가 된다. 따라서 비누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은 생체 유래의 물질로서 석유화학 유래의 제품과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합성 계면활성제는 이렇게 자극성과 독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구조상 벤젠고리가 있거나 가지가 있는 계면활성제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 속도가 느려져 강물에서 자체 정화작용을 통해 분해가 잘 안 되기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집안에서 세탁수에 배출된 합성 계면활성제는 하수관을 거쳐서 하천에 이르는 동안 분해가 안 되고 그대로 강물로 유입되거나 하수처리장에서도 쉽게 분해가 되지 않아 이것을 분해․처리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세제를 만드는 회사는 미생물에 의한 분해 (생분해 biodegradation)가 잘 되는 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리하여 소위 <무공해 세제>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흔히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무공해 세제는 정확한 의미로 생분해가 잘 되고 세제 자체가 독성이 적은 것이라는 <저공해>의 뜻이지 공해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아파트 부녀회에서 폐식용유에 가성소다를 첨가해서 만드는 비누는 예전에 동물의 유지를 가성소다로 분해해서 비누를 만드는 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으니 이것도 일종의 복고 현성은 아닌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미생물은 실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럼 과연 미생물은 지금까지 설명한 계면 활성제를 생산할 수 있는가. 물론 가능하다. 미생물 생체에서 만들어지는 계면활성제, 즉 <미생물 비누>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부공해 비누가 아니겠는가? 다음 장에서는 어떻게 미생물이 계면활성제를 생산하는가, 또 화학공업에서 생산되는 합성 계면활성제와 경쟁을 해서 과연 새로운 상품으로 등장할 수 있는가 등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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