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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4)바이오에피소드

티베트 유목민 여인과 코엔자임큐텐

by 바이오스토리 2013. 12. 27.

 

인하대 생명화공학부 김은기 교수

요즈음 코엔자임큐텐의 인기는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들어간 화장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늘씬한 모델이 화장품을 선전하는 모습은 늘 시원스럽다. 바르기만 하면 얼굴이 눈처럼 희게 되고 주름살이 다리미로 다린 것처럼 팽팽해져서 건강미가 넘치는 피부미인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광고속의 피부미인을 보고 있으라면 몇 년 전 티베트에서 만난 유목민 여인이 생각난다.

 

피부에 쓰이는 약재를 찾아서 우리 일행은 중국의 서쪽변방인 티베트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균고도가 4000미터인 티베트는 맑은 공기와 함께 그만큼 강한 햇빛을 받고 있었다. 햇빛 속 에는 물론 자외선도 포함되어 있다. 고도가 높으니만큼 자외선도 그만큼 강하다. 강한 자외선은 식물에도 해를 끼치게 되고 식물들은 스스로를 방어하려면 무언가를 생산해야 했다. 우리는 이런 식물들을 찾아서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티베트는 중국변방의 고산지대이다. 눈이 듬성듬성 덮인 산악지대인 만큼 주위는 온통 황량한 벌판이다. 인구밀도가 사방 1킬로에 1.6. 우리나라 인구밀도의 1/300. 여의도만한 면적에 평균 서너 명이 사는 편이다. 그나마 티베트 수도인 라사에 몰려 있는 편이니 히말라야 근처에 가서 사람을 만나기란 길가다 수표를 우연히 줍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운이 좋았다. 유목민을 만난 것이다, 그것도 여인 4대가 살고 있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무언가를 달라는 여인의 손짓을 쉽게 해석, 적지 않은 돈을 주었지만 여인은 계속 무언가를 달라는 손짓이었다. 통역을 통해서야 알아낸 그것은 다름 아닌 화장품. 사방을 둘러봐도 보아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황량한 벌판에서 살고 있는 유목민 여인이 원하는 것이 화장품이라니……. 사람의 깊은 내면에 있는 아름다워지려는 소망을 보는 것 같았다. 아니 우리의 깊은 본능이기도 하였다. 지금도 그 사진을 가끔 본다. 아이를 업고 있는 앳된 여인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을린 얼굴과 주름을 없애줄 화장품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사진에 있는 티베트 여인은 왜 검어지고 주름이 생긴 것일까? 혹시 코엔자임큐텐은 그걸 없애 줄 수 있을까?

 

사람의 피부는 햇빛을 받으면 검어진다. 그것이 정상이다. 이것은 피부를 보호하기위한 인체의 절묘한 방어수단이다. 햇볕 속에 있는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피부의 제일 바깥쪽 (표피)에 있는 피부세포 (케라티노사이트)의 유전자가 해를 입는다. 유전자의 구조가 변한다. 몸속에 있는 유전자가 변하면 이건 큰일이다.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부세포의 유전자가 변하여 생기는 암 바로 피부암이다. 무섭다. 하지만 인체는 그리 쉽게 공격을 당하고만은 있지 않다. 자외선공격을 받으면 피부는 우선 급한 대로 바깥쪽 피부세포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급히 방어물질을 만든다. 그것이 검은 색의 멜라닌이라는 색소이다. 이것으로 피부세포의 유전자가 있는 핵을 둘러싼다. 마치 어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둥그렇게 원을 만드는 아프리카의 얼룩말처럼. 그러니 얼굴이 검어진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다. 그렇게 방호물질을 잘 만드는 피부를 가짐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피부에서처럼 인체는 외부의 공격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이중 삼중으로. 자외선에 대한 피부세포의 방어기작은 최소 세 가지가 있다. 위에서 보여준 유전자를 둘러싸기, 이것은 피부세포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현상이다. 두 번째는 유전자가 손상되었을 경우 다시 치료해서 원래로 돌려놓는 정교한 유전자 회복 장치. 그리고 세 번째로 자외선에 의하여 생기는 해로운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항산화 장치이다. 코엔자임큐텐은 바로 세 번째의 방어기작에 속하는 물질이다.

 

코엔자임큐텐은 강력한 항산화제이다. 즉 어떤 물질이 산화되어서 못쓰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물질이라는 의미이다. 피부세포에 자외선을 받거나 강한 스트레스가 오게 되면 세포내에서는 활성산소라는 해로운 물질이 발생한다. 활성산소 (ROS; Reactive Oxygen Species/ Free Oxygen Radical) 란 이름만큼 우리의 몸에 활성을 주지는 않는다. 반응성이 강하다는 의미의 활성이다. 그만큼 위험하다.

 

활성산소는 우리의 모든 세포내에서 계속 만들어진다. 우리 몸 안에 있는 세포는 산소를 사용하여 호흡(respiration)이라는 것을 한다. 달리기를 할 경우 숨쉬기를 통하여 산소는 허파에 들어온다. 허파 내에서 혈관속의 헤모글로빈에 옮겨 진 후 세포로 전달된다. 이 산소는 세포내의 많은 반응에 참여한다. 산소가 관여하는 반응은 대부분 산화작용이다. 즉 무언가를 태우는 반응이며 마라토너는 이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달리게 된다. 마치 자동차가 휘발유를 산소를 사용하여 태우면서 굴러가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문제는 세포내에서 사용되는 산소의 5% 정도가 완전 연소되지 않고 활성산소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완전 연소되면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기지만 불완전 연소 시 활성산소가 생긴다.

 

대부분의 원자가 한 쌍의 전자를 가지는데 활성산소는 쌍을 이루지 않은 외톨이 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외톨이 전자를 가지는 종류를 라디칼 (radical) 이라고 부른다. 외톨이전자는 다른 물질과 아주 쉽게 반응을 할 만큼 반응성이 높다. 그래서 몸 안의 다른 물질, 예를 들면 지질(lipid)등을 산화시킨다. 공격을 당한 지질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결국 세포는 병이 드는 셈이다. 마라토너는 그럼 달리면 달릴수록 더 많은 활성산소를 내는가? 그렇다. 마치 자동차가 과속을 하면 시커먼 연기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몸 안의 세포가 빠른 속도로 일을 하는 꿀벌 등은 아주 수명이 짧다. 반면 천천히 일을 하는, 즉 대사속도가 느린 거북이 등은 장수를 한다. 그러니 우리도 장수하려면 천천히 몸을 반응시켜야한다. 마치 도를 닦는 수도자처럼.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수명이 제일 짧고 성직자가 제일 긴 이유도 몸 안의 활성산소와도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코엔자임큐텐은 이렇게 발생한 활성산소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항산화제(anti-oxidant)라고 불린다. 이 물질은 새로운 물질이 아니라 실은 우리 몸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물질이다. 세포 안의 보일러인 미토콘드리아라는 기관내부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일을 도와주고 있던 물질이었다. 우리 몸은 코엔자임큐텐처럼 세포내에서 발생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다른 물질들도 있다. 여러 가지 효소 (enzyme)들이 관여해서 탐을 이루어서 조직적으로 활성산소를 다른 물질로 전환시키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 몸은 항산화 효소와 코엔자임큐텐 같은 항산화제가 방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외부의 적들로부터. 물론 면역이라는 정교한 최후 보루가 있지만 1차 저지선은 항산화 시스템이다. 결국 우리 몸이 병에 걸리는 가 아닌가는 얼마나 방어체계가 견고한가에 달려있다.

 

이런 연유로 우리 몸의 건강을 돕는 방법의 하나는 항산화제가 들어간 식품을 자주 먹는 일이다. 붉은 색 당근은 베타카로틴이라는 물질을, 싱싱한 야채는 비타민 C를 공급해준다. 그러니 야채를 즐겨먹는 사람이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이야기이다. 건강한 사람은 피부도 건강하다. 피부는 우리 몸 세포의 일부이기 때문에 몸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육체의 창이기도 하다. 우리는 피부를 보호하고 피부를 건강하게 하려고 화장품을 사용한다. 그러면 화장품속에 무엇이 들어가면 피부세포에 좋을까? 당연히 항산화제이다. 피부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자외선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자외선은 피부세포에 활성산소를 포함하는 많은 라디칼을 만든다. 이 활성산소를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피부는 늙고 검어진다. 왜냐면 활성산소가 발생되면 피부는 위험상황임을 알고 여러 가지 구조 신호를 다른 세포에게 보낸다. 그러면 검은색의 멜라닌 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져 자외선으로부터 유전자와 다른 세포내의 물질 등을 보호하려한다. 햇볕에 얼굴이 검어지는 셈이다. 또한 위험신호는 피부의 아래쪽에 있는 세포에게도 전해져서 피부를 탱탱하게 유지하는 콜라겐, 엘라스틴 같은 단백질 등을 분해 시킨다. 팽팽한 피부를 유지하던 바탕이 무너지니 잔주름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깊은 주름이 생긴다. 얼굴에 주름이 늘어갈수록 매일 거울을 보는 사람의 수심도 깊어지고 한숨도 늘어난다.

 

얼굴에 항산화제를 공급하기 위해서 매일 저녁 얼굴에 공을 들이는 것도 현명하다. 녹차가루에는 아주 훌륭한 항산화제등이 있다. 얼굴에 팩을 해서 항산화제를 공급하면 당연히 피부세포가 건강해진다. 다만 매일 팩을 하기가 쉽지 않으니 우리는 화장품을 사용한다. 항산화제가 들어있는 화장품을 만들기는 좀더 고급기술을 요한다. 기능성 화장품이라 불리는 것들은 좋은 항산화제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항산화제는 보통 불안정하다. 산화를 방지하려면 스스로 산화를 대신 해야 하는 성격 때문에 화장품처럼 집안에 늘 놔두는 경우에는 항산화제가 자동으로 산화되지 않도록 막으로 둘러싸거나 다른 것에 붙여서 안정성을 높여야한다. 화장품연구에 여러 분야의 과학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코엔자임큐텐은 그럼 어디에서 만들어야하나? 이 물질은 우리 몸에도 존재하고 다른 동, 식물에게도 있다. 하지만 이런데서 만들려고 하면 세포내의 양이 적어서 너무 가격이 비싸진다. 더구나 화장품 같은 곳에 사용하려면 대량으로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다행이 과학자들은 효모 같은 미생물에도 이와 유사한 물질이 있고 이를 다량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더구나 피부 침투 율도 좋다고 하니 화장품에 사용하기에는 적격이다. 바야흐로 코엔자임큐텐 화장품의 세상이 열리는 순간이다.

 

티베트 유목민 아낙네의 사진을 본다. 돈보다도 더 절실하게 아름다워짐을 바라던 여인. 그 아낙네는 중국의 서시 같은 미인이 되기를 원하면서 화장품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리 큰 욕심은 없었는지 모른다. 다만 얼굴에 거뭇거뭇 생긴 반점만이 안 생기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주름이 역력한 친어머니의 얼굴에서 주름을 없애주고 싶은 갸륵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앳된 여인의 손에 코엔자임큐텐 화장품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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