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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69> 아인슈타인 게놈 복사해 제2 아인슈타인 만들 수도

by 바이오스토리 2018. 4. 5.

아인슈타인 게놈 복사해 제2 아인슈타인 만들 수도

합성생물학

 

박테리아 내부 회로를 분석, 변경, 제조해서 신약, 신에너지를 만든다. 

박테리아 내부 회로를 분석, 변경, 제조해서 신약, 신에너지를 만든다.

 

2016년 스위스 동부 시골 마을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이 열렸다. 페이스북 주커버그 등 세계 거물들이 모였다. 주제는 세계를 바꾸는 ‘4차 산업혁명이다. 핵심기술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IoT), 자율 주행차 등을 꼽았다.

 

그런데 생소한 단어가 눈에 띈다. 합성생물학이다. 생물체를 합성한다는 말일까. 기존에 알고 있던 유전자재조합 기술과는 다른 뜻인가. 둘은 비슷하지만, 급이 다르다. 유전자재조합이 권총이라면 합성생물학은 분당 3000발의 벌컨포다. 합성생물학은 인공지능 같은 파괴력·기대·우려를 동시에 가진 양날 칼이다.

 

2015년 세계 유명 합성생물학자, 의료인 등 사회적 지도자 150명에게 하버드대학 초청장이 배달됐다. ,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비공개 모임이었고 주제는 인조 인간게놈이었다. 인조 게놈은 무엇이고 왜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되었을까. 합성생물학을 깊숙이 들여다보자.

 

합성생물학,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부신 발전은 양날의 칼로 작용

박테리아 인조 게놈 만들 듯이

인간게놈 합성하는 프로젝트 시작

사회적 공감대 없는 과학 발전이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 만들 수도

 

 

DNA를 고속합성, 조립한다

DNA 염기 자동분석실(미 에너지부 합동 게놈연구소)

DNA 염기 자동분석실(미 에너지부 합동 게놈연구소)

 

합성생물학은 생물체 및 생물부속품을 합성하는 기술(Synthetic Biology)이다. 생명공학 핵심이다. 생물체를 스마트폰이라 하자. 복잡한 회로가 프린트된 칩, 칩들이 모여 있는 모듈, 이 모듈들이 모여 스마트폰이 된다. 합성생물학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작업과 같다. 설계된 DNA 회로를 프린트하듯 DNA 합성 기계로 찍어 낸다. 여러 개 DNA 세트가 모여서 한 개 모듈이 된다. 생체에너지를 만드는 모듈, DNA를 만드는 모듈, 세포분열 조절모듈 등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수십 개 모듈을 모으면 생물체 핵심인 유전자 전체 세트, 즉 게놈이 된다. 이 방식으로 인조 게놈이 만들어진다.

 

지난 50년간 컴퓨터 기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진공관, 트랜지스터, 직접회로, 고집적회로, 휴대폰, 스마트폰까지 IT 진보속도는 급상승 제트기다. 무어의 법칙, 즉 컴퓨터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로 늘지만 가격은 변치 않는다는 이야기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합성생물학에도 적용된다. 20년 전과 비교해 보자. DNA 염기 하나 만드는 비용 50달러가 현재는 1.6센트다. 1만 개 DNA 염기사슬을 만드는 데 2년 걸리던 합성속도가 1주로 줄었다. 발전 속도가 총알이다.

 

20년 전 시골 냇가 빨래터로 가 보자. 겨울 냇가 빨래는 고역이다. 손이 시린 것은 둘째 치고 때가 제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비누칠 후 방망이로 두들겨 패지만 어깨만 아프다. 세탁기가 주부들을 살렸다. 비누 대신 분말세제가 세탁기에 사용됐다. 세제는 옷에 붙어 있는 때를 녹여 낸다. 세탁이 잘 되려면 강하게 교반해야 한다. 그만큼 옷이 망가지고 에너지소비가 높아진다. 이 고민을 해소한 것이 효소다. 사람 침 속 아밀라아제는 녹말을 잘게 부순다. 이놈은 옷에 묻어 있는 녹말 때도 잘게 분해해서 세탁이 잘 되게 한다. 세제용 효소는 10조원 세계 효소 시장 중 30%. 가정용 세제 50%는 효소세제다. 세제 효소는 산업용 바이오 제품 효시다.

 

세제 효소 개량에 합성생물학 기술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찬물에서도 일을 하는 저온 효소라면 온수사용에 드는 전기료를 줄일 수 있다. 효소는 박테리아가 만든다. 찬물 효소를 만드는 박테리아가 필요했다. 북극에서 찾아왔다. 북극박테리아가 저온효소를 만들기는 하지만 세탁목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수억 년 동안 북극에서 살아남는 방향으로 진화했던 박테리아 아밀라아제를 현대의 세제용도에 맞게 새로이 진화시켜야 했다. 다시 수억 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 과학은 수억 년 박테리아 진화를 하룻밤 만에 인간이 원하는 놈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었다. 이른바 실험실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 즉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기술이다. 그 핵심은 합성생물학이다.

 

 

 

신규 유용물질을 다량 만든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 부속을 합성, 조립한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 부속을 합성, 조립한다.

 

아밀라아제는 단백질이다. DNA에서 만들어진다. 효소를 바꾸려면 DNA를 바꾸면 된다. 합성생물학은 DNA를 떡 주무르듯 자유자재로 변화, 합성해 낸다. 먼저 클라우드 컴퓨터에 공개된 모든 생물체의 아밀라아제 DNA 정보를 분석해서 어떤 부분을 변화시키면 찬물에서도 녹말 때를 잘 분해할지 알아 낸다. 박테리아에서 DNA를 꺼내서 수백 종 변이 DNA를 로봇을 이용, 자동으로 만든다. 변이 DNA에서 만들어진 각각의 아밀라아제가 찬물에서 녹말을 잘 분해하는지를 폐쇄회로(CC)TV로 실시간 분석한다. 제일 잘 분해하는 놈을 로봇이 골라 낸다. 다시 DNA 변종을 만든다. 다시 최고를 고른다. 이런 과정을 하룻밤에 수십 번 반복한다. 그 결과, 하룻밤 만에 녹말 때를 가장 잘 분해하는 박테리아를 만들어 냈다. 수억 년 진화과정을 하룻밤에 합성생물학이 실험실에서 대신 해 낸 것이다. 이런 합성생물학 핵심기술은 게놈빅데이터·DNA분석·DNA합성기술이다. 인간게놈정보와 더불어 병원균, 가축 등 인간과 밀접한 생물체 24000종 게놈 정보가 모두 분석, 공개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실험실 로봇이 DNA를 원하는 방향으로 합성·변화·선발한다. 합성생물학은 인간이 원하는 물질을 미생물이 대신 만들게 한다.

 

한국과학기술원 이상엽 박사 연구팀은 대장균 속에 휘발유 모듈을 조립하고 있다. 녹말-포도당-지방산-휘발유 회로를 DNA 수준에서 설계한다. 대장균 내 모든 유전자정보를 수퍼컴퓨터로 분석, 최적회로를 설계한다. 설계 유전자를 합성, 조립한다. 휘발유를 만드는 유전자는 기존 대장균 내에는 없다. 다른 박테리아 것을 사용한다. 지구에는 없던 전혀 새로운 대장균을 만든 셈이다.

 

중국 노벨상 수상자 투유유는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신을 찾아 냈다. ‘개똥이라는 이름만큼 흔한 쑥이지만 약을 얻으려면 8개월이나 키워야 한다. 치료제 가격이 비싸다. 미국 버클리 연구진은 개똥쑥 내 치료제 유전자 회로를 효모 속에 설계, 제작했다. 이제 맥주 만들 때처럼 효모를 키우기만 하면 말라리아 치료약을 만들 수 있다. 대장균의 휘발유, 효모의 말라리아 치료제, 모두 이놈들에게는 원래 없었던 물건들이다. 합성생물학은 큰 규모의 유전공학 집합기술이다. 생물체를 재조립해서 신약치료제, 새로운 화학소재, 청정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바이오테크놀러지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100년 전 페니실린을 곰팡이에서, 40년 전 인간인슐린 호르몬을 효모에서, 2년 전 플라스틱원료를 대장균에서 만들었다. 가내수공업형태이던 유전공학이 로봇·컴퓨터를 만나 고속, 대량의 합성생물학시대로 들어섰다. 지금까지가 부품생산 단계였다면 이제는 부품조립 단계다. 부품들이 모여서 완성품인 게놈, 즉 유전자세트가 된다. 바로 생명체다. 합성생물학은 인조게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조 게놈의 시대가 다가온다

 

DNA 염기 분석과 합성효율이 급증함에 따라 비용은 급감했다.

 

DNA 염기 분석과 합성효율이 급증함에 따라 비용은 급감했다.

 

저명학술지 사이언스는 인조 효모가 만들어졌다고 보고했다. 효모는 게놈 크기가 인간의 0.4%밖에 안 되지만 버젓이 16개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1개 염색체를 가진 박테리아(원핵)와는 급이 다르다. 46개 염색체를 가진 사람처럼 다세포생물(진핵)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효모 염색체 30%가 인조염색체로 대체됐다. 인조염색체라고 해서 단순히 기존 염색체를 복사한 것이 아니다. 기존염색체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빼내고 기존 생물체에는 없는 단백질을 만들고 신호 체계도 바꾸었다. 수억 년 동안 사용되던 생물체 부속이 바뀌는 상황이다. 이제 인조효모는 더 이상 지구상에 있던 효모가 아니다. 종과 종 사이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래도 괜찮을까. 한두 개 유전자를 바꾼 유전자변형생물(GMO)도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데 지금 연구는 유전자 전체를 바꾸려 한다. 대장균·효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이다. 하지만 여기에 적용된 합성생물학 기술은 이제 걸어 다니는 동물로 향하고 있다. 인간이다.

 

하버드대학 인조 인간게놈비밀회의는 10년 내 인간게놈을 모두 합성해 내자는 것이다.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괜찮을까. 이게 가능할까. 지금의 발전 속도라면 가능하다. DNA 합성 속도는 20년 전에 비해 100배 빨라지고 비용은 1500분의 1로 줄었다. 인간게놈(30억 개 염기) 합성비용이 현재 9000만 달러에서 20년 내에 10만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과학은 지난 20년간 인간게놈 정보를 밝혀서 유전자 연관 질병치료에 집중했다. 반면 지금 방향대로 인간게놈을 합성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조 효모라면 새로운 의약품, 신규 플라스틱 원료, 신재생 에너지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효모가 아닌 인간세포라면, 목적지가 어디일까. 아인슈타인 게놈을 복사, 합성해서 제2의 아인슈타인을 만들자는 생각일까. 등이 오싹해진다. 현재는 박테리아 인조게놈을 만들어서 기존 게놈을 빼낸 껍데기 박테리아에 넣어서 키운 정도다. 인조 생명체는 아직 누구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박테리아, 효모에게 적용되는 기술은 사람에도 적용된다. 과학은 앞만 보고 직진하는 특성이 있다. 이제는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공감대가 없는 과학은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을 만들 수 있다.

 

SF작가인 이삭 아시모프는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기술이 앞서간다는 것이 현시대의 비극이다고 이야기했다. 과학기술, 특히 생명을 다루는 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두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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