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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앙일보연재;김은기의 바이오토크/(5)바이러스 환경

[중앙SUNDAY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71> 키 큰 뚱보, O형이 모기에 잘 물리는 까닭

by 바이오스토리 2018. 4. 5.

키 큰 뚱보, O형이 모기에 잘 물리는 까닭

:바이러스 옮기는 모기

 

‘작은 빨간 집모기’(A)가 옮기는 일본 뇌염바이러스(B).

작은 빨간 집모기’(A)가 옮기는 일본 뇌염바이러스(B).

 

 

 

일본뇌염경보가 지난 629일 내려졌다. 잡히는 모기 72%가 뇌염모기였다. 으스스하다. 일본뇌염은 1년에 32명이 걸려 3명이 사망한다. 높은 확률은 아니다. 하지만 확률 낮다고 번개 치는데 벌판에서 골프채 휘두를 수는 없다.

 

해외모기가 더 무섭다. 지난해 지카모기가 산모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올해 3월 황열(Yellow Fever)로 브라질에서만 222명이 사망했다. 33% 치사율이다. 다른 나라로 퍼질까 초긴장이다. 해외여행 감염자가 연 541명으로 매년 10% 늘고 있다. 지카·말라리아·황열·뎅기열·치쿤구니야·뇌염은 모두 모기가 옮긴다. 알려진 것만 그렇다. 일단 물리지 말자.

 

다섯 사람이 타고 있는 차 안에 모기가 들어왔다. 필자만 세 군데 물렸다.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 있다. 키 크고 뚱뚱하면 잘 물린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방출해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물리는 정도는 개인유전자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에 모기가 달라붙을까. 최첨단과학이 모기에는 속수무책이다. 무슨 속사정이 있을까.

 

시각·후각·열감으로 사람 찾아

50m 밖 날숨 속 CO냄새 맡아

혈액형 따라 발산 냄새도 달라져

까마귀 속 뇌염 바이러스 전파

알렉산더도 2주간 고열 끝 사망

침투한 바이러스 박멸 힘들어

안 물리는 게 최선, 백신 맞아야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는 따로 있다

 

 

피부땀샘 겨드랑이 아포크린 땀샘은 피지(기름)와 함께 개인별 냄새원인이다

피부땀샘 겨드랑이 아포크린 땀샘은 피지(기름)와 함께 개인별 냄새원인이다

 

모기는 3가지로 사람을 찾는다. 시각·후각·열감이다. 50m 떨어진 곳에서 날숨 속 이산화탄소를 감지하고 달려온다. 5m에서는 사람을 알아본다. 자연배경색과 비슷한 밝은 색을 입어야 덜 물리는 이유다. 사람이라면 모두 열이 있고 숨(이산화탄소)을 내뱉는다. 개인차가 있는 부분은 냄새다. 사람냄새 주범은 땀이다. 여름철 펑펑 쏟는 에크린샘 땀은 냉각수다. 맹물로 냄새가 없다. 반면 겨드랑이 아포크린샘 끈끈한 땀은 단백질·지질·요산이 들어 있다. 이놈들이 피부균에 의해 분해되며 각종 냄새를 만든다. 겨드랑이 액취는 인종차가 있다. 동양인 귀지는 뽀송뽀송하지만 서양인은 축축하다. 땀샘유전자 차이다. 개인 유전자에 따라 모기가 달라붙는 정도가 다를까.

 

영국 런던대학 연구팀은 36명 일란성, 38명 이란성 쌍둥이 팔을 모기 통에 집어넣고 물리는 정도를 측정했다. 물론 안전한 모기들이다. 그 결과 일란성 쌍둥이들끼리는 물리는 정도가 같았다. 즉 유전자에 따라 모기 무는 정도가 달랐다. 냄새 유전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강아지들은 만나면 킁킁거린다. 동물 짝 선택 방법은 냄새다. 냄새로 같은 유전자를 피한다. 다양성을 위해서다. 동물은 각자 다른 조직유전자(MHC)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다르면 장기이식 거부반응이 생긴다. 여기서 생산되는 단백질은 땀으로 배출되고 땀 냄새도 달라진다. 인종별 체취를 비교해 보면 4가지 주요 냄새농도가 서로 다르다. 그 중 노나날성분은 뇌염모기가 특히 좋아하는 냄새다. 인종개인별로 모기 무는 정도가 다르다는 증거다.

 

개인냄새는 유전자 이외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맥주 한 조끼 마시면 더 물린다. 높아진 체온과 날숨 속 알코올 때문으로 추축된다. 임신하면 물릴 확률이 2배나 높아진다. 숨을 더 뱉고 복부체온이 0.7도 높아져서 냄새발산이 더 많기 때문이다. 혈액형에 따라 신체발산 냄새가 달라진다. O형이 A형보다 2배 더 많이 물린다. 유전자이건 환경이건 결국 냄새가 모기를 이끈다. 안 물리려면 자주 씻어야 한다. 하지만 모기들은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50m 밖에서도 추적할 수 있는 귀신들이다. 모기 근본대책이 없을까.

 

첨단과학이 모기와 전쟁 중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기피제 첨가 섬유로 만든 모기장은 야외에서 완벽한 방어수단이다. 파푸아뉴기니섬에 이 모기장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지역 모기들도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한밤중에만 물었던 놈들이 늦은 오후, 이른 아침으로 무는 시간을 변경했다. 그 지역에서 기피제처리 모기장 도입 후 모기 말라리아 환자가 오히려 증가한 이유다. 2도 안 되는 모기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아예 모기 씨를 말려 버릴까. 상대를 다시 보자. 모기는 주적(主敵)이 아니다. 운반책일 뿐이다. 진짜 적은 바이러스다. 뇌염모기 바이러스를 역추적 해 보자. 모기는 중간매개체다. 원래 숙주를 찾았다. 까마귀다. 까마귀를 만난 사람 중에는 고대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도 있다.

 

기원전 3235, 인도 북부를 정벌하고 바빌론(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남부도시)으로 당당하게 입성하던 알렉산더 대왕은 해괴한 광경과 맞부딪친다.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녔다. 게다가 서로 쪼아대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어떤 놈은 바닥에 처박고 죽어 버렸다.’ 플루타크 영웅전이 묘사한 당시 상황이다. 당시 점술가는 흉사를 예고했다. 그래서일까. 32살 건장하던 알렉산더는 2주간 고열에 시달리다가 돌연 사망했다. 사망원인 추측이 다양했다. 스승 아리스토텔레스 비소 독살설과 흑사병, 풍토병, 모기 말라리아 이야기가 돌았다. 유력한 추측은 모기 말라리아다. 사망 전 인도 북부 늪지대를 다녀왔고 모기가 극성일 때였다. 하지만 말라리아는 2주간 고열이 계속 되지는 않는다. 2~3일을 주기로 열이 오르내린다. 그럼 무엇이 사망원인일까. 

미 콜로라도대학 연구진은 플루타크 영웅전 속의 그날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까마귀가 있었다. 왜 까마귀가 미친행동을 보였을까. 연구진은 무릎을 쳤다. 새가 미쳐서 죽은 경우가 또 있었기 때문이다. 2323년이 지난 1999년 미 뉴욕 브룩스 동물원 새들이 방향을 잃는 등 미친행동을 보이더니 죽어 나갔다. 원인을 조사했다. 뇌염바이러스였다. 새들이 죽은지 2주 후부터 뉴욕에서만 62명의 뇌염환자가 발생, 7명이 사망했다. 까마귀가 먼저 감염되고 이후 사람이었다. 알렉산더 대왕 증상은 전형적인 뇌염증상(고열·두통·복통, 심하면 의식장애·경련·혼수)과 일치한다. 뇌염모기 바이러스는 예나 지금이나 까마귀·모기·사람 사이를 옮겨 다닌다. 문제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 바이러스, 트로이 목마처럼 침투

1 알렉산더 대왕. 뇌염모기 사망설이 유력하다

 

알렉산더 대왕: 뇌염모기 사망설이 유력하다

 

알렉산더 대왕을 사망시킨 바이러스(웨스트 나일)와 국내 일본뇌염모기 바이러스는 모두 같은 아르보(절지동물) 바이러스다. 동물이 주요 숙주다. 암 모기가 배란에 필요한 피를 흡혈하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침입한다. 피부상처를 통해 들어오는 외부병원균은 피부에서 대부분 제거된다. 과정은 이렇다. 피부면역세포가 외부 적 발견 신호를 보내면 공격세포(호중구)가 득달같이 달려와 적을 감싸 먹어 버린다. 피부에서 근접전투, 즉 염증이 일어난다. 물린 부분이 붉어지고 부어오른다. 그런데 지카·뎅기열 모기 바이러스는 어떻게 강력한 피부면역을 통과해서 몸속으로 침입, 퍼질 수 있을까.

 

최근 영국 리즈대학 연구진이 답을 찾았다. 모기들은 몰려온 면역세포 속으로 숨어들어 갔다. 트로이 목마 전법이다. 숨어 있다가 인체 목표장소에 도달하면 그곳에서 퍼진다. 면역 검문이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역이용하려 한다. 즉 바이러스가 피부에 머물러 있을 때 공격한다. 붉게 부은 바로 그곳 바이러스를 피부 연고로 없앤다. 몸속 깊이 침투, 확산했을 때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트로이 목마 전법은 촘촘하게 만들어 놓은 두뇌혈관 장벽도 통과한다. 피부와 두뇌혈관장벽에서 트로이 전법을 쓰는 똑똑한 놈들을 박멸하기는 쉽지 않다. 최선은 중간 연결책을 끊는 방법이다. 모기를 죽이자.

 

2 모기기피제 처리된 모기장. 하지만 모기도 이를 피하도록 진화한다.

모기기피제 처리된 모기장. 하지만 모기도 이를 피하도록 진화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카·뎅기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내시모기 사용을 승인했다. 내시모기는 영국 옥시텍 회사 유전자 변형모기다. 짝짓기에서 태어난 새끼모기들이 죽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영국은 쿠바근처 섬(케이먼)에 내시모기를 풀어 놓았다. 프로그램대로 내시모기들은 이집트숲모기만을 짝짓기하고 85% 씨를 말렸다. 하지만 걱정된다. 세포 내 유전자가 프로그램 한 대로만 움직여야 한다. 이집트숲모기가 박멸돼도 바이러스는 3000종 다른 모기 속으로 옮겨 간다. 좀 더 자연스러운 방법이 없을까. 가능성이 있다. 금년 미 인디애나대학 연구팀은 이집트숲모기 장내 박테리아(울바키야)가 특정물질을 만들어 바이러스를 막는 걸 밝혔다. 이 방법을 응용하면 씨를 말리는 것보다는 생태측면에서 안전하다. 과학이 해답을 찾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물리지 말자. 백신을 맞자.

 

지난 6월 미 노트르담대학 연구팀이 모기에게 10분간 밝은 빛(책상용 LED램프밝기)을 비추자 12시간 동안 모기가 물지 않았다. 밤에 무는 모기 생체리듬을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모기 생체리듬을 흔드는 방법이 새로운 방비책이 될 수 있다. 야외로, 해외로 나가는 바캉스 계절이다. 긴 바지와 긴 소매 그리고 모기기피제는 필수다. 필요시 예방주사 맞는 게 현명하다. 모기, 아니 모기를 빌리는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인류는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바이러스 폭풍저자 네이션 울프는 말한다. ‘인류 최후의 적은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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